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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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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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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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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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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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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DUMMY

성운은 트윈즈 유령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트윈즈 유령은 아무리 빠르게 따라붙어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바로 뒤까지 왔다 싶으면 어느새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쵸즌의 신체능력이라면 누구든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 설령 스포츠카로도 간섭능력을 사용하는 성운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헥헥, 홍콩할매냐 무슨.”


홍콩할매는 귀신계의 속도광으로 유명한 도시괴담이다. 성운을 따돌릴 정도면 저 트윈즈 유령은 홍콩할매보다 빠른 셈이다.


“근데 여긴 도대체 어디야?”


아크 이졸데의 지하설비는 미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정신없이 트윈즈 유령을 쫒다보니 어느새 어디에 있는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저 멀리서 트윈즈 유령이 성운을 향해 손짓했다.


“얼씨구?”


성운은 소리가 나게 목을 꺾었다.


“오기 생기네.”


이제 슬슬 인내심이 떨어지려고 한다.

성운은 블링크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도 따돌릴 수 있으면 한 번 해보시지.


-후욱


성운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이내 방금 전까지 트윈즈 유령이 서 있던 난간에 나타났다. 터널 너머로 흐릿한 트윈즈 유령의 모습이 보였다.

성운은 곧바로 트윈즈 유령이 있는 곳으로 다시 블링크했다.


“응?”


이번에는 트윈즈 유령이 사라지지 않았다. 성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트윈즈 유령에게 다가갔다.


“······.”


트윈즈 유령이 조용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성운의 시야가 이동했다. 유령의 검지 끝은 어두운 터널을 향했다.

성운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더욱 자세하게 살펴봤다.

터널 안에는 패러좀이 아주 바글바글거리다 못해 가득 차 있었다. 테트라포트에 들러붙어 있는 따개비와 다를 바 없었다.


“우윽······.”


너무 많아서 속이 안 좋아질 지경이다. 없던 환공포증이 생길 것 같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형 따개비 패러사이트들이 마치 눈동자처럼 성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저 안으로 들어가라고?”


성운이 울 것 같은 눈으로 트윈즈 유령을 바라봤다.

트윈즈 유령은 무심한 눈으로 여전히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저기에 도대체 뭐가 있는데 자꾸 들어가라는 거야?”


트윈즈 유령은 성운이 아무리 칭얼거려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건가. 대신 이제 알아서 하라는 듯 사라져버렸다.


“아오 쓰벌···.”


그냥 돌아갈까?


윤혁은 과거에 새벽 3시경 화장실을 가다가 마주친 바선생을 떠올렸다. 차라리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하필이면 발견하는 바람에 해결(?)해야만 문제에 봉착했다.

무시하기에는 바선생이 너무 크고 우람했다. 그렇다고 당장 1대1 대결을 펼치자니 잠이 다 달아날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랴, 대한민국 군필자 성인남성이 바퀴벌레 하나 해결 못해서야. 결국 휴지를 손에 돌돌 말아 쥐고 한판 승부를 펼쳤다.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무시하고 지나가자니 트윈즈 유령의 ‘메시지’가 궁금하다 못해 께름칙했다. 결심을 내려야 했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지···.”


성운은 두루마기 휴지대신에 몸 주변에 플라즈마 광구를 띄웠다.

여섯 개의 빛나는 플라즈마 광구가 성운의 등 뒤로 둥실 떠올랐다. 아크 춘향에서 스톰혼과 싸울 때 사용했던 바로 그 플라즈마 광구였다.

다만 그때와 달리 간섭력 제어가 상당히 익숙해졌다. 두 번째로 사용하는 기술인데다가 헌터 장갑을 착용하고 있어서 훨씬 수월했다.


-파스스슷


···라고 생각한 순간 자기 혼자 떠오른 플라즈마 광구 하나가 빛을 잃더니 꺼져버렸다. 혹여나 폭발할까봐 최대한 출력을 내렸더니 또 말썽이다.

성운은 괜히 어깨를 으쓱이며 무안함을 감췄다.


“이정도면 됐지 뭐.”


성운이 터널 앞에 서자 플라즈마 광구가 내부를 비췄다.

멀리서 볼 때하고는 격이 다르게 징그러웠다. 패러좀들은 성운이 다가오자 기류를 감지하고 붉은 촉수를 뽑아냈다. 수십 개의 촉수가 낼름거리며 허공을 핥았다.

정말이지··· 끔찍했다.

성운은 침을 꼴깍 삼켰다.


“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성운은 가볍게 묵념하고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플라즈마 광구가 성운의 몸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전했다.

패러좀들이 성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하나 둘 흐느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크으으으 크어어···.”

“캬으으으···.”


놈들은 침입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성운에게 채 닿기도 전에 회전하는 플라즈마 광구에 맞아 증발했다.


-파슷 파스스스스!


플라즈마 광구는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성운을 완벽하게 가렸다.

지성도 이성도 남아 있지 않은 패러좀들은 플라즈마 광구 분쇄기에 몸을 밀어 넣었다.

초고열을 뿜어내는 플라즈마 광구가 백열했다.

패러좀의 시체가 성운의 주변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살과 피가 타오르며 생겨난 수증기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으으···.”


이것까지는 생각 못했다. 성운은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최고로 역겨운 모습은 남아 있었다.


터널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패러좀들이 몸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아오, 쫌! 작작해라!”


출구를 틀어막은 패러좀들은 마치 자기네들이 벽이라도 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짜증이 치민 성운은 주변을 쓸어버리고 플라즈마 광구를 한손에 모았다. 단번에 뚫어버릴 심상이었다.


“열려라 참께!”


성운이 플라즈마 광구를 휘감은 팔을 힘차게 쭉 뻗었다.

거대한 덩어리로 뭉친 플라즈마 광구가 성운의 팔을 타고 패러좀 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꾸웅!


플라즈마 광구가 패러좀 벽에 적중하자 공기가 불타올랐다.

후끈한 열기가 백플래시로 밀려나며 공기를 달궜다. 당연히 플라즈마 광구에 맞은 패러좀 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으엑, 더러워서 진짜···.”


말 그대로 살타는 연기가 자욱했다.

성운은 고약한 냄새를 품은 공기를 부채질하듯 휘저으며 터널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시야를 가리던 빛이 사라지자, 나선형 계단이 놓인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계단은 끝도 없이 아래로 놓여 있었다. 성운은 난간에 손을 올리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


나선형 계단 끝에는 예의 트윈즈 유령이 성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성운은 주저하지 않고 난간을 넘어 뛰어내렸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자살행위였겠지만 성운에게는 합리적인 지름길이었다.


-후우우우우우욱


귓가에 바람이 스쳤다. 순식간에 바닥에 가까워졌다.


“흐읍!”


성운은 바닥에 닿는 순간 한쪽 무릎을 굽히고 오른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흔히 슈퍼히어로랜딩이라는 자세다.


솔직히 말하자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포즈다. 소싯적에 히어로 영화를 한번이라도 봤던 사내라면 다들 그렇지 않을까?


-콰아아앙!


굉음이 울리며 바닥에 금이 갔다. 하지만 성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끄아아악! 존나··· 아파!”


완벽하게 무사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바닥을 찍은 무릎과 주먹으로부터 찌르르한 아픔이 타고 올라왔다.


전기에 오른 듯한 고통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성운은 이내 참지 못하고 무릎을 감싸 안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 했다. 볼썽사납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트윈즈 유령은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굉장히 한심해 하는 눈빛이다.


“뭐 임마! 그 눈은 뭐야!”


창피했는지 성운이 얼굴을 붉히며 주섬주섬 일어섰다. 트윈즈 유령은 잠시 성운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유령만 아니었으면 정수리에 꿀밤을 한방 먹여줬을 것이다.

성운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트윈즈 유령을 따라 발을 내딛었다.


-찰박


물?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침수됐나?”


심해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아크이니 침수는 당연했다.


“발이 젖는 건 싫은데···.”


성운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을 삼켰다.


“허어···.”


공동의 넓이는 못해도 서울 광장만 했다.

말도 안 되는 규모다.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아크 지하에 이렇게나 거대한 공동이 있다니!

성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저건!”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의 시설물이 보였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과 알 수 없는 기계설비들. 사르코파구스를 사용하려면 필연적으로 가야 했던 아크의 최중심부.


도착한 곳은 바로 아크 로렐라이의 챔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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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6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3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89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7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4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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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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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1 14 10쪽
»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4 10 12쪽
39 38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7- 21.12.09 309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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