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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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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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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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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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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DUMMY

성운은 온몸에 기계장치를 달고 있는 트윈즈를 살펴봤다.


소녀의 가냘픈 등에는 굵직한 튜브가 여럿 연결돼 있었다. 머리에는 뇌파측정기 비스무래 한 것이 씌워져 있었고, 관자놀이와 이마, 목에는 알 수 없는 선이 부착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가슴, 손목, 발목··· 하여간 몸의 곳곳에 무언가가 꽂힌 상태였다.

성운은 그런 트윈즈 소녀의 모습에 울컥했다. 이렇게 작고 여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 이게 다 어디에 연결돼 있는···?”


성운은 의료기기 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말을 멈췄다.

원래 사르코파구스가 있어야 할 위치에 웬 거대한 기계장치가 있었다.


이게 뭐야?


성운은 기계장치에 다가갔다.

어딘가 냉장고와 닮은 모양새다. 설마 미래형 김치냉장고라도 만드는 걸까? 드디어 이세계에서도 K-냉장고의 위대함을 알게 된 거구나!


“그럴 리가 없지.”


성운은 머리를 휘휘 젓고 기계장치를 자세히 살펴봤다.

기계의 여닫이문은 통유리였는데 내부에는 불투명한 액체가 가득했다. 배양기 같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양하는 걸까?

성운은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통유리에 얼굴을 들이댔다.


-쿠웅


“우앗?”


거대한 촉수 빨판이 유리판에 달라붙었다.

깜짝 놀란 성운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실험하는 거랬어.”


트윈즈 소녀가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험? 실험을 하는 거라고? 누가?”


성운이 묻자 소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몸을 돌려 앉았다.


“이름은 몰라. 그 사람은 로렐라이가 침몰하고 난 후 나타났어. 그리고 10년 동안 쭉 머무르고 있지.”


침몰하고 난 후 나타났다?

그렇다면 식인아귀호 말고도 선객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성운은 그제서야 트윈즈 소녀가 누구를 말하는지 직감했다.


“앱솔루트···!”


새결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이야기 중반 내내 질질 끌려 다니게 만든 장본인.

그러나 이야기에서 이런 트윈즈와 기괴한 실험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거 존나 중요한 부분이잖아 망할 놈아!”


화가 난 성운은 씩씩 거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이렇게 중요한 장면을 무슨 생각으로 빼먹은 거야! 분량 맞추기라도 하느라 그런 거냐? 아니면 만취상태로 글을 쓴 건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그런데 쵸즌, 여기는 위험해. 어서 나가지 않으면 그가 돌아올 거야.”

“얼마든지 오라고 그래! 너는 괜찮아?”


소녀는 힘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괜찮아.”

“남동생은··· 죽은 거야?”


소녀는 끄덕였다. 역시 그런 거였나. 트윈즈 유령은 누나를 지키기 위해 죽어서도 아크 로렐라이를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정을 잘 보이지 않는 트윈즈도 이때만큼은 슬퍼하는 것 같았다.


“마더도 영영 깨지 못하는 잠에 빠졌어. 자식들을 너무 많이 잃은 슬픔에··· 윽.”


소녀의 몸에 연결된 튜브가 불길한 초록색 빛을 뿜으며 반짝였다. 그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렸다. 그러다가 스르륵 바닥에 쓰러지려고 했다.

성운은 얼른 소녀를 부축했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오, 당최 이건 뭔지도 몰라서 떼어낼 수도 없네.”


[튜브]

[심박동기기]

[뇌파기기]


[의료장치]


UI로 나타나는 설명문구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문지식이 없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성운은 소녀를 가볍게 들어 다시 의자에 앉혔다.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소녀는 숨을 심하게 헐떡거리다가 겨우 입을 이었다.


“그 남자는 아크의 시설을 이용해서 끔찍한 실험을 하고 있어.”

“무슨 실험인데?”

“마더의 의식과 트윈즈의 세포, 그리고 타이탄비스트를 합성하는 실험.”


오, 듣기만 해도 끔찍한데?

악당들이 밥 먹듯이 해대는 인륜을 무시하는 무시무시한 생체실험이다.


“10년 동안 실험은 크게 진전이 없었어. 그는 그것 때문에 매우 화가 나 있고. 어서 돌아가. 이곳은 위험해.”

“위험하다고?”


성운은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난 쵸즌이야. 슈퍼히어로라고.”

“히어···로?”

“그래, 악당놈들 엉덩이를 걷어 차주고 착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영웅이지.”


소녀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더니 성운의 품에 머리를 밀어 넣었다. 품에 안으니 비에 젖은 강아지 마냥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이 로렐라이의 트윈즈는 다른 트윈즈에 비해 감정이 더 풍부했다.

영혼의 짝을 잃은 데다 마더까지 영면에 들어가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10년간 이어져온 끔찍한 인체실험 탓일 수도 있다.

성운은 조용히 소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갑자기 엄청난 진동이 바닥에 울려퍼졌다.

깜짝 놀란 성운은 뒤를 돌아봤다. 히에로펀트의 유해 쪽에서 밝은 빛이 솟구쳤다.


“앗차차, 새결의 이벤트가 시작됐구나!”


# # #


새결은 불길한 진동을 감지하고 바로 총을 들어올렸다.


그럼에도 시선은 여전히 샤쇠르에서 떼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튀어나가서 샤쇠르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싶었다.

그러나 새결의 육감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언가 온다.’


새결의 감은 적중했다.

반대편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나타난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홍합?”


바로 식인아귀호 일행이 마주쳤던 새끼 타이탄비스트였다.

진지충인 새결마저도 새끼 타이탄비스트를 봤을 때 가장 떠올린 생명체는 ‘홍합’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새결답게 문답무용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사실 새결은 홍합이건 가리비이건 뭐든 나왔어도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탕탕탕탕탕!


총구에서 수십 발의 총알이 초단위로 발사됐다.

새끼 패러사이트는 흐느적거리는 촉수를 들어 올렸다.


-우웅!


기묘한 진동음과 함께 발사된 총알들이 공중에 멈췄다.

새결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총을 내렸다. 총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지겹도록 봤다. 그는 곧바로 헌터장갑에 간섭력을 모았다.


-슈 슈 슈 슈욱!


새끼 타이탄비스트가 총알을 새결을 향해 산탄처럼 흩뿌려 날렸다.

총으로 발사된 만큼은 아니었지만 매서운 속도다. 마땅한 엄폐물도 없는 지형이라서 새결은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맞게 된다면 가벼운 부상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아아앗!”


이미 새결은 상대방이 총알을 되돌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새결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헌터장갑에 응축시킨 간섭력을 강하게 방사했다.


-후우우욱!


아르투르가 사용했던 쇼크웨이브다. 간섭력이 다소 부족했어도 탄환의 궤도를 빗겨내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새끼 타이탄비스트의 총알 되돌리기는 생각보다 정확했다. 새결이 서 있던 곳을 벌집으로 만들더니, 회피하는 새결의 뒤를 빗줄기처럼 따라왔다.


-파파파파팟


결국 총알 하나가 새결의 볼을 스치면서 긴 상흔을 만들어냈다. 허나 개의치 않았다. 잽싸게 탄창을 바꾼 새결은 곧바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전생 전에도 이만 한 놈은 잔뜩 있었어.’


그리고 모두 새결의 손에 쓰러졌다. 새결의 장점은 어차피 간섭력이 아니었다.

새결은 날쎈 움직임으로 타이탄비스트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간섭력을 집중한 그의 각력은 한 걸음에 10미터 이상을 박찼다.

갑자기 거리를 좁혀온 새결에게 당황했는지 놈의 촉수가 부산스러워졌다.


-쿠웅 쿠웅 쿠우우우웅


촉수가 다시 꿈틀대고, 중력파가 연이어 떨어졌다.

모조리 피해낸 새결은 타이탄비스트의 갑각 사이를 겨눈 채 풀오토 사격을 날렸다.


-타타타타타타탕


타이탄비스트도 각오했는지 예의 중력간섭이 다시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중력장에 아무런 총알도 붙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했다.

새결이 쏜 총은 공포탄이었다.

달리기 직전 바꾼 탄창, 그 안에 담긴 것은 실탄이 아닌 위협용 공포탄이었던 것이다.


“잡았다!”


기합인지 외침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새결은 비장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각성자용으로 개조된 대물권총이었다.


-투아앙!


큼지막한 총신이 번뜩이고, 묵직한 총성이 터져 나왔다. 일반적인 총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무거운 철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장갑차를 찢는 탄환이 타이탄비스트의 속살에 명중했다.

허나 그것뿐이었다. 흘러내리는 선혈도, 고통에 찬 포효나 신음소리도 없었다.


“큭, 간섭효과!”


대물총탄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양 산산조각이 났다. 놈의 신체 표면에도 중력장이 흐르고 있었던 탓이다.

놈은 화가 났는지 중력을 이용해 총탄가루를 새결에게 쏟아 부었다. 돌과 철을 깎아내는, 그야말로 강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결은 그 위력에 종이처럼 날아갔다.


“크아악!”


나가떨어진 새결은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자신이 흘린 피로 얼룩져 있었다. 검붉게 변한 얼굴에서 오직 두 눈의 흰자만이 새하얗게 빛났다.


‘샤쇠르!’


방금 전의 공방을 통해 새결은 적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

총탄을 역장실드로 막는 것 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체 표면을 전부 간섭력으로 뒤덮는다? 이미 새결 따위는 압도하는 간섭력 컨트롤을 지니고 있었다.


-우우우웅!


새결이 있던 바닥이 또 다시 푹하고 들어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인이 걸어 다니듯 놈의 촉수가 흔들릴 때마다 망치자국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꾸웅!


새결은 공격을 직감하고 갈지자로 뛰었다. 타이탄비스트 유해 위의 중력이 가벼워서 따로 간섭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다. 새결은 유해의 꼭대기를 향해 뛰어올라갔다.


“이야아아아앗!”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폭음을 무시하며 새결은 있는 힘껏 샤쇠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눈앞이었다.

그리고 새결의 손은 유해에 꽂힌 샤쇠르의 손잡이에 닿았다.


-후우우우우우욱


샤쇠르를 잡는 순간 공기가 샤쇠르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아크 로렐라이를 뒤흔드는 충격이 샤쇠르를 잡은 새결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샤쇠르를 잡은 새결은 감전된 듯 몸이 굳었다.

그리고 엄청난 힘의 격류가 심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는 막혀 있던 간섭력이 혈관을 따라 흐르는 감각이었다.


“크아아아······.”


머리 안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 같았다. 새결은 두 눈을 까뒤집으며 신음을 흘렸다.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이 눈을 떴다. 세포 하나하나가 샤쇠르에 반응해 공진을 일으키는 듯 했다.


새결은 환각을 봤다.


히에로펀트는 아크 로렐라이를 공중에 띄워 바다 위에 떨어트리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에 성공한다.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수면에 떨어지면 그것은 맨 땅에 부딪히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추락한 아크는 엉망으로 박살나며 바닷속으로 처박혔다.

그러나 마지막 힘을 짜낸 다미앙 말레는 아크의 충격을 직접 흡수한다. 그리고 이를 간섭력으로 변환, 마지막 일격을 히에로펀트의 머리에 꽂는다.

수천 개의 간섭력으로 벼려낸 칼날이 샤쇠르에 모여 거대한 검이 됐다. 샤쇠르가 히에로펀트의 미간을 꿰뚫었다.


“아, 아버지···.”


다미앙 말레의 최후가 보였다. 동시에 그것은 히에로펀트의 최후이기도 했다. 다미앙 말레의 일격에 히에로펀트는 지상에서 그대로 챔버까지 뚫고 들어간다. 그리고 절명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새결이 괴성을 지르며 샤쇠르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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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6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3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0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89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7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4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6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2 14 12쪽
43 4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1- +6 21.12.14 342 15 11쪽
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1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2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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