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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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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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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8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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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2.0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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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DUMMY

유리스 무리와 성운, 렐은 이졸데 아카데미 구기숙사 뒷마당으로 나왔다.


뒷마당은 널찍한 공터로, 쓰레기장과 소각장으로도 사용됐다.

시멘트 바닥은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아서 깨지거나 흙에 파묻혀 있었다. 잡초까지 무성히 나서 지면이 울퉁불퉁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자 상당히 으슥했다. 그나마 가로등이 세 개나 있었는데, 그 중 불이 들어온 것은 하나뿐이었다.


“좋아. 여기라면 괜찮겠지.”


유리스가 버려진 소파 하나를 질질 끌고 와서 중앙에 앉았다. 보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얼굴이 너무 큰 나머지 안경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휘어있었다.


“히힛, 두근두근거리는데!”


에스벤은 안경 위에 보안경을 덧쓰고 있어서 안경다리가 귀에 부자연스럽게 걸쳐져 있었다. 그는 손바닥을 비비며 유리스 곁에 비집고 앉았다.


“아유 귀여워라. 우헤헤 확 유괴해버릴까봐!”


그 중 제일 상태가 괜찮은 것은 비비안이었다.

그녀는 렐을 곰인형 안 듯이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보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 영 위험해보였다. 그럼에도 렐은 얌전하게 비비안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이거 안전한 거 맞지?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성운은 유리스 무리가 만든 혼신의 역작 ‘대파멸 망치’를 들고 섰다. 유일하게 불이 들어온 가로등 아래에 서 있으니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데이터상으로는 문제없어! 시험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말이야.”


유리스가 엄지를 척 하고 올렸다.

정말 하나도 안 믿음직스러웠다. 이렇게까지 불안할 수가.

성운의 눈동자가 보안경 아래에서 동요로 흔들렸다. 폭발하면 이딴 안경 쪼가리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쵸즌의 몸이라 죽을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영 께름칙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파멸 망치의 코어는 간섭력에 반응하는 고농도 인터퍼리듐(Interferidium)이야. 안정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효율은 확실해. 저걸 하나 구하는데 우리가 모아둔 비상금을 몽땅 쏟아 부었단 말씀.”

“우리를 믿어 성운쿤.”


비비안과 에스벤이 맞장구쳤다.

인터퍼리듐은 뭐지. 프론테라에만 있는 희귀소재라도 되는 걸까. 뭐든 간에 여전히 안심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하이리스트 하이리턴이라니. 자기들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너무 멋대로 지껄이는 거 아니야?


“후우, 하여간···.”


쵸즌의 UI로 망치의 소재를 확인해도 알 수 없는 단어만 주욱 하고 들어섰다. 애초에 화학주기율표도 제대로 외워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이번 일이 잘 풀리면 전용병장을 얻고 싶었던 성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다. 공모전에 입상되면 성운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구매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동력장갑복의 암파츠를 만들 정도면 조금은 믿어도 되겠지.


성운은 망치를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간섭력을 흘러 넣었다.


-쿠우우우웅


대파멸 망치가 성운의 간섭력에 반응하며 눈을 떴다.

망치머리 중앙에 위치한 인터퍼리듐 코어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손잡이로 은은한 온기까지 전해졌다.


“오오···!”


이를 구경하던 유리스 무리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역시. 우리 설계는 잘못된 게 아니었어. 사용자의 간섭력 밀도 차이야!”

“설계상 방출 4랭크까지는 거뜬히 버텨.”

“성운쿤! 아무거나 때려봐!”


에스벤이 쓰레기 더미를 향해 가리켰다. 그곳에는 다리 한쪽이 없는 테이블이라던지 등받이가 부러진 의자 등이 있었다.


“으음.”


성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버려진 테이블에 다가갔다.


“한다?”

“해버려! 맘껏 해보라고!”


성운은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대파멸 망치를 내려찍었다.


-꽝!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며 테이블이 산산조각이 났다. 가볍게 휘둘렀을 뿐인데 엄청난 위력이었다.


“워후!”

“시워언하다아!”

“끝내주는데!”


소파에 앉아 있던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렐은 여전히 차분한 눈으로 성운을 보고 있었다.


성운의 두 눈도 동그랗게 뜨며 박살난 테이블의 잔해를 살펴봤다. 인터퍼리듐 코어 주변으로 은은한 푸른빛이 맴돌고 있었다. 코어에서 발생하는 역장이 파괴력을 증폭시키는 구조였다.


“대파멸 망치의 역장은 피격대상의 분자구조를 끊어내서 산산조각 내버린다구! 이히히, 이게 정말 될 줄이야!”

“그러게 재수 없으면 사용한 사람의 손이 날아가 버릴 수 있었는데.”

“성운쿤 초럭키네!”


이 망할 놈들이?

성운은 어이가 없어서 유리스 쪽을 바라봤다.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엄지를 척 하고 올렸다.


“이참에 더 단단한 것을 때려봐! 하야끄 하야끄!”


유리스는 흥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 모습에 성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알게 됐는데 유리스 무리들은 살짝 매드사이언티스트 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제법 쓸 만한 전용병장이었다.

리빙메탈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이는 무기를 만들 정도면 당장이라도 일류 공방 취직도 가능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성운은 이 듬직한 망치 형태의 무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떨떠름했다면 지금은 살짝 애정이 싹텄다랄까.


“그, 그럴까? 또 한 번 휘둘러볼까?”

“그래 어서 보여줘! 대파멸을 일으켜!”

“푸후후, 성운쿤 참지 말라구.”

“꺄아~ 렐도 어서 오빠 응원해줘!”


유리스와 에스벤은 이미 흥분의 도가니다. 비비안은 우두커니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렐의 손을 들어 인형 조종하듯 이리저리 휘둘렀다.

성운도 갤러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분위기를 타버렸다.


“이것이 힘? 와타시··· 강해진 것 같아.”


성운은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험할 대상은 얼마든지 있었다. 문짝이 떨어져 나간 붙박이장, 고장 난 전자레인지 등등 끝도 없었다.


-쿵! 콰앙! 퍼엉!


“으하하하! 과연 본좌에게 어울리는 무기로다!”


신나게 버려진 쓰레기들을 박살내던 성운은 광소를 터트리며 대파멸 망치를 치켜들었다. 유리스 일행들도 신이 나서 성운을 더욱 부추겼다.


“진짜 쓸만한데 이거?”


성운은 간섭력을 사용하는 부담감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느꼈다.

그 해방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매번 걸을 때마다 땅이 무너질 것 같아서 발끝을 세워서 다녔다가, 마침내 다리에 힘을 주고 걷는 기분이다.

대파멸 망치에 간섭력 10분의 1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였다. 그야말로 고효율! 만약 전력을 쏟아 부으면 어떤 파괴력을 보일지 내심 기대됐다.

이래서 헌터들이 자기들만의 전용병장을 갖기 위해 눈을 불을 켜고 다니나 싶었다.


“후욱 후욱, 더 크고 단단한 녀석이 필요해.”


성운은 구부정한 자세로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아직 부족했다. 대파멸 망치의 잠재력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 조금이라도 더 맛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더 때려 부술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구기숙사 건물 벽을 때릴 수는 없었다.


그때 고장이 나서 불이 켜지지 가로등이 성운의 눈에 들어왔다.

가로등은 단단하게 지면에 박혀 있었다. 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기는 했어도 철제 가로등이다.


“요녀석 아주 강해보이는구만.”


성운은 가로등 앞에 섰다.

환호를 보내던 유리스 무리들도 침을 꿀떡 삼키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성운은 집중된 시선을 느끼며 간섭력의 밀도를 조금 더 높였다.


“하앗···!”


-후우우우우웅


대파멸 망치의 인터퍼리듐 코어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스파크가 튀었다. 역장이 커지며 돌풍까지 일으켰다.


“끝내준다···!”


유리스는 그 모습을 보며 감격했다.

설마 이 정도까지 효율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푸르스름한 역장을 휘감고 있는 대파멸 망치의 모습은 흡사 신화 속에서나 보던 신기(神器)의 모습이었다.


“간다아!”


빛이 너무 강해진 탓에 유리스 무리는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비비안은 렐의 눈도 가려주려고 팔을 들었으나, 렐은 몸을 비틀며 그 광경을 끝까지 지켜봤다.


성운은 대파멸 망치를 휘둘러 전봇대를 후려쳤다.


-꽈광!

-챙그랑! 챙그랑!


엄청난 굉음.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이 번쩍이며, 돌풍이 불었다.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부러질 듯이 휘어졌다. 구기숙사의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버렸다.


그리고 간섭력을 머금은 대파멸 망치는 가로등을 손쉽게 부서트렸다. 맞은 부위가 폭발하며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파괴력이다.


‘아차, 과했다.’


성운은 너무 신을 낸 난 탓에 간섭력 컨트롤을 실패했다.

그 여파로 가로등을 손쉽게 부러트리기는 했는데 대파멸 망치의 머리 부분까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성운은 망치머리가 없이 길쭉한 손잡이만 들고 있었다.


“으아아 귀가··· 귀가 멀어버렸어!”

“흐이이이이 눈이 안보여! 대파멸 해버렸어!”


유리스 무리는 소파채로 뒤로 넘어가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엄청난 굉음과 빛에 의해 눈과 귀가 일시적으로 멀어버린 것이다.

성운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 사고쳤네.”


방금 전 터진 빛은 거의 플래시뱅 열 개를 한 번에 터트린 수준이었다. 그나마 보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맨눈으로 봤으면 눈이 멀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렐만은 멀쩡했다.

렐은 넘어간 소파를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느리게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멋있어. 쵸즌.”


저거 비아냥거리는 걸까?

성운은 당혹감에 입만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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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1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2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1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9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8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5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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