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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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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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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60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2.01.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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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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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DUMMY

성운과 유리스 일행이 탄 리무진, 식인검치호는 아크 이졸데의 시내를 지나 뱅크시호가 정박한 항구로 향했다.


“···.”

“···.”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은 얼굴로 창밖만 바라봤다.

사실 불편한건 그랜트와 보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과묵하게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학생과 프론테라의 해적.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사실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은 보리스와 그랜트 나름의 배려이기도 했다. 괜히 말을 걸어서 겁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역시 험악해 보여도 마음은 순한 사람들이었다.


“흠 흠.”


이에 성운은 헛기침을 하며 무거운 정적을 깼다.

이러다가는 도착하기도 전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그, 잘 지냈어? 별일은 없었고?”


성운이 어렵게 운을 때자 보니가 피식 웃었다.


“아주 끝내줬지. 덕택에 식인아귀호 칠도 새로 했어. 다음에 한번 구경오던가.”


보니 선장은 성운에게 받은 막대한 크레딧으로 식인아귀호를 수리하고 승조원들의 밀린 월급(?)을 치렀다. 당분간은 돈 걱정이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도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모크는 어때?”

“여전해. 인공지능 치매라는 건 고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라던데?”

“인공지능 치매요?”


뒤에 앉아 있던 에스벤이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렇게 오래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케헷, 우리 잠수정의 OS야. 왜, 꼬맹아. 인공지능 의사선생이라도 되려는 거냐?”

“맙소사 잠수정의 인공지능이라구요?! 엄청난데요? 기종을 물어볼 수 있나요?”


곁에 있던 유리스도 눈을 반짝였다. 보니는 식인아귀호에 관심을 가진 것에 기쁜 나머지 코를 비볐다.


“딥웨이브사 4세대 잠수정 W-890야.”

“헤엑? 실제로 항해가 가능한건가요?”

“하!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아가씨. 녀석은 쌩쌩하다고.”


식인아귀호의 승조원과 아카데미의 공돌이 오타쿠들이 잠수정을 주제로 신나게 대화를 이어갔다.

오히려 말문을 틔게 한 성운이 대화에서 제외될 정도였다. 그래도 분위기가 좀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유나가 해준 경고가 신경 쓰여서 운전수 겸 경호원으로 그들을 고용한 것은 정답이었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설마 뱅크시가 이졸데같은 강촌 아크에 올 줄은 몰랐어.”

“그러게요. 듣기로는 항로를 급하게 수정해서 이졸데로 왔다고는 하던데요.”

“그래. 보름 전에 발생한 기현상 때문이었지. ‘우연히’말이야.”


보니가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이에 성운은 움찔했다.

우연히?


“해저 화산폭발이라도 일어났는지 해류가 요동쳤다던데요. 케헷, 참 ‘우연의 일치’죠?”

“음, 전문가들에 따르면 엄청난 수의 타이탄비스트의 움직임도 있었다. ‘우연하게도’ 말이야.”


보리스와 그랜트가 성운만 알아보게끔 살짝 눈짓했다.

아크 로렐라이의 침몰을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식인아귀호 승조원들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 성운만 차마 웃지를 못했다.


“세상에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으, 고향에 돌아갈 때 다시 또 배를 타야하는데 이래서는 불안해서 어떻게 잘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음? 그럴 때는 우리 식인아귀호를 찾아주라고. 어이, 그랜트.”

“케헤헷, 사람부터 애완동물, 물건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안전하게 배달해드립니다. 자자, 여기 명함 받으시고.”


그랜트가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영업이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명함을 불에 비춰서 연신 떠들어댔다.


“우와, 감사합니다. 으응? 근데 해적···?”

“아오 망할놈아 내가 ‘해운수송’이라고 문구 수정하라고 했잖아!”

“무리입니다. 선장님. 아직도 쌓여있는 명함이 천장 가까이 돼요.”

“키히힛, 걱정 마십쇼. 그래서 제가 ‘합법적인’이라고 하나하나 적어뒀다구요.”


보니는 진저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뭐 됐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내릴 준비해.”


보니의 말대로 리무진은 불이 꺼진 시내를 지나 항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성운이 창문을 살짝 내리자 소금기 섞인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히이익, 저 차 좀 봐.”


항구에 들어서자 제법 으리으리한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보니는 천천히 리무진의 속도를 감속했다. 차가 갑자기 많이 막혔다.


“촌구석 아크치고는 차가 좀 많은데?”

“흥, 촌구석에서 벌어지는 역대급 이벤트니까. 이졸데에 있는 높으신 분들은 다 몰려왔겠지.”


보니가 코웃음치며 핸들에 손을 올렸다.

지루하게 차가 멈춰 있었는데 옆으로 다른 고급스러운 차 한 대가 지나갔다. 스쳐지나가는 차는 성운이 타고 있는 검은 리무진과 다르게 디젤 연료의 자동차였다.


“응?”


짙은 썬팅과 두터운 방탄 소제의 유리. 그 너머로 친숙한 얼굴이 보였다. 쵸즌의 초월적인 시력이 아니었으면 절대 알아 볼 수 없었다.

차 안에는 사스키야와 리처드 그리고 에르네스토가 있었다.

보니의 말대로 이졸데에서 나름 힘좀 쓴다는 사람은 뱅크시로 몰려든 것 같았다.


“허 참, 난리도 아니네.”


설마 새결도 온 건 아니겠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밤에도 새결은 아르투르 무리와 함께 지옥 특훈을 하고 있었다. 성운은 애써 불안감을 잠재우며 시트에 등을 기댔다.


‘통제불능의 살인광에 불과해요. 아주 위험한 인물입니다.’


성운은 유나가 어둑시니에 관해 경고했던 말을 떠올렸다.

불안하다. 그리고 이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기 마련이다.


“정신차리자. 나만 정신차리면 돼.”


성운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걱정마 성운아! 스톰혼의 뿔 조각은 우리 같은 제작자들 아니면 노리는 사람이 몇 없을거라구.”

“그래, 기껏해야 타이탄비스트 애호가들이나 살 법한 쓸모없는 물건이야. 긴장할 필요 없어.”


아이들은 성운이 긴장하는 이유를 다른 것으로 착각하고 다독여줬다.

리무진은 뱅크시호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의 인도에 따라 적당한 곳에 주차했다. 차에는 보니만 대기하고 그랜트와 보리스만 아이들과 함께 내렸다.


“선장님은 여기 계십니까?”

“그래. 저런 곳에 5분이라도 있으면 토해버릴걸? 너희이나 갔다와. 술은 마시지 말고!”

“키히힛, 걱정마십쇼. 받은 만큼 일은 해야죠.”


성운은 리무진에 내려서 뱅크시호를 올려다봤다.


“진짜 크네.”


성운이 첫 감상을 말했다.

살면서 이렇게 큰 배는 처음 봤다. 간단히 말해서 아크 춘향에서 싸웠던 스톰혼보다 컸다.

뱅크시는 무려 10층에 달했고, 선미 쪽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길었다. 안에 운동장이 있다고 해도 믿겨질 정도였다. 아니다. 실제로 운동장이 있지 않을까?


“길이만 해도 513m. 넓이는 130m에 달한다고. 수영장, 스파, 카지노, 체육관, 도서관, 극장··· 온갖 호화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지. 그야말로 바다 위의 호텔!”


에스벤이 눈을 반짝이며 뱅크시의 제원을 줄줄 읊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대형 선박이나 전차 같은 프라모델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하핫, 내가 살다 살다 뱅크시에 타볼 줄이야.”

“고마워 성운. 네가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꿨을 거야.”


성운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거대한 유람선이 위험천만한 프론테라의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다니. 아마 내부에는 방호시스템이 빈틈없이 구축돼 있을 것이다.


“도검류는 반입금지 물품입니다.”


성운의 예상대로 덩치 큰 경호원들이 방문객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어깨가 성운의 두배만했고, 움직일 때마다 상의 안쪽에 착용한 권총이 살짝 보였다.


“이건 안 돼! 검사에게 있어 도(刀)는 목숨과 같다고.”


그런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그룹이 하나 보였는데, 다름 아닌 에르네스토와 리처드 그리고 사스키야였다.


“그렇다면 안심하시고 저희에게 맡기시지요. 뱅크시에서 이런 험악한 물건이 필요할 경우는 없을 테니까요.”


문제가 된 것은 에르네스토가 허리춤에 찬 동양식 도(刀)였다.

완만한 곡선을 이룬 도는 별다른 장식은 없었지만, 특유의 간결한 미학이 돋보였다.

손잡이에는 미끄럼방지를 위해 청록색 비단 끈이 묶여 있었고, 끝 부분은 수술처럼 길게 빼서 마감돼 있었다.


경호원은 에르네스토의 도를 빼앗기 위해 손을 뻗었다.


“손치우시지.”


에르네스토가 경고하며 도 손잡이 손을 올렸다.

평소의 경박했던 모습은 없었다. 그의 두 눈이 차갑게 빛을 내며 경호원을 노려봤다.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순식간에 에르네스토를 둘러쌌다.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에르네스토 진정해! 잘 설명하면 될 일이야. 검에서 손 때!”

”이봐요! 사전에 분명 고지 드렸는데 이게 무슨 무례죠? 책임자 불러오세요!”


당황한 리처드는 에르네스토를 말렸고, 사스키야는 더욱 난리를 치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예외는 없습니다. 뱅크시에서 흉기 반입은 금지입니다. 당장 검에서 손 때십시오!”


당장이라도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경호원들은 슬그머니 품속에 손을 넣고 있었다.

이쯤 되자 리처드와 사스키야도 위태로운 분위기에 속에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르네스토도 자세를 낮게 숙이며 발도 자세를 취했다.


“뭐하는 거야 지금!”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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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2- 22.01.22 84 3 10쪽
»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4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0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8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5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2 14 12쪽
43 4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1- +6 21.12.14 342 15 11쪽
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2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5 10 12쪽
39 38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7- 21.12.09 309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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