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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33,846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2.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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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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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DUMMY

새결은 샤쇠르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샤쇠르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롱소드에서 아밍소드(Arming Sword, 한손검)에 가깝게 변형했다.

검날의 폭은 좀 더 넓고 두꺼웠고 손잡이와 일체형이었다. 아밍소드라기보다는 바이킹들이 사용했던 바이킹소드와 더 흡사했다.


-우우웅 우웅


타이탄비스트는 뭔가 상황이 바뀐 것을 감지하고 곧바로 촉수를 허우적거렸다. 적의 입장에서는 지금 새결은 빈틈투성이였다.

보이지 않는 중력 망치가 새결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타이탄비스트의 공격에 새결은 본능적으로 검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후우우우욱


샤쇠르에서 역장이 돔 형태로 발생하며 새결을 감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정삼각형으로 이뤄진 간섭실드였다.


-쿠웅 쿠웅 쿠우웅!


강력한 중력 망치가 몇 번이나 간섭실드에 내려 찍혔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간섭실드를 겨우 만들어냈던 새결은 이제야 제대로 각이 생긴 도형 간섭실드를 만들어냈다.


“윽···.”


새결은 온몸에 흐르는 간섭력을 느끼며 당황했다. 검 손잡이로부터 전기에 감전된 듯 찌르르한 감각이 팔을 타고 흘렀다.

회귀 전 오딜리에로부터 샤쇠르를 건네받았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그때도 잠들어 있던 간섭력을 일깨운 개운한 감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환각을 보거나 폭발적인 힘을 느끼지는 못했다.

마치 아버지 다미앙 말레가 곁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버지의 힘이 샤쇠르에 잔류하고 있어.’


새결은 샤쇠르에 간섭력을 집중했다.

샤쇠르가 간섭력에 반응해 바르르 떨었다. 그러자 황금빛으로 빛나는 칼날 두 자루가 새결 어깨 높이에 둥실 떠올랐다.


“두 자루가 한계인가.”


천검이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아버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간섭기술이었다. 회귀 전 새결은 샤쇠르의 간섭 칼날을 최대 열 개까지 뽑아냈다.

뭐 좋아. 아직 모든 힘을 사용할 수는 없어도 이정도면 충분했다.

새결은 피투성이 얼굴을 소매로 문질러 닦았다. 이제 반격할 차례였다.


“끼루르르르륵.”


타이탄비스트가 관모양 입을 꾸물거리며 유리를 긁는 듯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녀석도 새결의 변화에 눈치 챈 듯했다. 놈의 촉수가 판토마임을 하듯 움직였다.


-우우우우웅


돌연 불투명한 벽 두 개가 새결을 가운데 두고 나타났다. 중력 벽으로 짓이겨 버릴 셈이었다.


“흐읍!”


새결은 가볍게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파앙!


새결이 있던 자리에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폭발했다. 중력 벽이 겹쳐지며 생겨난 공기 파열음이다. 어찌나 묵직했는지 등 뒤로 밀려나오는 압력이 느껴졌다.

새결은 이를 추진력 삼아 더 빠르게 달렸다.


-타다닥


몸이 가벼웠다. 힘을 되찾으니 간섭력이 미약했던 과거와의 격차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지금의 새결이라면 이졸데 아카데미의 상급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새결은 순식간에 타이탄비스트 앞까지 다가갔다.


“하앗!”


공중에 떠 있던 두 자루의 간섭 칼날이 움직였다.


-스스스슥


간섭 칼날이 교차되며 베어졌다. 어찌나 빠르게 휘둘러졌는지 황금빛 줄기가 은은하게 남으며 허공에 엑스자를 그렸다. 마치 공기를 벤 듯 가벼웠다.

대구경 권총으로도 뚫지 못했던 중력장이 갈라졌다.


“하아아아앗!”


중력장이 사라진 틈에 새결은 샤쇠르를 쭉 뻗어서 좌우로 벌어진 검은 갑각 틈새로 찔러 넣었다.


-푸욱!


물기를 잔뜩 머금은 진흙을 찌른 감각이 손으로 전해졌다.

새결은 더욱 힘을 줘서 샤쇠르를 박아 넣었다.


-텁!


타이탄비스트가 갑각을 오므렸다.

그 탓에 반절 가까이 들어간 샤쇠르가 갑각에 의해 붙잡혔다.


-주르륵


샤쇠르의 검날에 푸르스름하고 찐득한 체액이 흘러내렸다. 손맛은 있다. 완전히 꿰뚫지는 못해도 제법 깊게 찔렸다.

공격이 제대로 통했는지 새끼 타이탄비스트가 비명을 질렀다.


“꾸르르르르륵!”


놈의 촉수가 새결의 몸을 휘감았다.

촉수는 새결의 목과 샤쇠르를 움켜쥔 팔, 다리와 몸통을 붙잡았다.

30미터에 가까운 거체의 촉수다. 평범한 문어도 사람 팔을 붙잡으면 빨판 자국이 남는다. 타이탄비스트의 촉수라면 사람을 붙잡아 으스러트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새결은 촉수에 힘이 미처 들어가기 전에 빠르게 간섭 칼날에 정신을 집중했다.


“샤쇠르!”


-슈우우우우욱 슈숙!


간섭 칼날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촉수를 뱄다. 칼날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성인 남성 허벅지만한 촉수가 하나씩 잘려나갔다.


“끼루루루 꾸룩!”


타이탄비스트가 고통에 몸부림 쳤다. 녀석이 마구잡이로 주변을 중력 망치로 내려찍으며 발악했다.


-쿠웅 쿠웅!


허나 이번에도 단단한 간섭실드에 가로막혔다.

그 와중에도 새결은 간섭 칼날을 조종해서 촉수를 마구잡이로 잘라냈다.

그것과 동시에 샤쇠르의 손잡이 폼멜에 다른 손을 올려 힘껏 밀었다. 양 손의 힘을 받은 샤쇠르가 갑각을 비집고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카가각


갑각에 단단하게 붙잡힌 샤쇠르의 겁날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새결은 숨을 내뱉었다.


“뒤져어어어어어어!”


-푸학


새결의 얼굴에 푸른 진액이 튀어 올랐다. 샤쇠르의 검날 반절 이상이 타이탄비스트의 속살에 박혔다.

그 순간 새결은 샤쇠르를 힘껏 위로 밀어서 베어 올렸다.


-촤악!


공중에 떠 있던 타이탄비스트가 힘을 잃고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놈은 완전히 갑각을 열어젖히고 푸른 체액을 질질 흘렸다. 엉망으로 잘려나간 촉수만 주변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허억, 허억···.”


히에로펀트의 새끼 타이탄비스트는 단계가 제일 낮은 타이탄비스트였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의 주니어 학생이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서 있는 사람은 새결 뿐이었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새결이 샤쇠르를 머리 높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폐에 가득 찬 울분과 초조함을 토해낸 기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전해지는 고양감. 고양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할 수 있다. 세상의 멸망을 막을 수 있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새결은 마음을 추슬렀다. 이제야말로 시작점에 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작은 승리에 취해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새결은 샤쇠르를 뽑은 자리로 다가갔다. 먼저 이곳까지 데려다 준 식인아귀호 일당에게 줘야 할 보수를 마련해야 했다.


샤쇠르가 박혀 있던 자리에는 히에로펀트의 신경다발도 함께 드러나 있었다. 신경다발은 유기체의 신체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금속성을 띄고 있었다. 마치 굵직한 광섬유 케이블과 같았다.

새결은 신경다발에 샤쇠르를 가볍게 휘둘렀다.


-카각!


신경다발이 쪼개지며 주먹만한 크기로 떼어내졌다. 새결은 신경다발 조각을 주워들어 배낭에 넣었다.

이는 히에로펀트의 신경다발인 것과 동시에 리빙메탈 원석이기도 했다.

등급이 높은 타이탄비스트일수록 리빙메탈의 순도는 높다. 특히 신경조직이 몰려있는 ‘뇌’ 부분은 리빙메탈이 많이 발굴된다.

이제 식인아귀호로 복귀해야 한다.


-짝 짝 짝 짝


느린 박수소리.

새결의 등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놀랍구나. 아무리 10년도 채 안된 어린 새끼였다고는 하나 최고등급의 타이탄비스트의 힘을 물려받은 아이였거늘. 그 무기는 뭐지? 뽑을 수도 없어서 내버려뒀는데 아주 흥미로운걸?”


잔뜩 쉬고 새된 목소리다.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간간히 들려오는 바람소리 같았다.

새결은 화들짝 놀라 등을 돌렸다.


“안 그래도 진척 없는 실험에 진이 빠진 참이었다. 어쩌면 그 검이 열쇠였을지도 모르겠어.”


정체불명의 사내가 새결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검은 코트를 입고 두건을 푹 눌러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어깨는 비정상적으로 솟아있어 걸을 때 균형이 맞지 않아 절뚝거렸다.


사내가 새결을 향해 기형적인 팔을 들어 올려 내밀었다.


“꼬맹아. 검을 내놔라.”


# # #


성운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새결의 샤쇠르 이벤트가 시작했다. 저 빛은 새결이 샤쇠르를 뽑고 각성하며 보인 것이 틀림없었다.


“으아으, 가야하는데!”


성운은 품에 안긴 트윈즈를 살펴봤다. 숨이 고르지 못하다. 배양기와 연결된 튜브로부터 기력을 점점 빼앗기는 구조 같았다.


“쵸즌, 난 괜찮아. 어서 가.”

“하나도 안 괜찮거든!”


성운은 일단 트윈즈를 의자에 제대로 앉혔다. 그러고는 넝마가 된 옷을 찢어서 등을 살폈다.

배선과 튜브가 트윈즈의 척추를 따라 주렁주렁 연결돼 있었다.


“으엑, 잘 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나겠는데··· 도대체 이게 다 어디랑 연결된 거야?”


[femoral nerve]

[obturator nerve]

[iliohypogastric nerve]


[신경다발과 유착]


알 수 없는 단어가 주욱 늘여졌다. 심지어 한글이 아닌 설명도 있다. 더더욱 모르겠다. 간혹 의학용어들은 한글이 아니라 라틴어 원문으로 사용된다는 것만 떠올랐다.


망했다. 무슨 소린지 정말 단 하나도 모르겠어.


“씨발, 이걸 떼어내려면 뭐 어쩌라는 건데!”


[자극 없이 모든 시냅스 임플란트 제거 요망]


“예? 그러니까 한 번에 모든 튜브와 연결선을 뽑아내야 한다고?”


[긍정]


UI설명 문구가 큼지막한 글씨로 적혔다. 성운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러니까 로봇 팔로 포도알 껍질을 잘라냈다가 다시 흠집도 없이 이어 붙이듯 정밀한 수술을 나보고 하라는 건가?


“시,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


[대상자의 감각기관에 치명적인 결함 발생 가능]

[사망]


불구가 되거나 죽는다.


“후우우우우우우우···.”


시간은 촉박하다. 하지만 이대로 트윈즈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해야 했다.


“히어로라고 깝쳤는데 여기서 무르면 남자가 아니다!”


성운은 소매를 걷어 붙였다.

타임어택 이벤트라니. 정말이지 퍽이나 신명나는 상황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 테이오우
    작성일
    21.12.18 02:22
    No. 1

    바이킹소드 - 고대 말~중세 유럽에서 북유럽을 중심으로 노르드인 바이킹이 널리 사용하던, 약 60~80cm정도의 길이에 1.2~1.5kg 정도의 한손용 도검이다. 찌르기보다는 베기를 주로 사용하도록 검신의 폭이 넓고 경량화를 위해 칼날에는 풀러가 파여있다. 칼 끝 부분을 제외하면 테이퍼 경사가 거의 없어 양 날은 거의 수평에 가깝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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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6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3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0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89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7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4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6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1 14 12쪽
43 4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1- +6 21.12.14 342 15 11쪽
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1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2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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