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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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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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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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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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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4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3-

DUMMY

뱅크시의 경매사, 옥셔니어가 등장했다.


옥셔니어는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중년 남성으로 남색 정장에 오닉스가 박힌 볼로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며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단상 위에 올라섰다.

경매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은 옥셔니어에게 고정됐다. 드디어 오늘 밤 뱅크시호 메인 이벤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옥셔니어는 좌중을 한번 슥 훑어보고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신사숙녀 여러분. 유서 깊은 뱅크시 경매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옥셔니어의 선언과 동시에 경매장 내부의 조명이 어스름하게 조정됐다. 반대로 경매장 벽면과 천장에 설치된 대형 패널이 켜지며 무대 중앙에 놓인 테이블을 비췄다.


-짝 짝 짝 짝


사람들은 가볍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성운은 경매장에 감도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도 긴장했는지 다리를 떨고 있었다.

그것에 반해 옆에 앉아 있는 보리스는 팔짱을 낀 상태로 졸고 있었다. 그랜트는 품속에서 예의 만화책을 꺼내서 읽고 있었다. 주변 시선 따위 1도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오늘의 첫 경매 물품을 소개합니다.”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됐다.

옥셔니어의 선언과 동시에 브리프케이스를 든 노신사가 무대로 걸어 나왔다.

노신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중앙으로 이동, 붉은 비단천이 깔린 테이블에 브리프 케이스를 올렸다.


“작지만 귀한 경매품입니다. 대종말 이전 구시대의 유물이지요.”


노신사가 브리프케이스를 열었다.

패널에는 브리프케이스 안을 비췄고, 안에는 붉은 천에 올려진 열개 가량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공통시대(CE) 2022년 당시 10여 개국에서 발행한 주화입니다. 오래 됐지만 보관 상태가 매우 훌륭합니다. 주화 콜랙터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회. 1천 크래딧으로 시작합니다.”


2022년?

바로 윤혁이 살고 있던 시기였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500원 짜리도 껴 있었다. 그 외에는 미국의 센트, 중국의 자오, 영국의 펜스 등이 보였다.


‘고작 저런 잡 동전을 가지고 경매한다고?’


성운은 어이가 없었으나, 잠깐 관점을 바꿔보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아속아구의 세계는 프론테라력 1321년. 경매로 올라온 동전이 2022년이면 가히 1천년 전 물건이다. 그러면 귀중한 유물 취급도 납득이 갔다.

그래도 고작 동전을 1천 크래딧이나 하는 금액으로 산다는 사람이 있을지 의아스러웠다. 2천 크래딧이 이졸데 기준 4인 가족의 한달 생활비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무지막지한 금액이었다.


“1천 100크래딧! 1천 100크래딧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 1천 300백!”


입찰금은 서서히 올라갔다.

성운의 예상과 달리 주화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윽고 3천 크래딧 언저리쯤에 한 남자에게 팔렸다.


“자, 다음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출시한 첫 상업용 로봇입니다. 사실상 인류가 본격적인 로봇시대에 돌입하게 한 프로토타입이죠. 한국의 현대자동차라는 기업과 협력한 이후에 개발을 착수하며···.”


이족보행 로봇은 더욱 비싼 입찰금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7천 크래딧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됐다.


“끄아아, 갖고 싶다 제기랄.”

“크으으으으 그런데 아예 범접할 수 없을 금액이라 아깝지도 않네.”

“큿소, 허들이 너무 높아.”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은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도 탐을 냈으나 차마 입찰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사실 성운도 탐이 나기는 했다. 당시 그가 있던 시기에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유X브에 시연 연상이나 올리기나 했다.

하지만 성운과 아이들이 집중해야 할 물건은 따로 있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첫 상업용 이족보행 로봇이 팔리자 천에 감싸여 빠져나갔다.


“경매품의 기준이 딱히 없네?”

“‘일반적인 방식으로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유일한 기준이지.”


유리스의 말에 성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물건은 고급스러운 소파와 의자, 그리고 응접실용 4인 테이블이었다. 딱히 구시대 유물은 아니고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물건이었다.


“10만 크래딧! 10만 크래딧에 아블로 웨스트의 가구 세트가 낙찰됩니다!”


가구 세트는 사스키야 카라한이 사가게 됐다. 저번 시장에서도 의자 하나 가지고 난리를 피우더니 결국 여기까지 와서 목적을 이루게 됐다.

그리고 곧 이어 검은 천으로 가려진 관이 카트에 실려 나타났다.


“이번에는 깜짝 놀라실만한 경매품입니다. 아크 춘향을 반파시켰던 무시무시한 타이탄비스트, 위험등급이 무려 ‘재해’에 달했던 괴수였죠.”


옥셔니어의 소개에 사람들의 기대가 한 곳에 집중됐다.

노신사는 뜸을 들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검은 천을 확 잡아 당겨 치웠다.

유리 관 안에는 거대한 부러진 뿔 조각이 담겨 있었다.


“바로 스톰혼의 뿔조각입니다. 시작금은 1만 크래딧!”

“뭐라고?!”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1만 크래딧이라.

분명 1천 크래딧 이상 넘어가면 접자고 했는데, 이미 시작점이 1만 크래딧이다.


“그럼 그렇지.”


앞서 거래된 동전만 해도 3천 크래딧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됐다.

이러고도 귀하디 귀한 타이탄비스트의 신체 조각이 고작 1천 크래딧 언저리에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너무 안일했다.


“아, 안돼.”


유리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돈이 모자라서 애초에 경매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니. 자금력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되자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1만 1천 크래딧! 이번에도 아카데미 학생이 도전장을 내밀었군요!”


옥셔니어의 외침에 유리스가 옆을 바라봤다.

입찰에 뛰어든 것은 다름아닌 성운이었다. 에스벤과 비비안은 당황해서 뭐라 말을 하지도 못했다.


“걱정마. 반드시 산다.”


성운이 살짝 윙크하며 웃었다.

이에 유리스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만 2천 크래딧! 여기에 1만 3천!”


성운 외에도 스톰혼의 뿔 조각을 노리는 이들은 많았다.

역시 유리스가 ‘경쟁자는 몇 없을거야’라고 했던 말은 뇌피셜에 불과했다. 적어도 여덟명의 경쟁자가 붙어 호가 레이스가 벌어졌다.


“18만 7천! 여기에 받고 19만!”


어느새 낙찰가는 20만 크래딧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리스와 그랜트도 어느새 성운의 입찰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대충 예상했다는 눈치다. 성운이 자금력으로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24만 크래딧! 이제 경쟁자는 몇 남지 않았군요. 아, 포기할 줄 알았던 아카데미 출신 학생이 여전히 입찰가를 올립니다! 25만!”


어느새 경매 레이스는 성운과 뚱보 대머리 중년 남성 밖에 남지 않았다. 양 옆에 금발 미녀 둘을 낀 그는 무성의하게 손을 들며 계속해서 레이스를 이어갔다.


‘열 받게 생긴 면상이네.’


성운은 대머리 부자가 금액을 올리면 질 새라 곧바로 손을 들었다. 금액은 현재 30만 크래딧.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은 터무니없이 높아진 금액에 두 눈동자가 텅 비어버렸다.


“31만··· 아니, 아니군요. 이럴 수가··· 단숨에 50만 크래딧으로 입찰하셨습니다!”


뚱보 부자는 금이빨로 가득한 이를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명백히 성운을 도발하는 태도였다.

우습지도 않았다.

성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00만.”

“서, 성운아!”


엄청난 금액에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성운을 올려다봤다.

성운은 모르는 척하며 옥셔니어를 향해 바라봤다.


“100만 크래딧! 100만 크래딧이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경매장이 정적에 휩싸였다.

설마해도 100만 크래딧이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뚱보 부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더 이상 입찰을 하지 않았다.


-땅 땅 땅!


“스톰혼의 뿔 조각은 100만 크래딧에 낙찰됐습니다!”


옥셔니어가 망치를 두들겼다.

성운이 선언한 대로 스톰혼의 뿔 조각을 얻게 됐다. 뱅크시 경매장의 직원들이 카트에 실어 날랐다.


“흐어어억 100만 크래딧··· 100만 이라니.”

“으억, 나 속이 좀 메스꺼워.”

“성운쿤, 진짜 괜찮아?”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은 각자 패닉에 빠져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됐어. 다음에 밥이나 사.”


성운은 그런 아이들을 다독이며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좀처럼 제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매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다음은 오늘의 메인 디쉬입니다. 모두들 이야기로만 들었을 전설의 물건이죠.”


옥셔니어가 운을 때자 경매장 내부의 불이 모두 꺼졌다.

그리고 스토라이트 하나가 켜지자, 불이 비춘 자리에 어느새 사과 박스만한 유리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검게 칠해진 가면 하나가 들어 있었다.


“저게 바로···.”

“이럴수가. 실존하고 있었다니.”


사람들은 가면을 보고 저마다 숨을 삼키며 웅성거렸다.

옥셔니어는 그런 반응을 듬뿍 즐기다가 이내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바로 ‘그슨대의 가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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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3- +1 22.01.23 93 4 10쪽
64 63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2- 22.01.22 84 3 10쪽
63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4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2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1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9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5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2 14 12쪽
43 4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1- +6 21.12.14 34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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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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