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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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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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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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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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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DUMMY

“아윽!”


튜브가 분리되자 트윈즈는 비명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놀란 성운이 서둘러 소녀의 바이탈을 체크했다. 다행히도 모든 수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소녀의 맥박과 뇌파, 심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사히 수술(?)에 성공했다.


“휴우··· 개쩌는 수술이었다.”


성운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대충 훔쳤다.

이 세계로 넘어오고 나서, 성운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정말 간만에 느껴보는 뿌듯함이었다. 어렵기로 악명 높은 극악의 난이도 소울류 게임을 클리어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푸힛 우힛, 나 사실 의술에 재능이 있는지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수술을 보란 듯이 성공했다.

트윈즈 소녀의 몸에 이식된 수백 개의 튜브와 배선을 모두 제거했다. 그 엄청났던 현장을 대충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골프공 백 개를 한 번에 홀인원 시키기.’


손이 두 개인 사람인 이상 불가능에 가까운 기예였다.

하지만 성운은 중력을 사용했던 히에로펀트의 간섭효과를 착안, 간섭기술로 활용해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튜브와 배선을 뽑았다.

미세한 컨트롤에는 잼병이었지만 막상 사람 목숨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수술로 인해 약해진 몸은 간섭력을 불어넣어서 자연치유력을 촉진시켰다. 현재 트윈즈 소녀는 안정을 찾고 잠시 기절한 상태였다.


‘바로 식인아귀호로 데리고 돌아가는 것이 베스트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당장 새결의 이벤트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리고 성운의 선택은 옳았다.

단거리 블링크로 재빨리 새결이 있는 히에로펀트의 유해 위에 도착했다. 마침 앱솔루트가 새결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저 한 방으로 새결은 크게 부상을 입는 바람에 치명적인 장애를 얻게 된다. 그 탓에 종말을 막을 기회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드시 막아야 하는 불상사다.


“흐음, 아집인가 집념인가. 어느 쪽이건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그만 죽어라.”

“으으윽···.”


조금만 늦었어도 이벤트 참여는 둘째 치고 송장을 치울 뻔했다.

새결은 앱솔루트에게 얻어맞아서 곤죽이 돼 있었다.

성운은 곧바로 블링크해서 앱솔루트의 바로 뒤로 이동. 치켜든 놈의 손목을 낚아챘다.


“누, 누구냐!”


녀석은 퍽이나 당황했는지 뻔하디 뻔한 질문을 날렸다. 하긴 놀랄 만하다. 난데없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보통 사람이면 기겁해서 뒤로 벌러덩 자빠졌을지도 모른다. 누구냐고 물어본 것 자체가 용하다.

하지만 누가 웹소설 속 악역아니랄까봐 클리셰적인 대사치는 것 봐라. 그래도 제법 듣기 좋은 소리였다.

성운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수수께끼의 전학생이올시다.”


성운의 주먹이 앱솔루트의 안면에 꽂혔다.


-뻐억!


속이 뻥 뚫리는 타격음.

앱솔루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유해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죽지는 않았겠지만 죽고 싶을 만큼 아플 거다.


“으··· 전, 전학생?”


새결은 거기까지 말하고 까무룩 기절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샤쇠르를 쥐고 있었다.


성운은 새결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뉘었다.


윤혁이 소설 ‘아속아구’에 빠졌던 것도 이런 새결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뚝심. 악바리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징글징글한 근성. 깊은 상처를 품고 있지만 내색하나 하지 않는 씹상남자의 뚝심. 그리 뜨거운 의리까지.

윤혁에게는 없었던, 어쩌면 평생 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었던 ‘의지’였다.


“잘 해줬다. 이제 형한테 맡겨.”


성운은 샤쇠르를 꼭 쥔 새결의 손을 가슴에 포개 놓아줬다.

이러니 어째 죽은 사람 같았지만 뭐, 아무래도 좋지. 분위기상 이래도 괜찮아 보였다. 새결은 크게 다치기는 해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그때, 유해 밖으로 튕겨나갔던 앱솔루트가 공중에 솟구치며 나타났다.

물에 빠졌는지 푹 젖은 생쥐 꼴이다. 코트자락으로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건방진 짓을 해줬겠다···.”

“오냐, 와라.”


성운은 손가락을 꺾으며 손을 풀었다.


-후우우우웅 우우웅 우웅 우우웅


그의 등 뒤로 플라즈마 광구가 만다라처럼 펼쳐졌다.

하도 여러 번 사용하다 보니 의식을 옮기기만 해도 저절로 발현됐다. 이제는 정말 많이 익숙해졌다.


“플라즈마? 하, 고작 그정도 간섭력으로 기고만장한게냐! 어떻게 이 몸의 실드를 깼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에 불과했구나!”

“바퀴벌레처럼 숨어서 반인륜적인 실험이나 일삼던 녀석이 더럽게 기고만장하네.”

“무지몽매한 우민 같으니, 좋다. 앱솔루트의 정점! 이너써클의 12석 중 하나를 차지한 이 바르뷔크 움브릴, 억지력의 달인인 이 몸의 진짜 힘을 보여주겠···.”


갑자기 또 멋대로 설정 썰을 푸는 앱솔루트를 보고 있자니 UI 설명문구가 주욱 나타났다.

그런데 이게 제법 흥미로웠다.


[이름 : 바르뷔크 움브릴]

[특수능력 - 억지력]

[고립 4.1단계 / 침식 4.3단계]

[소속 : 앱솔루트 이너써클(12명 중 12위)]


이너써클이라. 흑막 앱솔루트의 간부 같았다. 칠드런이랑 비슷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억지력에 고립은 또 뭐야? 헬창들이 설파하는 근육 단렵법 같은 걸까? 꼴을 보면 히키코모리의 고립인데.

무엇보다.


“12위? 열 두명 중 마지막이네.”


12명 중 12위면 완전 하꼬 아닌가? 그런 주제에 온갖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있었구만.


“뭣이?! 세계의 정점보다도 높은 열 두 절대자 중 하나인 나를 능멸해?”


앱솔루트가 눈에 띄게 분노했다.

성운은 감 잡았다는 듯 여유만만하게 웃었다.

저런 자존심 강한 놈은 조금만 긁어줘도 이성을 잃기 마련이다. 이쯤에서 성운은 놈을 도발하기로 맘을 먹었다.


“자랑할 만한 순위는 아니잖아? 뒤에서 세는게 더 빠른데?”

“노오오오오오오오옴!”


역시 그게 역린이었나.


화가 난 바르뷔크는 노도와 같은 기합을 지르며 팔을 뻗었다.

이번에는 새결에게 날렸던 스파이크 구체가 아니었다. 수 십개의 쐐기가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손끝에서 돋아났다. 암흑물질을 연상케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해 보였다.

검은 쐐기들은 하나 둘 흘러나오며 바르뷔크 앞에 늘어났다.

저게 녀석이 열변을 토했던 고립의 힘인가. 간섭력의 방출과 작용 방식이 흡사해 보였다.


“더러운 속세를 버리고 마침내 얻은 이 몸의 위상을 비웃어?!”

“그래도 하꼬인건 인정하는 거지?”

“그 입 다물어라!”


-쿠구구구구구구구!


[분석 불가]

[피해 측정 불가]


UI설명문구로도 바르뷔크가 날린 검은 가시를 해석하지 못했다. 다른 것보다 이 부분이 성운을 제일 놀라게 했다. 쵸즌이 가진 상태창 능력의 한계를 처음 접한 순간이었다.

그럴 때는 방법은 하나뿐.

성운의 플라즈마 광구 만다라가 전면에 주욱 대열을 이루며 늘어졌다.


사실 이죽거리며 바르뷔크를 도발하던 성운도 못지않게 화가난 상태였다.


“너는 지난 십 년간 인체실험을 벌였고, 수 많은 피난민들을 죽였으며 어린아이를 고문했어. 거기다···”


성운의 플라즈마 광구가 한꺼번에 방사됐다. 수십여개의 플라즈마 덩어리가 쏘아지자 빛이 물결처럼 파도쳤다.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지!"


플라즈마의 파도가 검은 쐐기와 맞부딪혔다.

망막을 태울 듯 백열하는 빛과 이를 빨아들일 듯 휘몰아치는 쐐기가 만나는 순간 공기는 물론이고 소리도 멈췄다.


“하하하, 플라즈마라니. 힘만 센 어린애 같은 솜씨구나.”


하지만 이내 성운이 쏜 플라즈마 물결이 순식간에 검은 쐐기에게 지워졌다. 마치 지우개로 지운 글씨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성운의 눈이 커졌다.


“이 무슨!”


바르뷔크는 그 광경을 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넌 단지 '플라즈마', 난 모든 걸 소멸시키는 '중성미자'다!! 나와 네놈의 기술은 완전히 상하관계에 있지!!!”


새까만 쐐기들은 성운의 플라즈마 광구를 꺼뜨리며 거침없이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성운이 곧 꿰뚫릴 터였다.


“에이이잇, 질보단 양!”


다급해진 성운은 더 많은 간섭력을 끌어냈다. 헌터장갑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곧이어 성운이 뻗은 두 손에서 더 많은 플라즈마 광구가 발사됐다.

허나 바르뷔크는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다, 소용없어. 중성미자는 모든 입자를 분해한다. 플라즈마도 예외는 아니다.”


그 말대로 잠시 힘을 맞대던 플라즈마탄들은 이내 쐐기에 꿰뚫려 사라졌다. 허나 성운은 멈추지 않았다.

곧이어 수십, 아니 수백 개의 광구가 폭포수처럼 쇄도해 오는 가시와 맞부딪혔다.


“소용없··· 어? 허어?”


쐐기는 엄청난 수의 플라즈마를 소멸시켰지만 성운이 만들어낸 광구는 끝이 없었다.

플라즈마를 없애느라 자꾸만 줄어들던 가시는 어느 새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중성미자 쐐기를 상쇄시킨 성운의 플라즈마탄은 폭포수처럼 바르뷔크에게 쏟아졌다. 바르뷔크의 눈이 커졌다.


“으아···아아아.”


당황한 어둠의 비밀 사조직 말단 직원은 당황하며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성운은 그 모습을 보며 무단횡단을 하다가 트럭에 치이는 상황 연기 배우를 떠올렸다. 그만큼 당혹스러워 보였다.


“크하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은 악역다운 비명을 지르며 푸른 빛의 파도에 삼켜졌다.

플라즈마 광구가 안 먹혀서 한순간 등줄기가 서늘했지만, 뭐 이러면 된거다.


"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드디어 성운의 헌터장갑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플라즈마를 쏜 오른손 장갑이 분자단위로 소멸하기 시작했다. 왼손에 낀 장갑도 손가락 마디마디 부분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지워졌다.

교보재 관리 직원 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성운은 손을 가볍게 털어서 가루가 된 헌터장갑을 바람에 날려 보냈다. 어쩌면 담당자의 타들어가는 마음 아닐까?


“크으으으으··· 이 무슨 괴물 같은 간섭력. 네놈 정녕 인간인가?”


바르뷔크는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놈은 거의 반죽음 상태로 공중에 떠 있었다.

코트는 몽땅 불타버려서 발가벗겨져 있었는데 온몸이 그을리거나 녹아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신체 상태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었다. 기형적인 것은 팔뿐이 아니었다. 검고 뒤틀린 근육결에 금속성의 각질이 비죽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얼굴도 반절 이상이 변형돼 있어서 마치 기괴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점점 녀석의 몸이 재생하고 있는 것에 눈에 보였다.

스톰혼도 성운의 플라즈마 러시에 몸통 반절이 날아갔는데, 이너서클이란 놈들은 아무리 봐도 재해급 타이탄비스트보다는 강한 적이었다.


“진짜 사람 같지 않은 면상짝하고 있는 건 너야.”


느낌상 2페이즈 시작이었다.

성운은 목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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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2- 22.01.22 84 3 10쪽
63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4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2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1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9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8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5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3 14 12쪽
43 4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1- +6 21.12.14 343 15 11쪽
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2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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