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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마왕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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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작품등록일 :
2014.08.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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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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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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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43. 셋째 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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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투르는 단얼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하는 건 고사하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 게 전부였다. 그대로 총탄 수십 발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튕겨 나갔다.

“마법 대응 탄환이라더니 별거 아니네.”

듀반이 일어섰다. 더 이상 비틀거리지도 피를 토하지도 않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물체를 위로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

“저주파 마나를 이용한 마법식의 간섭. 이건 뭐 너무 시시해서 숨도 못 쉬겠군.”

듀반은 쥐고 있던 총알을 투르의 발 앞에 떨어뜨렸다.

“이 아이가 입고 있는 옷에는 이미 방어 마법이 걸려 있다. 거기에 이것에 적용된 것과 같은 파장의 마나를 살짝 흘려주기만 해도 간단하게 튕겨낼 수 있지.”

“뭐야? 그런 거였어?”

청염의 마왕이 앞으로 나왔다. 그의 손위에는 이미 새파란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아스라자도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낮췄다. 당장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자세였다.

“이… 이…”

투르의 총구가 마르마자와 듀반과 아스라자 사이를 방황했다. 즈발 장군은 이미 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화면이 바뀌었다. 왼쪽에 있던 아스라자는 다음 순간 즈발 장군의 바로 앞에 있었다. 아스라자의 손이 닿았을 뿐인데 그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고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에서 강렬한 열기가 덮쳐왔다. 좀 뜨거운가 싶더니 어느새 투르의 총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불덩어리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투르는 이때까지 본 적 없는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내지르는 괴성이 귀를 찔렀다. 한때 총의 형태를 하고 있었던 쇳물이 그의 손에서 흘러내렸다. 그 후에도 남아 있는 열기가 계속 그의 살과 피와 뼈를 녹였다. 옷과 액세서리도 열기를 못 이겨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죽이진 말아라. 물어 볼 게 아주 많으니까.”

청염의 마왕 마르마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이미 복도로 통하는 문에서 수비대 대원들이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뒤쪽도 마찬가지였다. 부서진 창문마다 제복 차림의 마족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검은 전투복의 론마드 대장과 그의 부하들도 보였다.

“의무병!”

론마드 대장이 이쪽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

“폐하! 어서 치료를.”

“괜찮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듀반이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피가 흥건한 옷을 입고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늙은 시종은 숄을 들고 청염의 마왕에게 다가갔다. 젊은 비서는 이미 그의 주인 옆에 서 있었다.

수비대와 함께 돌아온 타리아 시장은 아스라자 앞에 쓰러져 있는 두 배신자를 체포했다. 즈발은 더 이상 금발의 꽃미남 장군이 아니었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몸은 비틀렸다.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서 거품을 뿜었다. 투르는 아직도 비명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러댔다. 이미 문드러진 그의 손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단얼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비록 단얼에게 총을 쏴댄 자들이지만 차마 그 광경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우… 어…”

투르의 비명 사이로 즈발 장군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아스라자는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그토록 도도하고 아름답던 금발의 장군은 한순간 추하고 비굴한 짐승이 되어버렸다.

아스라자와 두 마왕은 차가운 눈으로 배신자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것이 마왕들의 복수. 차라리 죽이는 게 자비를 베푸는 것일까. 지은 죄가 있으니 벌을 받을 만 했지만 그것은 처벌이 아니라 복수였다.

“피곤하니까 빨랑빨랑 대답해라.”

청염의 마왕이 길게 하품을 했다.

“배후는?”

대답대신 투르의 비명만 이어졌다.

“아스라자, 살살해.”

“어서 말해라. 배후가 누구지?”

소년의 목소리가 물었다.

“…… 어, 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투르의 목소리는 다시 비명을 바뀌었다.

“이것은 인간들의 최신 무기다. 아무리 너희라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이다.”

듀반이 말했다. 조금 전 단얼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목소리였다.

“에미타네리냐?”

이 목소리는 타리아 시장이었다.

“그놈들은… 무기… 위해서… 이용…했을…”

즈발 장군도 말을 채 마치지 못 하고 비명을 쏟아냈다.

“이용했든 이용당했든 관련이 있단 말이군.”

청염의 마왕이 말했다.

마족들은 돌아가며 두 배신자를 취조했다. 고통스럽게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투르와 즈발은 끝까지 테러리스트와의 관계를 부정했다.

“너희 진짜 목적이 뭐지?”

듀반이 질문을 바꿨다.

“아까… 말했을 텐데…. 심판이다.”

투르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즈발은 대답할 기운도 없는지 가쁜 숨소리만 흘렸다.

“내가 목표라면 그동안 기회가 많았을 텐데. 왜 하필 지금이지?”

듀반이 물었다.

“크크… 끼끼… 끼히히히히!”

갑자기 투르가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아스라자, 잠깐!”

듀반이 말린 덕분에 이번에는 비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투르는 한동안 숨을 고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너를 증오했다. 40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너를 증오했다.”

살벌한 말을 하면서 어쩐지 투르의 목소리는 편안하게 들렸다.

“당시, 나는 아내와 타리아 북쪽의 작은 마을에 살았다. 피난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그 마을은 이렇다 할 지명조차 없었지.”

투르는 혼잣말처럼 웅얼거리고 있었다.

“류잔의 마지막 전투가 있던 날, 나는 식량을 구하러 마을을 떠나 있었다. 천운포가 만든 거대한 버섯구름을 보고 나는 서둘러 돌아갔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거대한 벽이 내 앞을 막았다. 바로 네놈의 그 붉은 결계가.”

투르와 즈발의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면 주위가 조용했다. 투르의 말을 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저 성격 급한 마왕 남매조차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나는 결계를 따라 계속 걸었다. 북극을 지나고 대양을 건너고 남반구를 지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커컥.) 과연 결계의 대가라는 멸살의 마왕답더군. 결계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그 당시 나처럼 결계 앞에서 헤매는 자들은 수 천 명, 어쩌면 수 만 명…. 우리는 결계를 만든 자가 이로크의 국왕이란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너는 누구도 만나주지 않았다. 마하닐라의 후예인 나조차도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다.”

그래도 투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선대에 인연이 있었던 아바니 아나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아나사도 결계를 어찌할 수 없었다. 대신 자기 집에 머물게 하며 관직에 오르도록 도와줬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4백여 년 만에 관문이 열렸다. 하지만 관문은 인간들에 의해 통제되었고 귀족이라 해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다. 그래서 투르는 관광청장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4백 년 전 헤어진 아내와 친구들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1년 전. 정보원이 나에게 건넨 최종 보고서의 내용은 절망적이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 그 이름 없는 마족 마을은 인간들의 습격을 받아 파괴되었고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모두 살해되었다고 했다.”

단얼은 어느 순간부터 투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열에 녹은 두 손은 처참했고 얼굴도 화상으로 얼룩졌다. 표정만은 어쩐지 편안해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인간 단얼에게, 이제 겨우 스무 살을 바라보는 단얼에게 4백 년이란 시간은 너무 멀었다. 수명이 훨씬 긴 마족들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리라. 이 자리에 있는 마족들 중 대부분은 마지막 인마전쟁을 직접 몸으로 겪었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투르는 이제 죽음으로 그 고통을 끝내려는 것일까.

“그런 아픔을 겪는 게 너뿐인 줄 아나?”

아스라자가 투르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런 식으로 동정심을 일으켜 편히 죽으려고 했나?”

아스라자가 투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즈발 장군에게 한 짓을 또 하려는 걸까.

“그런다고 너의 죄가…”

“그만해!”

단얼 스스로 생각해도 도저히 정상이 아니었다. 마왕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군인들이 즐비한 곳에서 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서는 건지. 그 전에 상황 자체가 이미 비정상이었다. 결계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족과 친구와 생이별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을 고문하는 소년의 얼굴도, 인간의 땅과 마족의 땅으로 나뉘어 4백 년 동안 갈라져 있는 이 세계도, 전부다 정상이 아니다.

“그, 그만 하면 됐잖아. 두 사람 다 이제 저항할 힘도 없어.”

아스라자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단얼을 쳐다봤다.

단얼은 문득 타리아 시장과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시선을 돌리려 하자 다시 뒤에 서 있는 수비대 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서서 똑같은 눈으로 단얼을 바라봤다. 단얼은 세상에 남은 유일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이곳은 마왕국. 단얼은 그냥 지나가던 관광객. 인간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단얼은 이곳에 와서는 안 됐다.

“물러나! 아스라자! 사하자!”

듀반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흩어졌다. 단얼도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탈진한 줄 알았던 즈발 장군이 어느 틈에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무릎정도 높이의 허공에서 뭔가를 잡아당겼다. 이번에 꺼낸 것은 총 정도가 아니었다. 훨씬 크고 묵직했다.

겉보기에는 매끈한 표면의 금속 원통이었다. 한눈에 인간의 물건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투르와 즈발은 재빨리 양쪽에서 원통을 등지고 섰다. 주변에 있던 마족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모두 물러나!”

듀반이 다시 소리쳤다. 앞으로 나오던 수비대 대원들이 뒷걸음질 쳤다.

“이게 뭔지 알고 있군. 과연, 복수의 마왕답소이다.”

즈발 장군이 징그럽게 웃었다. 머리와 옷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조금 전의 비굴한 모습이 아니었다.

“폭탄?”

질문한 것은 청염의 마왕이었다.

“그렇다.”

즈발 장군이 묶인 손을 옆으로 돌려 금속 표면을 툭 쳤다.

“에미타네리의 바보들이 꽤 괜찮은 걸 구해줬지. 신인류 연합의 플루토늄 폭탄이다. 이 정도면 타리아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지.”

“자네들의 복수를 위해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일 셈인가?”

수비대 대원들 틈에서 타리아 시장이 말했다.

“하! 복수? 그건 저 친구 사정이다.”

즈발 장군이 곁눈질로 투르를 가리켰다. 투르는 멍한 표정으로 폭탄에 기대 서 있었다. 모든 것을 끝내고 죽음의 순간만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이것은 혁명이다. 잘못 된 길로 가고 있는 아르니스를 바로 잡는 혁명. 나아가 아드파타의 저주로부터 이 세계를 해방시키는 정화 의식이다. 청염의 마왕과 멸살의 마왕. 거기에 초속의 대공 아스라자까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시다니. 절대자 아스와 12시조를 찬양할 지어다!”

“다 했냐?”

청염의 마왕 마르마자의 손에는 이미 푸른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국왕 폐하. 이제 곧 모두 끝납니다.”

“그 전에 네 놈들을…”

“멈춰!”

듀반이 소리쳤다. 청염의 마왕이 들어 올렸던 손을 다시 내렸다.

듀반이 이어서 말했다.

“못 들었어? 저건 핵폭탄이야.”

“그래서? 저 놈들을 치워버리고 폭탄을 해체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이미 기폭장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

폭탄 둘레에 서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물러서지 마라!”

유일하게 론마드 대장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여기에서 반드시 듀반 님과 아스라자 님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임무를 다하지 못 하면 마족의 미래는 없다!”

“큭큭큭!”

즈발이 대놓고 그를 비웃었다.

“론마드 대장.”

듀반이 말했다.

“그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그대와 병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폐하!”

론마드가 듀반을 불렀다.

“방해하지 말고 물러나!”

듀반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옆에 있던 단얼까지 움찔했다.

“청문회도, 그걸 노린 에미타네리의 습격도 모두 시간 끌기였나?”

듀반이 즈발을 향해 말했다.

“과연 아드파타답군. 뭘 좀 아는데.”

즈발이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래. 폭탄이 터지는 시각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 시각에 맞춰 고유결계안에서 꺼내기만 하면 됐지. 이 폭탄은 내가 직접 작동시켰고 멈추는 방법도 오직 나만 알고 있다. 그러니…”

즈발 장군은 반짝이는 물체를 가슴위로 들어 올린 채 이쪽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게 단얼이 본 금발 장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듀반이 단얼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다. 그 바람에 단얼의 몸도 반대방향으로 돌아갔다. 등 뒤에서 퍽 하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물컹한 게 터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 소리의 정체가 뭘지 더 이상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보지 마.”

듀반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단단한 팔이 단얼을 꽉 붙잡았다. 꼼짝 할 수도 없었다. 숨 쉬기도 힘들었다.

뒤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군화소리가 울렸다. 명령을 내리는 타리아 시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찾았습니다!”

아스라자의 목소리였다.

“몇 분 남았지?”

듀반이 물었다.

“6분 17초, 16초…”

듀반의 한숨소리가 이어졌다. 단얼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소리였다.

“문문이라는 인간이 아직 별실에 있습니다. 그를 통해 자유인류동맹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번에는 타리아 시장이 나섰다.

“시간이 없다. 내가 맡는다. 모두 나가.”

듀반이 말했다.

“젠장. 그 몸으로 뭘 어쩌겠다고!”

청염의 마왕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자다 나온 것 같은 여유로움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너나 어서 피해. 여긴 내 왕국이다. 내가 지킨다.”

“너의 힘으론 폭발을 못 막아.”

“그래서 넌 뭘 할 수 있는데? 그 몸으로 고유결계라도 만들게? 그랬단 넌 죽어!”

“나 하나로 끝내면 된다.”

“야! 이 ($%!&)! 네가 죽으면…!”

마왕이 둘이나 있어도 어찌할 수 없다. 핵무기라는 것은. 인간은 그런 엄청난 것을 만들어 냈다. 어찌어찌 폭발의 여파를 막아낸다고 해도 듀반은 죽는다. 그러면 세계를 갈라놓은 붉은 결계가 사라지고 인간과 마족은 다시 전쟁을 벌일 것이다. 어떻게 해도 파국은 막을 수 없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단지 관광하러 온 것뿐인데.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

시시각각 다가오는 종말 앞에서 단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문득 이곳으로 오면서 봤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지상에서 핵폭탄이 터지건 전쟁이 벌어지건 별들은 변함없이 빛나겠지. 하늘, 별, 변함없이… 빛나…. 하늘… 별… 우주….

“그만! 그만 하십시오.”

어느새 아스라자가 두 마왕 사이에 서 있었다. 아스라자가 뭐라고 말했지만 단얼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스라자의 다른 이름은 초속의 대공. 그 말은 아주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원 앞에서 공격을 받았을 때도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아다니며 적을 해치웠다. 그 정도 속력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늘! 하늘이에요!”

“…습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너야 말로 꺼져!”

단얼의 말을 못 들었는지 아스라자와 청염의 마왕은 자기들 끼리 싸우고 있었다.

“하늘!”

단얼이 고개를 젖히자 듀반의 얼굴이 보였다. 몸을 비틀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하늘! 하늘로 날려버려요!”

듀반의 붉은 눈동자가 단얼을 봤다.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단얼은 떠오르는 단어를 아무렇게나 쏟아냈다.

“아스라자! 하늘! 별!”

어린 애도 아니고 뭐라고 떠드는 건지. 단얼조차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렸다. 듀반도 이해 못 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미 세상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 청염의 마왕과 아스라자의 싸움도 멎었다.

순간의 침묵을 끝낸 것은 청염의 마왕의 한 마디였다.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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