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TARBLOOD

마왕관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ARBLOOD
작품등록일 :
2014.08.01 21:21
최근연재일 :
2014.09.16 00: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247
추천수 :
106
글자수 :
271,581

작성
14.08.21 00:00
조회
331
추천
4
글자
11쪽

K20. 둘째 날 (14)

Attached Image



DUMMY

“괜찮나?”

문 앞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듀반!”

바닐라가 달려가 남자의 다리에 매달렸다.

“미안하다. 불을 끄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어딘가 말투가 다른 것 같았지만 분명 흑백 머리의 현호였다.

불을 끄기 위해? 숨을 쉴 수 없었던 건 순간적으로 주변의 산소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찔끔찔끔 물을 뿌리는 것 보다 확실하게 불을 끄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근처에는 소화기 비슷한 것도 안 보였다. 현호는 그냥 맨손이었다.

마족 경찰이 일어서며 현호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현호도 유창한 마족어로 대꾸했다.

단얼은 벽을 짚고 일어섰다. 다시 찬찬히 현호를 봤다. 훤칠한 키와 단단한 체격. 짙은 눈썹과 강렬한 눈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과 흰 머리카락이 섞인 머리. 옷매무새가 조금 흐트러진 것 같지만 분명 단얼이 현호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건물 밖의 상황도 비슷했다. 외벽이 검게 그을렸고 여기저기 재가 굴러다녔다. 가게에서 팔던 물건들은 원래 성분이 뭐였든 이제 다 탄소 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진수가 몸을 피했던 탁자도 거의 숱이 되어 있었다.

정작 진수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얼은 주변을 둘러봤다. 진수는 거리 한 복판에 서 있었다. 그의 발 옆에 검은 형체가 보였다. 검은 그림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신인류 연합에서 만든 최신 기종입니다.”

진수가 묵직한 소총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 검은 그림자가 들고 있던 그 무기였다.

단얼은 현호를 따라가려는 딸기와 바닐라를 잡았다.

“확실한가?”

현호가 진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네. 다른 장비들도 그쪽에서 들여왔을 겁니다.”

더 이상 북적이는 행인도, 손님을 부르는 장사꾼도 없는 장터거리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만 울렸다.

“자네는 광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나왔지?”

“당신이야 말로 여기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 계획하신 일은 어쩌고요.”

“일이 조금 틀어졌네.”

현호가 단얼 쪽을 힐끔 돌아봤다.

“실은 아누판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진수가 애써 목소리를 낮췄지만 단얼에게도 다 들렸다.

“무슨 일 있나?”

“당신 말이 맞았습니다. 그동안 놈들이 아누판을 멋대로 돌아다녔더군요.”

진수가 고개를 젓더니 계속 말했다.

“탑에서 폭탄이 발견됐습니다.”

“폭탄이라….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 어째서 인질을 잡아가려 했던 걸까.”

“인질이요?”

“그래. 저 아이를 노리더군.”

“양동작전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현재 타리아 수비대가 총동원돼 광장 전체를 수색중입니다.”

“그랬군. 그래서 이 난장판에 지원 온 수비대원이 하나뿐인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죽었습니다. 대장 말이, 당신이 있으니 문제없을 거라더군요.”

“남한테 떠넘기는 건 여전하군.”

“현재로선 폭탄이 몇 개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탑에서 발견된 하나로 끝이라면 다행이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야 합니다.”

현호와 진수는 나란히 서서 바닥에 쓰러진 검은 형체를 내려다 봤다. 거기에서 두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결계는 사용하기에 따라 효과적인 방어 마법이 될 수 있지만 거꾸로 안에 있는 사람들을 외부와 격리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 상태로 대규모 폭발과 화재가 일어난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현호의 목소리가 무겁게 들렸다.

지금 광장에 있는 인간과 마족은 수 천 명. 어쩌면 수 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얘기다.

마족 경찰, 아니, 타리아 수비대원이 단얼 옆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까 보니까 동한어가 서툰 것 같던데 진수와 현호의 대화를 알아듣기는 하는 걸까. 어디가 불편한지 표정도 멍해 보였다.

“저부널 잘 아시미까?”

수비대원이 갑자기 단얼에게 물었다.

“그냥… 일행이에요.”

단얼이 대답했다.

그런데 수비대원은 누굴 두고 한 말이었을까. 현호? 진수?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지만.

“아, 그러스미까. 어…”

수비대원의 다음 질문을 들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린 자세로 멈추는가 싶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의 이마 한가운데 동전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격이다!”

진수가 소리쳤다.

“물러나!”

현호가 달려와 단얼과 아이들을 건물 쪽으로 밀었다. 이어서 진수를 향해 소리쳤다.

“자네도 어서 이쪽으로!”

진수가 발을 떼는 순간 바로 옆에서 탄환이 튀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굴렸다.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게 분명합니다.”

진수가 쓰러진 수비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마족은 눈을 뜬 채였고 조금 벌어진 입은 여전히 ‘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바닐라는 이제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아예 말하는 법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너무 방심했어.”

현호가 말했다.

“저격입니다. 어서 건물 안으로 피해야 합니다.”

진수가 소총을 들어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그대로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그럴 필요 없다.”

현호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손가락으로 왼쪽 앞에 보이는 건물 위를 가리켰다.

단얼도 그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회백색 돌을 얹은 건물 외벽이 3층 높이까지 서 있었다.

“이거 벌써 들켰나?”

또 다른 목소리에 단얼은 숨이 멎을 뻔했다.

건너편 건물에서 키 작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온몸을 감쌌던 커다란 옷은 벗었지만 얼굴까지 내려온 두건은 그대로였다. 안에 입은 옷도 모두 검은 색이긴 마찬가지였다. 어깨에 소총을 메고 몸 여기저기에 온갖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단얼은 그것들의 이름이나 사용법까지 일일이 알 수는 없었지만 남자의 모습은 영화 속 특수부대원을 흉내 내고 있었다. 허리에 나란히 달린 물건들은 아마 탄창이나 수류탄쯤 될 것 같았다.

그는 이번에도 혼자가 아니었다. 건물 안에서 골목에서 그리고 길 양쪽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재미있는 구경을 했을 텐데 아쉽군.”

테러리스트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검은 형체를 쳐다보며 말했다.

“인간인 척 관광단에 숨어 있다라…. 마나를 완벽하게 숨기는 능력은 인정해주지. 너는 마녀의 첩자냐?”

현호에게 하는 질문 같은데 당사자는 그대로 서 있을 뿐이었다.

대신 진수가 총을 겨누며 앞으로 나섰다.

“그 물건은 그만 돌려주시지.”

테러리스트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가 아무 대책도 없이 인간의 무기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것이 좋다.”

“닥쳐! 인간의 무기를 들었다고 너희가 강해진 줄 아나?”

진수가 총을 겨눈 채 소리쳤다. 죽은 테러리스트가 들고 있던 소총이었다.

현호가 갑자기 진수가 든 총의 앞부분을 잡았다.

“마법이 걸려 있군. 하지만… 이젠 아니다.”

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수가 총을 고쳐 잡았다. 그래도 여전히 방아쇠를 당기지는 못 했다.

오히려 주위의 적들을 자극한 꼴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이때까지 소총을 옆구리에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하나둘 총구를 올리기 시작했다. 몇몇은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 이쪽을 노려봤다.

“그걸 단번에 알아내다니 제법이군. 마녀의 개다워.”

테러리스트의 우두머리가 두건 아래에서 웃은 것 같았다.

“지도자의 명령은 인간을 인질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네 놈은 인간이 아니니 여기서 죽여도 상관없다. 하지만 협조한다면 산 채로 같이 데려가 주겠다. 마녀의 개라면 지도자께서도 만족하실 것이다.”

이쪽은 아이들까지 쳐도 고작 다섯. 무기라고는 진수가 갖고 있는 권총과 소총 하나가 전부다. 적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열하나, 아니 열둘. 건물 안이나 골목에 더 많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벌써 셋이나 죽었다. 더 이상은 싫다.

단얼은 딸기와 바닐라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바닐라의 떨림이 전해졌다. 나름대로 침착해 보이던 딸기도 이젠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 항복해요.”

단얼은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단어 하나 말하고 벌써 숨이 찼다.

현호가 고개를 돌리더니 씩 웃었다.

“괜찮아. 살아서 집에 돌아가게 될 테니 걱정마.”

현호는 다시 테러리스트를 향해 똑바로 섰다. 그의 손에는 총은 고사하고 칼 한 자루, 펜 하나도 들려있지 않았다.

몸집이 현호의 반이나 될까 싶은 작은 남자는 총을 들어올렸다. 총구와 현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놈 말대로 인간은 죽이지 않는다. 집에 돌려보낸다고는 보장 못 하지만.”

현호가 앞으로 한 발 걸어 나갔다. 대체 뭘 어쩌려는 걸까. 저대로 죽을 셈인가.

테러리스트의 무기는 최신형 소총이라고 했다. 마족을 죽이기 위해 인간이 만든 무기. 하지만 인간과 마족을 가리지 않는 살인 도구.

어떻게든 막고 싶다. 막아야 한다.

[인간은 죽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단얼은 두 아이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몸이 앞으로 막 뛰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누군가 저 위에서 단얼의 팔다리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현호의 등이 부풀어 올랐다. 검은 셔츠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찢어진 천조각들이 흩어지는 가운데 그의 몸 안에서 뭔가가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검은 날개.

말 그대로 새까만 날개였다. 검은 깃털이 촘촘하게 박힌 진짜 날개였다. 검은색의 커다란 날개가 하늘을 향해 펼쳐졌다.

한 쌍의 검은 날개가 그의 등에서… 어라?

현호의 오른쪽 어깻죽지에서 뻗어 나온 것은 분명 검은 날개였다. 까마귀 같은 새까만 날개. 그리고 왼쪽에 그것과 대칭을 이루며 새하얀 날개가 달려 있었다.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한 흰색의 깃털들이 물결쳤다.

날개 한 짝은 검은색. 다른 한 짝은 흰색. 그것이 그의 날개였다.

마족들이 주문처럼 어떤 단어를 말하고 있었다. 모두 똑같은 단어였다. 그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거리에 울려 퍼졌다.

아드파타

아드파타

아드파타

……

“아드파타!”

진수도 그 주문을 외쳤다.

“젠장. 거물급 마족이라더니 이런 괴물일 줄이야.”




Attached Image

Copyright © Albireo J. All Rights Reserved.

E-mail : [email protected] | twitter : @starblood_tw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관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 봐도 되는데 읽어두면 편해지는 공지 (2014/08/26) 14.08.15 414 0 -
공지 오타오류 신고는 쪽지나 전자우편을 이용해주세요. 14.08.15 349 0 -
46 K46. 넷째 날 (2) - 타리아편 완결 +1 14.09.16 401 1 21쪽
45 K45. 넷째 날 (1) 14.09.15 210 0 20쪽
44 K44. 셋째 날 (21) 14.09.14 380 0 19쪽
43 K43. 셋째 날 (20) 14.09.13 246 0 16쪽
42 K42. 셋째 날 (19) 14.09.12 342 0 14쪽
41 K41. 셋째 날 (18) 14.09.11 311 0 13쪽
40 K40. 셋째 날 (17) 14.09.10 290 0 15쪽
39 K39. 셋째 날 (16) 14.09.09 347 0 17쪽
38 K38. 셋째 날 (15) 14.09.08 350 1 14쪽
37 K37. 셋째 날 (14) 14.09.07 359 0 12쪽
36 K36. 셋째 날 (13) 14.09.06 495 1 13쪽
35 K35. 셋째 날 (12) 14.09.05 306 0 17쪽
34 K34. 셋째 날 (11) 14.09.04 422 0 18쪽
33 K33. 셋째 날 (10) 14.09.03 349 0 15쪽
32 K32. 셋째 날 (9) 14.09.02 206 0 15쪽
31 K31. 셋째 날 (8) 14.09.01 407 0 18쪽
30 K30. 셋째 날 (7) 14.08.31 263 1 15쪽
29 K29. 셋째 날 (6) 14.08.30 392 0 15쪽
28 K28. 셋째 날 (5) 14.08.29 368 0 14쪽
27 K27. 셋째 날 (4) 14.08.28 388 1 14쪽
26 K26. 셋째 날 (3) 14.08.27 268 1 14쪽
25 K25. 셋째 날 (2) 14.08.26 400 2 16쪽
24 K24. 셋째 날 (1) 14.08.25 257 2 16쪽
23 K23. 둘째 날 (17) 14.08.24 406 4 14쪽
22 K22. 둘째 날 (16) 14.08.23 293 2 12쪽
21 K21. 둘째 날 (15) 14.08.22 311 2 17쪽
» K20. 둘째 날 (14) 14.08.21 332 4 11쪽
19 K19. 둘째 날 (13) +1 14.08.20 465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