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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마왕관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ARBLOOD
작품등록일 :
2014.08.01 21:21
최근연재일 :
2014.09.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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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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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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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5. 셋째 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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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틸라카 대사원


“너 저 현호라는 아저씨랑 무슨 일 있었어?”

버스에 오르자마자 지연이 뒷자리까지 쫓아왔다.

“아무 일… 없었어요.”

지연은 알고 있을까? 현호가 사실은 마족이라는 것, 그것도 순식간에 수십 명을 죽이는 엄청난 힘을 지녔다는 것. 지연이 그 사실을 안다면 신나서 당장 변신해 보라며 현호를 쫓아다닐지도 모른다.

“저 아저씨 네가 보기에도 수상하지?”

설마… 지연은 알고 있었던 건가. 다들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무시하지만 마족에 관한 지연의 지식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마족이 인간으로 위장해 숨어 있다는 것도, 뿔과 날개를 숨기고 변신할 수 있다는 것도. 단얼은 영화에나 나오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지연의 말이 전부 맞았다.

“언니도, 눈치 챈 거예요?”

“역시! 너도 그렇지? 응?”

지연은 신나서 들고 온 단말기를 열었다. 접을 수 있는 형태의 최신 모델이었다. 단말기를 양쪽으로 펼치자 넓은 화면이 나타났다.

“내가 진작 알아 봤다니까. 역시 저 아저씨는….”

단말기 화면에는 전자책 목록이 띄워져 있었다.

단교 신자를 위한 타리아 여행 가이드, 바람을 만나는 곳 천공마왕성, 타리아 7일 순례, 마왕국 여행 100배 즐기기, 이로크 걷기여행, 마왕성에는 마왕이 없다, 천공마왕성 – 봄여름가을겨울, …….

순 여행책들 뿐이었다. 그것도 마왕국 여행. 자신의 컬렉션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지연이 덧붙였다.

“여행 작가 나비야.”

지연은 버스 안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계속 말했다.

“나비란 필명만 봐서는 꼭 여자 같잖아. 그런데 저런 덩치 큰 아저씨였다니 완전 깨지 않냐.”

단얼은 지연의 얼굴과 화면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어쩐지 아는 것도 많고, 하는 행동도 수상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저 마족 가이드랑 대화하는 거 봤니? 마족어도 완전 유창하더라니까. 나비가 신분을 숨기고 여행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런 데서 만날 줄이야.”

지연은 신나서 몸을 흔들었다. 그 틈에 단얼이 재빨리 물었다.

“왜요? 왜 신분을 숨기고 여행하는데요?”

“그야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지. 유명한 여행 작가라고 하면 서로 잘 보이려고 할 거 아냐. 호텔 서비스는 어떤지, 편의시설은 잘 되어 있는지, 현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몰래 다니는 거지. 그래서 나비의 책이 인기 있는 거야. 여행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 광고지 같은 사진만 줄줄이 나열한 다른 책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

지연이 전자책 하나를 열어 내용을 보여줬다.

“이거 봐. 이거. ‘타리아 리곤 호텔은 개장한지 이제 반년밖에 안 되었다. 시설 면에서는 타리아의 다른 호텔들에 비해 앞섰으나 운영 면에서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어쩌구 저쩌구…. 이 책 재작년에 나온 거거든. 알고 봤더니 그 호텔 매니저가 그 무렵 새로 부임했다더라고. 이 책 나오고 나서 그 거구로 바뀐 거지.”

지연은 또 다른 책을 보여주며 계속 떠들었다. 단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이 깨끗했다. 대체 지연의 추론은 또 어디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걸까. 현호가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건 맞지만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았다.

버스가 멈추고 나서도 한동안 지연의 수다가 이어졌다.

“이 여행상품권 이벤트, 처음부터 수상했다니까. 사장이랑 아는 사이라고 우리 부모님을 끼워준 것도 그렇고, 어렵게 당첨됐으면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너도 원래는 친구가 당첨된 거라며? 친구는 왜 안 왔어? 뭐? 식중독? 그것도 웃기지 않냐. 왜 하필 그날 타이밍을 딱 맞춰서 식중독에 걸렸대니, 그 애는.”

“틸라카 대사원에 도착했습니다. 빨리 내리세요!”

문문의 재촉에 그제야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연의 괴변 따위 어찌되어도 좋았다. 이미 단얼은 주변 사람들이 전부 의심스러웠다.

맨 앞에 문문이 보였다. 애당초 이번 여행의 시작이 그였다. 어째서 그때 단얼을 끌고 온 걸까. 어차피 당첨되고도 안 온 사람도 많다며 한 명 쯤 두고 가도 상관없었을 텐데. 당장 비행기가 출발하는데 얼굴도 모르는 단얼을 찾아 공항을 헤맸다는 것부터가 납득이 안 된다.

조송이 입구 앞에서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렸다. 무슨 사원이랬으니까 이곳도 뭔가 종교적 의미가 있는 장소인 모양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입만 열면 종교 타령인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어쩌면 인간인 척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다른 두 아줌마 오원지와 유봄 쪽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라면서 같이 붙어 다니는 걸 보기 힘들었다. 사원 앞에서도 오원지는 혼자 떨어져 절을 하느라 바빴다. 유봄은 오히려 지연 가족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다.

지연은 믿어도 될까? 이쪽도 어딘가 어색한 캐릭터이긴 마찬가지였다. 긴 생머리에 단정한 외모와 달리 성격은 시끄럽고 막무가내였다. 중년의 부부와 대학생 딸. 겉보기에는 더없이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래서 더 수상했다.

그들 옆으로 카메라를 든 진수가 보였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몸 좋은 오빠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 그의 몸에 두른 근육들이 무기로 보였다. 권총 한 자루 들고 마족 테러리스트를 상대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했던 그다. 사실은 마족이래도 놀라지 않을 거다. 진짜 인간이래도 무서운 사람이긴 마찬가지다.

자칭 락커 탁준과 그의 여친 소라는 여전히 딱 붙어 다녔다. 팔짱을 낀 채 남자가 여자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였다. 여자가 몸을 비틀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저 두 사람은 진짜 커플일까. 지나친 애정 표현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그들 뒤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현호는 썬글라스를 낀 채 고개를 조금 쳐들고 어딘가 위를 바라봤다. 하늘은 변함없이 새파랗고 구름 한 점 없는데 대체 어디를 보는 걸까.

현호가 갑자기 고개를 슥 돌리더니 이쪽을 바라봤다. 단얼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구경하는 척 했다.

들켰나?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척하며 몸을 돌렸다. 심호흡을 해봤지만 좀처럼 심장 박동이 가라앉지 않았다.

괜찮아. 하루만. 하루만 버티면 집에 돌아갈 수 있어. 그럴 거야. 그래야 해.

사원은 하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사이에 아치형 문이 보였다. 문문은 사람들을 그쪽으로 데려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문 앞에서 쿠루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덮는 모자도 그대로였다.

쿠루하가 사람들과 돌아가며 인사를 나눴다. 맨 뒤에 서 있는 단얼을 향해 고개를 까딱해 보이며 미소 지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에본이고 뭐고 저 여자도 일단은 마족이다.

일행은 쿠루하를 따라 사원으로 들어갔다. 정면으로 비교적 큰 석조 건물이 하나 보이고 그 앞에 정원이 펼쳐졌다. 가운데 건물이 가장 높았는데 레바의 탑에 비하면 작고 황금돔들 만큼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양쪽에 단층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대규모 조형물이 없었다.

사람도 별로 없었다. 관광객이라고는 단얼 일행과 먼저 온 한 무리의 외국인들뿐이었다.

건물 앞에 이어진 회랑을 따라 마족 몇 명이 지나가곤 했다. 그들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두루마기 같은 잿빛 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한여름에 그렇게 싸매면서까지 대체 뭘 가리고 다니는 걸까.

“이곳은 마왕 아바니 틸라카를 모신 사원입니다. 그의 재위 기간은 고대 왕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대로…”

정원 안으로 걸어들어 가는 동안 쿠루하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원 바닥에는 잔디 같은 짧은 풀이 심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돌을 깔아 길을 만들었다.

단얼은 행렬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쿠루하 바로 옆으로 지연이 따라다니고 그 뒤로 지연의 부모와 다른 아줌마들이 보였다. 진수는 왔다 갔다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자료를 수집했다. 영상 자료에 몰두하는 진수와 달리 현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서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곤 했다. 그 바람에 단얼은 걸음걸이를 조절하는데 애먹었다. 현호만큼은 시야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 놓쳐서는 안 된다.

어쩌다 현호가 이쪽을 볼 때면 단얼의 심장이 사정없이 펌푸질을 해댔다. 썬글라스 때문에 시선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닭살 커플은 쿠루하의 안내 따위는 무시하고 정원을 휘젓고 다녔다. 문문이 아무리 부르고 말려도 소용없었다.

그러는 사이 일행은 가운데 건물에 도착했다. 그 앞에 서서 쿠루하가 또 한참을 떠들었다.

“이 건물은 지난 전쟁에서 파괴되어 다시 지어졌습니다. 이 높이부터 돌의 색과 재질이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원래 있던 기단이고 여기부터…”

그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는가 싶더니 갑자기 현호가 주머니에서 작은 물체를 꺼냈다. 단얼은 거리를 유지하고 조심스럽게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호가 손에 든 것은 수첩이었다. 쿠루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 언제부터 저런 걸 들고 다닌 거지? 그보다 대체 뭘 적고 있는 걸까.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쿠루하는 뒤에 서서 기다렸다. 잠시 후 일행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건물의 용도가 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방이 책으로 가득했다. 기둥 사이까지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가장 신이 난 건 지연이었다.

“이게 다 마법서예요?”

“아닙니다. 이쪽은 역사, 저 위는 의학, 저쪽은 음악과 미술. 이곳에는 학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거의 모든 분야의 책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또다시 쿠루하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책들은 전쟁직후 서쪽으로 옮겨진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대학자이기도 했던 수도승 즐리카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을 나열하며 쿠루하는 마족의 역사를 읊어댔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조송 아줌마가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자 뒤에서 문문이 잡았다.

“잠깐. 잠깐만 볼게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들어가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여기 뭐가…”

손을 뻗어 공중을 더듬었다.

“들어가시면 안 된다니까요.”

문문이 아줌마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조송은 허공을 가리키며 옆 사람에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결계다. 보이지 않는 결계.

결계. 결계. 또 결계. 이 세계는 어딜 가나 결계다.

그러고 보니 책장 앞에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책을 보고 있는 마족도 몇 명 보였다. 관광객들이 떠들거나 말거나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들은 어떻게 저곳에 들어간 걸까. 결계를 쳐가면서까지 인간의 접근을 막아 놓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통로 옆에도 책 몇 권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유리 상자 안에 담긴 채 인간 방문객을 맞았다.

“이것은 약 1만 년 전의 역사서입니다. 고대 왕국 옥사스의 초기 역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쿠루하가 말했다.

다른 책들은 마법결계 안에 보관하면서 이 책은 어째서 밖에 내놓은 걸까. 인간 관광객들 앞에 내보일 정도라면 별로 중요한 책은 아닐 것이다.

도서관을 나오니 아까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정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제 막 들어오는 무리도 보였다.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신의 도시, 성지로 불리는 이 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늘은 새파랗고 건물은 새하얗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 겉모습이 완벽한 만큼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은 끔찍했다. 납치, 폭력, 살인. 깨끗한 척 순수한 척 하는 파란 하늘이 역겨웠다. 속이 울렁거렸다.

“이쪽입니다. 어서 따라 오세요.”

문문의 재촉에 단얼은 일행을 따라 오른쪽 건물로 들어갔다.

쿠루하는 사람들을 지하로 안내했다. 통로도 넓고 실내가 제법 밝았지만 땅속으로 내려가는 느낌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가자 공기가 차가워졌다.

계단아래는 동굴로 이어졌다. 벽과 천장에 울퉁불퉁한 바위 표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동굴 안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얼마 못 가 허리 높이로 쌓인 돌들이 길을 막았다. 그 앞에서 쿠루하가 말했다.

“이곳은 기적의 샘이라고도 불리는 대사원 지하 우물입니다.”

희미한 조명이 물줄기를 비췄다. 위쪽 바위틈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난간 앞에 서면 아래로 물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검은 물이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름에 비해 그다지 신성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길이 소용돌이치며 더 깊은 지하로 흘러들어갔다. 그 소리가 음침하기만 했다.

쿠루하는 또 신화 같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아바니 틸라카는 이곳에서 많은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이 우물에는 틸라카의 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물로 몸과 마음의 모든 고통을 치유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단얼은 그냥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진작 우물이 말라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벌써 조송과 오원지 두 아줌마가 그 앞에서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기념품점에 가시면 우물물을 담은 성수병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아줌마들이 기다렸다는 듯 쿠루하를 따라갔다.

몇몇은 뒤에 남아 동굴을 좀 더 둘러봤다. 지연이 플래시를 펑펑 터뜨려가며 사진을 찍었고, 현호는 어둠속의 뭔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얼은 그 으스스한 곳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현호를 등 뒤에 두고 나온다는 게 꺼림칙했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시고 머리가 핑 돌았다. 근처에 앉아 쉴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도서관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 끝에 걸터앉았다.

저 앞에 샴쌍둥이처럼 걸어가는 닭살 커플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연의 부모는 이제 막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지연과 현호는 아직도 동굴 속에 있다. 그 두 사람 때문에 문문도 못 나오고 있겠지.

그렇게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 아닙니다.”

진수였다. 둘러보니 건물 뒤쪽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정원의 반대쪽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양쪽 건물이 만드는 그림자에 가려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저런 곳에서 뭘 하는 걸까.

평소 같으면, 다른 사람이라면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그가 마족을 향해 소총을 갈기던 모습을 기억하지 못 했다면 그냥 무시했을 것이다.

“네. ……습니다.”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진수는 분명 누군가와 대화 하고 있었다.

단얼은 일어나 건물 쪽으로 다시 다가갔다.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건물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진수가 보였다. 그의 손에는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 네.”

그가 단말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말했다.

[여기선 네트워크가 안 돼.]

마족의 땅에서는 무선 통신이 안 되고 그래서 단말기도 사용할 수 없다. 단얼에게 그 사실을 상기시켜준 사람이 바로 진수였다. 그런데 그가 지금 마족의 땅, 그것도 타리아 한복판에서 단말기를 이용해 누군가와 통신을 주고받고 있다.

단얼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꼈다. 벽에 기댄 채 간신히 몸을 가눴다. 이 세계도, 저 사람들도,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대체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인지. 이젠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어디 아파?”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머리를 한참 위로 젖히고야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호라는 이름의 인간으로 위장한 마족. 그가 바로 앞에서 단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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