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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마왕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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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작품등록일 :
2014.08.01 21:21
최근연재일 :
2014.09.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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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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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4. 셋째 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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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아침


단얼은 눈을 떴다. 주위가 어두웠다. 그대로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움직임을 감지한 센서가 조명을 켰다. 탁자위의 시계가 이제 막 5시 정각에서 1분으로 넘어갔다.

아직 몸이 뻐근했지만 머리만은 또렷했다. 5시에 일어나서 호텔을 구경하고 7시부터 아침식사, 전날과 마찬가지로 관광버스는 8시 반에 출발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계획. 현호를 만나 시계를 돌려준다.

금색 시계는 머리맡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5시 2분이었다. 그 사이 디지털시계의 숫자도 05:02로 바뀌었다. 단얼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로비로 나오니 5시 반이었다.

좋아. 계획대로다.

데스크 너머에는 예쁘장한 여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단얼을 발견하고 살짝 눈인사를 건넸다. 첫날 봤을 때도 여자였던 것 같은데 같은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로비 한쪽에 놓인 소파에 남자 둘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호텔 직원 둘이 식당 쪽으로 들어갔다. 그들 외에도 직원들이 간간이 로비를 가로질러 가곤 했다.

단얼은 공중에 떠 있는 조각상을 지나갔다. 위치도 높이도 첫날 봤던 그대로 였다.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갔다. 옆에 서 있던 도어맨이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했다. 아직 도시에 그림자가 깔려 있었지만 이미 하늘은 환했다.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었다.

타리아의 새벽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춥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름 치고는 제법 선선했다.

호텔 앞길은 한산했다. 짐을 실은 마차 한 대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 게 전부였다. 진입로에도 차 한 대 사람 한 명 안 보였다.

오른쪽에 보이는 주차장만 관광버스로 꽉 찼다. 벌써 운전기사들이 나와 버스를 점검하거나 충전하고 있었다. 버스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어느 게 일행의 버스인지 구분이 잘 안 됐다.

간신히 인영여행사의 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엄밀히는 버스가 아니라 운전기사를 찾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충전 케이블 앞에 서 있었다.

단얼이 다가가자 운전기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단얼의 말에 마족 노인은 웃어 보이기만 했다. 우리말을 모르는 걸까.

그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카락 사이로 어떤 돌출물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에본이다.

“구경 좀 해도 되나요?”

단얼이 물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물러났다. 알아듣기는 하나 보네.

충전기도 케이블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장비야 어찌어찌 들여온다고 해도 문제는 전력이었다. 대충 봐도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가 스무 대는 넘었다. 그걸 전부 충전하려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 호텔건물도 전기를 쓰고 있다. 건너편의 마족들 집이야 해가 지면 깜깜하지만 인간 관광객이 머무는 호텔은 밤새 조명을 밝힌다. 이 많은 전기를 인간계에서 여기까지 끌어오는 건가.

“일찍 나오셨습니다.”

묵직한 목소리에 단얼이 뒤를 돌아봤다. 커다란 뿔 한 쌍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에미타 대성전에서 헤어진 후 처음이었다. 주위의 운전기사들이 아스타나 지배인을 향해 허리를 구부렸다. 단얼 옆에 있는 노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너무 숙여서 저러다 넘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스타나가 마족의 언어로 뭐라고 말하자 그제야 다들 하던 일로 돌아갔다.

“관광버스는 8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이름이 아스타나 파리 뭐라던 지배인이 말했다. 어째서인지 그의 이름 뒷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알아요. 그냥 구경하는 거예요.”

“그러십니까. 여기서는 출발 전에 버스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건 보면 알거든요.

“관문에서 여기까지 전력선을 연결하는 게 쉽지 않았겠어요.”

단얼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계와 이쪽 세계를 잇는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아스타나는 한동안 단얼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

“아하! 뭔가 오해하신 것 같군요.”

아스타나가 미소를 띤 채 계속 말했다.

“이곳의 전기는 모두 성 밖에 있는 마력소에서 공급됩니다.”

“마력소요?”

“네. 이곳 말로는 ‘아우티카나’라고 합니다. 마나를 전기나 열, 빛 등의 형태로 바꾸는 곳입니다. 물론, 마나의 형태 변환은 아주 기본적인 마법입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대량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특화된 마력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 일을 맡는 곳이 아우티카나입니다.”

아스타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단얼은 케이블과 버스를 번갈아 바라봤다. 저기 흐르는 전기가 전부 마법으로 만든 거라고? 단얼은 라이트닝볼트를 시전하고 있는 수백 명의 마법사를 떠올려 버렸다.

“못 믿으시겠다면 제가 보여드리죠.”

아스타나는 단얼이 안 믿는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여기를 보십시오.”

그가 가슴 앞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마나를 모아서…”

단얼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래도 아스타나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전자기력으로 변환합니다. 이렇게….”

아스타나의 손끝에서 뭔가가 번쩍했다. 그게 다였다. 고작해야 겨울에 정전기가 일어나는 수준이었다.

단얼의 실망한 표정을 읽었는지 아스타나가 멈칫했다.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위험하니 뒤로 물러나십시오.”

그러면서 아스타나 자신이 몇 발짝 뒷걸음질 쳤다. 그 자리에 서서 이번에는 양 팔을 벌렸다.

“제가 보여드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초입니다. 마력소에서는 전문가들이 마법도구를 이용해 훨씬 강력한 것을 만들어 냅니다.”

아스타나는 손가락을 벌린 채 몸에 힘을 줬다. 다음 순간 강력한 번개가 그의 손바닥 사이에서 번쩍였다. 불꽃이 바닥까지 튀겼다.

“악!”

단얼이 피할 사이도 없이 눈앞으로 번개가 덮쳤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쩍였다. 새하얀 빛 속에서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드파타… 테러리스트… 총… 아이들… 검은 날개… 폭탄… 아드파타… 흰 날개… 악마… 괴물… 듀반의 이름으로… 눈을 감아라… 아드파타… 미안하다… 아드파타… 아드파타… 아드파타…

온 세상이 핏빛으로 뒤덮이고 한때 사람의 형태였던 검은 덩어리들이 갈가리 찢긴 채 바닥에 흩어져 있다. 그 가운데 피를 뒤집어쓴 악마가 서 있다. 검은 날개와 흰 날개를 한 몸에 지닌, 오드윙의 악마 아드파타.

단얼은 눈을 떴다. 그 모든 현실이 꿈이었던 꿈에서 깨어났다.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괜찮으십니까?”

누군가 단얼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단얼의 눈은 피의 바다와 그 한 가운데 선 악마를 바라봤다.

보고 싶지 않아.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치만… 눈을 뗄 수가 없어.

“단얼 씨!”

언제 나타났는지 문문이 단얼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단얼의 눈이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단얼은 아스타나를 밀쳐내려 했다. 작은 인간 여자의 힘으로 될 리가 없었다. 아스타나가 손을 놓자 그제야 풀려났다. 비틀거리다 간신히 벽에 기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옆에 서 있던 문문이 물었다.

“간단한 마법을 보여드린다는 것이 그만. 저의 실수입니다.”

아스타나가 말했다. 큰 뿔의 위엄은 어디 갔는지 단얼 앞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단얼 씨, 괜찮아요?”

인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나쳤습니다.”

마족.

문문과 아스타나가 번갈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인간도 마족도 믿을 수 없다. 진짜 인간인지 알 게 뭐야. 그 악마는 완벽하게 인간을 연기하고 있는데.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저는… 괜찮아요.”

단얼은 있는 힘껏 얼굴 근육을 움직였다. 태연한 척. 웃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와우! 굉장하네요. 대단한 마법이에요. 잘 봤어요.”

문문이 허리를 펴고 단얼을 빤히 쳐다봤다.

“지각 안 하려고 먼저 나온 건 좋은데 너무 일찍 일어난 거 아니에요? 식당 문 열려면 아직 멀었으니 들어가서 좀 쉬어요.”

문문의 말에 단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빨리 호텔 입구로 들어갔다. 막 안으로 들어갈 때 문문과 아스타나가 버스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보였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단얼은 로비 안쪽의 소파에 몸을 던졌다.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다 잊을 수가 있지?

희미하던 장면들이 이제는 너무도 또렷하게 기억났다. 어떻게 그걸 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혹시 마법? 그래 놈들이 마법을 걸었던 거다. 기억을 조작하는 마법. 그런 마법도 있나? 여긴 마족의 땅이다. 무슨 마법이든 가능하다.

어쩌면 이 여행자체가 다 마법인 건 아닐까. 우린 모두 마법에 걸린 거다. 있지도 않은 걸, 놈들이 마법으로 만든 환상을 진짜라고 믿는 거다. 타리아라는 도시도 이미 사라졌는데, 여기 없는데 속고 있다. 아니, 애당초 마족의 땅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 없잖아!

황진 주변은 온통 사막이었다. 붉은 결계를 넘자마자 전혀 다른 광경이 나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지! 다 마법이었던 거다. 그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지연 언니의 말이 맞았다. 놈들은 우릴 속이고 있다.

맞은 편 소파에 대각선 방향으로 누군가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신문을 펼쳐 들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옷이나 몸집으로 봐서는 남자 같았다. 앞에 보이는 탁자에 신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때마침 지나가던 관광객이 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단얼 뒤쪽 자리에 앉았다.

각각의 신문은 다양한 언어로 인쇄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TV도 통신도 안 된다. 대신 종이 신문을 갖다 놓는 모양이다. 단얼이 읽을 수 있는 신문도 몇 개 보였다. 커다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천공마왕성 또 관광객 실종’

관광객 실종. 그 관광객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었다. 아무도 모르게 장터에 구경 나갔다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끌려갔다. 천공마왕성이면 공중에 떠 있으니 달아날 곳도 없었다. 그렇게 잡혀간 관광객은 어떻게 됐을까.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피가 분수처럼 튀고, 그리고… 그리고….

눈앞이 핑 돌았다.

그때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들고 있던 신문을 접었다. 한순간 단얼의 숨이 멎어 버렸다.

현호, 아니, 현호라는 인간인 척 하는 마족, 아니, 오드윙의 악마 아드파타!

단얼은 간신히 숨을 토해냈다.

현호는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다음 것을 집어 들었다. 그가 보는 신문은 글자인지 그림인지 구분도 안 되는 꼬불꼬불한 기호들로 가득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각종 언어로 인쇄된 신문을 차례로 읽어 내려갔다.

그가 입고 있는 붉은 셔츠를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렸다. 마족들의 시체 더미에서 피어오르던 역겨운 냄새가 고스란히 떠올랐다. 현호의 온몸에 그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셔츠가 붉은색? 어째서 어제는 눈치 채지 못 했을까. 현호는 전날 호텔을 나갈 때 상의 하의 모두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장소에서는 붉은색 셔츠로 갈아입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검은 셔츠는 아드파타의 날개와 함께 갈가리 찢겨졌으니까.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진수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쓴 가면은 정말 완벽했다. 자연스럽고 다정한 미소. 저기에서 어떻게 마족들에게 총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어대는 모습은 연상할 수 있을까. 바로 옆에서 직접 본 게 아니라면.

현호가 아드파타로 불리는 변종 마족이라면 진수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 그도 마족인 걸까. 인간이라고 해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냥 관광객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잠 못 잤어? 얼굴이 왜 그래?”

“조, 조금 피곤하네요.”

태연한 척. 태연한 척.

여기서 현호와 진수의 정체를 떠들어 봐야 소용없다. 아니, 어쩌면 모두 한통속일지 모른다. 그게 다 단얼의 꿈이었다고,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잡아뗄 것이다. 공짜 관광에 당첨됐다면서 성지 순례 운운하는 아줌마들 하며, 생긴 건 멀쩡한데 마왕 매니아처럼 말하는 지연 하며, 이 여행은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이상했다.

“관광도 좋지만 무리 하진 말아라.”

이제 더 이상 관광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이건 관광으로 위장한 함정이었다. 이대로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저들이 무사히 돌려보내 줄까.

조금 전까지도 모든 게 꿈처럼 아련했는데 이제는 대사 한 마디까지 또렷하게 기억났다. 자기 입으로 밝힌 현호의 또 다른 이름도 기억났다.

[나 듀반의 이름으로.]

듀반. 그게 그의 진짜 이름이라는 보장도 없다.

듀반은 그 약속을 지킬까.

[너만은 반드시 무사히 돌려보낸다.]

‘너만은’이라면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딸기와 바닐라. 그 두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테러리스트가 단얼을 잡아가던 순간 아이들은 진수와 함께 있었다. 그럼 진수에게 물어볼까. 안 돼. 기억을 되찾았다는 걸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돼. 그러면 저들이 다시 잡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어느새 진수는 현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단얼과 다른 사람들을 어찌 처리할지 의논하는 걸까.

잠시 후 지연 가족과 아줌마들도 로비로 내려왔다. 단얼은 그들을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단얼은 억지로라도 먹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쓰려면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좀처럼 목구멍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씨리얼만 몇 숟갈 간신히 떠먹었다.

다들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서 단란한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이젠 저들이 진짜 가족이고 친구인지도 의심스러웠다. 다들 단얼에 대해 쑥덕거리는 것만 같았다.

[지도자의 명령은 인간을 인질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죽여도 상관없다.]

그 말을 했던 마족은 몇 분 후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수많은 덩어리 중 어느 게 그였는지도 구분할 수 없었지만.

“혼자?”

그 목소리에 단얼의 심장이 덜컹거렸다.

접시가 내려지더니 현호가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의 접시에는 빵 몇 조각과 함께 베이컨과 소시지가 수북했다.

의식이 흐려지기 전, 단얼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변화된 모습의 현호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 널려 있던 참혹한 광경. 그건 분명 그의 짓이었다. 단얼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는 건 현호라는 가짜 이름의 악마. 감히 그와 마주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어지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눈을 감아라.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절대 떠서는 안 된다.]

대체 뭘 감추려고 눈을 감으라고 했던 걸까.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단얼은 그의 팔 안에서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게 끝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광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잘 먹어둬.”

현호가 대뜸 소시지 하나를 단얼의 접시에 덜어놨다. 속이 울렁거렸다.

“됐거든요. 아저씨나 드세요.”

단얼이 숟가락으로 소시지를 밀어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때 닭살 커플이 바로 옆에서 키득거리며 지나갔다. 댁들이나 낯 뜨거운 짓 좀 그만 하시지. 내일 당장 세상이 멸망한대도 저러고 있을까.

갑자기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들 이쪽을 보며 비웃는 것만 같았다. 단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호는 무표정하게 단얼을 쳐다보기만 했다. 화를 내지도 말리지도 않았다.

“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단얼은 자신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걸 느꼈다.

“앞으로 저한테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대로 식당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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