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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마왕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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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LOOD
작품등록일 :
2014.08.01 21:21
최근연재일 :
2014.09.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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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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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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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9. 셋째 날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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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천천히 해.”

듀반의 손이 부드럽게 단얼의 어깨를 다독였다.

“아이들이…”

단얼은 간신히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아이들이 데려다 줬어요. 광장 밖으로 나가는 길….”

“어떤 아이들이었습니까?”

문문이 물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애들이요. 한 아이는 딸기맛, 다른 아이는 바닐라맛을 좋아해요.”

단얼의 대답에 문문이 얼굴을 찡그렸다.

다음 질문이 바로 나오지 않자 대신 청염의 마왕이 말했다.

“들었지? 너희 쪽에도 보고서 보냈을 텐데. 그 애 둘이 저 꼬마를 꾀어내 광장 밖으로 데리고 나간 거야.”

꾀어내? 거슬리는 표현이었다.

“저보고 그 말을 믿으란 겁니까? 멀쩡한 대학생이 처음 보는 마족 아이들을 따라갔다고요?”

문문이 다시 단얼 쪽을 쳐다봤다.

“왜 그 아이들을 따라갔습니까?”

“그게…”

“마법을 쓰던가요? 협박을 하던가요?”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단얼은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마법이라니, 협박이라니. 아무리 마족이라지만 그냥 힘없는 거리의 아이들일 뿐인데 말이 너무 심하잖아.

“쿤다와 하이마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저한테 타리아의 거리를 구경시켜 주려던 것뿐이에요.”

“그대는 마크리트, 그러니까 마족어를 할 줄 아나?”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갈색 곱슬머리의 여자가 단얼을 보고 있었다. 타리아의 시장이라고 했던가.

“아뇨.”

“그럼 그 아이들이 너희 인간의 언어로 말했나?”

“아뇨.”

“그대는 마크리트를 모른다. 상대는 인간의 말을 못 한다. 그렇다고 마법을 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타리아를 구경시켜주려 한다는 것을.”

“그, 그냥… 알아…요….”

귀족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기분 나쁘게 단얼을 힐끔거리기까지 했다.

이 사람들은 바디랭귀지도 모르나. 그게 그렇게 이상해?

“그러니까…”

금발의 장군이 말했다.

“도시 구경을 시켜준다는 말에 처음 보는 마족을 따라갔다는 건가?”

“그…”

“보셨죠?”

단얼이 아주 잠깐 망설이는 사이 문문이 끼어들었다.

“그 마족 아이들이 힘없는 인간을 마법으로 홀려서 납치하려 한 것입니다.”

“방금 듣지 못 했나? 마법을 쓰지 않았다고 했네.”

타리아의 시장이 말했다. 문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말을 떠들었다.

“단얼 씨가 모르는 사이에 마법을 걸었겠지요. 여기 있는 젊은 여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족의 땅에 들어왔습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평생 마법이란 것을 구경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영화에 나오는 특수효과가 전부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란 말입니다. 눈앞에서 마나가 튀었다고 해도 전혀 알아볼 수도 없습니다. 아드파타의 저주를 받은 아이가 벌여놓은 사악한 마법에 무방비로 걸려든 것입니다.”

‘아드파타’라는 단어에 단얼의 심장이 덜컥거렸다.

“루크마야일세. 그 아이는 아드파타가 아니라 루크마야다.”

평의회 의장인 아바니 우가트가 천천히 말했다.

“결국 같은 것들 아닙니까. 아드파타든 루크마야든. 저주 받은 괴물들입니다.”

단얼 안에서 뭔가가 울컥했다. 듀반과 쿤다까지 싸잡아서 욕하는 문문이 얄미웠다.

쿤다가 얼마나 착하고 귀여운 아이인데. 루크마야라는 이유로,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아니에요. 쿤다는 괴물이 아니에요. 그 애들이 대체 무슨 짓을 했단 거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단얼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이런이런…”

문문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말 제대로 걸려드셨군요.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제가 진실을 말씀드리죠.”

그가 단얼을 향해 한 발짝 다가왔다.

“그 두 아이들은 테러집단 에미타네리의 끄나풀이었습니다. 마족이라고는 하나 아직 어린 아이들이 그 넓은 광장에서 결계의 구멍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테러리스트 일당이 가르쳐 줬기 때문입니다. 그 구멍을 알려주고 몰래 들어가서 순진한 인간을 데리고 나오도록 시킨 겁니다. 아드… 아니, 루크마야에게 홀린 단얼 씨가 결계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일당이 덮친 것이지요.”

“아니에요! 쿤다와 하이마는 제가 달아나게 도와줬어요.”

“그래서 다시 안전한 광장 안으로 데려다 줬습니까? 아니죠? 아이들이 데려다 준 곳에는 여전히 놈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단얼 씨를 납치하기 위해서.”

“아…”

단얼은 말문이 막혔다. 문문의 말대로다. 쿤다와 하이마를 따라 골목을 내달렸지만 단얼은 결국 테러리스트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었다면 그냥 잡으면 될 텐데 처음부터 왜 달아났지?

“시트린 즈발 장군, 말씀해 주십시오. ‘그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셨죠?’”

문문은 두 번째 문장을 마족어로 말했다.

“그 두 아이들이 에미타네리와 관련이 있단 것은 사실이다. 결계의 구멍도 에미타네리 소속의 친구가 알려줬다고 말했다.”

금발의 장군도 마족어로 받았다.

“그것만으로 에미타네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소. 길거리의 아이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폭력집단과 연관되어 있소이다. 단체에서는 아이들에게 먹거리와 숙소를 제공하지요.”

시장이 말했다. 이어서 다시 장군이 받았다.

“그러니 위험하다는 것이외다. 먹을 것을 미끼로 불러 모은 뒤 쓸 만한 아이들을 조직원으로 키운다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지요. 광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알려줬다는 것은 이미 동료로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봐야 하지 않겠소. 게다가 이번에 붙잡힌 두 아이중 하나는 저주 받은 루크마야가 아니오. 그 잔인함과 전투력을 안다면 에미타네리만이 아니라 여러 조직에서 탐냈을 것이오.”

어느새 대화는 마족어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루크마야의 특징인 외뿔과 황색 날개를 숨겼다던데요.”

문문이 말했다.

“그래봤자 어린 아이지. 마나보기에 능숙한 자라면 그 정도는 쉽게 알아볼 수 있소.”

장군이 대답했다. 문문이 마족들의 말을 통역해 단얼에게 전했다. 이미 다 알았지만 단얼은 모른 척 끝까지 듣고 있었다.

“…라고 하는군요. 단얼 씨, 이제 아셨죠? 정말 영악한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친구인 척, 도와주는 척 하며 단얼 씨를 완벽하게 속인 겁니다.”

쿤다와 하이마의 얼굴이 단얼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의 만남, 수비대를 유난히 무서워하며 피하던 쿤다, 광장 밖으로 단얼을 잡아끌던 손, 결계를 빠져나가는 순간의 이상한 느낌…. 그게 다 계획된 일이었다고?

“아니에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해맑게 웃던 얼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때 수줍어하던 표정, 그리고 손을 통해 전해지던 보드랍고 따뜻한 감촉. 그곳 어디에도 거짓은 없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 인간 아이는 이미 루크마야의 마력에 홀렸습니다. 더 이상의 증언은 의미가 없습니다.”

장군이 이번에도 마족어로 말했다.

“그 루크마야가 마법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에미타네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직접 테러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여자 목소리는 시장이었다.

“에미타네리와 교류가 있었던 것은 본인들도 인정하지 않았소.”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

이 사람들인가. 이자들이 쿤다와 하이마를….

포셈 저택에서 다시 만났을 때 아이들은 뭔가에 겁먹고 떨고 있었다. 웃음도 생기도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자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 불쌍한 아이들을, 그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나이도 수백 살이나 먹은 귀족이란 자들이….

“나다.”

듀반의 목소리에 귀족들이 갑자기 대화를 멈췄다.

“내가 시작한 일이다. 그 두 아이들도, 여기 이 인간 아이도 내 계획에 이용됐을 뿐이다.”

“조금 전까지는 유명 작가를 사칭하더니 이제는 내가 한 짓이다?”

문문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속셈이죠? 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인간.”

청염의 마왕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분한 문문을 다시 앉히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왕이 다시 듀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속해봐.”

“나는 아누판 광장에서 우연히 쿤다와 하이마, 문제의 아이들을 발견했다. 이 아이도 그때 함께 있었지. 쿤다와 하이마는 광장 안에 들어 올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무엇보다 둘 중 하나가 루크마야 였으니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할 수 없는데 광장 안에 들어왔다는 것은 어딘가 구멍이 있다는 뜻. 나는 그 장소를 찾기 위해…”

“다 아니까 핵심만 말해.”

성격 급한 마왕이 또 말을 잘랐다.

“기다려. 처음 듣는 사람도 있잖아.”

듀반이 계속 말했다.

“타리아 수비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들을 겁줘서 달아나게 한 다음, 뒤쫓아 결계의 구멍을 찾기로 했지. 바로 잡지 않고 일부러 달아날 틈을 줘서 녀석들의 탈출로를 알아내는 작전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아이가 이 학생을 끌어들인 것이다.”

“처음부터 납치할 생각이었으니 쫓기는 상황에서도 단얼 씨에게 접근한 것 아닙니까.”

문문이 말했다. 그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뜻밖에도 아스라자였다.

“그 부분은 아이들이 이미 증언했다. 이 인간 아이가 자신들과 접촉했기 때문에 수비대에 잡히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비대를 피해 결계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 말도 별로 미덥지 않은걸. 그런데 넌 누구지?”

문문이 아스라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말씀을 삼가시오.”

이번에는 백발의 총리대신이 나섰다.

“이분은 아바니 아나사 님의 아드님이자 이로크의 국왕대리이신 아바니 아스라자 대공이시오.”

“몰라 뵙고 무, 무례를 범했습니다.”

문문이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도 계속 불편한 눈초리를 보냈다.

놀라기는 단얼도 마찬가지였다. 북마왕국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더니 자그마치 국왕대리였다니. 그럼 이 아이, 아니 이분도 마왕이란 거야? 대리이니 완전한 마왕은 아니지만 어쨌든 거기에 준하는 높은 사람이란 뜻이잖아.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아스라자는 변함없이 듀반의 오른쪽에 버티고 서 있었다.

듀반의 설명이 이어졌다.

“원래 내 계획은 결계의 허점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유인해 놈들의 지도자에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결계 밖에서 에미타네리 일당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이 계획을 밀어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에미타네리를 이끄는 자칭 에미타의 예언자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자이니까.”

“만나서 어쩔 건데?”

청염의 마왕이 말했다. 이번에는 마족어였다.

“일단 대화를 해보고…”

듀반도 마족어로 답했다.

“퍽이나 말이 통하겠네.”

마왕이 졸린 눈으로 이쪽을 봤다.

“뭐, 안 되면 경고, 그래도 안 되면 몸대화를 시도해 봐야지.”

“니가 말하는 몸대화가 몸뚱이를 토막내버리는 거냐.”

“어디를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까.”

“어이쿠. 그러셔. 그래서 마라포타의 부두목을 스무 조각으로 잘라 버렸냐?”

두 사람은 끔찍한 대화를 태연하게 주고받았다.

“야, 그게 언제 적 일인데…. 하던 얘기나 계속 하자고.”

듀반은 잠깐 단얼 쪽을 돌아봤다가 계속 말했다.

“나는 만약을 위해 자유인류동맹 정보부 쪽에도 도움을 청했다.”

“진수라던가 하는 그 남자 인간 말씀이십니까?”

타리아 시장이 말했다.

“그렇다. 타리아 수비대와의 협력도 잘 이루어졌는지 대원 둘과 함께 와줬더군.”

“문제는 그때 레바의 탑에서 폭탄이 발견된 것이지요. 그 때문에 저희 쪽에서도 충분한 지원 병력을 보내드릴 수 없었습니다.”

“이해한다. 그대와 타리아 수비대는 최선을 다했다.”

듀반의 말에 시장이 짧게 고개를 숙였다. 듀반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 계획은…”

“잠깐!”

이번에도 문문이 그의 말을 잘랐다.

“방금 폭탄이라고 하셨습니까?”

“탑에서 발견된 폭탄은 불발탄이었소.”

타리아 시장이 대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았던 건 아니죠? 그래서 광장에 수비대 병력이 몰렸던 것 아닙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시장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관광객 수천 명이 모여 있는 광장 한 가운데서 폭탄이 발견되었는데 경고나 대피 안내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하루가 지나도록 저희 쪽에서는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 했습니다. 관광객의 안전을 무시한 조치에 항의하지 않을 수 없군요.”

“우리는 충분한 안전조치를 했다. 심지어 허가된 구역을 벗어난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추가 병력까지 보내줬다. 관광객이 안전 구역 안에 머물도록 통제하는 것은 그대의 책임이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괴물과 테러리스트의 끄나풀이 설치도록 내버려두니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닙니까!”

문문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마족들 중에서도 엄청난 마력과 권력을 휘두르는 귀족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데. 더더군다나 눈앞에는 마왕까지 앉아 있는데. 인간 문문은 맨손으로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무슨 배짱인지.

“그만!”

소년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아스라자가 문문을 노려보며 말했다.

“듀반 님의 말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실내가 조용해지자 듀반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원래 내 계획은 그들의 관심을 내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었다. 마나를 흘려서 적당히 놈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되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뒤를 밟아 문제의 구멍을 찾는 것도 간단한 일이었다. 예상대로 광장을 빠져나가자 바로 감시자가 붙더군. 문제는 이 아이가 먼저 놈들의 목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단얼 씨가 마족 아이들에게 잡혀서 광장 밖으로 끌려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 내버려뒀다는 것 아닙니까. 당신 말은 여전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문문이 또 걸고 들어왔다.

단얼은 갑자기 짜증이 확 치솟았다. 그리고 폭발했다.

“누(가)…!”

듀반이 잡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을 것이다. 단얼은 겨우 성질을 가라앉혔다. 모른 척 해야 한다. 이제는 듀반을 포함해 모두 마족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내 실수다. 계획을 밀어붙여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

듀반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단얼은 못 알아듣는 척 하며 컵을 들고 천천히 마셨다.

“그때 좀 더 확실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나의 안이한 판단이 이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아저씨는 대체 뭐지? 문문도 귀족들도 서로 남 탓하기 바쁜데, 심지어 쿤다와 하이마 같은 아이들에게까지 뒤집어씌우려고 하는데, 듀반은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 하고 있다.

“그게 끝이 아닐 텐데?”

청염의 마왕이 말했다.

“네놈이 도시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아주 난리가 났다고. 타리아가 아드파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그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면 어쩌자는 거냐, 이 짝짝이야.”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테러리스트 스물한 명을 토막 낸 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어쩔 수 없었다니까. 안 그랬으면 이 아이가 당했어. 그 많은 숫자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니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은 잘 하네. 그거 뒤처리 하느라고 얼마나 애먹었는지 알아? 아, 그렇지.”

마왕이 갑자기 단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야, 인간 꼬마. 말해봐. 그때 어떤 상황이었지?”

단얼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아차. 방금 그 말은 동한어였다. 대답해야 한다.

“네… 그…”

“에미타네리의 행동부대가 널 잡아갔다며. 그때 상황을 말해보란 말야.”

단얼은 심호흡을 했다. 그때의 일은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렸다. 그래도 청문회에 나온 이상 각오한 일이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은 일, 물러난 줄 알았는데 다시 나타나서 단얼을 붙잡아간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 남자가 저를 어떤 건물 옥상에 내려놨어요. 그 다음에 아저씨가 왔어요. 그리고 저를 구해주셨어요. 그 다음에… 정신을 잃어서 그 다음은 몰라요.”

“그게 다야?”

청염의 마왕이 말했다.

“네… 대충….”

“짝짝이가 옥상에서 어떻게 했는데? 납치범들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모, 몰라요.”

“몰라?”

“눈을… 감고 있었어요.”

“뭐야. 싱겁게.”

마왕은 실망 섞인 한숨소리를 냈다.

“너도 참 멍청하다. 멋진 볼거리를 바로 앞에 놔두고 눈을 감아 버리다니. 하긴, 그걸 보고 살아남은 인간은 없었지. 그래서 이 녀석이….”

“마르마자!”

듀반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꾸 말 자를래?”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뭐가 쓸데없는 소리라는 거야? 스물한 명을 죽인 살해도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잖아.”

“넘어가자.”

“파리하라, 그게 이름이 뭐였지? 저놈이 쓰는 그… 마법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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