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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96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05 08:42
조회
1,049
추천
12
글자
10쪽

로버트-성장 (1)

DUMMY

밖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그 덕분에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는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두운 방 안에서 다니엘 피트는 방의 주인에게 인사했다.


“다녀왔습니다. 공작저하.”


방의 주인, 제국에 단 세 명뿐인 공작 중 하나, 케사릭 볼드윈이 고개를 들었다.


“잘 쉬다 왔는가?”


다니엘 피트는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으며 대답했다.


“푹 쉴 생각으로 간 곳에서 꽤 진귀한 녀석을 찾아왔습니다.”


“진귀한 녀석이라?”


“예, 아직 앳된 소년인데 살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 강해 그것을 위해서는 뭐라도 할 녀석이지요. 게다가 4써클 마법사입니다.”


공작이 관심을 드러냈다.


“호오···. 출신은?”


“밀러 가문에서 쫓겨난 서자라고 하더군요.”


“아, 얼마 전에 보고받은 것 같군. 그런데 그 소년이 마법사였나? 그런 내용은 없었는데···.”


“가족들에게 해코지 당할까 봐 숨겨왔다고 합니다.”


“이용하기 쉬운 데다 영특하기까지 하군. 잘 키워보게.”


“예.”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법사라는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허허.”


“예, 그것도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주게나.”



***



로버트는 피투성이가 된 몸을 벽에 기댔다. 절반은 자기 피가 아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자신이 흘린 피였다.


'살고 싶어서 따라왔던 건데···.’


피트 가문에서 만난 남자를 따라나선 이유는 단지 죽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때 따라오지 않았다면 자신은 분명 죽임당했을 테니까. 집사장에 의해서든지, 아니면 그 남자에 의해서든지.


하지만 이곳에 온 이후 그는 매일매일 죽을 고비를 맞고 있았다. 방의 유일한 출입문을 통해 매일매일 몬스터들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오크나 코볼트 따위였지만, 곧 오거나 트롤 같은 준대형 몬스터들이 들어왔다. 거기에 익숙해질 때 즈음 마리수가 늘어났다.


어떨 때는 복면을 쓴 사람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로버트를 죽이려 들었다. 계속 저지르게 되는 살인에 로버트는 괴로워했지만, 곧 무덤덤해졌다. 살아있는 것을 죽이는 일은 어느덧 그의 일상이 되어갔다.


다음 날 눈을 떠보면 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로버트는 자신의 시간이 흐르고 있기는 한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5써클 마법사가 되었다.


축하선물일까. 다음 날 한 상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상자 안에는 5써클 이하의 모든 마법 스크롤들이 들어있었다. 로버트는 그제야 자신이 이 방에서 사육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마치 돼지처럼···. 서럽게 울면서, 로버트는 그것을 모두 익혔다.


시간이 더 흘렀다. 여전히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방 밖으로 나가볼까도 싶었지만 시도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면 죽게 된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저주하며 자신을 내쫓은 그의 형조차 보고 싶었다. 사람이, 대화가 그리웠다. 이곳에 온 이후 매일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끼이익-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악마 같은 놈···.


“후배, 오늘도 살아남았군. 정말이지 너처럼 지독한 놈은 처음이다.”


그는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고 있는 로버트를 부축하여 방구석에 놓여있는 딱딱한 침대에 눕혔다.



***



“크아악···. 그..그만···.”


“어허~ 뭘 이 정도로 그렇게 힘들어해? 너 직전의 후배는 이 수법에 신음 한 번 내뱉지 않았어. 아마도 이미 죽어서 아무 소리도 못 질렀던 것 같아. 히히히히히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인한 수법으로 그는 로버트를 고문했다.


“아아아악···.”


“그거 알고 있나, 후배? 고대에는 자네나 나 같이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숫자로 불렀다더군. 001호, 002호 이런 식으로 말이야. 지금과 비슷하지. 그런데 그들은 틈만 나면 어여쁜 여인을 만났다고 해. 임무 때마다 여자도 바뀌었대. 킬킬킬.”


“으..어헉. 쿨럭쿨럭.”


“우리도 그런 훌륭한 그림자로 살아가자고. 아! 사는 건 나지, 후배는 죽을 거야. 그래야 내가 그림자가 될 수 있거든. 히히힛!”


“악! 아악! 아아악악!!!”


“뭐야.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자, 오늘은 죽었나?”


“······.”


“ ···젠장. 또 살아있네.”


그는 도구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자신의 가방에 수납하며 중얼거렸다.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


정리를 마친 그는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고 참아참아 라고 중얼거리며 문을 나섰다. 곧 로버트 머리맡에 놓여있던 구슬이 빛나며 로버트가 누워있는 침대에 맑은 액체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액체는 서서히 로버트의 체내로 흡수되었고 그럴수록 로버트의 흉하게 벌어진 상처들이 아물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로버트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에 놓인 책상에 앉아 메모라이즈했다. 힘들다고 그냥 자 버리면 내일 죽게 된다. 살고자 하는 욕구 하나로 그는 버텼다. 그렇게 또다시 그의 하루가 저물었다.



***



부스럭-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로버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 캐스팅할 자세를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무언가가 자신을 덮치고 있었다. 로버트는 스톤스킨을 시전했다.


퍼억-


로버트의 얼굴보다 큰 손이 로버트를 가격했다. 늑대를 닮은 이족보행 몬스터 웨어울프다. 한 마리가 아니다. 세 마리가 동시에 로버트를 공격해왔다. 주먹세례를 받으며 로버트는 캐스팅했다.


“냉기의 원뿔(Cone of Cold)!”


5써클 이하 마법 중 순간적인 살상력 측면에서는 최고의 마법이 세 웨어울프를 덮쳤다. 로버트 바로 앞에 있던 웨어울프는 마법을 직격으로 맞아 그 자리에서 피까지 얼어붙었다. 남은 두 마리는 각각 왼팔과 오른팔이 쓸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웨어울프는 트롤과 함께 재생능력이 탁월한 대표적인 몬스터다. 로버트는 처음으로 웨어울프와 싸웠을 때를 상기했다. 얼마 안 있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멀쩡한 팔로 로버트의 스톤스킨을 때려대는 왼쪽 웨어울프를 향해 로버트는 매직미사일을 발사했다. 웨어울프는 로버트를 때리는데 집중한 나머지,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5발의 에너지 탄을 모두 맞고 괴로워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때 오른쪽에 있던 웨어울프가 로버트를 향해 발길질했다.


퍽-


마지막 남은 스톤스킨이 깨지면서 꽤 강한 충격이 로버트의 복부에 맺혔지만, 로버트는 괴로움을 참고 캐스팅을 완료했다. 고통 중에 복잡한 수식을 계산하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죽지 않기 위해 로버트는 집중력을 잃을 수 없었다.


다시 스톤스킨을 입은 그는 곧바로 3레벨 ‘폭발하는 룬문자(Explosive Runes)’을 캐스팅했다. 매직미사일을 맞고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로버트에게 돌진해오던 웨어울프 앞에 갑자기 특이한 문양이 쓰여진 동그라미 하나가 떠올랐다. 달려오던 웨어울프는 거치적거리는 것을 치우려는 듯이 손으로 그것을 쳐냈고, 그 순간 동그라미가 폭발했다.


펑!


쿠아악!


폭발을 직격으로 맞은 웨어울프는 크게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반대 방향으로 튄 룬 파편들이 로버트 앞에 서서 그를 공격하던 웨어울프의 등에 꽂혔다.


크악!!


몹시 아픈지 등에 꽂힌 파편들을 뽑으려 허우적대는 웨어울프를 향해 로버트는 마지막 마법을 시전했다.



***



끼이익-


깜짝 놀라며 깬 로버트가 펄쩍 뛰듯 일어나 투명화 마법을 사용했다.


“진실의 시야(True Seeing)”


번쩍 빛이 나더니 투명화로 모습을 감췄던 로버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로버트는 자신의 투명화가 해제되었음을 알았음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탐지마법의 최고봉 '진실의 시야'는 6써클 마법이다. 상대는 6써클 이상의 마법사이거나, 그정도 수준의 마법을 준비해온 이다. 웨어울프와의 전투에서 4, 5써클 마법을 모두 사용해버린 로버트에게는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들어온 사람은 노마법사였다. 시커먼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했다. 노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5써클이나 된 주제에 마법사용이 너무 서툴러.”


“······?”


“나라면 4써클 '저주(Curse)' 마법을 먼저 쓴 다음 5써클 '몬스터 포박(Hold Monster)'을 사용했을 것이다. 웨어울프 정도 몬스터라면 저주의 영향으로 필히 셋 다 포박에 걸렸을 것. 그 후에는 저기 있는 무기 중 하나로 심장만 찌르면 되지. 그랬다면 네놈은 마법 3개를 아낄 수 있었을 테야.”


“······.”


“내가 들어온 문도 마찬가지다. 틈만 나면 몬스터가 쏟아져 들어오는 방의 유일한 입구에 아무런 함정도 만들어두지 않다니···. 네놈이 정말 5써클이냐? 그런 요령으로 잘도 거기까지 올라갔구나.”


노마법사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노마법사가 말한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이었음을, 천재인 로버트는 곧바로 알았다.


“···날 죽이러 온 것 아닌가? 왜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거지?”


“하? 네놈의 서너배는 더 산 사람에게 반말을 쓰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군.”


“···이곳에 들어오기 전, 노인에게 사기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난 사기 따위 치지 않아도 네놈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니.”


“······.”


“클클클클, 농담이다. 농담. 내가 왜 내 후임을 죽이려 하겠느냐? 네놈이 있어야 내가 은퇴할 수 있을 텐데.”


“···후임?”


노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태껏 잘 살아남았으니, 능력은 입증되었다.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키워주마. 클클클”


작가의말

. 냉기의 원뿔(Cone of Cold) : 모든 것을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하얀 안개가 마법사의 손에서 원뿔 모양으로 퍼저나가는 마법. 약 2m 가량 방출되며 마법사의 손에서 멀어질수록 위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직격으로 맞을 경우에는 웬만한 생명체는 몸 속의 피까지 얼어붙는다.


이 편을 포함해 3편에 걸쳐 로버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진호(珍昊)
    작성일
    17.07.13 12:12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44 형찬
    작성일
    17.07.13 13:53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진호(珍昊)
    작성일
    17.07.13 14:55
    No. 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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