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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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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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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10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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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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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변화(3)

DUMMY

“같은 운명을 지닌 클라이머라라는 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영감의 능력은 미래 예지나 그런 게 아닐텐데요.”


프레이야가 내뱉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 윤영.


[그건 맞죠. 하지만 능력이 아니더라도 그런걸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죠.]


“...탑의 보상. 초창기에 일어난 탑에서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는 들었지.”


[유재님께서는 감이 오시는 모양이네요. 제가 다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그 분께서는 이 날을 너무나 기다려 왔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에게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둘의 대화가 끝나면 개인적인 면담을 좀 해야되겠군.”


유재는 그런 중요한 사실을 자신들에게 말하지 않은 곽혁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괜히 재민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안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프레이야. 뭔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버튼을 누른 것 같은데요.”


[동감합니다. 며칠 간은 저도 잔소리 좀 듣겠군요.]

***



곽혁은 유재가 자신에게 칼을 갈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과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속했던 길드의 이름을 아는가?”


“희망 길드였습니다. 전 세계 모든 길드의 기틀을 잡았고, 여전히 많은 분들이 부활을 바라는 곳이죠.”


“그랬지.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되고자 만든 길드였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너무 과한 이름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


“나를 너무 띄워주려고 하지말게. 이것은 사실이니까. 탑의 초창기. 그 때의 나는 흔한 공사장 인부에 지나지 않았어. 오히려 탑이 생겨서 인생이 폈다고 볼 수 있지.”


어느새 그의 목소리는 촉촉하게 회한에 잠겨 있었다.


“인생이 폈다고 말씀하시기엔 그 만큼 고생도 많이 한 길드가 아닙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희망 길드가 없었더라면 지금 저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눌수도 없었겠죠. 이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서 기여한 일들이 너무나 많으십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감사하지. 자꾸 이야기가 딴 길로 새는 것 같구만.”


“아닙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제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니 부담 갖지 마시고 편히 이야기해주십시오. 시간은 많으니까요.”


재민의 배려에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요즘 사람 같지가 않아.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나는 그 이름이 주제에 맞지 않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그 이름에 걸맞은 길드이고자 했네.”


***


“오늘도 고생했군.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슬슬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은 합을 보여주었으니까. 오늘은 회식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희망 길드의 최연장자. 조재일의 회식 요청이었으나, 다른 이들의 신경은 그에게 있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는 곽혁. 그들의 길드장이 클리어를 선언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형님. 회식은 일단 클리어 판정을 받은 다음부터 하시죠, 아직까지는 탑 안이니 긴장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조재일의 말에 대답을 해주는 것은 길드의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 구민호 뿐이었다.


모든 몬스터들을 앞장서서 분쇄하고 보스에게더 가장 많은 데미지를 입힌 곽혁.


그는 토막난 거인의 몸뚱아리를 조사하며 연구원 차림의 여자와 함께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이리저리 손을 대보고 맛을 보면서 꼼꼼하게 무언가를 기록하는 중이었고 곽혁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대비해 그녀를 보호하는 중이었다.


사각사각. 탁.


그녀가 기록하고 있던 책이 덮였고, 그녀는 곽혁을 지나쳐 대기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꿀꺽.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을 향했다.


그녀는 그런 이들을 스윽 쳐다보더니 살짝 웃었다,


“이번 개체는 거인족으로 편입시키고 등급은 A등급으로 매기겠습니다. 쓸만한 부위는 심장과 눈 그리고 피 정도가 되겠네요. 이번에 저희가 드릴 몬스터 부산물에 대한 수익은 일단 8억 5천.”


8억이라는 말에 이들은 기뻐하고 싶어했지만, 수당 책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기에 처음 본 몬스터 수당 1억에 꾸준히 활동하고 계시니 활동비 5천까지 더해서 총 10억 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희망 길드 여러분. 여러분들의 헌신. 다들 기억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할 말을 마친 여자는 자취를 감췄고, 나머지 이들은 자신이 들은 금액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10억이면.. 인당 2억씩은 벌었다는 소리 아닙니까!!”


신이 나서 방방 뛰는 다른 이들과 달리 곽혁은 입가에 미소만 띄웠다.


“돈이 그리도 좋은건가.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감히 인간들 따위가 티탄의 왕자인 나를 쓰러트릴 줄은.]


“여자가 갔다고 바로 눈을 뜬 건가? 거인?”


인간이라면 죽고도 남았을 정도의 무수한 상처와 바깥으로 끄집어내어진 장기들. 그 장기들 또한 이리저리 튀어있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거인은 죽지 않고 조금씩이나 회복하고 있었다.


[일족들을 전부 데려왔거나, 조금만 더 이 환경에 적응한 뒤에 싸웠더라면. 아마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거인은 자신의 패배요인에 대해 철저하게 곱씹으며, 곽혁의 신경을 긁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들에게 가장 거슬리는 존재가 그였으니까.


그러나 곽혁은 거인이 조금이라도 큰 폭으로 부위가 회복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바로 다시금 그의 몸을 헤집었다..


[끄으윽, 그만해라, 나는 너와 전사답게 대장전으로 승부를 보고 싶을 뿐이다악...]


그가 장기를 헤집어놓을 때마다, 거인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었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의 끈질긴 근성이었다.


“오랜만에 대장님. 신나셨네요. 하긴 저라도 저런 샌드백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해요.”


구민호의 말이 모두를 대변했다.


누워 있는 거인.


그는 정말 때릴 맛이 나는 샌드백이었다.


맨 주먹으로 장기들을 헤집어놓으면 알아서 회복하고 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는 반복적인 작업에 땀 한방울 흘리기는커녕 자신의 주먹을 단련하는 수련용 도구로 거인의 몸을 써먹고 있었다.


당연히 먼저 지쳐 떨어지는 것은 회복에 힘쓰고 있는 거인이었다.


[이럴거면 그냥 죽여! 어째서 내가 회복할 틈을 주는가! 너희는 생명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은 없는 것이냐?]


그러자 재밌는 걸 들었다는 듯이 드디어 입을 떼는 곽혁.


“생명의 존중? 그런 게 밥을 먹여주기를 하냐 아니면 목숨을 살려주기를 하냐?”


[이런 파렴치한 인간. 내가 졌다. 나를 죽이던 살리던 네 녀석의 마음대로 해라.]


거인은 너무나 지독한 인간에 혀를 내두르며 삶을 포기했다


“너희도 살려달라는 수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똑같게 대했을텐데. 그런 모습이라니 추하군. 그러고 보니 네가 다른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지? 그게 내 좌우명과 동일한 말이라서,”


곽혁은 자신의 좌우명이자, 이 거인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샌드백에게 안식을 주었다.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꾸드득. 콸콸콸.


곽혁은 미약하게 뛰고 있던 심장을 잡아뜯음과 동시에 클리어를 외쳤다.


“탑 클리어. 오늘 다들 수고 했다.”


***


“거인의 심장을 뜯는 것으로 탑운 클리어 되었지. 하지만 그 뒤로 내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네.”


곽혁은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는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지금 죽어있는 그린란드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지. 처음 맞이하는 광경에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한 참을 떠돌아 다녔고, 셀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자신을 실패한 자라고 말하는 누군가를 만났네.”


재민을 그 말을 듣자마자 한 가지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기회를 무수하게 놓친 자. 그 자를 나보다 먼저 만나셨군.’


“그 자는 이 곳을 실패한 세계라고 말하며, 자신은 유일한 생존자라고 말하며 나에게 이것저것을 알려주었네. 우리의 세계는 이런 끝을 맞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 그렇다면 다른 곳에 비해 한국이 폭발적인 침식률 하락을 얻게 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네.”


“아마 자네가 궁금해 하는 말에 대답이 되겠지. 그 자의 말로는 탑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 지구뿐만이 아니라고 했네.”


곽혁의 이야기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자신이 물은 질문조차 까먹고 있던 재민이었지만 그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다른 말이었다.


“... 저희 말고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인지 눈치를 챈 모양이구만. 그는 지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하며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내게 단단히 충고하더군. 나 또한 다짐했지. 무조건적으로 그러겠다고.”


그의 말에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늙었고, 예전처럼 탑을 열정적으로 클리어 하지도 못해. 하지만 다행히 그는 내게 자네를 소개시켜 줬어. 자네가 내 후계자나 다름 없다는 말이지.”


“후계자라니요? 저를 예전부터 알고 계셨던 것입니까?”


“그가 내게 이른 것이네. 언젠가 내 뒤를 이을 훌륭한 사내가 나타날테니 나는 그저 나의 몫만을 제대로 수행하면 된다고.”


헛소리라고 치부하기엔 그 소리를 내뱉는 ᄌᆞ가 곽혁이었다.


“이해하네. 나도 몰랐어. 내 후계자가 될 사람이 누군지를 그러나 자네개화하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네. 자네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까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다른 것은 어떻게든 이해한다고 쳐도 제가 총지부장님과 같은 운명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제가 어찌.”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은 곽혁.


“윤영이와 유재가 자네를 들이고서부터 내게 항상 묻는 한 가지가 있네. 어떻게 해야 자신감을 찾아 줄 수 있냐고.”


“정답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 나는 신이 아닐세. 그저 늙은 한 물간 노인네일 뿐이지. 하지만 노인네에겐 경험이라는 게 있고 자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고 있거든.”


그는 이 기회로 하여금 그에게 다가가 재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그의 어깨를 잡고 눈 높이를 맞추었다.


턱.


“후회는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는자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고 도전했다 실패하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일세. 실패했으면 어떤가? 자네는 아직 젊지 않은가.”


그의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해한다는 눈빛을 오롯이 받아낸 재민.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에서는 응어리진 무언가가 자신을 괴롭혀오고 있었다.


그런 낌새를 눈치 챈 곽혁은 재민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의문을 해소했지만 더 혼란스러워진 모양이군. 내 후게자가 되라는 말은 지금 당장 하지않겠네.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울테니까. 다만 내가 한 이야기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좋은 쪽으로 답변해주었으면 하네.”


재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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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6. 타워 브레이크(2) 23.10.27 9 0 12쪽
15 6. 타워 브레이크(1) 23.10.25 9 0 12쪽
14 5. 훈련(3) 23.10.24 7 0 11쪽
13 5. 훈련(2) 23.10.23 9 1 11쪽
12 5. 훈련(1) 23.10.20 12 1 11쪽
11 4. 버려진 흡혈귀의 굴(3) 23.10.18 10 1 11쪽
10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23.10.17 15 1 11쪽
9 4. 버려진 흡혈귀의 굴(1) 23.10.16 11 0 12쪽
8 3. 기브앤 테이크(2) 23.10.13 11 0 12쪽
7 3. 기브앤 테이크(1) 23.10.12 15 0 11쪽
6 2.등반(3) 23.10.11 19 0 12쪽
5 2.등반(2) 23.10.10 24 0 12쪽
4 2.등반(1) 23.10.09 36 1 11쪽
3 1.개화(2) +1 23.10.06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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