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스텔지아의 문서저장고

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74
추천수 :
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1.01 22:30
조회
8
추천
0
글자
11쪽

7. 변화(2)

DUMMY

“우리를 제외한다면 이 곳에 오는 것은 네가 다섯 번째네.”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군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건물이라기보다. 요새. 요새에 가까웠다.


이 요새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군용으로 쓰이는 가장 단단한 소재인 타이타니움이었다.


“소문의 요새가 진짜 존재할 줄이야.”


“이 요새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을텐데?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 중에서도 요새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통제하고 있는데.”


유재는 타이타니움을 한 눈에 알아보고, 요새의 정확한 명칭을 입에 담는 재민에게 다시 한 번 놀랐다.


“하하. 하지만 아무리 형님이라도 외국의 찌라시까지 신경쓰지는 않으시니까요.”


“앞으로는 외국의 찌라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건가..”


“제가 정보를 얻은 찌라시들은 이미 폐간한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메니아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유재는 재민의 말에 납득당했고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지금 하는 업무만으로도 몸이 모자랄 지경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네. 이런 곳은 다른 이들에게 알려져서는 안되거든. 그 매니아들과의 연락처를 가진게 있다면 넘겨줄거지?”


[그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재민님과 같은 취미를 가진 매니아들의 정보는 제가 다 틀어쥐고 있으니까요.]


“다행히 너 같은 애도 쓸 데가 있다는 게 다행이군. 오랜만이야. 깡통.”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 이름은 깡통이 아니라고 오랜만입니다. 두 분. 그리고 전재민님. 제 이름도 아십니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사람이 아닌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AI였고, 그는 AI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았다.


“프레이야였나요? 이 거대한 시설을 전부 다 담당하고 있는 5세대 AI.”


자신의 이름 마저 알고 있는 재민에게 감동하고 만 프레이야.

하지만 다른 이들 둘은 그녀가 감동에 잠겨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오랜만이야 깡통. 우리가 간다고 분명히 말하고 왔는데. 네가 우리를 맞이하는 이유는 뭐지?”


[저를 깡통이라고 부르는 인간은 당신 밖에 없을 겁니다. 유재님. 총지부장께서는 당신들과 재민님을 따로 보고 싶어하십니다.]


“흠..”


재민은 곽혁이 자신을 따로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한껏 얼어붙었지만, 나머지 둘은 그럴 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말했지. 그 인간 영웅이란 이미지만 지우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사내라고. 쫄지마. 쫄지마.”


[흠. 저 괴짜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정말 싫은 일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마세요.]


“형님들이나 프레이야는 자주 뵙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분은 많은 이들의 우상이며,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네네. 일단 다녀오신 후에 소감을 듣도록 할게요. 다녀오세요.]


덜커덕,


프레이야는 재민이 있던 자리를 밟는 것으로 그를 곽혁에게 보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두 분은 저랑 이야기나 좀 하죠?]


**


백호.


곽혁을 처음보자마자 재민의 뇌리에 스친 단어였다.


곽혁은 자신을 보고 얼어붙어 있는 재민을 위해 먼저 입을 떼었다.


“하하. 자네가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구만.”


“예.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떨리는 목소리와 어색한 몸놀림.


재민은 우상 앞에서 추태를 보이는 자신이 너무나 민망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곽혁은 그런 재민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별 볼일 없는 사내에게 그런 칭찬을 해주니 고맙네.”


별 볼일 없는 사내라는 말에 자기가 발끈한 재민.


“별 볼일 없는 사내라니요. 어르신께서 이 나라에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클라이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재민의 모습.


하지만 그 모습에는 가식은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재민의 진심을 느꼈기에 곽혁은 더더욱 재민이 마음에 드는지 몰랐다.


“윤영이나 유재가 자네의 반쯤만이라도 나를 존중해줬으면 좋겠구만..”


하얗게 샌 머리칼과는 달리, 아직 거뭇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웃는 곽혁.


“자네. 혹시 나와 겨뤄 볼 생각은 있는가? 아 오해는 말게. 그저 윤영이와 유재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을 뿐이니.”


“...제가 어찌.”


“허허. 제가 어찌 같은 소리는 하지말게. 재민군. 자네가 여태 해온 일들은 내 귀에 다 들어오니까.”


말랑말랑하게 풀어진 분위기.

그 순간 곽혁의 눈이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의 눈처럼 세로처럼 변했고, 그의 손이 번개처럼 쏘아졌다.


쐐애애액.

“크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재민은 이미 그 자리에서 두 발짝 벗어나 있었다.


“하하. 이래도 자네는 내게 겸손을 표할텐가? 자네가 그토록 열을 내던 곽혁의 공격을 피했는데?”


여유롭게 웃어넘기려 하고 있지만 그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감탄은 갈무리하고 있지 않았고, 재민 또한 후속타를 경계하고 있었다.


‘역시나 곽혁 지부장. 조금만 늦게 반응했다면 꼼짝 없이 팔이 뜯길 뻔 했다.’


물론 그라면 팔을 뜯기 직전 멈추었겠지만, 재민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뇌리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자신을 향해 손을 뻗었던 그 순간.


‘몸을 빼는 것 말고, 만약 내가 스틸레토로 대응했다면..’


윤영과의 강의가 항상 이런 식이었기에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복기.

재민은 복기 때문에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면 곽 혁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가 복기를 마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공기.


“흐흐.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재민과 유재가 정말 잘 가르쳤구만. 신입 클라이머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이야.”


“감사합니다.”


대화를 평온하게 이어가려는 곽혁과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는 재민의 대치.


그 모습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느낀 곽혁.


“ 내 기대 이상으로 잘 성장해줬어. 그에 대한 보답으로 프레이야에게 지시하여 자네의 클라이머 시작 일자를 1년 전쯤으로 조정해두겠네.”


“예?”


자신이 무엇을 해낸 것인지 모르는 그는 그저 얼빠진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떨쳐버릴 수 있겠지. 아니면 계속해서 정부의 비밀 병기라고 사람들을 속여주면 우리야 좋고.”


“제게 바라는 것이 따로 있습니까? 당신께서는?”


“아까 나에게 그렇게 호의적이던 사람이 맞는지 궁금하구만.”

어느새 곽혁의 앞에는 우상을 바라보는 팬이 아닌 이 조건 안에 감춰진 진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한 명의 클라이머가 있었다.


“아무리 제 우상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런 이유없이 제게 호의를 베풀 리가 없지 않습니까? 순수한 호의시라면 마음의 빚으로 달아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맘에 드는 녀석이다. 요즘 클라이머들은 너무 평화와 타성에 젖어있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이런 녀석이지.’


재민과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에 대한 감정이 더욱 진해지는 걸 느끼는 곽혁은 한 층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 내 마음이 편한 것은 순수한 호의겠지만, 자네의 마음이 편한 쪽은 아무래도 거래겠지.”


“예, 경험이 없어 호의를 돌려드는 방법은 알지 못하지만, 거래는 그와 비슷한 댓가를 주고 받는 것이니까요.”


“더욱 마음에 드는 인재로구만. 초창기의 클라이머들을 보는 것 같아.”


초창기의 클라이머를 보았다라는 건 곽혁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그것을 알고 있는 재민은 자꾸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제어하느라 안간힘을 써야했다.


“음 자네를 완벽하게 옮아맬 수 있는 거래 조건이 뭐가 있을까.”


딱.


잠깐 동안 고민하던 곽혁.


“그 새끼들을 치워주는 것으로 1년. 1년만 우리 소속으로 뛰게. 그 정도면 서로 만족할만한 거래일 것 같은데.”


그가 생각해 낸 것은 그에게도 그리고 재민에게도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민의 입에 나오는 말은 명백한 거절이었고, 곽혁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았다.


“거절하겠습니다. 모름지기 복수는 남의 손을 빌려서 하는 것 보다 자신의 손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건까지 거절하다니. 원래라면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기쁜 것인지그러면 자네가 말해보게 무엇을 제시하여야 우리의 편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재민은 그 조건을 말하는 대신 진심으로 궁금한 것을 묻기로 했다.

“그럼 한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었기에.”


곽혁은 무엇이든지 물으라며 그를 재촉했다.


“제게 무엇을 보셨길래. 어르신이나 다른 두 분께서도 그리 매달리십니까? 제가 그 날 각성 했고, 그 자리에 윤영형님을 보내신 것이 곽혁 지부장님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두 분이야 지부장님의 수족이 아니십니까.”


“자네도 그 자리에 있었나?”


“예. 윤영 형님이 지부장님을 골탕먹이겠다고,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저보다 뛰어난 클라이머들은 수도 없이 많고,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돈도 모자라지 않게 있는 것 같던데.”


“그 말썽꾸러기는 이럴 때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는군.”


***


“영감님이 혼자 보고자 하신 이유라면 확실하게 우리 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겠지.”


“그 노인네라고 할지라도 설득은 쉽지 않을거다. 그 아이가 인간에게 데인 게 좀 많았어야지.”


둘은 재민이 그를 독대하려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의미없이 끝맺음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있는 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미련 없이 보낸 것은 곽 혁.


그라면 무언가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재민님의 자료를 제가 직접 여러분에게 보내드린 사람은 저니까요.]


“너는 그 아이를 본 게 오늘이 처음일텐데. 어째서 그렇게 확신을 하는거지? 깡통?”


인간들의 대화에 AI가 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유재,


[저도 엄연히 프레이야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하유재 클라이머님.]


“아니 둘이 무슨 앱니까? 나잇 값 좀 하시죠.”


[저는 인간이 아니라 AI입니다. 윤영 대원님.]


“장난은 그 쯤하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프레이야? 우리는 이제 재민이가 없던 시절은 상상이 되지 않거든.”


[두 분 모두, 그 사람에게 정이 많이 든 모양이군요. 길어 봤자 4일 남짓 일텐데..]


프레이야는 둘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걔는 요즘 애들과는 다르니까. 그나저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알려줘봐, 프레이야.”


[전재민 클라이머는 저희 주인님과 같은 운명을 타고난 클라이머입니다. 그렇기에 주인님께서 그의 각성을 알아채고 당신들에게 넘겨줄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7. 변화(3) 23.11.03 5 0 11쪽
» 7. 변화(2) 23.11.01 9 0 11쪽
18 7. 변화(1) 23.10.31 3 0 11쪽
17 6. 타워 브레이크(3) 23.10.30 9 1 12쪽
16 6. 타워 브레이크(2) 23.10.27 8 0 12쪽
15 6. 타워 브레이크(1) 23.10.25 8 0 12쪽
14 5. 훈련(3) 23.10.24 7 0 11쪽
13 5. 훈련(2) 23.10.23 8 1 11쪽
12 5. 훈련(1) 23.10.20 12 1 11쪽
11 4. 버려진 흡혈귀의 굴(3) 23.10.18 10 1 11쪽
10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23.10.17 15 1 11쪽
9 4. 버려진 흡혈귀의 굴(1) 23.10.16 10 0 12쪽
8 3. 기브앤 테이크(2) 23.10.13 11 0 12쪽
7 3. 기브앤 테이크(1) 23.10.12 15 0 11쪽
6 2.등반(3) 23.10.11 18 0 12쪽
5 2.등반(2) 23.10.10 24 0 12쪽
4 2.등반(1) 23.10.09 35 1 11쪽
3 1.개화(2) +1 23.10.06 43 2 12쪽
2 1.개화(1) +2 23.10.04 45 3 12쪽
1 0. 버려지다. +2 23.10.03 80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