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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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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82
추천수 :
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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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훈련(2)

DUMMY

“10분 남았다. 일어나라.”


윤영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눈을 감은 재민을 깨웠다.


“에누리 좀 해주시죠. 제가 너무 싫어진 나머지 이 쪽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마음 먹으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재민은 반쯤 농담으로 말했지만, 윤영은 더 없이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럴거라면 미리 말해라. 오늘 더 굴려야되니까. 내가 너한테 투자한 시간이랑 돈이 얼만데. 적어도 그거 이상은 뽑아야지.”


장난기 하나도 없는 진심어린 그의 발언에 재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빈 말이라도 오늘은 설렁설렁하자고 말해주면 좀 좋습니까?”


“실 없는 소리하지말고,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시간초과하면 추가 훈련 들어갈거야.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어후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네. 금방 다녀올게요.”


***


클리어를 본부로 귀환한 둘.


“다음 일정은 좀 이띠기 설명해줄게. 가서 쉬고 있어.”


“예, 마지막 날이니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봅시다. 어디.”



아침에 자신 넘치던 재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지 오래였고, 피곤에 쩐 상태의 재민은 어기적 어기적 캡슐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윤영은 그 길로 유재를 찾아갔다.


벌컥.


언제나처럼 문을 열자 들려오는 잔소리


“아무리 우리가 콤비라고 해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고 누누이 내가 말했던 것으로 아는데?”


“예, 할 거 하세요. 저도 선배랑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니라, 커피 자판기를 쓰려고 온 거니까요.”


능청스럽게 잔소리를 무마하는 그에게 못말리겠다는 듯이 그를 한 번 째려본 유재.


윤영은 정말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 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꺼내먹었다.


틱.


치이이익.


캔커피로부터 퍼져나가는 향긋한 커피의 향.


“역시 남의 기계로 먹는 커피가 최고라니까.”


‘분명 탑을 클리어 하자마자 나를 찾아온 이유는 있을텐데.’


하지만 윤영은 커피를 홀짝이며, 재민을 쳐다봤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리는 듯 했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야한다고 유재는 한 숨을 쉬며 결국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에휴. 그래 내 불만은 재민이를 굴리는 너도 너지만, 그걸 싫은 소리 한 번 없이 따라온 녀석도 독하다는 거야 너희 둘 다. 무리하는 게 아닌게 확실해?”


c급 4개, d급 3개, E급 2개, b급. 3개, 총합 12개.


윤영이 재민을 훈련시킨다는 핑계로 클리어시킨 탑의 개수였다.


베테랑 클라이머들의 한 주 평균 클리어 탑의 개수가 5개임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수치였다.


그렇기에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나타낸 유재였지만, 윤영은 오히려 안도했다.


“에이 뭐야 그런 거였어요? 난 또 뭐라고 다른 쪽의 불만이 있는 줄 알았네.”


“뭐?”


“우리 둘이 집중케어해주는 건데. 저 정도는 해줘야 가르치는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둘의 몸 값이 얼만데요. 무리는 절대 아니니까 걱정은 하지 맙시다. 선배. 다 선배한테 배운거에요.”


“...”


그래도 자신은 저렇게 심하게 굴리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혹독하게 굴린 것은 맞았다.


와작.


오랜만에 보는 유재의 당황한 모습에 윤영은 다 먹은 캔 커피를 구겼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요. 나는 안 그랬다고 하지 않는 걸 보니. 선배. 우리 방금 클리어 한 걸로 이번 주 팀 할당량은 다 채운거 맞죠?”


타다닥. 타다닥.


윤영의 말에 무언가를 찾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유재.


“우리 팀 할당량은 다 끝냈어. 그것도 화요일에. 그럼에도 우리는 출근을 3일이나 더해야하지. 망할 직장인.”


거기까지 말한 유재는 무엇 때문에 이 자료를 찾아달라고 했는지 알겠다는 듯 씨익 웃었다.


“휴가 반납한 거 서러워서 쉬려고 하는거냐? 너?”


“뭐 평소라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틀린 건 아니었을텐데. 이번엔 틀리셨네요.”


“워라밸. 워라밸 울부짖는 놈이 쉬는 걸 마다하겠다고? 뭐 잘못 먹었냐?”


유재는 윤영이 바라는 것이 휴가가 아니라는 것에 꽤나 놀란 듯 했다.


벌떡 일어나 윤영의 이마에 열까지 재어봤으니까.


“열은 없고,”


유재의 손이 자신의 이마에 닿자 운영은 탄식을 토해냈다.


“하? 이 아저씨가? 내가 휴가를 누구 때문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그.


“생각보다 원석을 키워내는 게 재밌어서요. 저희 팀 분량은 다 채웠으니 다른 팀 할당량도 채워보려고요.”


“원석이야 재민이를 말하는 거겠고. 다른 팀?”


“지연이랑 범일이네 팀 할당량 아직 다 못채웠죠?”


그의 입에서 나온 두 사람의 이름에 안 그래도 이상하던 분위기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채지연. 박범일.


무리해서 탑을 클리어하려다가 부상당해서 병원에 누워있는 두 사람의 이름이었으니까.


“..그렇지. 다른 애들이 걔네 관할의 탑까지 같이 클리어하다보니. 곡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안 그래도 우리 팀 클리어 속도를 듣더니 몇 개만이라도 가져가달라고 아우성이야.”


“그럼 잘 됐네요. 그 중에서 재민이가 클리어할만 한 탑들 분류해서 가져다 달라고 그러세요. 저한테는 나머지거 전부 다 보내주시고요.”


“네가 진심이라는 건 알겠다만 재민이가 허락 하겠냐? 마지막 날인데 굴린다고 욕 먹지는 않겠어?”


“이거 제가 생각한 게 아니라 재민이가 생각한 겁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탑을 클리어하는데 재미를 붙인 모양입니다.”


유재는 제민이 낸 의견이라는 말에 의외라는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했다.


“역시 누구랑은 다르게 애가 사람이 됐어. 네가 날 찾아온 이유는 알았으니까 가봐”


윤영은 동료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들뜬 유재에게 자신의 진짜 본론을 꺼냈다.


“선배. 잠시만요. 이왕 탑들 넘겨받는 김에 혹시 그 탑의 클리어 권한도 가져오는 게 가능할까요?”


“그 탑이라니?”


재민과의 거리는 충분히 벌어져 있지만 윤영은 그가 들어서는 안되는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유재의 귀에다 속삭였다.


윤영의 본론을 들은 유재도 재밌겠다는 듯이 입가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거라면야 또 내가 전문이지. 걱정하지마. 꼭 가져올테니까. 우리도 받은 만큼은 확실하게 보답해야지.”


윤영과 유재가 자신 몰래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 때. 재민은 힘듦에 찌들어 있었다.


“후.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더 힘내 봐야겠지.”


지금 그의 머릿 속에서 외치는 것은 잠. 그리고 더 많은 잠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을 감는다면 일주일 내내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기에 캡슐 침대에서 컨디션만 회복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가 힘든 와중에도 먼저 부상자들의 탑을 클리어하자고 먼저 말을 꺼낸 이유는 한 가지였다.


“부상으로 빠진 사람들의 몫까지 해결해 주고나면은 얼추 준 것만큼 베푼 것이니까. 미련없이 떠날 수 있겠지.”


자신이 3일 동안 윤영에게 배운 것들에 대한 값어치가 아직까지 모자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셋은 같은 차에 올라탔다.


윤영은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재민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자 네가 그토록 원하던 그 팀이 클리어하던 탑들의 목록이다. 그 중에서 네가 클리어 해야하는 건 총 세 개의 탑이고, 그리고 하나 더.”


유재는 재민이 원한 탑의 정보와 더불어, 윤영이 부탁한 다른 탑의 정보를 하나 더 가져왔다.


“복수는 해야 남자라고 할 수 있지? 우리 정도 되니까. 이런 거 해줄 수 있는거다?”


“이건..”


정보를 머릿 속에 저장하고 있던 재민의 시선은 셋과는 결이 다른 탑의 정보가 눈에 띄었고, 귀신에 홀린 듯 그 탑의 정보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네가 클라이머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자, 그 당시에는 힘이 없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친 곳이지.”


“...”


“네가 겪었던 이들과는 같지만 다를거다. 리셋되었으니까. 그럼에도 복수는 해야 할 것 같아서 3일 동안 싫은 소리 한 번 없이 내 기대 이상으로 따라온 것에 대한 보답이다.”


“에이씨. 정보를 가져온 건 난데. 멋있는 척은 네가 다하는 거냐? 윤영아?”


유재의 너스레와 윤영의 나름의 배려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재민은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


“에이. 제가 어떻게 윤영 형님한테만 고마워하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복수할 거라고 생각만 해보고 있었는데. 두 분 덕분에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네요.”


“이야. 캡슐 침대보다. 탑의 정보가 각성효과가 더 좋네. 방금 전까지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았는데. 지금은 좀 클라이머다워 보인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유재의 격려와 함께 이어지는 재민의 발언.


“리셋은 오히려 좋습니다. 그 때의 저는 새끼 미노타우르스의 시체만 흔들었거든요. 정당한 복수를 할 수 있겠군요.”


“미리 말해주겠지만, 이 탑은 A등급이다. 여태껏 클리어한 탑들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아. 포기해도 상관 없지만.”


윤영은 그 답지 않게 포기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이들 중에 그가 진짜로 바라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어울리지 않게 그런 말 하지맙시다. 내가 안한다고 했으면 억지로 탑에 집어넣었을 양반이.”


“큭큭. 맞는 말 했네. 재민아. 어떤 탑을 먼저 클리어 할래?”


“저는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는 편이라서요. 얼른 다른 맛없는 반찬들 처리하러 갔다오죠.”


“이번에는 타이머를 재지 않을테니 마음 편히 다녀오도록.”


“형님은 농담 같은 거 하지맙시다. 그냥.”


재민은 진심을 담아 그에게 충고했고, 유재 또한 그의 충고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3개의 탑을 너무나도 쉽게 클리어했다.


등급이 낮기도 했을뿐더러, 윤영과 유재 또 한 손을 거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펄펄 날아다니는구만. 자 그럼 가볼까? 복수하러?”


그렇게 다른 탑을 전부 클리어하고 난 뒤. 마침내 재민은 그 탑의 입구 앞에 섰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올 줄이야.’


유재와 윤영애개 고마움을 전할 때 말을 하기는 했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그르르릉.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서 온 미노타우르스의 탑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햤다.


서서히 열리는 문만큼 재민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


‘정신차려라. a등급이다, 한 번 도망친 곳이고, 잘못하다가는 또 다시 도망쳐야 할 수도 있다. 두 형님의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잖아.’


하지만 재민은 어떻게해서든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쿠웅,



마침내 다 열린 문.


그 문 안으로 재민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세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미노타우르스들이었다.


그들은 셋을 보자마자 침을 뚝뚝 흘리며 돌진해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의 돌진에 겁을 먹지 않았다.


“마지막 훈련 시작이다. 전재민. 어디 한 번 3일 동안의 성과를 우리에게 보여주도록.”

윤영의 말을 신호탄 삼아, 재민은 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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