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스텔지아의 문서저장고

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92
추천수 :
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12 22:30
조회
15
추천
0
글자
11쪽

3. 기브앤 테이크(1)

DUMMY

흑색 고블린들을 잡고나자 다른 고블린들은 썩은 볏짚을 베어내는 것보다 더 쉽게 쓰러졌다,


‘이 놈이 마지막이네. ’


자신의 죽음을 깨닫지 못한 채 죽어버린 녀석을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짙은 피냄새만이 나를 반겨줄 뿐. 살아있는 고블린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몬스터가 나오는 탑들은 전멸시키는 것만으로 소멸 조건이 충족된다고 들었는데. 아직 죽지 않은 애들이라도 있나.”


무수히 쌓여있는 시체들을 뒤적일 수는 없었다. 그 수는 얼핏 보기에도 백여 개가 넘어가 보였고, .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을 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윤영의 목소리.


“눈을 감고, 기척을 느껴봐요. 그러면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는 녀석들이 있을 겁니다.”


그의 말대로 눈을 감고, 숨소리와 기척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조급해하지말고, 아까 당신이 베어냈던 이들의 감각을 떠올려요. 그러다 보면 뭔가가 느껴질 겁니다. 당신이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가.”


나지막히 울려퍼지는 윤영의 조언.


번뜩.


그의 말대로 무언가가 느껴졌고, 그것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스틸레토를 집어던졌다.


쐐에에엑!


끄륵.


스틸레토가 아직 숨을 쉬고 있던 고블린의 목숨을 취하자 바로 깨어지는 공간.


우리는 어느새 탑의 바깥으로 나와 있었고, 탑은 무너지고 있었다,


콰콰쾅.


탑의 클리어를 내 손으로 해냈다는 기쁨보다 먼저 드는 생각.


“제가 느낀 그 감각이 마나였습니까?”


내 의문에 대답해준 것은 유재였다.


“네. 당신이 느낀 건 마나였습니다. 4시간 반. 처음 마나를 느끼는 사람이 하루에서 이틀 걸리는 걸 생각했을 때. 아주 우수한 기록이네요.”


마나를 느꼈다는 사실보다 내게 놀랍게 다가왔던 사실은 따로 있었다.


“기껏해야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줄이야.”


“아까 말했지 않나요? 다른 사람들은 반나절. 심한 사람은 일주일이 걸리는 마나감지를 고작해야 4시간 반만에 해낸 거라고요. 당신은.”


그는 내가 그 시간을 아까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이 없어 하기도 잠시.


“맞다. 전재민씨 그런 사람으로 안 봤는데. 너무하네요. 쟤는 그렇다치더라도 내가 그렇게 말이 많았나요?”


속사포로 내가 한 말을 정확히 읆으며 서운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했더라. 안 그래도 일행이 말이 많아서 지치겠으니까 너까지 그러지마였죠? 아마. ”


“다 들으셨습니까? 서운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거리가 꽤나 있었기에 그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들이 듣고 서운하게 생각한다면 사과하는 게 맞았다.


“어.. 이런 반응을 예상한 건 아닌데..”


내 사과에 오히려 당황하는 유재와 이 상황이 마냥 즐거운 듯 옆에서 부채질하는 윤영.


“임자 만났네. 유재 선배. 그러니까 장난은 적당히 쳤어야지.”


“반쯤 장난이었는데 굳이 이런 걸로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라이노.”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내가 탑에서 보여준 것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윤영.


“그나저나 확실히 인상적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바로 C급 던전에 들어가도 될만한 상태로 보이는데. 바로 내가 할당 받은 c 등급 던전으로 바로 가는 건 어때요?”


그가 나를 높게 쳐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먼저 해결해야 할 퀘스트가 있었다.


상태창은 탑에서만 열리는 주제에 퀘스트창은 눈에 둥둥떠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는 제한 시간이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저는 일단 이 정도 수준의 탑을 2개 정도 더 돌았으면 합니다. 만약 없더라면 이것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탑들이라도 괜찮습니다. 지금 제가 해결해야 할 페널티가 있거든요.”


“그럼 서울 지부가 아닌 대한민국 본사로 가겠습니다. 어차피 유재 선배도 한번쯤은 실제로 보셔야 하니까요.”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 유재와 윤영.


“아티팩트의 능력을 해방하는 것에 관련된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이였군요”


“좋아 그리즐리. 오랜만에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랑 탑을 들어가보겠네,”


“유재님.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것 같은데.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자주 뵐텐데 계속해서 말을 높이시면 제가 불편하거든요. 윤영님도 마찬가지고요.”


“재민 동생은 시원해서 좋네. 내가 저 자식과 말을 놓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느냐 하면은 말이지.”


말을 놓으라하기 무섭게 풀려버린 유재의 봉인,


처음 말을 할 때에는 꽤나 클라이머로서 새겨들을 만한 것들이 대다수였기에 집중해서 들을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쓸데없는 정보만을 늘어놓았다.


‘좀 말려봐요. 이 사람.’


눈빛으로 윤영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나를 향해 안타깝다는 눈빛만 보내고, 그의 말을 끊을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포기하면 편해요 고생합시다. 재민씨.’


***


“다 왔어요. 어서 내려요. 선배가 재민씨를 마중나올 겁니다.‘


말을 놓으라고 했음에도 내게 존대를 하는 윤영.


”예?“


장장 두 시간 동안 유재의 입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리액션을 해주는 인형으로 변해 추임새를 넣기만 했다.


그래서 어느새 옆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듣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윤영이 다 왔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저 말만 내뱉었겠지.


“고맙...”


그를 언제 또 볼지 몰라 고맙다는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나보다 먼저 그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나왔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당신이 몇 개의 탑을 우리와 함께 공략해줄지는 모르겠지만, 2개의 탑을 공략하는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분명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한 일이었지만, 그는 진심으로 내게 감사하고 있었다.


“이거 받아요.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그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한 달 동안은 내가 재민씨 사수니까. 물을 게 없어도 하루에 한 번은 전화해요, 안 그러면 관리 안 한다고 그 노인네한테 혼나거든.”


그가 내게 건넨 것은 금박 테두리로 된 명함이었다.


“막내 들어왔다고 똥폼 잡기는.”


유재는 저 멀리 사라지는 윤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


“증명 사진보다 훨씬 잘 생겼네,”


윤영을 떠나보내고, 마주한 유재.


그의 모습은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고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근육질의 남자였다.


“오. 내 외형을 보고 놀라진 않는구나. 동생.”


“재능은 사람의 외형도 바꿀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유재는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 역시 동생은 내 과야. 그렇지만 동생의 추론은 틀렸어. 내 부모님이 두 분 다 영국인이라서 그런 것 뿐이야.”


“그렇습니까?”


“참고로 나는 한 번도 대한민국 땅을 떠나본 적이 없어. 겉은 이래보여도 속은 동생이랑 같은 토종 한국인이라고.”


유재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점심이나 같이 먹자. 마침 오늘 구내 식당 메뉴가 순대국밥인데.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지?”


나를 품에 끌어 당기며 강요를 하는데 어떻게 거부를 할 수 있을까.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


유재는 재민보다 더 한국인 같은 사람이었다.


“이제 밥도 먹었고 믹스커피로 입 가심도 했겠다. 슬슬 일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아 참. 그리고 이거.”


믹스커피로 확실하게 입가심까지 다 끝낸 유재는 재민에게 박스를 건넸다.


“이게 뭡니까?”


“선물은 받는 자리에서 열어보는 것이 예의지. 아마 마음에 들거야.”


박스 안에서 재민을 기다리고 있던 건 그가 운영을 통해 요구한 코뿔소 가면이었다.


“공무원들의 일 처리는 느린 줄로만 알았는데.”


가면을 들었을 때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고,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도 좋아 칭찬을 내뱉는다는게 저런 말로 나와버렸다.


“잘 봐달라는 뇌물이지. 한 번 써보겠나? 혹시라도 사이즈가 안 맞으면 줄여야하니까.”


착.


얼굴에 덮어썼음에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또 다른 피부가 한 겹 생긴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가면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AI의 목소리.


『환영합니다. 임시 코드네임 라이노. 동기화 작업을 진행됩니다. 동기화가 끝날 때까지 가면을 벗지 말아 주십시오.』


“이게 뭡니까?”


“최신 기술을 적용한 가면이지. 윤영이가 가진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싼거니까. 조심스럽게 다뤄줘.”


“저는 완전한 정부 소속 클라이머가 아닐뿐더러 두 개의 탑만 공략하고 나면 끝일지도 모르는 관계인데. 이렇게 막 퍼주셔도 되는 겁니까?”


“후후후. 부담스러워? 그렇다면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내 말에 피식 웃고는 어깨에 손을 얹은 유재형님.


짝.


박수를 치는 것으로 화제를 돌린 유재형님은 장난스러움을 다 걷어내고 프로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일단 네가 원하는 건 2개의 탑, 그 탑을 클리어 하는 거라고 했었지? 퀘스트의 남은 기한은 언제야?”


“이 퀘스트의 최종 기한은 10일이지만, 5일만에 클리어를 한다면 제게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역시 아티팩트의 퀘스트는 뭔가 다르다 이건가?”


자신의 앞에 있는 모니터에 무언가를 입력하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형님은 내게 문서를 건네었다.


그 문서들은 탑들의 정보가 적힌 정리자료였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E등급 탑은 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고 D등급의 탑은 걸어서 5분. 정도 걸려. 일단 D등급 탑 먼저 클리어하고, E 등급 탑으로 가는 걸로 하자.”


“두 탑의 예상 클리어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형님?”


형님이라는 말에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쳐다보는 유재형님.


“동생?”


“왜 그러십니까? 역시 형님이라는 말이 입에 잘 붙지는 않는군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본 게 정말 오랜만인지라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시고. 계산이나 해주세요.”


“아아.. 보자. 이동 시간까지 포함하면 총 5시간 정도 걸리네.”


“대충 계산하면 3일 정도가 남는군요. 어차피 유재 형님과 윤영님이 아니었다면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일이니. 그 시간을 내어드리죠.”


“지금 그 말은?”


내 말의 뜻을 알아차린 유재형님은 나를 안아주고 싶은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남자와 껴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착각하는 것은 똑바로 잡아주어야 했다.


“저는 받은 만큼 드리는 것이니까. 착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대신 이 마스크의 대여기간은 제가 원하는 날까지로 하시는 걸로.”


“그럼 그럼. 그냥 그거 동생가져. 4일동안 시간을 내주는 데 가면 따위가 대수야? 아니다. 완전히 커스터마이즈 해줄게.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말해놔. 내가 밤을 새서라도 완성시켜줄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7. 변화(3) 23.11.03 6 0 11쪽
19 7. 변화(2) 23.11.01 9 0 11쪽
18 7. 변화(1) 23.10.31 4 0 11쪽
17 6. 타워 브레이크(3) 23.10.30 10 1 12쪽
16 6. 타워 브레이크(2) 23.10.27 9 0 12쪽
15 6. 타워 브레이크(1) 23.10.25 9 0 12쪽
14 5. 훈련(3) 23.10.24 8 0 11쪽
13 5. 훈련(2) 23.10.23 9 1 11쪽
12 5. 훈련(1) 23.10.20 13 1 11쪽
11 4. 버려진 흡혈귀의 굴(3) 23.10.18 11 1 11쪽
10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23.10.17 16 1 11쪽
9 4. 버려진 흡혈귀의 굴(1) 23.10.16 11 0 12쪽
8 3. 기브앤 테이크(2) 23.10.13 12 0 12쪽
» 3. 기브앤 테이크(1) 23.10.12 16 0 11쪽
6 2.등반(3) 23.10.11 19 0 12쪽
5 2.등반(2) 23.10.10 24 0 12쪽
4 2.등반(1) 23.10.09 36 1 11쪽
3 1.개화(2) +1 23.10.06 44 2 12쪽
2 1.개화(1) +2 23.10.04 46 3 12쪽
1 0. 버려지다. +2 23.10.03 81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