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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91
추천수 :
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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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버려진 흡혈귀의 굴(3)

DUMMY

‘혹시나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소년에게 있을거라 생각했건만. 쯧. 그저 전사의 눈이 잘못된 것이었나?’


블러디 데스나이트가 윤영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정말로 그의 목숨을 먹어치워 격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내가 먹어치워 소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가 가진 격이 나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지.’


그럼에도 그가 전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소년을 이용해 저 전사의 굳은 마음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 균열을 잘 파고들어서 타락시키면 이 던전의 주인되시는 분을 기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저토록 강한 믿음을 보낼 수 있는 이유. 그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후배 데스나이트가 생기면 나는 나서는 일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까지 떠오를 정도로 자신과 소년의 격차는 명확했음에도 두터운 신뢰를 보내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랬기에 다섯 번이나 되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소년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기대에 보답해주지 않았다.


굳이 따져보자면 처음 자신에게 무기를 집어던진 것이 공격다운 공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신중했다.


무모한 것보단 신중한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기에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버둥쳐보거라. 그런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테니.』


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신중함을 좋게 봐줄 수 있었지만, 그것도 일정 수준까지이지. 지금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시간을 끄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눈을 딱 감고 공격해오기라도 했으면 그래도 깡은 있구나라고 생각해줬을텐데.’


스틸레토를 던진 이후 세 번의 공격은 전부 다 의미 없이 소모되었다.


데스 나이트가 되고나서부터 느껴본 적이 없던 분노라는 감정이 속에서부터 천천히 끓어올라왔다.


‘무슨 생각으로 저 전사는 이딴 인간을 믿는거지? 목숨이 그다지 소중하지 않은 자인가!’


머릿 속은 분노로 가득 찼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뱉어놓은 말이 있었고, 자신은 기사였으니까.


『이제 단 한 번의 공격이 남았다. 애송이. 어떡할거지?』


“이제부터 시작인데. 어쩌긴 뭘 어째.”


소년은 마지막 남은 기회라는 사실에 미쳐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신중하게 대치하던 모습을 버리고 무작정 돌격해왔다.


『기껏 생각해 낸 것이 머리를 비우고 돌격하는 것이었더냐! 네게 조금이나마 기대한 내가 바보였었구나!』



거침없이 거리를 좁히는 재민의 모습에 타이머를 보고 있던 유재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12분 40초. 오래도 걸렸다.”


“그래도 저희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어디입니까? 이제는 좀 볼 맛이 날 것 같네요.”


윤영은 그래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낸 재민이 대견한 듯 그를 옹호했고, 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온 추측.

“5분 안에는 끝나겠지?”


유재의 추측보다 더 짧은 시간을 이야기 하는 윤영.


“너무 깁니다. 3분. 약점을 알면 정말 별 것 아닌 몬스터입니다. 내기를 할 수도 있어요.”


“너. 너무 재민이를 편애하는 것 아니냐? 몇 시간 전에까지 쟤한테 호승심을 느끼던 애가 맞냐?”


“호승심은 지금도 느낍니다. 그냥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제 신입 때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그런가?”


솔직한 윤영의 대답.


그 대답을 들은 유재는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고는 이내 빙긋이 웃었다.


“너는 저렇게 서 있지도 못했어. 저 녀석 정도 되니까. 저러고 있는거지.”


***


재민의 마지막 말이 기폭제가 된 듯 데스나이트는 노호성을 터트렸고, 그 말이 끝맺음 되기 무섭게 그와의 거리를 좁힌 재민은 자신의 모든 힘을 스틸레토로 보내 폭발시켰다.


콰앙.


데스나이트가 준 마지막 기회를 제대로 살린 듯 지축을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폭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걸.


재민은 폭발로 시야가 가려졌다는 것을 활용하여 데스나이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카앙. 카앙.카앙.


스틸레토 두 자루와 거대한 대검은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불똥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재민이 노리고 있던 것을 눈치 챈 데스나이트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하.. 이런 발칙한 .마지막 공격까지 날 방심시키고, 연격을 이어나가는 것은 휼륭한 생각이었다. 상대가 내가 아니었다면 말이지.』


이 정도면 충분히 그를 배려했다고 생각한 데스나이트.


그가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둘의 우세는 뒤바뀌었고, 그 즉시 거리를 벌린 재민은 손목이 욱신거리는 모양인지 손을 탈탈 털었다.

그 모습을 본 데스나이트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같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에게 현실을 말해주었다.


『어린 전사여. 네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나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아니면 네 어깨에 지고 있는 전사의 목숨이 미련이 되어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인가?』


“....”


『미래를 기약해라. 네가 아직 나에게 닿으려면 무수히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ㅁ인정해라. 네 목숨은 빼앗지 않겠다.』


데스나이트의 입에서 재민을 지칭하는 단어가 애송이에서 어린 전사로 바뀌었고, 그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재민은 그에게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고, 데스나이트의 말 또한 이 정도 했으면 되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봐. 기사나리. 언제부터 기사가 그렇게 혀가 길었지? 언제나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것이 기사의 표본이 아니었나? 아 그게 아니라면 이미 죽은 뒤라서 그딴 건 무덤에 버려두고 온거냐?”


하지만 긴 침묵 끝에 열린 그의 입술은 데스나이트를 향한 도발을 토해내었다.


‘데스 나이트라는 몬스터들은 에초에 기사였던 존재들이 몬스터화된 것, 기사도는 그들의 존재의의나 다름없다. 이것을 건들면 약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데스나이트를 도발한 재민이지만, 그것의 효과가 너무나도 뛰어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버엉.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던 그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둘도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재민이 생각한 공략법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원래 블러디 데스나이트의 공략은 저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신선하기는 하다만 무슨 생각으로 데스나이트의 역린을 건드리는 거지?”


“정석 공략 방법은 마나감지를 활용해서 그를 구성하고 있는 핵을 찾아 부수는 것인데. 왜 굳이 저런 방법을 택했는지는 지켜보죠. 여기서 응원해주는 게 재민이의 성장을 위한 일인 것은 확실해 보이니까요.”



재민의 매콤한 말 솜씨에 피부가 붉게 물들어가는 것처럼 하얀 뼈가 붉게 타오른 데스나이트.


그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네 놈!! 기사도의 기본도 모르는 애송이 녀석이 감히 감히 기사도를 운운해?]


아까 유재에게 날린 검기를 준비하려는 것처럼 목에다가 검을 박아넣었다.


꿀꺽꿀꺽.


얼핏 보기에도 아까보다 훨씬 더 거대해져만 가는 그의 대검.


재민은 무슨 생각인지 그것의 충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숨을 고르며 그와 눈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


데스나이트는 마치 두더지 잡기를 하는 사람처럼 검을 비스듬히 고쳐잡고 재민이 서 있던 지반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꽝! 꽝! 꽝!


그러나 재민은 그를 약올리듯 아슬아슬하게 안전한 지반을 찾아 도망다녔다.


요리조리 피해나가는 모습에 데스나이트는 더욱 더 강력하게 지반을 다져나가며 재민에게 짜증을 냈다.


『애송이. 아까 보여주던 전사 같은 모습은 어디로 버려둔 것이냐!! 네 놈도 전사라면 정정당당하게 맞서라! 네가 말한 기사도가 아니더냐!』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데스나이트의 분노수치는 더욱 올라갔고, 재민의 머릿 속도 복잡해져만 갔다.


자신이 구상한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는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게 문제로군.’


그가 말하는 약점.


그것은 윤영과 유재가 말했던 핵과는 다른 데스나이트라는 종족 자체의 약점이었다.


핵을 노린다는 방법도 있었지만 스스로의 수준으로 철저하게 보호할 것이 분명한 핵을 부술수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시간은 재민의 편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 약점이 완벽하게 드러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망치질이 닿지 않은 곳이 지금 재민이 밟고 있는 땅이 전부였다.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데스나이트.


그는 재민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거만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이제는 도망갈 곳조차 없어졌군. 애송이. 어떻게 할거지? 목숨을 구걸하기라도 할 건가?』


“뒤졌으면 뒤졌지. 다시 한 번 남한테 내 목숨을 맡기는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해. 내가 죽나 네가 죽나 해보자고,”


재민은 그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데스나이트를 공략할 다른 방법을 찾아내었다.


‘사람이 뒤지라는 법은 없군.’


지금 재민의 머릿 속에는 그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너 사이즈가 줄었어. 검에 네 피를 먹여준 탓이겠지. 블러디 데스나이트인 네게 피는 에너지나 다름 없으니까.”


여전히 재민보다 커다랬고, 검의 크기 또한 거대했지만 처음 보았을 때보다는 줄어들어있었다.


『눈썰미가 좋군. 애송이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나는 너보다 아직 크고, 강하다. 내 에너지가 다 소모되기 전에 널 쓰러트리지 못할 리가 없다. 더욱이 기사도를 모욕한 네 놈에게는 죽어도 질 생각이 없고.』


데스나이트는 시원하게 자신의 비밀을 인정했다.


“내가 제일 잘 하는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거든.”


그 말을 끝으로 두 남자는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격돌했다.


***


“우리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을 잘못 생각했어. 우리는 처음부터 떠받들어졌고, 재민이는 자기가 스스로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고 있었어. 우리랑은 결이 다른 아이인 것 같은데. 우리가 재민이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재민과 블러디 데스나이트의 싸움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중얼거리는 유재.


윤영은 유재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 뒤 한참을 고민하다.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흥미롭지 않습니까?”


“흥미롭다고? 처절하게 싸우는 저 방식이?”


“만약 재민이가 저런 방식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었던 방법으로 적을 물리쳤다면 당연하지라고 넘어갔을 것이 분명하지만, 싸우는 걸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저 아이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끔 만들어주는 상황이니까요.”


윤영의 말이 궤변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눈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해되는 듯 했다.


“복잡하다. 복잡해.”


“복잡할 거 뭐 있습니까? 선배. 그냥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마침 저기도 결착이 난 것 같으니 데려오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목숨을 내놓지는 않아도 되겠군요.”


윤영은 유재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서도 둘에게 신경을 쓰고 있던 모양인지 싸움이 끝나자마자 재민을 데리러 갔다.


“그래도 이겼으니 다행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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