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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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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94
추천수 :
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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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등반(2)

DUMMY

“그럼 일단 제 차로 가시겠습니까? 제게 할당된 탑들 중 수준이 낮은 탑들부터 높은 탑까지 전부 다 돌아보는 걸로 하시죠.”


“뭐.. 저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긴 합니다.”


“아 그 전에 전화 한 통만 하겠습니다. 그 노인네한테 상황 설명은 하고 넘어가야하거든요. 스피커 폰으로 통화해도 될까요?”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려야죠. 곽혁 지부장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인데.”


윤영은 그럴 줄 알았다며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신호가 채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그래. 만나보니 어떻더냐? 내기는 내 승리였지?”


“글쎄요. 무승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신께서 예상한대로 상황은 흘러갔지만, 가장 중요한 저희 쪽으로 완전히 회유하지는 못했거든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듯 말을 잇는 내내 윤영은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띄웠다.


“아 그래도 걱정은 안하셔도 될 거 같네요. 프리랜서로 저희와 협력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하셨으니.”


“.... 그건 잘 된 일이로구나. 하지만 우리 쪽으로 완전하게 끌어들일 수 있도록 네가 노력을 좀 해보거라.”


“그래서 말인데. 총지부장님. 제가 당분간 전재민 클라이머의 전담으로 활동하는 걸 허락해주죠.”


윤영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뻔하게 읽혔고, 내가 읽어낸 것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네 놈.. 처음부터 이것을 노리고 나에게 전화를 했구나.”


“알면서 뭘 물어요. 그래서 허락할 겁니까. 말겁니까?”


윤영은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갔다.


“끄응. 좋은 머리를 이런데다가 쓸 생각만 하지말고, 다른데 발휘해주면 좋으련만. 어째 내 밑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뺀질뺀질거리는지.”


노인이 신세한탄을 하든지 말든지 윤영은 기뻐했다.


어차피 그가 허락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락하마. 단 그 기간은 한 달로 제한 한다. 한달은 휴가라고 생각하며 설렁설렁해도 좋다. 단, 그렇다고 해서 그를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는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암요. 암요. 아무리 제가 뺀질이라도 뭐가 중요한지를 모르지는 않으니 걱정은 푹 놓으셔도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제 할 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지부장님.”


“너...”


곽혁은 윤영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이으려 했지만 윤영은 가차없이 잔화를 끊어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노인네한테 한 방 먹였네. 감사합니다. 재민님 덕분입니다. 잠깐 내려갈 동안은 그 노인네처럼 행동 좀 하겠습니다.”


윤영은 오른손으로 이마부터 얼굴 끝까지 쓸어내렸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노인이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났다.


“허허. 가지.”


“다음부터는 향수 향도 신경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니면 포커페이스를 더욱 연습하시던지.”


“흐흐. 조언은 새겨듣도록 하지.”


그는 멋쩍게 웃으며 품 속으로 손을 넣어 다른 향수를 꺼내 뿌렸다.


칙칙.


“어때 이 정도면 되겠나?”


이번에 그가 뿌린 것은 아까와는 정반대의 향수였고, 이제야 그의 외형과 어울리는 향이 그에게 스며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있던 엘리베이터 호출기를 누르고, 그것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는 와중에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도 이것을 쓰게. 혹시 모르지 않나? 지금쯤이면 내가 이 곳에 왔다는 소문이 쫙 퍼져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걸세.”


윤영이 내게 건넨 것은 곰을 형상화한 가면.


“잘 어울릴 것 같군. 자네가 마음에 들면 가져도 좋아.”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런 가면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흠 그렇다면 어떤 느낌의 가면을 구해주면 되겠나. 어차피 자네도 전 직장의 사람들이 알아보는 걸 원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아! 틀린 말은 아니군요. 이왕 만들어주실 거라면. 검은 색 코뿔소의 가면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코뿔소라 의외의 선택이구만. 왜 그 동물을 택했는지 알 수 있겠나?“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는 윤영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저와 상당히 닮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냈다.


띠링.


내 마음이 엘리베이터에게 전해졌는지 타이밍 좋게 올라왔고, 그 소리와 동시에 나는 가면을 얼굴에 덮어썼고 우리는 그것을 타고 1층으로 향했다.


***


우리는 검은 리무진에 올라타 팬이라고 말하는 무리를 헤쳐나와 숨을 돌리는 중이었다.


자신의 행동에 칭찬이 고픈지, 그는 곽혁의 얼굴을 찢어내고 숨을 고르면서도 어서 칭찬하라며 말을 꺼냈다.


“어때요. 내 말 듣기를 잘했죠?”


“예. 저도 그를 동경하기는 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가면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들에게 나의 존재를 들킬 뻔 했다.


수 많은 이들 중 전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꽤 많이 있었으니까.


“그것보다 차에 올라타라는 이유가 있었군요.”


“ 눈치 채셨나요?”


우리가 탄 차엔 일반적인 차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기계들이 여기저기에 붙어져 있었다.


“정부 소속의 클라이머의 몇 없는 장점이 이런 차를 한 대씩 제공해준다는거죠. 어떤가요? 조금은 구미가 당기십니까?”


“한 달이란 시간이 남았는데. 그 동안 저를 더 구미가 당기게 해주시죠.”


통화의 내용울 인용하는 나를 보고 윤영은 씨익 웃으며 나의 도발에 응했다.


“돈이나 명예 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모자라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저희가 꽉 잡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부아아앙!!


우리가 탄 차는 총알처럼 어디론가 향했다,


***


차는 한참을 달려 도시에서 벗어나 산골.


그 중에서도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내 눈 앞에는 탑이 서 있었다.


하지만 탑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들이 본다면 저게 무슨 탑이냐고 생각할만큼 볼품이 없었다.


“아..이런 곳에 탑이 새로 생기고 있군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겠고, 클라이머들이 선호하지 않을 법한 이유도 알겠군요.”


내 탄성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그는 여지껏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시무룩하고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 저도 이해는 합니다. 처음 탑이 생겨났을 때의 클라이머들은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한 영웅들 같은 분들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의 클라이머들은 연예인에 가깝죠.”


그의 말에 나도 동의하는지라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마음 속에 맺힌것 같은 말을 꺼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인기와 돈이지만.. 그들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도 세상이 망하지 않아야 필요한거지. 세상이 망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군요. 일단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같이 탑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제가 어제의 탑을 포함하더라도 탑을 클리어하는건 처음이라서. 무척이나 흥분 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말이 더 길어질 것 같은 느낌과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가 싫어 있지도 않은 흥분감을 운운하며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아아.. 재민씨가 신생 쿨라이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시는 바람에 너무 제 할 말만 한 것 같군요. 지금부터는 선배 클라이머로서의 위엄을 보여드리죠,”


한창 운영이 폼을 잡고 있을 때. 차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폼은 그만 잡자. 그리즐리. 웬만하면 같은 팀이라 참아주겠는데.. 더 이상은 못 들을 것 같다.”


“선배! 그냥 이럴 때는 좀 내버려두면 안 됩니까?”


“안돼! 너는 한 번 승낙해주면 선을 넘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린 까칠한 목소리.


그러나 그들에게는 일상인 듯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은 윤영.


“반갑습니다. 재민씨. 저는 저 모지리와 페어를 이루고 있는 하유재라고 합니다. 저 녀석 덕분에 재민씨까지 함께 관리하게 되었군요,”


그 이전의 말에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던 윤영이었지만 나를 같이 관리한다는 말에는 경기를 일으키며 짜증을 쏟아냈다.


“아니. 내기에서 졌으면 사나이답게 승부에 순응해야지. 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데.”


“재민씨. 앞으로 저 녀석의 말은 무시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 말만 들으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길거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예 뭐든 알겠으니까 이제 좀 시작하면 안 됩니까? 제가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둘의 기싸움에 나도 모르게 낮아진 목소리.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둘.


“아.. 네. 그럼 우선 이번 탑에 한해서 저 녀석은 참여하지 못하게 할게요.”


이번에도 고개를 젓거나 짜증을 낼 줄 알았던 윤영은 가만히 유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개인적인 능력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알고 싶어서이니 편하게 생각하시고 혹시나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윤영이가 알아서 나설거에요.”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라며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윤영.


하지만 그와 그의 파트너인 하유재에 대한 믿음이 그닥 크지 않았다.


“그리고 탑에 들어가시면 바로 상태창을 켜보세요. 개화한 재능의 정식 명칭과 설명이 쓰여있을 겁니다. 그 어떤 누군가에게도 그 상세설명을 말하지 마시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셔도 됩니다.”


어지간한 정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이건 기본적인 방어구입니다. 팔찌의 형태로 되어있으나, 몸에 착용하시면 알아서 옷으로 변환됩니다. 이렇게요.”


윤영이 시범이라고 보여준 방어구는 보기가 흉했다.


“어.. 음.”


“다들 이 쫄쫄이를 보면 그런 반응이죠. 보기에만 좀 그렇지. 방어력 하나는 끝내줍니다. 온도 조절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특수 기능들이 내장되어있는 비싼 쫄쫄이입니다.”


나름 저 쫄쫄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윤영.


살면서 몇 번 정도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있긴 했고 그 상황 속에서 항상 분위기를 해소하는 역할을 도맡았던 나였지만, 지금의 참상에는 입을 떼지 못햤다.


“정부 소속 클라이머들에게 무료로 지급되는 기본 아이템입니다. 저희끼리는 저걸 입으니 죽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고 자랑스럽게 입는 사람은 윤영밖에 없습니다. 보통 다른 클라이머들은 개인 맞춤형 장비를 입습니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재민씨는 방어구라고는 그것 밖에 없으니 입으셔야 합니다.”


내 편인 줄 알았던 하유재였지만 그도 윤영과 같은 악질이었다.


**


차에서 내린 나는 탑의 문 앞에서 그 쫄쫄이를 입고 하유재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 탑을 여는데에도 절차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처음으로 탑에 오르는 사람들에게만 이런 절차를 거치니. 다음부터는 기다릴 필요 없어요.”


내가 입을 꾹 닫고 있는 것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 승인절차인 줄 알고 있는 유재는 나를 위로 했지만 입을 닫고 있는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입고 있는 보라색 쫄쫄이.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이 나이 먹고 보라색 쫄쫄이라니.’


그나마 안심이 되는 부분이라면 이 쫄쫄이를 입은 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잘 어울리네요. 재민씨. 앞으로 저랑 탑 등반할 때는 커플룩으로 입는 건 어떠십니까?”


순간 입 바깥으로 상스러운 욕이 세상구경을 하고 싶어했지만, 다행히도 나보다 먼저 입을 떼준 하유재.


“승인 절차 완료.그럼 이제 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재민님의 임시 코드네임은 라이노입니다, 부디 얼타지 말아주세요.”


쿠구궁.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바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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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23.10.17 16 1 11쪽
9 4. 버려진 흡혈귀의 굴(1) 23.10.16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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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등반(2) 23.10.10 25 0 12쪽
4 2.등반(1) 23.10.09 36 1 11쪽
3 1.개화(2) +1 23.10.06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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