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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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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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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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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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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반(1)

DUMMY

“내 인생은 역시 가시밭길이군.”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다 읽은 나의 소감은 그러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다른 클라이머들에게 말한다면 그들 모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차라리 그냥 일반인으로 살아.”


탑의 소멸이야 시킬 수야 있다. 모든 탑들이 아까처럼 상대하지 못핳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가진 것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무 소속인 내가 들어가 클리어 시킬만한 탑은 없다는 데에 있었다.


'아직까지 소멸 되지 않은 탑들은 내가 깰 수 없는 수준이고 남아있는 것들은 거의 다 리젠 형이거나, 길드의 유망주들에게 투자 되는 실정.'


‘내가 성장을 하는 방법을 고민했지. 이런 시련을 주라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한 게 바라는 게 이루어지면 그 다음 것을 바라고, 그게 또 이루어지면 그 다음 것을 바라고 있었다.


“일단 클라이머 등록을 먼저 하러 가자. 지금 당장 고민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아니니까.”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있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거야 선택지가 여러 개 있는 놈들이고, 나같은 인간은 이런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붙잡아야 한다. 나중에 후회가 남더라도.’


그러나 굳은 각오와 별개로 내 고민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렸다.


***


“전재민 각성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정부 소속 클라이머가 되어주시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몰래카메라인가?’


나는 분명 클라이머 등록을 하러 왔을 뿐이었다.


클라이머로 등록을 하지 않고 탑을 오르다 죽거나 상해를 입으면 나만 손해인 세상이기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지금 내게 펼쳐지는 상황은 특별한 것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전재민 각성자님. 각성자님의 클라이머 등록증은 만들어 두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클라이머 업무를 해주는 지부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 여자는 언제 찍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 사진과 스틸레토라는 개화 능력이 각인 된 단증을 내밀었다.


“제가 어떻게 클라이머 등록을 하러 올 줄 알고 계셨던 겁니까?”


내가 내뱉은 당연한 의문에 그녀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건 당신을 기다리는 분께서 설명해주실 겁니다.”


그녀의 발언은 의문을 해소시키기는커녕 증폭시켰고, 마지막 말은 날 더더욱 혼란에 빠트렸다.


“그럼 부디 좋은 쪽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나는 어느새 누군가의 방으로 이동되어있었다.


“왔는가? 앉지?”


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은 흥미로운 기색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식혜를 권했다.


나를 기다리는 노인.


대한민국의 사람이라면 노인의 얼굴은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찜찜한 느낌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절대 진짜 그 사람일리가 없다.'


“자네가 식혜를 좋아한다기에 한 번 준비해보았는데.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구만.”


노인은 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후르릅.


“흐음.”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뿐이었지만, 입가에 맴도는 단 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에 자연스럽게 탄성이 새어나왔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서일까?


노인은 친 손자를 보는 할아버지처럼 흐뭇하게 웃었다.


“손님의 입에 잘 맞는 것 같아. 다행이로구만 이제 진정은 좀 되었나?.”


백발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노인. 그 노인의 얼굴을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는 생각과 함께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부딪혔다.


“혹 당신이 한국 각성자 협회 총지부장. 곽혁입니까?”


노인의 이름을 입에 담자 그의 입에 담긴 미소는 장난감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한 개구쟁이처럼 짙어졌다.


“반갑네. 전재민군. 자네가 아티팩트를 획득하면서 개화를 했다는 사실에 깜짝놀라 바쁘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려고 왔다네."


“총 지부장께서 고작 제 얼굴 하나를 보기 위해 오신 것은 아닐테고."


나는 그의 표정이 어딘가 들뜬 것을 눈치챈 뒤 뜸을 들였다.


"정부 소속 클라이머를 권유하러 오신거겠죠? 제게?. 이게 아니라면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얻고 싶어하실 것 같은데. 제 뒷조사까지 하신 분들에게 필요한 건 아닐테니까요.”


“자네가 서론을 꺼냈으니 본론을 꺼내지. 정부 소속 클라이머가 되어주어야겠네. 전재민군.”


노인은 자신이 이렇게 부탁하면 그 누구도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대답조차 듣지 않고, 정부의 소속이 되었을 때의 이점만을 나열하는 중이었다.


“지금 제가 알기론 정부 소속 클라이머들이 모종의 이유로 다른 나라로 귀화를 택하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부 소속의 클라이머라는 단어에 눈에 띄게 반응하는 노인이었지만 이어지는 내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입가의 미소가 지워졌고 헛 기침을 해댔다.


“크흠흠.”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온화해 보이는 노인의 가면을 벗긴 뒤에야 얻을 수 있는 거였으니까.


“남은 인원은 고작해야 10명이고, 그 중 2명이 부상. 나머지 1명은 은퇴를 고려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자신이 원하는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자 충격에 빠진 듯 한동안 노인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재촉하는 대신 내 앞에 놓인 식혜를 다 먹어치우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탁.



“제가 당신에게 너무나 어려운 질문을 던진겁니까? 좋아요.그럼 질문을 바꾸죠. 당신은 누구길래 곽혁을 사칭할 수 있는 건가요? 이 나라에서 그 이름의 무게를 모르는 이들은 없을텐데.”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곽혁은 다른 질문을 듣고서야 자물쇠를 채운 듯 굳게 닫힌 입이 열렸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대로 그는 진짜 곽혁이 아닌 청년이었다.


“그 노인네는 무슨 무당도 아니고, 이것까지 다 예측을 하지. 분명 그 노인의 재능은 무술인데.”


청년은 혼자 중얼중얼거리다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 노인의 얼굴로 날 바라보던 기쁜 눈빛 대신 놀랍다는 표정을 하고선 내 얼굴 앞까지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내가 가짜라는 거? 다른 이들은 깜빡 속아넘어가 빌빌 거리던데.”


‘원래는 이런 성격이었나. 꽤나 혼잣말이 많은 타입이야. ’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지만, 내 입이 열리기 전까지 얼굴을 떼어내지 않을 것 같았기에숨을 고르고 별것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저 하나를 위해서 그런 바쁘신 분이 올 리가 없고, 무엇보다 당신한테서 나는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났습니다. 마침 같은 브랜드의 향수를 쓰고 있거든요. 그리고 또 실수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감입니다. 감. ”


자신의 실수 아닌 실수를 알아차린 노인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얼굴을 뜯었다.


찌이익.


뱀이 허물을 벗듯이 노인의 외형을 벗어던진 사내.


노란 눈동자와 빨간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사내가 그 안에 있었고, 노인의 말투는 온데간데 없이 딱딱한 회사원의 말투로 변했다.


“쯧. 역시 조사해본 대로 탑에 대해 관련이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는 저희만큼 잘 알고 계시는군요. 빙빙 돌려서 이야기 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자신의 정체가 들통이 났다는 것이 부끄러운지 사내는 자기소개도 없이 본론을 꺼내려 했다.


“당신의 진짜 이름은 뭐고, 뭐하는 사람이죠?”


“제 이름은 소윤영. 곽혁 총괄지부장을 대신해 당신을 테스트 하기 위해 파견나온 사람입니다. 이번에도 그 노인네와의 내기에서 질 줄은 몰랐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곽혁을 씹어댔다.


“그것과는 별개로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 머리 회전하며 그 무기의 주인이 된 것하며 여러 가지가 말이죠. 모쪼록 저희와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의 시선이 나와 내 무기를 다시 한 번 훑고 지나갔다.


나의 시선과 그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는 호의와 경계 그리고 부러움이 섞여있었고, 나는 그런 그에게 단검을 옆에다 내려다 놓는 행동으로 대답을 했다.


‘저 자. 그리고 곽혁 총지부장. 적어도 둘 이상은 내가 어제 아일라와 함께 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봐야한다.’


“재민씨. 착각하는 게 있으신 모양인데. 적어도 지금의 ‘우리’는 재민씨가 필요해요.”


내 꺼림직한 눈빛을 읽은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나도 알고 그도 알고 있었다.


저 말을 진심으로 믿을 머저리는 지금 이 곳에 없다는 사실을


“당신이 탑에 무단으로 들어간 거 그런 거 신경 안씁니다. 그 칼 끝을 우리에게 돌리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그.


그가 테이블을 탕 치자 테이블 위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은 지도였고, 그 지도에는 수십개의 점들이 분포해 있었다.


그것을 띄운 윤영은 장난을 치던 목소리 대신 한껏 진중하고 무거워진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자 그럼 이제부터 진짜 본론.”


윤영은 그 말을 끝으로 많은 것을 내게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당신들이 저를 원하는 이유도. 제가 거기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도.”


그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고, 또한 재미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나에게 그가 진심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예? 그 말씀은?”


“하지만 제가 어디에 소속이 되는 것을 지금은 그닥 원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나의 거취를 함부로 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윤영이야 믿는다고 쳐도.. 다른 이들을 믿을 수 있냐는 별개의 일이지. 뭐 나야 좋은 정보를 얻었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해야겠지만.’


앞서 나온 거절에 가까운 말에 소윤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하긴 요새는 애국심 보다는 돈이나 아이템이죠. 아니면 확실한 대우거나, 저희들은 셋 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모자라니 당연한 겁니다. 하하하..”


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땅을 파고 들어가려는 그.


그랬기에 서둘러 말을 이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예?”


“공무원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지만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좀 구미가 당깁니다. 어차피 그 쪽에서 제게 바라는 것과 제가 필요로 하는 게 딱 들어맞거든요.”


“아. 네네. 저희야 재민님께서 탑을 공략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내게 무릎이라도 꿇을 것만 같았다.


“사실 저도 원래는 오늘 현장에 나가 탑을 소멸시켰어야 했거든요. 계약 못 해오면 내일 2배로 뛰기로 하고 온거라 정말 감사합니다. 재민씨.”


그는 내 맘이 얼른 변할까 싶어 서둘러 의견을 조율했고 지장까지 찍었다.


서류의 초안을 잡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데에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으니. 그가 얼마나 몸이 달아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 윤영씨. 지금 바로 제가 클리어 할 수 있는 수준의 탑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작가의말

11/ 5 수정 곽혁의 직책을 총지부장으로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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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23.10.17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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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기브앤 테이크(1) 23.10.12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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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등반(2) 23.10.10 24 0 12쪽
» 2.등반(1) 23.10.09 36 1 11쪽
3 1.개화(2) +1 23.10.06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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