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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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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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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훈련(1)

DUMMY

크윽..


재민은 침음성을 흘리면서 깨어났다.


정전기가 몸 곳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 불쾌했지만 지금 재민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누가 이겼습니까?”


“윤영이 네 말이 맞았네. 깨어나자마자 그걸 진짜 먼저 물을 줄이야. 네가 이겼고, 탑도 클리어가 끝나서 본부로 돌아가는 중이야.”


자신이 데스나이트를 이겼다는 것에는 기뻐했지만 본부로 돌아가고 있다라는 말에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 재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탑을 클리어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다행이군요. 형님들의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아서요.”


“아니 믿음이고 나발이고 너. 너무 무모했어. 스스로 인지는 하고 있는거지?”


하지만 재민의 웃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던 유재는 그를 꾸짖기 시작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도박이었지만 성공했으면 된 것 아닙니까?”


“히?”


유재의 꾸중에 억지미소마저 지운 재민은 변명을 시작했다.


“원래의 계획대로 흘러갔더라면 순조롭게 탑을 클리어하고 윤영 형님의 기록을 크게 앞질렀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과 이상은 다른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네요.”


“원래의 계획?”


확실하게 유재의 관심을 돌렸다고 생각한 재민.


그가 자신의 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유재에게 전부 다 털어놓았다.


“예. 유재 형님도 아시다시피 데스나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몬스터는 아킬레스건이 약점이지 않습니까? 약점을 공략하려 했지만, 기회가 잘 오지 않더군요.”


“아킬레스 건? 내가 알고 있는 정보 내에서는 그런 게 데스나이트의 약점이라고 증명된 적이 없었는데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네가 왜 역린을 건드리는 말을 했는지는 이해가 되긴 하네.”


하지만 재민의 예상과 달리 유재는 그의 계획에 의아함을 표현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어지간히 너도 탑에 미친 인간이구나. 그런데 굳이 어려운 방법보다는 핵을 노리는 것이 편하지 않나? 마나 연공법도 얻었고.”


재민의 계획을 들음으로 인해 궁금증이 대부분 해소되어버린 상황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유재는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재민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유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형님. 무슨 착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형님의 상상 속의 천재가 아닙니다. 신입 클라이머이자 운이 조금 좋은 사람일 뿐입니다.”


터무니 없는 대답에 할 말을 잃은 유재.


‘네가 이틀 동안 한 건 운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닐텐데..’


유재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재민은 다음 말을 골랐다.


“여튼 그렇게 생각했기에 제가 마나감지로 핵을 찾아내는 것보다 가진 정보를 활용하는 게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래. 쉬고 있어. 고생했으니까.”


떨떠름한 대답의 유재의 반응.


그로 하여금 잔소리가 끝이 났다고 생각한 재민은 긴장을 풀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유재보다 윤영이 더욱 더 집요하다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본부로 돌아가자마자 넌 바로 나랑 대련을 시작한다. 너 같은 클라이머들은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몸에 때려박아줘야 효과적이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서슬퍼런 윤영의 통보에 놀란 재민은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고, 그는 바로 뒤돌아 재민을 노려보았다.


“혹시나 힘들다는 핑계는 하지마라. 데스나이트를 쓰러트린 너보다 휴가를 반납하고 탑을 클리어한 내가 배는 더 힘드니까.”


자신의 휴가를 반납한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이 하지 못한 탑을 클리어한 사실을 걸고 넘어지는 윤영.


그런 사실 때문에 차마 반박하지 못한 재민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유재를 바라보았다.


“나를 그렇게 쳐다봐도 구해줄 수가 없어/ 재민아. 예로부터 내려오는 유서깊은 말이 하나 있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유재는 도와줄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윤영은 도움을 요청한 재민이 못마땅 했던 것인지 넌지시 말을 던졌고, 그것은 재민의 입을 확실하게 봉인시켰다.


“됐어. 싫으면 관둬. 네가 기억해야 할 건 먼저 나한테 가르쳐달라고 했다.라는거야. 설마 나한테 그냥 점수를 따려고 내뱉은 말이었어? ”


“그런 게 절대 아니라는 걸 두분 다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치사하게 사실을 바탕으로 한 폭력에 재민이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럼 됐네. 뭐가 문제야. 네 상태에 맞춰서 훈련 시킬꺼니까. 너무 겁내지는 말고.”


***



“자. 이거는 네 임시 캡슐침대 카드키. 여기에 들어갔다 나오면 한 숨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해질테니까 갔다와. 나는 준비하고 있을게.”


본부로 돌아오자마자 캡슐 방에 집어넣어진 재민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상상하고 생각할수록 한 숨만이 튀어나왔다.


‘괜히 가르쳐 달라고 말을 꺼낸걸까?’


[상태:지쳐있음. 체력 회복 모드를 가동합니다. 최고의 상태를 만들어드릴테니 마음을 편히 누워주세요.]


재민의 마음 따위는 알지 못하는 침대는 상쾌한 음성과 함께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웅.


작동과 동시에 느껴지는 따뜻한 봄날의 햇살아래 놓여 있는 느낌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침대의 촉감은 자신을 편한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민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화가 난 것 같았는데..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으시겠지?’



‘차라리 데스 나이트와의 싸움이나 복기 해볼까?’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있을 상황에 대해 자꾸만 상상을 할 것 같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복기를 시작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릿 속으로 그 상황들을 복기하면 할수록 아쉬운 부분들이 장마철에 비가 내리듯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마나 감지도 그렇고, 왜 바르티아 제국의 마나 연공법을 얻어놓고 쓰지 못했을까.’


그 문제들의 대부분은 한 가지 공통된 원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다.


바로 자신감의 부재.


‘어쩔 수 없었다.라는 건 핑계지.’


자신감.


스스로를 믿는 감정.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높일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살아온 삶에서는 쓸데없는 것이었으니까.


‘스스로를 믿는다.’


어떻게 그 감정을 이미지 시켜야 할까를 생각했을 때. 윤영의 신뢰의 눈빛이 탁 박혔다.


‘누군가가 날 믿어준다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아마 그 신뢰에 보답하고자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포기하거나 패배했을 거다. 무조건.’


삐익삐익삐익!!


그 이상의 생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귀청이 떨어져라 울려퍼지는 소음.


그리고 그 소음이 울려퍼지는 순간.


잊어버리고 있던 퀘스트에 대한 완료 알림이 떠올랐다.


【증명.당신은 생각 외로 고전했지만, 기대하는 이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증명해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을 즉시 수여합니다.】


파앗.


‘이번에는 어떤 것이 주어질지 궁금한데.’


퀘스트의 보상이 항상 자신의 기대를 웃도는 것이었기에 재민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무기:■■■■■ 분노의 잠재능력 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무한한 의지.】


‘무한한 의지?’


단어를 되뇌이는 것만으로 머릿 속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정보가 떠올랐다.


재민이 보상을 받고 있을 때. 둘은 재민의 여러 가지 상황이 기입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인생을 살았구만.”


오래 전에 끊어버린 담배가 생각이 날 정도로 유재가 보기에도 그의 인생은 기구했고, 오늘 그가 보인 행동들이 납득이 되었다.


그가 재민에게 딱함을 느낀 것과는 반대로 같은 서류를 읽었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어보이는 윤영.


정확히는 이것과 그를 키우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선배. 재민이 같은 타입은 쉴 틈 없이 몰아붙여서 몸 안에 때려박는 게 정답이라니까.”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부딪힐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유재.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인간만 있냐?. 우리랑은 다른 놈이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어. 쟤는 엘리트였던 적이 없어.”


“이틀 만에 블러디 데스나이트랑 겨뤄서 이기는 놈이 엘리트가 아니라면 다른 놈들은 뭡니까?”


“아니 그런 논점이 아니잖나. 하. 내가 너랑 무슨 대화를 하겠다고.”


“선배는 그게 문젭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만 생각한다는 거. 이번만큼은 선배가 틀렸다는 걸 꼭 증명해보이고 말겠습니다.”


***


블러디 데스나이트의 복장과 무기를 장비한 채 윤영은 커다란 트레이닝 룸 안에서 재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터덜터덜 모습을 드러낸 재민을 향해 통보하는 윤영.


그는 이미 자신의 역할에 과몰입한 것처럼 보였다.


“네가 이길 수 있을 정도의 데스나이트를 연기할거고. 쫄지마라.”


그가 가면을 덮어쓰는 순간. 트레이닝룸의 환경도, 탑처럼 바뀌었고 그 사실에 주위를 둘러보는 재민.


【한 눈 팔지마라. 탑은 클라이머에게 친절한 곳이 아니다.】


눈 깜짝할 사이, 재민과의 거리를 좁힌 윤영은 무심하지만, 강력하게 검을 휘둘렀다.


“크윽..”


‘이게 어딜봐서 그 때의 데스나이트를 연기하는 거지. 적어도 세 단계는 강한 느낌인데..’


겨우겨우 그의 검을 받아쳐낸 재민.


“야!! 너는 지금 블러디 데스나이트야! 클라이머가 아니라고. 그 녀석은 선공을 하지 않았다는 걸 몰라?”


유재의 항의에 코웃음을 치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재민.


“그걸 알고 있으니까. 이러는 겁니다. 선배, 만약 제가 목숨을 걸지 않았더라면 데스나이트는 붙어주지도 않았을 거고, 제가 뒤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전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


“정신차리십시오. 클라이머는 언제 어디서든 뒤질 수 있는 직업입니다.”


논리정연한 반박에 유재는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대단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그것을 체득하지 않고 쓸 줄 모르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선배처럼 무르지 않을거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1인분을 하는 클라이머로 키워낼겁니다.”


‘평소에는 바보 같은 놈이 전투에만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니까.’


“...네 고집을 누가 꺾냐. 알아서 해.”


유재의 항복 이후 둘의 공방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공방에서 재민은 막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후욱.후욱.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다잡으려 했지만 스틸레토를 잡은 손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땡그랑.


그 소리가 둘의 대련을 종료하는 신호가 되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낸다. 내일은 아침 6시부터 나와 함께 구보를 뛴다. 너한테 제일 부족한 건 자신감이 아니라 체력인 것 같으니.”


“그래도 저 녀석하고 처음 훈련을 한 사람 중에는 내가 가장 오래 버텼어.”


유재는 나름대로 위로를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겠지만 재민에게는 위로로 다가오지 못했다.


‘이게 실전이었다면 나는 수십 번은 죽었을거다.’


작가의말

어제 연재 분량입니다. 오늘 연재 분은 빠르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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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훈련(1) 23.10.20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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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3. 기브앤 테이크(2) 23.10.13 12 0 12쪽
7 3. 기브앤 테이크(1) 23.10.12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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