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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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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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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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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기브앤 테이크(2)

DUMMY

『긴급 탈출의 패널티를 해소하셨습니다. 제한 시간을 넘기지 않으셨으므로 ‘좋은 일’이 곧 일어날 것입니다.


- 00:01:00』


세 번째 탑을 클리어하자마자 떠오른 활자들과 함께 처음 보았던 두 자루의 스틸레토로 돌아왔다.


탑에 들어오지 않고 차에서 나를 기다리던 유재 형님은 나보다 바뀐 스틸레토에게 눈길을 주었다.


“오. 이게 원래의 모습이로군.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


“형님. 이제 좀 쉬시죠. 1시간 정도?”


“운전기사가 무슨 힘이 있겠나? 동생 동생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굳이 1시간이라는 시간을 언급한 건 그 좋은 일의 카운트다운인가,”


별 말을 꺼내지 않았음에도 내가 왜 쉬려고 했는지 눈치를 챈 형님.


***


하유재.


그는 어느새 잠에 든 동생, 재민을 신기한 눈빛으로 뜯어보고 있었다.


‘특이한 녀석이야. 윤영이 녀석이 나랑 비슷한 점이 많다면 이 녀석은 우리랑 다른 별종이야.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유재 스스로도 자신이 별종이라는 자각은 있다. 아마도 그 분께서도 그런 자신을 알고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윤영을 페어로 붙이신거겠지.


윤영과 팀을 이룬지 2년.


그동안 윤영 덕분에 여러 가지 일에 휘말리며, 수 많은 사람들을 봐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능력을 쓰지 않았음에도 특별하다고 느낄 법한 존재는 재민과 윤영 둘 뿐이었다.


혹시나 시끄러운 것이 싫어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손을 흔들어보지만, 그는 미동도 없었고 오히려 그는 꿀잠을 자는 것인지 규칙적인 숨소리만 흘러 나왔다.


“그럼 어디 한번 확인해 볼까?”


유재의 파란 눈이 머릿결의 색처럼 노랗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유재의 시야에 들어오는 재민의 주위에 피어난 색깔.


그가 피어올린 색깔은 휴양지로 유명한 바다처럼 푸르렀고 그 색깔또한 선명했다.


"이렇게 푸른 색은 처음이다."


그가 개화한 재능은 모든 것들의 가능성과 현재의 상태를 색으로 볼 수 있는 일종의 관측이었다.


데이터 정리를 좋아하고, 분석 또한 좋아하는 유재였기에 이 재능을 개화했을 때. 정말로 기뻤다.


탑이라는 미지의 세상을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스스로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것은 낯이 가려워 잘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각성을 하고 밝혀낸 것들과 그 이전의 클라이머들이 밝혀낸 것들을 합친 양이 비슷하거나 다른 분야에서는 그것을 넘어갈 정도로 귀한 인재였다.


“그 분에게 이 아이를 무조건 데려와야한다고 떼를 써볼까? 아니면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미국으로 귀화신청을 한다고 해볼까?”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욕심.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으려나?”


그가 자신이 준 선물을 선물로서 받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 것을 기억해냈기 때문이었다,.


아까 재민이 1시간 정도만 쉬자고 했을 때 눌러놓은 타이머를 보니 고작해야 1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아직 시간은 널널하네. 그러면 동생의 4일을 어떻게 쓸지 계획표나 짜볼까?”


만약 재민이 깨어있었다면 당장 그만 두십시오라고 말할만한 계획서를 작성해나가는 유재,


***


띠리리리링!


유재가 맞춰놓았던 타이머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울렸고 그것의 효과는 굉장했다.


“으으음..”


“깼어? 동생?”


어제 악몽을 꾼 이후로 처음 잠에 들었던 재민은 꿀잠을 잔 듯 보였다.


“예. 오랜만에 잘 잔 것 같네요.”


『00:00:00


‘좋은 일’ 이 배달 됩니다.』


파란 색으로 깜빡이던 시계는 그 색깔과 같은 작은 상자를 재민의 품에 안기고 사라졌다.


“좋은 일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은데.. 나는 무슨 이벤트라도 일어나는 줄 알았네.”


당사자보다 더욱 기대한 유재는 김이 샌 듯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얼른 열어봐. 그거만 열고 난 뒤부터 네가 나한테 준 시간을 써야하거든.”


그가 실망한 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비슷한 감정이었기에 별 기대 없이 상자를 열었다.


상자의 안에는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었는지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바래진 종이의 책이 있었다.


“..양심을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시중에 널린 스킬 북을 좋은 일이라고 주는 꼬라지. 봐라.”


내용물을 확인한 유재형님은 진심으로 화가 난 모양인지 얼굴을 종잇장처럼 구겼다.


“일단은 익혀보겠습니다. 사람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것처럼 혹시 압니까? 특별한 것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바스티아 제국 황실 마나 연공서


고대에 최강으로 군림 했던 바스티아 제국의 마나 연공법이 적혀져 있는 책이며, 민간에 뿌려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효율을 자랑한다.

현재 전재민에게 귀속되어있다..』


“...”


책의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한 나는 망부석처럼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내 표정을 잘못 읽은 유재형님은 나를 위로했다.


“허접한 거라면 익히지 마. 유명한 클라이머들이 초반에 이상한 스킬을 얻어서 고생한 건 유명하잖아. 내가 다음에 선물을 하나 더 만들어올게.”


“허접한 것이 아닙니다. 마나 연공서 였어요. 그 책.”


“그래. 그래. 허접하다고 아쉬워. 마나연공서? 다행이네. 그래도 이상한 건 아니었으니까.”


말을 잇다가 말고 그 책이 마나연공서를 얻었다는 사실에 기뻐히는 유재 형님.


“예. 그것도 바스티아 제국의 것을요.”


마나 연공서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뿌듯해하시는 형님이었지만, 마나 연공서의 출처를 듣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지워졌다.


“거.. 거짓말은 아니지?”


‘황실 전용 마나 연공서라는 말은 조금 더 친해진 다음에 꺼내야겠군, 눈빛이 위험해.“


아까까지의 모습이 호의적이었다면, 지금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부담스러울만큼 짙은 탐욕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형님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었을 보상인데.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죠.“


순간이었지만 짙은 탐욕을 드러낸 유재형님은 정신을 차리고, 이까처럼 호의적인 사람으로 돌아왔다.


”바스티아 제국 사람들이 보면 좋아하겠네. 언제부터인가 마나연공법을 유실했다고 들었거든. 그건 그렇고 마나연공법도 얻었으면 조금 더 타이트한 일정으로 변경해도 되겠네? 동샹?“


유재형님은 두툼한 서류를 내 앞에서 팔랑팔랑거렸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지는 않습니다만 죽기 직전까지만 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흐뭇하게 웃으며, 창문 바깥으로 그 서류를 버렸다.


파라라락.


바람에 날려 재빠르게 흩어지는 서류들.


”접수.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네. 재민이. 그래도 걱정하지마. 윤영이를 굴려본 경험이 있어서 내가 그런 건 전문이거든.“


나 이전에 다른 사람을 굴려 보았다는 말에 기뻐해야 하는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나의 심정은 모른 채 신이 난 유재 형님이었다.


”너한테도 나쁜 조건은 아닐거야. 클라이머들은 탑을 클리어하면 클리어 할수록 능력치가 가파르게 올라가니까.“


그는 앞으로 있을 일이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콧노래를 불렀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엎질러진 물, 형님이 말한 것 중에는 틀린 것도 없잖아. 지금은 강해지는 것만 생각하자.‘


***


윤영은 한 달만에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실실 웃고 있었을 때 울리는 전화.


”이야. 누가 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아. 좋아. 누구든 내가 쏘마.“


누군가가 자신의 휴가 소식을 듣고 불러내는거라는 생각에 헨드폰을 보았지만, 액정에 뜬 이름은 그의 기분을 바닥으로 가라앉히게 만들었다.


“아니 이 형님은 왜 또 전화를 하고 난리야. 내가 자기랑 페어라고 나도 같은 워커홀릭은 아닌데.”


모처럼 받은 휴가기간에 유재의 전화를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받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 또한 너무나 잘 알았다.


“무슨 일.”


일부러 목소리를 깔아 휴식을 방해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말보다 훨씬 높은 유재의 목소리가 그의 입을 막았다.


“야. 잘만하면 너 평생 놀고 먹을 수 있겠다. 아니 백수랑 놀고먹는 건 좀 다를려나?”


유재와 재민의 상황을 알 리가 없었던 그.


“그건 또 뭔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에요? 선배. 설마 낮술 했어? 선배. 선배가 아무리 귀중한 인재라도 그건 선을 너무 넘는 것 같은데? ”

“능력을 써봤지. 재민이한테.”


“그래서?”


“내가 너한테 전화를 한 거 보면 모르겠어?”


능력을 썼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몸가짐을 바로 한 윤영.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편안하고 전화를 귀찮아 하는 것처럼 연기를 했다.


“나랑 비슷한 수준이니까.전화를 한 거겠죠. 승부욕이라도 불 태울 작정으로.”


“후후후.”


’평소였으면 득달같이 화를 내며 선배의 말에 토를 다냐고 짜증을 냈을 사람이.‘


왠지 모를 불안감에 어느새 윤영은 자리를 박차고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차 키를 찾아 해매는 도중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신이 난 유재의 목소라.


“나도 네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재민이가 너보다 더 잠재력이 찬란해보였어.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가공하고 싶을 정도로.”


“...”


“어쩌면 금세 너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어’


‘장난끼가 많고 일에 미친 사람이었지만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은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윤영의 목소리는 편안하지 않았다.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습니다. 선배. 거기 지금 어딥니까?“


이것을 노린것이었을까. 유재는 한 껏 미안한 목소리를 내며 그를 달랬다.


”너 휴가잖아? 네가 그토록 바라던 휴가를 포기하고 이 쪽으로 온다고? 에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내 용건은 여기까지니까. 나중에 보저, 윤영아?“


뚝,


그것으로 자신의 할 일은 끝이라도 난 듯 유재는 단칼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인간이 진짜.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지?“


끓어오르는 화에 전화를 침대에 내던지고 자신의 몸도 다시 침대와 합체시켰지만, 더 이상 침대에서는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는 유재가 한 말들만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지금 윤영을 지배하는 감정은 화였지만 화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인간. 분명 더 숨기는 것이 있어. 그러지 않고서는,,“


”재민씨의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런 소리까지 한걸까?“


화는 짜증으로 짜증은 재민의 잠재력에 대한 궁금증으로 변했고 그 감정의 끝은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에이 설마 잘못 본 거겠지. 해봤자 나랑 비슷한 정도일려고? 오랜만에 사용한 능력이라서 헷갈린 거야. 윤영아, 얼마만에 받아낸 휴간데.. 쉬자.“


그 초초함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우리가 있는 곳은 여기야. 정 오고 싶으면 와. 그 대신 오면 네 휴가는 반납처리한다? 잘 생각해보고 와.]


메시지의 발신인은 당연하게도 유재였고, 그는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윤영이 원했던 정보를 담아보냈다.


[딱 기다려. 금방 간다.]


윤영은 결국 스스로 휴가를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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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훈련(1) 23.10.20 1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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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23.10.17 15 1 11쪽
9 4. 버려진 흡혈귀의 굴(1) 23.10.16 11 0 12쪽
» 3. 기브앤 테이크(2) 23.10.13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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