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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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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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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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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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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훈련(3)

DUMMY

언제나처럼 겁 없이 들어온 인간들.


미노타우루스들의 머릿속에서 인간이란, 연약한 주제에 맛은 좋은 영양간식 같은 느낌이었다.


개 중에 돌연변이처럼 강한 이들이 몇몇의 동족을 사냥하여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는 하지만, 그것은 극 소수였다.


또한 자신들을 사냥하려고 마음 먹은 인간들은 항상 거대한 무리를 이뤄 찾아왔었지만, 지금은 달랑 셋이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


먼저 먹어치우는 놈이 임자라는 것.


그랬기에 그들은 앞 뒤 가리지 않고, 인간들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셋 중에 미노타우르스들에게 복수를 갈망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꾸에에엑.”


“꾸에엑..”


몇 몇의 미노타우르스들이 쓰러지며 비명을 지르며 그 존재를 조심하라고 알려주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미노타우르스를 쓰러트릴 때마다 다른 이들의 눈빛에 담긴 탐욕이 더욱 진해질 뿐이었다.

***


“쉽다.”


수십 마리의 미노타우르스를 썰어버리고 난 뒤에 재민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어느새 재민의 몸에서는 피비린내가 배어버렸고, 그의 주위에는 피 웅덩이가 고여있었다.


처벅. 처벅.


피 웅덩이를 걷는 그의 발걸음 소리가 미노타우르스들에게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눈 앞에 있는 쪼그마한 인간은 먹잇감이 아니라, 자신들을 잡아먹는 사냥꾼이었다.


“음머?”


그 자실을 깨닫자마자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을 더 크게 키운 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재민에게서 등을 돌려 도망 가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돌진해올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그들.


음머.. 음머..


구슬프게 울며 도망가는 미노타우르스들을 향해 싸늘하게 웃어보이는 재민.


자신이 보기에 가장 깨끗하게 잘린 미노타우르스의 시체에 앉아 숨을 골랐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들을 쫓아서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끔 만들어주고 싶었기에.


“내가 느꼈던 공포를 느껴봐라. 이것들아. 그리고 데려오는 거다. 너희들의 대장을.”



짝짝짝.


숨을 고르며 쉬는 와중에 뒤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


박수소리는 당연하게도 유재의 것이었다,


“역시 싸움 구경이 재일 재밌다니까.”


재민이 벌여놓은 난장판을 빙 둘러보면서 만족한 듯 미소가 떠나지 않는 유재,


그에 비해 윤영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재민에게 잔소리를퍼붓기 시작했다.


“나라면 도망가기 전에 저들을 다 죽이고 곧바로 부족장과 싸웠을 것이다.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끝을 냈어야지.”


“너는 굳이 이런 때까지 잔소리를 하고 싶냐?”


“저도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제가 부족장을 만난 것도 저 정도의 미노타우르스들이 남았을 때였습니다. 두고보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부족장이 나올 겁니다.”


크하아아아!!


재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려오는 부족장의 하울링 소리.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쿠웅. 쿠웅.


동굴 내부를 울리며 등장하는 미노타우르스 부족장.


그의 모습도 처음 보았을 때와 똑같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왠지 모르게 재민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 정도,


하지만 더 이상 그건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되지 않았다.


[우리. 동족. 왜 죽였나? 들어오자마자.]


이윽고 드디어 마주본 둘.


그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부족장이었다.


의문과 경계심이 잔뜩 실린 질문.


하지만 재민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유재 형님. 저 녀석을 보니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데스나이트나 다른 어느 정도 지성이 있는 애들은 완벽하게 문장을 구사할 줄 아는 것 같은데.”


“왜 미노타우르스 부족장은 그러지 못하냐는 거지?”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유재는 답을 내놓았다.


“그야 당연히 소의 지능이 아무리 높아져 봤자, 인간에게는 닿을 수 없으니까.”


대답의 끝에는 미노타우르스를 향한 비웃음마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무시를 당한 것에 대한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그가 먼저 달려들었다.


쿵. 쿵. 쿵.


[나. 강하다. 너희들. 자격 없다. 무시할.]


후우웅!


도끼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생겨나는 거대한 바람.


미노타우르스는 그 바람을 도끼에 감아서 재민에게 날려보냈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만은 지름길. 죽음의]


호언장담한 것과는 달리 재민은 앉은 자세 그대로 바람을 스틸레토 옆면으로 흘리는 것으로 저 멀리 날려보냈다.


쩌저적.


미노타우르스가 날린 바람은, 동굴의 벽을 무너트릴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적에게 맞아야 의미가 있는 것.


미노타우르스의 공격을 손쉽게 흘린 재민은 그의 화를 다시 한 번 돋구었다.


“그런 말은 일단 나부터 쓰러트리고 하는 게 어떨까? 공격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주제에.”


재민의 말에 상처를 입기라도 한 것인지 그는 콧김을 푸륵푸륵 거리며 쏟아낸 이후 재민을 칭찬했다.


[운이 좋군. 인간. 내가 했으니 네 차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에 비해 모든 것이 딸리는 재민이 손 쉽게 피하는 데에 자존심이 많이 상한 듯 했다.


“데스나이트도 아니고 해봤자 미노타우르스가 이런식으로 나오다니..”


슥슥슥.


유재는 언제 꺼냈는지 모르는 수첩에다 지금의 상황을 적어내려가며 자신만의 셰계로 빠져들었다.


어느샌가 자리에서 일어나 미노타우르스의 앞에 선 재민,


그는 부족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한 번 그의 의사를 물었다.


“후회 안하겠냐? 너?”


[흥. 그런 건 약한 것들이나 한다.]


미노타우르스가 비장한 각오로 말을 꺼내기 무섭게 재밌게 보고 있던 관광객들은 혀를 찼다.


“쯧. 스스로 목숨을 내다버리는군, 선배. 그럼 오늘 저녁은 송별회겸 복수를 끝낸 기념으로 고기나 먹으러 가는 건 어떻습니까?”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잖냐. 좋아 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쏜다. 얼른 끝내라. 재민아.”



하지만 재민에게는 아저씨들의 시시껄렁한 대화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눈 앞에 있는 미노타우르스 부족장을 깔끔하게 베어내는 것뿐이었다.


‘후우.’


‘이걸로 완전하게 끝맺음 하는거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행동은 빨랐다.


슈악.


콰아아아앙.


오래된 거목이 쓰러지듯이 부족장이 쓰러졌고, 재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고픈데. 밥이나 사주시죠?”


재민은 그들에게 보여준 것들 중 가장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제 속은 후련한 모양이지?”.


“글쎄요. 무슨 감정이라고 딱 정의하기가 어렵긴 합니다.”


환한 웃음이 거짓말이라는 걸 둘은 알고 있었기에 그런 질문을 꺼낸 것이었고 재민은 멋쩍게 웃었다.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마라. 그 사람도 그걸 원할거다.”


**


재민이 탑을 클리어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어느 한 교회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교주. 그 쥐새끼가 다시 한 번 그 탑을 클리어 했다고 합니다.”


“전재민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였죠? 그 사내가 그것을 가진 것은 확실합니까?”


교주의 물음에 노인은 명쾌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그 자의 허릿춤에 매여진 그 물건을 보았을 때에는 확실하오.”


교주는 노인에게 다시 한 번 같은 명령을 내렸다.


“제 2장로께서는.다 좋은데. 한 번씩 중요한 것을 빼먹으십니다. 다시 알아내오세요. 혹시라도 무고한 자가 생겨서는 안 되니.까요.”


“끄응. 그 자로 확정해도 별 탈이 없을 것 같은데.. 뭣하러 귀찮게..”


“제 2장로.”


“알겠습니다. 다시 알아오도록 하지요.”


노인은 이대로 진행하고 싶어했지만 교주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부르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자리를 떠나려는 그 순간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


“굳이 그럴 필요 없으십니다. 제가 다 알아왔으니까요.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젊은이로서의 예의이니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저. 버르장머리를 밥 말아 먹은.”


여자는 제 2장로를 힐끗 바라보며 비꼰 뒤 가져온 자료들을 나눠준 다음 교주의 의향을 물었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그것을 강탈해간 자입니다. 교주이시여.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


여장로가 가져온 자료를 다 읽고 난 후. 한동안 말이 없던 교주.


“당분간은 지켜보도록 하지. 그것이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 것은 처음이니. 여차하면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있지 않겠나.”


여 장로는 그의 결정에 반색했고, 노인은 그런 결정을 떨떠름하게 여기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 결정에 불만이 있는건가요 제 2장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미천한 소인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를 대비하고 계실 것이온데..”


“쯧. 되었습니다. 둘 다 나가보도록 하세요.”


“세상의 멸망을 위하여.”


교주는 심기가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내었고, 노인과 여자는 그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나자, 홀로 남겨진 교주는 재민의 얼굴을 애틋하게 쳐다보았다.


“드디어 우리가 활동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는구나. 과연 자네는 우리에게 어떤 시련을 줄텐가?”


“아버지. 아직 계획의 시작조차 되지 않았는데. 너무 기뻐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심하게 생각한 탓일까.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도 못한 그였지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아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주었다.


“네 눈에는 그리 보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아비의 눈에는 선명하게 미래가 보인단다. 너와 내가 그 분들의 힘을 이어받는 미래가.”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소년은 오랫동안 품어왔던 소망을 아버지에게 고했다.


“... 그렇다면 이제부터 저 또한 전면에 서겠습니다. 근신을 헤제해주십시오.”


태연하게 말을 한다고 했지만, 아버지이자 교주인 자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정보를 어디서 주워듣고 찾아온 것이다. 주변에서 띄워주고 또래 중에서도 상대를 찾아볼 수 없다고는 하나, 내 눈에는 펀둥벌거숭이에 불과하지만.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의 은신을 해제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목소리를 깔고 그에게 고했다.


“벌써부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 이상 행동을 금하게 하는 것도 못할 짓이긴 하지. 교주이자 아비로서 너의 근신을 해제한다.”


자신이 바라던 것이 이뤄지자 기쁨을 감출 수 없는 소년과 그런 소년이 못 마땅한 교주는 그에게 한 가지 충고를 건네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항상 호위들과 함께 움직이고 우리들의 계획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잊지말거라. 너는 내 뒤를 이을 소교주이니라.”


“모든 것은 세상의 멸망을 위하여.”


“그래. 모든 것은 세상의 멸망을 위하여. 이만 나가보거라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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