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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텔지아의 문서저장고

멸망하는 세계의 등반자는 영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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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3.09.29 16:50
최근연재일 :
2023.11.03 23: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90
추천수 :
14
글자수 :
104,282

작성
23.10.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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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버려진 흡혈귀의 굴(2)

DUMMY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네가 가진 능력의 반만 사용해도 나는 네게 닿지 못한다. 네가 마음을 바꿔먹을 수도 있지 않나?』


그의 말대로였다,


재민도 데스나이트에게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윤영이 보여준 무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 잠재력이 저런 인간보다 위라니. 아무리 입 발린 소리라도 부담이야.’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하지. 데스나이트.”


재민과 데스나이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자 그는 발 끝으로 선을 그었다.


기기기긱.


그의 발길은 꽤나 긴 선을 만들어내었고, 그 선의 안쪽에 털썩 앉았다.


“나는 이 선 바깥으로 승부가 결착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이를 어길시 내 목숨을 네게 바치마.”


데스나이트는 윤영의 눈에서 무언가를 읽은 듯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 좋다. 당신만한 전사를 죽이면, 나의 격 또한 올라가니까. 부디 약속을 지키기를 빌겠어. 대화를 나누고 오너라. 기다려주마. 애송이.』


데스나이트는 그 말을 끝으로 윤영과 재민에게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시간을 주려는 듯 멀찍이서 그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재민은 데스나이트가 저 멀리 가기도 전에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윤영씨? 미치셨습니까?”


“왜? 자신이 없습니까? 고작 블러디 데스나이트를 이길 자신이?”


재민의 잔소리에도 윤영은 태평하게 그의 잔소리를 웃어 넘기고 있었다.


“그게 아니잖습니까?”


재민은 여태껏 그들에게 보여준 반응 중 가장 격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뭘 걱정하고 그래. 이기면 되는 걸 가지고.]


속이 타는 윤영을 말리키는 커녕 놀리는 유재.


“형님!!”


흥분해 이성을 잃은 재민에게 닿아 박히는 윤영의 차분한 목소리.

“재민씨.진정하세요.”


그의 눈은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듯 또렷했다.


“블러디 데스나이트라고 해서 쫄 것 없습니다. 아까 못 봤습니까? 우리가 당신의 잠재력을 가지고 싸웠던 것? 그 잠재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목숨을 건 싸움이 제일입니다.”


목숨을 도박 칩 대하듯 이야기하는 윤영을 재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은 손해 보는 것 없습니다? 당신이 죽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 선배가 살릴 거고, 이기면 계속해서 탑을 공략해나갈 수 있겠죠.”


“원래 클라이머들은 당신들처럼 미친 인간들이 대다수입니까? 아니면 제가 운이 나쁜겁니까?”


[음 우리 정도면 아주 정상적이지. 시간이 지나보면 우리를 처음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할 거야.]


“하.. 어쩌다 이런 인간들 하고 엮여서.”


후우.


재민은 살아오면서 내쉰 한숨보다 이틀간 쉬어온 한숨이 더 많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을 고쳐먹었다.


“좋습니다. 그 대신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윤영형님. 제가 저 데스나이트를 이기면 저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이기고 오면 뭐든지 들어드리죠. 일단 이기고 오세요. 아 참 그리고 우리가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거 알고 있죠?”


윤영은 오히려 바라던 것이라며, 재민의 어깨를 치며 장난스레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 저런 장난을 치고 싶을까?’


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이 재민의 입을 통해 새어나왔다.


[어드바이스 안해주는 게 네 성장에 더 효과적일거 같은데.]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나는 윤영형님이 그어놓은 선을 가볍게 지나쳤다.

선의 바깥쪽을 밟자마자 뜨는 긴급 퀘스트,


【긴급 퀘스트. 증명.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당신의 무기도 앞으로 펼쳐질 싸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신만의 길을 모두에게 보여주세요.


보상:???- 결과와 과정에 따라 달라짐.】


하지만 그의 눈에는 활자 너머로 몸을 일으키는 데스나이트만이 보일 뿐이었다.


***

『동료들과의 작별 인사는 잘 하고 왔나? 애송이?』


블러디 데스나이트는 선을 넘자마자 재민에게 말을 건네왔다.


“우선은 고맙다고 하지. 네 덕분에 저 사람들을 조금 더 알 수 있었거든.”


『고맙단 인사는 이 쪽에서 해야지. 너 같은 신입을 박살내는 것만으로 전사의 격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블러디 데스나이트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재민을 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풀풀 풍겨왔다.


그것은 재민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었고 제대로 마주한 이 순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자(强者)다. 원래라면 지금의 내가 쳐다볼 수도 없는.’


푸르게 빛나는 귀화와 몸에서 피어오른 붉은 증기, 자신의 몸통만한 대검,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우위를 점한 것이 없는 열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저들이 모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재민은 자신을 믿고 있는 둘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에 호응하듯 떠오르는 퀘스트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상념을 끝낸 것은 블러디 데스나이트의 제안이었다.


『너무 빨리 끝나면 시시하니까. 선공을 양보하지. 딱 다섯 번의 공격을 받아주겠다.』


다른 클라이머가 들었다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치욕적인 대우.


하지만 재민은 의문을 갖지도, 그들처럼 얼굴이 빨개지지도, 분노라는 감정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차분하게 스스로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릴 생각뿐이었다.


쐐애애액.


재민은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스틸레토를 그에게 냅다 집어던졌다.


카앙.


블러디 데스나이트는 한 발자국조차 움직이지 않았고, 스틸레토는 그의 몸에 자그마한 흠조차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수준에 과분한 무기를 가지고 있군. 하지만 그뿐이다. 한 번.』


블러디 데스나이트는 마치 시험관처럼 깐깐한 말투로 그를 대했다.


『네 번. 이제 너에게 남은 기회는 그것뿐이다.』


***


전재민. 신입 클리이머이자, 평범한 인생과는 거리가 꽤나 있는 인생을 살아온 그.


그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장점이 딱 한 가지 있다면 스스로를 믿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믿지 못한다라는 말보다 스스로의 분수를 잘 알았다는 표현이 옳았다.


분수를 잘 아는 것.


그것을 빼면 시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현재의 재민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큰 조각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진작에 흙으로 변해 땅의 자양분이 되었을테니까.


그것이 지금 재민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윤영과 유재. 저들의 신뢰가 불편하다. 내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기본적인 클라이머의 소양이었을 뿐이었으니까.’


자신의 인생에서 저런 신뢰가 존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사람의 눈은 내가 해낼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들의 호의야 호의라는 껍데기를 쓴 거래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손에 꼽을 정도의 경험이지만 경험이 있었다.


신뢰.


그것에 반응하는 법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저들의 신뢰. 신뢰에 보답하는 방법은 알고는 있다. 알고는 있지만.’


보답할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규칙과 상식을 완전히 벗어던져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약점은 알고 있다. 내 목숨을 담보로 그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면 해볼 수야 있지. 성공하지 못한다면 윤영의 목숨은 없다.’


만약 아일라를 잃기 전이라면, 아무것도 못하는 일반인의 신분의 재민이었다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도전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은 싫다.’ 라는 마음이 재민의 머릿 속을 어지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재민은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다 잡았다.


저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이들에게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싶지 않았으니까.


‘쓰러트리는 것이 무리수라면 한 방이라도 먹인다. 그거라면 저들의 실망도 덜하겠지.’


위기에 처한 재민은 평소의 재민이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차선책을 골랐고, 그 차선책은 꼬인 매듭이 풀리듯이 다음 관문으로 가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데스나이트의 약점은 알고 있다. 그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그러니까. 남은 기회를 활용해서 약점을 노출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버둥쳐보거라 그런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테니.』


거기에 더해 생각에 잠긴 재민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데스나이트.


그는 재민의 생각대로 네 번의 공격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게 저 멀리 재민을 믿는 저들을 절망 속으로 빠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민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나머지 둘은 투명한 막으로 그들의 대화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만든 채 서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블러디 데스나이트랑 침착하게 대치를 할 수 있는거지? 미노타우르스의 앞에서 시체로 농락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때는 목숨이 걸린 위급한 상황이었고.”


유재는 윤영이 잊어버리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을 되짚어 주었다.


‘지금도 걸려 있잖아. 네 목숨. 아마 쟤는 자기의 성장을 위해 진짜로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할걸?’


그를 오래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재민의 본질을 꿰뚫은 유재는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타인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해도 말이죠. 제가 순순히 목숨을 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유재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눈 앞의 재민이 보여주는 상황은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라면 뜯어 고칠 게 한 개 더 늘었네요. 이런 데에서는 신입인 티가 나긴 합니다.”


윤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뜯어고쳐야 할 것의 목록의 최상단에 순수함을 박아넣었다.

“하지만 그 덕에 얻어버린 것도 있지. 저 녀석을 굴릴 방법으로 우리의 목숨을 걸어도 되겠다는 사실. 자주 쓰면 안 먹히겠지만 가끔씩 쓰면 잘 먹히겠지.”


윤영이 뜯어고칠 것으로 그것을 적었다면 유재는 그것을 이용할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었디.


“선배는 보면 볼수록 미친 인간입니다. 어떻게 저런 순수한 사람을 타락시킬 생각먼 하고 있습니까?”


재민이 듣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윤영은 그와 블러디 데스나이트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재민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나가서 데스나이트를 베고 잘못된 것에 대해 말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설마 지겠습니까? 만난지 며칠 되지 않은 인간의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윤영과 유제는 똑같은 웃음을 얼굴에 띄운 채 그들을 지켜봤다.


그들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재민은 네 번의 기회 중 세 번을 소진했다.


그 세 번의 기회들 중 그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지 못한 재민.


『이제 단 한 번이 남았다. 애송이 어떡할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민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알아낸 것을 조곤조곤 그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어쩌긴 뭘 어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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