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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548,143
추천수 :
10,137
글자수 :
721,874

작성
22.1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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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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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글자
19쪽

지갑 마법사

DUMMY

“가자.”


“네! 가자!”


자폭을 하며 산산조각이 난 리빙 아머의 잔해에서 건질 것도 없어 보여서, 그냥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창을 들고 긴장한채로 주변을 살펴보며 걸으면 금세 피로해져 와야 정상이었지만, 셀프 힐 마법 덕분에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며 걸어갈 수 있었다.


‘셀프 힐이 사기이기는 하네.’


처음에는 그저 외상만 치료해주는 줄 알았는데, 신체의 모든 것을 정상 컨디션으로 유지를 해주는 대단한 마법이었다.


비록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힐러들의 힐 마법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오래 걸리고 남을 치료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런 단점을 모두 상쇄할 정도의 범용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테스트 결과는 안 나왔나?’


아버지가 맡긴 실험 결과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보통은 일주일이면 충분히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이 주가 훌쩍 넘어 삼주 가까이 걸리고 있었다.


‘그만큼 셀프 힐의 테스트 범위가 넓은 건가?’


던전을 걸어가며 왜 이런 헛생각을 하고 있냐면, 그냥 지루해서였다.


리빙 아머를 상대하고 거의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걷고 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화살 함정도 없었고, 리빙 아머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걸었다.


‘뭐가 이렇게 길어?’


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삼촌 이제 빙글 빙글 안 돌아요?”


“응? 무슨 말이야?”


“삼촌이랑 저랑 빙글 빙글 돌았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무래도 뭔가에 홀렸거나, 환각 상태에 빠졌나보다.


눈을 감고 주변으로 마나를 퍼트려, 마나에서 보내오는 감각에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3서클에 오르며 주변의 마나들에 대한 감응력이 많이 상승을 했다.


그리고 3서클의 끝자락에 서있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마나의 흐름이 비틀려있다. 이것 때문인가?’


눈을 감고 마나에 집중하니, 마나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이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거지? 아.. 나는 아직도 세상을 눈으로만 보고 있었던 건가?’


내 신체는 마법사인데, 내 정신은 아직도 창잡이였나 보다.


세상을 눈으로만 보면,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을 하게 된다.


마법사는 마나를 통해 현상의 진실을 보아야만 하는데, 나는 오감에만 너무 의존을 하고 있었다.


[드드드드......]


깨달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아니.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것이었는데, 인식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이미 내 모든 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나있었다.


그러나 평생을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으로, 얼마간은 창잡이로 살아온 내가 마법사로서 보고, 듣고, 사고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인식하는 순간.


나는 이미 4서클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파캉!!]


내가 1서클과 2서클에 오를 때 만들어졌던 마나막이 깨져나갔다.


‘마나는 마나일 뿐이다. 그걸 굳이 거르고 말 것도 없다. 내 몸이 마나만 흡수하면 되는 것이었어.’


[쏴아아아아....]


마나의 막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더욱 더 많은 마나들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갔다.


마나에 불순물이 섞여서 마나의 막을 통과하면 조금 더 맑아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못 된 생각이었다.


마나막은 자연의 마나를 내 파장에 맞추어 주는 역할을 했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보니, 내 경지가 낮아 자연의 마나를 그대로 흡수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나막이 마나를 통과시키며, 자연의 마나를 내 몸의 파장에 맞추는 작업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4서클이 된 지금은 그런 과정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내 몸이 마나의 파장에 맞추면 되는 것이었어.’


마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마나를 내 파장으로 맞추어야 했었다.


그런 상태라서 순수한 마나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오히려 내 몸의 파장에 맞추어진 왜곡된 마나들만 인식하고, 흡수하고 있었다.


‘아...’


이 던전의 모든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과 이 던전에 존재하는 모든 함정들과 리빙 아머들의 위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탐색을 습득하셨습니다.]

[마법사의 신체가 11레벨로 상승합니다.]

[마나 연공법이 11레벨로 상승합니다.]

[마창 기사가 11레벨로 상승합니다.]


“아.. 아쉽다.”


떠오르는 메시지 창들 때문에 몰입이 깨져버렸다.


‘그런데 탐색 마법? 어! 4서클 마법 하나를 그냥 익혔네?’


마법창을 확인하니, 4서클 마법 분류에 탐색이라는 마법이 떡하니 위치해 있었다.


사실 탐색 마법이 아니더라도 마나를 퍼트려 보내오는 정보를 확인하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마법으로 만들어지면 세세한 과정을 내가 직접 해내지 않아도 되고 레벨이 오르면 마법의 효율도 올라간다.


그러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좋기는 하다.


‘마법 상점. 4서클 마법 확인’


# 4 서클 마법

- 고속 시전(500,000 SP)

- 체인 라이트닝(500,000 SP)

- 물 감옥(500,000 SP)

- 회오리(500,000 SP)


갑작스럽게 엄청나게 늘어난 SP의 양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SP 확인!’


[SP : 20,252]


나름대로 열심히 SP를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턱도 없었다.


그나마 탐색 마법을 공짜로 습득하게 되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아무런 마법도 습득하지 못할 뻔 했다.


‘하아.. 결국에는 던전 노가다만이 답인건가?’


드디어 초보자를 위한 구간을 지나, 끝없는 반복 사냥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중급자 구간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게임에서도 이 구간부터는 현질로 SP를 사거나, 끝없는 자동 사냥으로 SP를 수급해야 한다.


‘저 고속 시전은 꼭 배워야 하는데.’


내가 가진 노 딜레이 반지는 3서클 이하 마법의 딜레이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4서클 이상은 10%만 줄여준다.


그런 상황이니, 고속 시전 마법을 배워야만 실전에서 4서클 마법 이상을 사용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마법사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이 던전부터 끝을 내자.’


비장한 얼굴로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탐색.’


[지이잉...]


탐색 마법이라는 마법이 하나 생김으로 인해서 지옥과도 같던 난이도의 던전이, 급작스럽게 초보자 수준의 던전으로 변해버렸다.


‘어스 볼!’


[콰앙!!]


탐색 마법으로 찾아낸 함정을 어스 볼을 날려 박살을 내주었다.


함정은 박살내고, 리빙 아머는 던전의 천장을 무너트려 묻어버렸다.


손에 들린 창은 더 이상 무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오른손이 허전하지 않도록 해주는 장난감이 되어 주었고, 산책하듯이 블린이와 산뜻한 기분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던전의 끝에 도달하게 되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 했다!”


마지막 공간은 연구실처럼 보였다.


보스가 나타날까봐 긴장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탐색.’


탐색 마법에도 함정이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고, 책상 위에 있는 조그마한 상자와 그 옆에 있는 양피지만이 마나를 품고 있었다.


조금은 멀찍이서 양피지를 바라보니, 처음 보는 글자로 뭔가가 잔뜩 써져있었다.


- 나는 연금술사다. 연금술은 물질들의 분자와 구성을 연구하고,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적을 행하는 당당한 마법 종파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은...


양피지를 바라보니, 신기하게도 내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오르며 스토리를 설명해 주고 있었지만, 나는 K-게이머이다.


‘스킵.’


게임의 스토리는 스킵이 안 될 때만 보는 게 국룰이다.


스토리보다는 보상부터 확인하는 게 더 남는 장사이니, 바로 조그마한 상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게 연금술사의 유산이 맞나?’


매직 배리어를 펼친 상태로 손에 들린 창으로 조그마한 상자를 건드려보았는데, 상자에서 푸른색의 광선이 나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창으로 그 광선을 막아섰고, 그 푸른색의 광선은 내 손에 들린 창을 스캔하듯이 훑어 내렸다.


- 근접 무기 확인. 창으로 판단. 유산 증여를 시작합니다.


‘어휴. 놀래라.’


아무래도 이 던전을 만든 연금술사는 마법사를 엄청나게 싫어했나보다.


던전 자체의 설계도 마법사를 저격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마지막 유산까지도 창으로 건드리지 않았다면 무언가 다른 함정이 발동했을 것 같다.


[연금술사의 유산 - 경험의 전이(轉移)를 습득합니다.]


[경험의 전이 : 존재의 핵인 마석을 경험으로 전환시켜준다.]


‘어? 이건 무슨 스킬이지?’


레벨도 없는 이상한 스킬 하나가 생성이 되었다.


‘마석을 경험으로 전환시켜준다니 뭐지?’


혹시나 싶어서 인벤토리에서 3등급 마석을 하나 꺼내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경험의 전이.’


[100 SP 습득.]


마석 안에 채워져 있던 마나가 내 몸에 흡수되고, 마석 껍데기만 남았다.


‘SP를 습득했다고? 이거 완전히 현질이잖아!’


게임에서 현질을 통해 SP를 구매할 수 있었다.


3서클 마법까지는 기껏해야 만 단위의 SP로 마법을 습득할 수 있었는데, 4서클부터는 몇 십만 단위로 급격하게 필요한 SP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유저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끝없는 사냥 또는 현질.


나는 당연히 현질을 했었다.


마법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도 끝없는 사냥이 필요했지만, SP는 그것으로도 답이 없었다.


왜냐하면 SP는 나와 비슷한 레벨이나 낮은 레벨의 몬스터에게서는 아주 적은양만 주기 때문이다.


같은 몬스터를 잡더라도 내 마법들의 레벨들이 높아지면, 얻을 수 있는 SP의 양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돈으로 구매하는 프리미엄급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고 자신의 레벨보다 더 높은 던전들을 돌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어차피 그럴 바에는 SP를 돈으로 사는 게 더 낫다.


‘그런데 이거 교환비가 아주 똥망인데?’


인벤토리 안에서 1등급과 2등급 마석을 꺼내서 변환을 시켜봤는데, 1과 10의 SP를 습득했다.


내 예상으로는 등급이 올라가면, 한 등급 당 10배의 배수로 변환이 되는 것 같다.


‘하아.. 분명히 돈을 많이 번 것 같은데, 왜 부족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거지?’


마나는 어찌 어찌 마나 연공법으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SP는 답이 없다.


내가 진짜 게임 캐릭터가 아니니, 자동 사냥도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지갑 마법사가 내 새로운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많이 벌면 돼. 나에게는 마법진이 있다.’


그렇게 강해지기 위해서 돈을 벌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 퀘스트 완료. 마법 상점에 새로운 마법들이 입점 되었습니다.


깜빡 잊고 있었던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보상이 지급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구경부터 해보자. 의외로 SP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마법 상점.’


게임에서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으니, 필요한 SP도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마법 상점을 띄워보았다.


# 1 서클 마법


# 2 서클 마법

- 시력 향상 (1,000 SP)

- 사일런스 (1,000 SP)

- 마법 취소 (1,000 SP)


# 3 서클 마법

- 우박(2,000 SP)

- 쉴드(3,000 SP)

- 턴 언데드(10,000 SP)

- 축복(10,000 SP)

- 상처 악화(10,000 SP)

- 저주(10,000 SP)

- 영안(10,000 SP)

- 통역(20,000 SP)


# 4 서클 마법

- 고속 시전(500,000 SP)

- 체인 라이트닝(500,000 SP)

- 물 감옥(500,000 SP)

- 회오리(500,000 SP)

- 메시지 전달(500,000 SP)

- 질병 유발(500,000 SP)

- 골렘(500,000 SP)

- 비행(500,000 SP)

- 버스트(500,000 SP)

- 수중호흡(500,000 SP)


# 5 서클 마법

- 버닝 핸즈(1,000,000 SP)

- 어스브레이크(1,000,000 SP)

- 패밀리어(1,000,000 SP)

- 속성저항(1,000,000 SP)

- 파이어월(1,000,000 SP)

- 투시(1,000,000 SP)

- 아공간(1,500,000 SP)

- 블링크(1,500,000 SP)


# 6 서클 마법

- 큐어(2,000,000 SP)

- 복원(2,000,000 SP)

- 전신보호(2,000,000 SP)

- 플레어(2,000,000 SP)

- 노바(2,000,000 SP)

- 텔레포트(2,000,000 SP)


# 7 서클 마법

- 중력 조절(4,000,000 SP)

- 정화(4,000,000 SP)

- 재생(4,000,000 SP)

- 봉인(4,000,000 SP)

- 기가 라이데인(4,000,000 SP)

- 인페르노(4,000,000 SP)

- 블리자드(5,000,000 SP)

- 지진(5,000,000 SP)

- 워프(5,000,000 SP)


# 8 서클 마법

- 스톰(10,000,000 SP)

- 분자 붕괴(10,000,000 SP)

- 다이아몬드 더스트(10,000,000 SP)

- 라이트닝 웨이브(10,000,000 SP)

- 헬 파이어(10,000,000 SP)

- 볼케이노(10,000,000 SP)

- 반사(20,000,000 SP)


# 9 서클 마법

- 아마게돈(1,000,000,000 SP)

- 폴리모프(1,000,000,000 SP)

- 메테오(1,000,000,000 SP)

- 태풍(1,000,000,000 SP)


‘우와... 이게 뭐냐?’


게임에서 나온 모든 마법들이 내 마법 상점에 입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법 습득에 필요한 SP도 내 두 눈에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우선은 2서클까지는 전부 익히자. 나머지는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익혀야겠다.’


[언락을 습득하셨습니다.]

[시력 향상을 습득하셨습니다.]

[사일런스를 습득하셨습니다.]

[마법 취소를 습득하셨습니다.]


[언락 : 물리적인 잠금장치와 마법적인 잠금장치의 해제가 가능하다.]


[시력 향상 : 동체 시력이 향상된다. 마나를 집중해 원거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사일런스 : 원하는 곳에 공기의 막을 형성해 음파를 상쇄한다.]


[마법 취소 : 이미 생성된 마법을 취소할 수 있다. 사용자의 마나가 남아있는 마법은 취소할 수 있지만, 2차적인 물리 현상은 해제가 불가능하다.]


‘이 마법 취소만 있었어도 일회성 던전 웨이브 때, 번개쑈는 안 해도 되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SP의 양을 보면 그나마 3서클까지는 부담이 없으니, 나중에 3서클 마법들까지는 전부 익혀야겠다.


‘그런 다음에는 꼭 필요한 마법들만 골라서 익혀야지.’


모든 마법을 전부 익히려고 하면, 엄청난 숫자의 마석을 SP로 전이 시켜야 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큰돈이 필요한 일이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3서클만 해도 7만 5천 SP가 필요해. 1등급 마석 7만 오천 개면... 와..’


길드 소속의 헌터가 판매하는 1등급 마석의 가격이 하나에 대략 20만 원 정도이다.


세금과 길드 수수료를 빼면 순수익이 대략 10만 원 정도이고, 아버지가 도매가로 사시는 가격이 30만 원 정도이다.


‘2백 2십 5억?’


3서클의 마법을 전부 습득하기 위한 마석의 가격이 대략 200억이 넘는다.


‘이건 아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헌터라도 이건 답이 아냐.’


그냥 열심히 사냥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인간인데, 당연히 돈을 벌면 부자로서의 삶을 즐기고 싶다.


물론 헌터로서 누구보다도 더 높은 위치에 오르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투자할 수 있지만, 이건 절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천천히 하자. 천천히. 5등급 헌터만 하더라도 엄청 대단한거야.’


그렇게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열심히 다잡았다.





“회장님. 아니. 아버지! 도대체 제가 후계자가 맞기는 한 겁니까? 도대체 왜!”


“나는 내 후계자를 정한 기억이 없다.”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 숨겨둔 아들이라도 하나 더 있으십니까? 아니면! 진짜로 미나한테 물려주시기라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분노에 찬 젊은 목소리에 반해 중년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했다.


“나는 재벌가의 셋째로 태어나서 승천 길드라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곳의 길드장으로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승천이라는 길드가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지.”


나이 어린 아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버지처럼, 중년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승천은 대한민국 삼대 길드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승천이라는 거대 그룹의 수장에 나를 앉혀주었지. 그런데 너는 어떠냐?”


듣기 좋은 목소리였지만, 말이 이어질수록 그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어린 아들의 마음을 난도질하는 잔혹동화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너는 시작부터 대한민국 삼대길드의 실질적인 오너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삼대길드라지? 네 아비는 아무것도 아닌 곳을 그 위치까지 올려놓아서 원하던 것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뿌드득..]


움켜쥔 주먹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항상 그러셨어요. 항상! 그 하나도 기대 안 된다는 말투로! 너무도 쉽게 말씀을 하셨죠. 저는 목숨을 걸고 던전을 드나들었습니다. 제가 왜 밑바닥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요! 시작부터 대한민국 삼대길드의 실질적인 오너요? 그게 제가 달라고 해서 주신 겁니까?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그 자리까지 제 스스로 기어 올라갔을 겁니다. 오히려 아버지 때문에! 무능한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한 거라고요!”


분노에 가득 찬 그의 말에도 중년의 남성의 그 부드러운 말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헌터는 네가 일등이 될 수 없는 자리였다.”


“아버지가 어떻게 그걸 아시는데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요!”


“이 자리에 있으려면 가장 중요한 재능이 무언지 아느냐? 그건 사람을 보는 안목이다. 너는 결코 강철이를 넘어설 수 없어.”


“강철! 강철!! 강철!!! 기어이 그놈에게 승천을 물려주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결정한 바가 없다.”


결국에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젊은 남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대한민국 1등? 그 거면 되겠습니까?”


“최소한의 자격 증명일 뿐이지.”


“좋습니다. 그 자격 증명 해보이죠.”


자신의 아버지이자 승천의 주인을 바라보다 등을 돌려 회장실을 나왔다.


‘주지 않는다면 빼앗는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다. 설령 그게 아버지 것이라도! 모조리 빼앗아주마.’


작가의말

불속성 효자인 운영본부장입니다.

그리고 냉속성 아버지인 승천 회장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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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멸망한 세상의 파편 +8 23.01.02 5,570 109 19쪽
38 자금 모으기 +7 23.01.01 5,732 120 17쪽
37 던전 웨이브(2) +9 22.12.31 5,735 118 20쪽
36 던전 웨이브(1) +10 22.12.30 6,160 104 17쪽
35 사건. +6 22.12.29 6,387 114 19쪽
» 지갑 마법사 +7 22.12.28 6,420 126 19쪽
33 연금술사의 비밀 던전 +4 22.12.27 6,462 119 15쪽
32 일회성 던전 웨이브 +4 22.12.26 6,489 10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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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법진 +12 22.12.24 6,827 123 17쪽
29 성과금 +3 22.12.23 6,801 12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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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3서클 +5 22.12.19 7,228 131 15쪽
24 조선의 창수. +6 22.12.18 7,319 14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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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실전 테스트(1) +12 22.12.16 7,517 141 14쪽
21 통합 훈련 +5 22.12.15 7,668 147 14쪽
20 재계약 +8 22.12.14 8,031 153 16쪽
19 오리지널 마법 +4 22.12.13 8,400 139 14쪽
18 마법사의 가치 +9 22.12.12 8,913 153 14쪽
17 2등급 능력 측정용 코스(2) +4 22.12.11 8,795 161 14쪽
16 2등급 능력 측정용 코스(1) +10 22.12.10 9,253 157 17쪽
15 오크 마법학교(2) +7 22.12.09 9,464 161 13쪽
14 오크 마법학교(1) +7 22.12.08 10,237 155 12쪽
13 승천 길드(3) +8 22.12.07 10,688 171 18쪽
12 승천 길드(2) +5 22.12.06 10,838 191 12쪽
11 승천 길드(1) +6 22.12.05 11,723 189 11쪽
10 던전 등록(2) +14 22.12.04 12,492 20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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