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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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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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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1,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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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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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마법진

DUMMY

“돈이 좋긴 좋네.”


본부장의 끄나풀인 경백이를 놀게 둘 수가 없어서, 내가 열심히 통합 훈련장에서 구르는 동안에 내가 살 집을 구하게 시켜놨었다.


경기도 권에서 가장 싼 곳들 중에서 그나마 파주가 나아서 한적한 시골집을 구매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지만, 은퇴한 부부가 사용하기 위해 신경 써서 만든 집이라서 그런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지하실이었다.


생각보다 넓고, 환기도 잘 되는지 공기도 쾌적했다.


조금 비싼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돈은 또 벌 수 있으니, 두 눈 딱 감고 결정했다.


“삼촌! 여기 너무 좋아요!”


“그래. 우리 블린이도 이제 블린이 방이 있어야지. 마음에 드는 방으로 골라봐.”


“네! 그럼 저는 주방으로 하겠습니다!”


“... 그래. 편한 대로 해라.”


통합 훈련의 마지막 날.


내 등급은 솔로잉 5등급으로 결정이 되었다.


모두의 환호성을 받으며,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너무 힘들었다.


잘못했으면 어깨춤을 출 뻔 했다.


그랬다면 헌터를 은퇴할 때까지 흑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천병조 조장이 전력을 다했다면 당연히 내 매직 배리어가 뚫렸겠지만, 그가 말한 대로 5등급 보스급의 공격 정도만 해주어서 가능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어진 팬들과의 팬 미팅.


설레는 마음으로 팬 분들을 맞이하며, 열심히 팬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내가 내 사인을 해주는 일은 없었다.


“나쁜 사람들! 블린이만 찾고!”


그렇다.


이제야 조금 사람의 머리 비슷해지고 있는 빡빡이 보다는, 귀여움 스킬이 6레벨인 블린이의 사인과 사진 촬영을 더 원했다


팬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블린이를 대신해서 열심히 블린이의 사인을 해주고, 팬 분들과 블린이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런데 내가 블린이 사인을 한 건, 내 사인인 거냐? 아니면 블린이 사인인 거냐?’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열심히 팬 서비스를 해드리고 성공리에 통합 훈련을 마무리한 나는 바로 새로운 집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내가 월급도 안주는데, 열심히 부려먹어야지.’


운영 본부장의 속셈을 알게 되니, 그 끄나풀인 경백이도 밉게 보여서 뭔가 하나라도 더 일을 시키고 싶어졌다.


“헌터님. 저쪽 방은 제가 사용하겠습니다.”


“꺼져.”


“네?”


“내 집인데 네가 왜 들어와? 돈 보탰어? 너는 밖에서 텐트를 치든, 노숙을 하든지 해.”


“.... 내일 컨테이너 집을 구매하겠습니다.”


“내 땅에는 안 된다.”


“옆 쪽 땅을 구매하겠습니다.”


“그리고 허락 없이 우리 집에도 들어오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새로운 계약서 가지고 왔습니다.”


“거기다가 놔둬.”


“읽어보시고, 사인 부탁드립니다.”


“경백아.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운영본부장이 미워서 그렇다. 분명히 거기에 등급 능력 측정용 코스를 들어가야 한다. 뭐 이런 문구 있지?”


“대신 성과급이 있습니다. 1등을 기록 하시면 성과금을..”


“얼마가 되었든지 간에 안 해. 재벌들 후계 싸움에 말려들었다가 뭔 꼴을 보려고?”


“우선 보고를 드려보겠습니다.”


“후계 싸움과 관련된 어떤 꼼수라도 있으면 그냥 안할 거다. 그리고 운영본부장은 솔로잉 5등급 헌터의 원한을 사겠지.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한 손에 꼽히는 헌터가 될 인물에게. 잘 전달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나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는 경백이를 보며 생각했다.


‘성과금부터 받고 생각하자. 공짜 돈을 마다하는 것은 바보니까.’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마법진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나 공격 마법은 영구 마법진으로 새기면 문제가 되겠다.’


마법진은 내가 습득한 마법을 마법진으로 새겨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지연 발동을 시킬 수는 있지만, 초기에 마법진을 새길 때 설정한대로만 동작을 한다는 것이다.


내 마법들의 마법진들을 모두 새겨서 살펴보았는데, 어디에도 음성이나 자동으로 판단해서 마법진을 기동하는 기능은 없었다.


그저 정해진 대로 동작을 하다, 부여된 마나를 다 사용하면 사라질 뿐이다.


‘아직은 패시브 형태의 마법만 가능하겠네.’


셀프 힐이나 야간시력, 스트렝스 정도만이 가능할 것 같았다.


나중에 다른 마법들을 얻거나, 마법진 마법의 레벨이 오르면 뭔가 개선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셀프 힐 마법진부터 새겨보자.’


트롤의 가죽으로 만든 팔찌에 상급 마나 집적 마법진과 셀프 힐 마법진을 시전했다.


‘확실히 크기가 작아지니까 마법의 위력도 낮아지네.’


마법진은 내가 가진 마법 레벨의 절반의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그건 정상적인 크기일 때 최대치의 성능이고, 그보다 더 작아지면 위력도 따라서 낮아졌다.


‘불 속성.’


그려진 마법진을 따라서 불 속성 마법을 이용해 트롤의 가죽 팔찌를 태웠다.


‘잘 그려졌네.’


마법진을 해제하니, 마법진의 모양과 똑같은 문양의 그을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 그을림을 따라서 멜팅 마법으로 만든 마석 융해액을 조심히 붓기 시작했다.


‘홀드.’


홀드 마법을 조금 변형해서 마석 융해액을 마법진 모양대로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법진 마법을 마석 융해액의 위치에 정확하게 다시 시전했다.


‘됐다.’


조금만 실수해도 제대로 마법진이 새겨지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을 하고 있었고, 다행히 제대로 성공을 했다.


만들어진 셀프 힐 팔찌를 내 손목에 착용을 하자, 셀프 힐의 효과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정도면 아주 좋다.’


[마법진이 2레벨로 상승합니다.]

[마법진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됩니다. 시동어 설정.]


“시동어?”


책상위에 셀프힐 마법진을 펼치자, 기존에 못 보던 마법진 문양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게 녹음 기능이고 이게 음파 분석, 이건 스위치 기능이네.’


녹음을 담당하는 마법 문양과 음파를 분석하는 마법 문양, 스위치 기능의 문양이 새롭게 생겨났다.


‘스위치 기능만 따로 빼내서 사용할 수도 있겠네.’


[스트렝스가 6레벨로 상승합니다.]

[셀프 힐이 11레벨로 상승합니다.]


그렇게 마법진의 기능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을 때, 스트렝스와 셀프 힐 마법의 레벨이 상승했다.


스트렝스와 셀프 힐 마법은 상시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게 오토 수련이지.’


스트렝스 마법으로 내 육체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셀프 힐 마법으로 회복을 한다.


묘하게 서로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었기에, 내 육체는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었다.


육체의 성능만 따지고 보면, 거의 4등급 근접 헌터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창 수련 시간을 3시간으로 늘릴까?’


원래는 그저 몸이나 풀까 싶어서 1시간만 하려고 했었는데. 늘어가는 내 창 실력에 자꾸만 욕심이 나서 2시간으로 늘렸다.


실력 상승에 정체가 오기 시작하면 지루한 단련을 이어가야 하겠지만, 실력이 오르는 시기는 그 무엇보다 즐거운 것이 바로 창 수련이다.


‘아니야. 지금도 충분해. 나는 마법사다. 그걸 망각하면 안 돼.’





“어이고! 우리 고객님. 오늘도 마석 주문을 하러 오셨을까?”


“아버지. 적당히 하세요.”


“그럼 왜 왔냐?”


“저랑 사업하나 하시죠.”


“사업? 뭔 소리냐?”


“이걸 한 번 팔목에 착용해 보세요.”


신비로운 문양이 그려진 트롤의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가 내민 팔찌를 바라보시다, 바로 오른쪽 손목에 착용을 하셨다.


“어? 어! 이거 활력이 넘치는데? 오!”


이두박근을 만들어 만져보시는 아버지를 향해 말을 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상처 난 곳에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요.”


“아닌데? 아빠가 허리가 별로 안 좋잖아. 그런데 이거 차자마자 허리가 시원한 게 너무 좋다. 그리고 진짜로 활력이 생겨나! 잠깐만! 혹시?”


아버지는 황급히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손가락의 끝을 찔러 피를 내고, 기계를 가져다 대었다.


손끝의 상처는 기계를 떼 내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82! 정상 수치다.”


당뇨를 앓고 계신 아버지가 혈당 수치를 확인하시고는 깜짝 놀라셨다.


약을 드시고 계시지만 그래도 정상 수치보다는 살짝 더 높으신데, 지금은 정상수치가 나오고 있었다.


“이.. 이게 뭐냐?”


굉장히 흥분한 아버지를 진정 시키고, 이야기를 해드렸다.





“우선은 성능 테스트를 의뢰해야겠다.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라니.. 거기에 성능도 말이 안 된다.”


첨단 과학을 이용해 만들어낸 각종 물품들은 일반인들도 사용하며 삶의 질을 올려 주었지만, 헌터들이 사용하는 이적에 관련한 것들은 아이템으로 불리며 오로지 헌터들이 가진 이능에만 반응을 한다.


내 왼손에 채워져 있는 2등급 듀얼 마석 건틀릿도 마법 스킬의 위력을 높여 주는 아이템이다.


이런 아이템 제작 기술은 국가적인 전략 자산으로 취급되며,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런데 내가 만든 팔찌는 자체적으로 마나를 수급하고 작동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사용이 가능했다.


거기에 그 성능이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나야 아직 젊었고, 헌터를 하면서 단련이 되어서 체감이 되지 않았는데, 연세가 있으시고 조금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는 체감되는 효과가 전혀 달랐다.


“그것도 그건데요. 이걸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아니면 이걸 전부 제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제 몸값이면 그 팔찌 가격은 수천만 원짜리가 될 거예요.”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헌터들에게만 비싸게 팔아도 충분할 수도 있지만, 헌터들은 힐러들에게 힐 한 방을 받는 게 훨씬 더 효과가 좋다.


그리고 대부분은 체력 유지나 가벼운 상처는 회복되는 스킬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결국에는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해야 하는데, 생산 속도에서 문제가 발생된다.


“금형을 만들어서 찍어내면 되겠지. 그런데 트롤 가죽에만 되는 거냐?”


“아니요. 아무 곳에나 다 가능해요. 그런데 내구성이 너무 떨어지면 파손 위험이 있어서요. 문양에 손상이 가면 무용지물이 되요.”


“그러면 다양한 재료들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이걸 시계 끈으로 만들어도 괜찮겠구나.”


“대신에 이 융해액이 필요하고, 마지막에 또 한 번 마법진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해야 되요. 마법진을 만드는 과정은 다시 설명 드릴게요.”


영구 마법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히 같은 위치에 마법진을 새기는 정밀성과 마석 융해액이 필요하다.


“음.. 그럼 그 마석 융해액의 순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거냐?”


“네. 마법진의 크기가 같아도 마법의 위력이 달라져요. 그건 제 마법진 마법의 레벨이 올라가면 더욱 개선이 될 거에요.”


“음.. 그것보다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같은 가격에 동일한 성능이 보장되어야 신뢰가 생긴다. 무조건 개선된다고 좋은 게 아니야. 만약에 먼저 산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리콜을 해줘야 한다.”


아버지의 말에 내 머리가 순식간에 돌아가며, 결론을 만들어 내었다.


“마법 융해액을 만드는 마법진을 새겨놓은 마법장비를 만들면 동일한 순도의 융해액을 계속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새겨지는 마법진의 크기를 조절하면 저품질, 고품질로도 나눌 수 있고요.”


“좋아. 그러면 일반용과 의료용으로 만들면 좋겠다. 일반용은 지금 성능의 10분 1 정도만 해도 돼. 의료용만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정도 성능이면 최소한 중형차 한 대 값은 되어야 해. 그렇지 않는다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거나, 의료 재벌들의 공격을 받을거다. 그런데 그런 가격이면 사람들이 사지를 못하지. 장년층과 노년층이 구매 대상일 것이니, 가격에 성능을 맞추자. 스마트폰 가격 정도면 무리가 없을 거다.”


자연스럽게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 되었는데, 평소에는 이상한 농담이나 하는 배 나온 아저씨같은 아버지였는데, 사장님이시기는 한가보다.


“오! 아버지 머리가 이렇게 좋았다니! 저는 수민이 머리가 엄마 닮은 줄 알았는데요!”


“수민이는 엄마 머리 닮은 것 맞다.”


“네?”


“그리고 너는 나를 빼다 박았지.”


“네??”


“칭찬이다.”


“네???”





아버지에게 샘플로 트롤 가죽에 마법진을 시전 한 상태로 불 속성 마법으로 그을려 드리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오는 길에 아버지 회사에 있던 트롤 가죽들을 조금 훔쳐왔다.


가지고 간 셀프 힐 가죽 팔찌는 아버지에게 공짜로 드렸으니, 이 정도는 이해를 해주실 거다.


‘셀프 힐이 단순하게 외상만 치료해주는 게 아니구나. 몸의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어.’


정확한 효과는 성능 테스트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몸에 나쁜 효과는 없을 것이다.


‘조금 크게 만들어서 셀프 힐 마법을 중첩하자.’


집에 도착해서 들었던 누군가의 전화 통화를 생각하며, 새로운 셀프 힐 마법 팔찌를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내 셀프 힐 마법보다는 덜하지만, 그에 비슷한 정도의 효과가 날 수 있게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삼촌! 식사하세요!”


“어. 삼촌은 조금 있다가 먹을게. 블린이 먼저 먹어.”


“네! 오우거 삼촌하고 같이 먹겠습니다!”


“응? 경백이가 왜 우리 집에 들어와?”


“여기는 배달이 안 된다고 합니다! 작은 삼촌이 알려준 따블도 안 통합니다! 다른 마법의 주문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외진 곳이라서 음식 배달이 안 되나보다.


“그럼 나도 같이 먹자.”


“네!”


우리 블린이 혼자 오우거에게 맡겼다가는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실험하던 것들을 대충 정리하고 황급히 올라갔다.


“응? 맛있는 냄새.”


“냄새가 맛있어요!! 삼촌 방귀 냄새 같아요!”


지하실에서 올라오니, 온 집안에 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이현 헌터님. 청국장 괜찮으십니까?”


거대한 근육 덩어리가 조그마한 앞치마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비위가 상해 왔지만, 청국장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어. 좋아하지. 그런데 앞치마냐? 아니면 턱받이냐?”


“앞치마입니다. 블린이 굿즈인데, 제가 처음으로 구입했습니다.”


“내 굿즈는?”


“헌터님 굿즈는 다음 주부터 생산이 된다고 합니다. 우선은 블린이 굿즈가 더 급해서 먼저 생산이 되었습니다.”


귀여운 것만 따지는 더러운 세상이었다.


“블린이 굿즈 팔린 것도 내가 7이다. 입금 잘해.”


“네. 월급하고 같이 입금 될 겁니다. 그런데 연봉 계약을 빨리 하시면 이번 달 월급부터 인상된 금액으로 들어갈 겁니다.”


순간적으로 혹 했지만, 겨우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계약 강요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투덜거리며 식탁에 앉았더니, 메뉴가 아주 정갈했다.


김치와 청국장, 두부조림에 생선 구이까지.


전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내 식성까지 조사한 거냐?”


“네? 이건 길드 코치진이 보내온 식단입니다.”


“무슨 원거리 헌터한테 식단 관리까지 시키냐?”


“솔로잉 헌터이시잖습니까? 단백질 위주로 드셔야 합니다.”


닭 가슴살만 먹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하다.


식탁에 블린이와 경백이까지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몽글몽글해져 와서 물을 한잔 들이켰다.


[쪼르르륵..]


“고맙다.”


비어있는 물 잔에 경백이가 물을 더 따라주자, 반사적으로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네.”


열심히 양손으로 밥을 먹고 있는 블린이와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조신하게 먹고 있는 경백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괜히 전화통화를 들어가지고선..’


괜히 속으로 투덜거리며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식탁을 바라보았다.


대학교를 다니다 헌터가 된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밥은 항상 배달을 시켜먹거나 식당에서 혼자 먹었다.


조원들과는 가끔 식사는 했지만, 다들 집안 사정 때문에 바쁘다보니 회식도 없었다.


부모님과도 올해 초가 되어서야 화해를 하게 되었다.


군대와 헌터 생활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집 밥을 먹는 게 거의 5년 만인 것 같다.


거실에 있는 커다란 유리를 통해 보이는 붉은 노을이 명화와도 같았다.


그리고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밥을 먹고 있는 존재들이 낯설었지만, 너무나 고마웠다.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저 노을을 보면, 지금의 식탁에 같이 앉아있는 사람들이 생각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맛있네.”


밥이 너무나 맛있었다.


“컨테이너 집 사지 말고, 저쪽 방 써. 밥은 네가 하는 조건으로.”


“감사합니다.”


절대 경백이가 예뻐서가 아니다.


그저 밥을 하기 귀찮아서였다.


블린이의 입에 붙어있는 밥풀을 떼어주는 경백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작가의말

전화 통화나 훔쳐 듣는, 매너라고는 하나도 없는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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