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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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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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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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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데뷔

DUMMY

결심이란, 할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했음을 뜻한다.

장석훈 PD의 결심은 결과로 이어졌다.


“장 PD, 이번 작품 연출 미쳤던데!”


“장 PD, 잘 보고 있어. 느낌 좋아. 대박 나겠어.”


“장 PD, 그 친구는 누구야? 시영? 어디서 또 그런 신예를 발굴한 거야? 아무튼 보는 눈 있어.”


단순히 주변에서만 해주는 말이 아니었다.


「‘슬기로운 괴담활동’ 오재민 작가, 또 증명해 냈다...시작부터 10% 넘어 -연예경제-」


「‘슬기로운 괴담활동’ 호러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 해외에서도 통했다...넥플릭스 시청률 세계 1위 -월간엔터테인먼트-」


「‘슬기로운 괴담활동’ 신예들 대거 등장...10, 20대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 괴담 폐인 양상 중 –콜리우드-」


반응은 1회 만에 폭발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축하드립니다. 드라마 대박 나신 거.”

“아, 감사합니다.”

“촬영은 다 끝나신 거죠?”

“네, 저희는 100% 사전 촬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연장은 없다는 뜻이겠네요.”

“네. 그렇지만, 뭐, 시즌2가 있을 수도 있겠죠? 하하.”

“안 그래도 애초에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주·조연 배우들을 대부분 신인으로 캐스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딱히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디에징 기술과 AI CG가 발전해서 젊은 배우들이 활약할 기회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한 번쯤 젊은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저와 오재민 작가님의 의도였습니다.”

“역시··· 안 그래도 PD님의 그러한 의도가 작품 전체에서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연출에서 애정이 묻어난다고나 할까요. 사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에피소드식 구성의 드라마이지 않습니까. 이런 작품은 자칫 잘못하면 두서없고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지 않은데, 정말이지 첫 화부터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연출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확 사로잡으셨어요. 비결이 뭔가요?”

“저는 그저 오재민 작가님의 그 끝도 없는 상상력을 10분의 1이라도 화면 속에서 구현해 보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아- 역시, 거장들이십니다. PD님의 그러한 노력이 통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전 세계에 폐인들을 양상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배우들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아직 2화밖에 공개되지 않아서 이후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더 있겠지만, 일단 이 배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시영. 이 친구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친구인가요? 지금, 이 친구 때문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알려진 것이 너무 없던데,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고 시영 배우랑의 작업은 어땠는지 조금 알려주시겠어요?”

“음- 배우들의 연기를 화면에 담아내는 작업은 PD에게는 고통이자 축복인 것 같아요. 어렵지만 노력해서 그 결과가 좋으면 그것보다 행복한 게 없거든요. 기존 유명 배우들은 사전 정보가 있어서,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찍으면 좋겠다’, ‘저 장면에서는 저렇게 찍으면 좋겠다.’라고 촬영 전에 연구를 하고 들어갈 수 있지만, 신인 배우들은 그런 게 없어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영 배우와의 작업은 저에게 챌린지였어요. 어떻게 해야 이 친구의 치명적인 매력이 잘 드러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셨다면 이제는 축하받을 자격이 있으십니다. 지금 뭐 ‘저런 남자라면 악령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지.’라고 난리가 났거든요.”



【019화 – 데뷔】



징징- 징징-

징징- 징징-


아침부터 전화기가 쉬지 않고 울려댄다.

조나혜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다.


“이사님, 경양신문에서 시영 배우님 인터뷰 좀 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왔는데요?”

“이사님, 뉴욕타임즈 브라이언 기자님이 이사님께서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 시영 배우님 관련해서 인터뷰 스케줄 좀 잡을 수 있냐고 회사로 연락 왔어요.”


그녀의 감이 통했다.

감이 곧 실력이고 전부인 이 바닥에서 이것보다 짜릿하게 만들어 주는 건 없다.


“다 거절해. 내가 나중에 직접 연락해 주겠다고 해.”


나혜는 차를 마포로 돌렸다.



---*---



공현시장,

용사횟집.

시원은 딸을 데려다주고 온 형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쓱 보면 별거 없는 밥상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싱싱한 황금빛 성게를 듬뿍 넣은 미역국, 살이 뉴욕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오른 삼치구이, 냉장고에서 꺼내 데운 전이 아닌 갓 한 새우전, 거기에 데친 낙지까지.

미쳤다.

늘 먹는 반찬도 메인이 바뀌면 맛이 달라진다. 수산시장에 다녀오느라 새벽녘에 김밥 한 줄을 먹었지만, 이건 못 참지.


“이제 배우도 됐는데, 채리는 이모님한테 맡겨.”

“야, 싫어. 채리가 나랑 갈 때 얼마나 좋아하는데. 와- 이 삼치 뭐냐?”


삼치는 저 평가된 생선이다.

등푸른생선 계열에서는 그 특유의 생선 기름 맛이 적어 이쪽에서는 밍밍하다는 평을 듣고, 그렇다 흰살생선처럼 살이 쫀쫀하지도 저쪽에서는 퍽퍽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또한 아침상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생선은 없다. 바다의 치킨이다.


“그래서, 그럼, 이제 밖에서는 22살이라고 해야 하는 거야?”

“그렇대.”

“이름은 ‘시영’인 거고?”

“그렇다네.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게 유행이기도 한데, 그래야 사생활 보호도 더 잘 되고 좋다네.”

“하하하-”

“왜 웃어?”

“그래서? 다시 22살이 된 기분이 어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크게 감흥이 없었다.

스물일곱에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서른일곱이 되어있었다.

그 10년 동안 시스테마에서 100년처럼 살았지만, 시영은 여전히 스물일곱이었다.

아니, 때론 스물일곱이었고 때론 서른일곱이었고 또 때론 팔십 대 노인이었다.

당연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면 세월 따위는 이제 더 이상 의미 없게 된다.


“뭐 나쁘지 않아.”


대답을 듣고 나서야 시원은 형이 10년간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깨어나자마자 정신병원에 있기도 했었는데···

요샌 너무 좋아 보인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 형, 잃어버린 세월을 멋지게 살아.’


“야, 이 낙지 뭐야? 너무 맛있는데.”


낙지는 저 평가된 두족류다.

그래서 다행이다.


띠디딩-


“어, 조 이사님.”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판타지냐 엔터테인먼트 조나혜 이사가 용사횟집 안으로 들어왔다.


···


“계속 횟집에서 일을 하시겠다고요?”

“네. 계약할 때도 얘기했는데요.”


계약 때 분명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때야 아직 데뷔 전 미래가 불투명했을 때고 지금은 아니지 않는가.

인기를 얻으면 당연히 그만두고 연예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나혜는 난감했다.


“형, 데뷔했는데 왜 형이 횟집에서 일을 해. 형은 이제 형 인생에 집중해.”

“내 인생에 집중하고 있어.”

“그래요, 시영 씨, 지금 매우 중요한 순간이에요. 일 년에도 수백 명의 신인들이 데뷔하는 업계에요. 자칫 잘못하면 반짝하고 잊혀질 수도 있어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해요.”


보통은 이런 말을 잘하지 않는 나혜였지만, 시영이 너무 천진난만하게 구는 것 같아 현실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의 그는 그렇지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일을 위해 가족과 동료들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네?”

“방사능 제로 횟집은 제가 없으면 안 됩니다. 아니, 이제 공현시장 전체가 제가 없으면 안 돼요.”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죠?”


시원은 형의 말뜻을 이해했다.

시영이 없으면 방사능 제로 수산물들을 구할 수 없으니까. 시영이 없으면 공현시장의 캐치프레이즈 “프리 위에 제로”를 더는 사용할 수 없으니까. 아니, 아마도 수산물 전문 시장이라는 홍보를 하기 어려울 테니까.


“형, 이제 횟집도 안정됐고 다시 방사능-프리 수산물을 사용하면 돼.”

“아니, 그렇지 않아. 용사횟집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해산물들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야. 다시 방사능-프리 수산물을 쓴다고? 정말로 그러면 된다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그리고 도균이는 어떡하고, 시장 사람들은? 나는 절대로 동료를 배신하지 않아.”

“형···.”


콩닥콩닥콩닥.

나혜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비장하게 읊는 시영의 모습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봤다.

그리고 그 순간 확신했다. 이 남자의 이런 모습의 10분의 1이라도 화면에 담길 수 있다면···

‘그는 세계적인 배우가 될 것이 분명해!’


“이사님, 저는 연예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진심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용사횟집에서 일하게 해주십시오. 고작해야 일주일에 두 번 새벽에 나가 방사능 제로 수산물들을 떼어오는 것과 바쁠 때 배달 일 좀 도와주는 것뿐일 거예요. 그럼에도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라면, 안타깝게도 저는 가족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알겠어요. 시영 씨의 의지는 잘 알았어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대신 약속해 줘야 할 것이 몇 개 있어요.”

“네, 그것들만 들어주신다면 뭐든요.”

“밖에 나갈 때는 될 수 있도록 모자나 마스크를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밖에서는 22살이어야 합니다.”

“네, 물론입니다.”

“아니요. 22살처럼 입고, 22살처럼 행동하고, 22살처럼 말해야 해요. 그리고 누가 있을 때는 주변 사람들도 시영 씨를 22살로 대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들킬 테니까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시영 씨에게 말을 놓고 편하게 대할 거예요. 그래야, 습관이 될 테니까.”

“네.”

“그럼 됐어. 나도 시영이가 가족과 함께하고자 하는 시간을 최대한 지켜줄게.”


모드 전환이 빠른 나혜였다.

시영도,


“고마워, 누나.”


만만치 않다.


“··· ··· ···.”

“이렇게 하라는 게 아니었나요?”


취지는 맞기는 하는데···


“맞아요. 실제로는 내가 두 살 어리지만 외부적으로는 내가 13살이 많은 거니까. 그래도 지금은 누나보다는 이사님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이사님.”

“빠릿하네. 좋아. 그럼, 난 이만 갈게. 내일 회사에서 봐.”

“네. 아, 근데, 이사님.”

“응?”

“식사하셨어요?”

“아니, 나는 아침 안 먹어.”

“아침을 먹어야 똑똑해지는데, 삼치가 정말 맛있는데, 낙지도 그렇고. 한 숟가락 안 하실래요?”

“아니, 고맙지만······.”


꼬르륵-


“아니, 왜 이러지? 나 이런 적 없는데.”

“원래 맛있는 음식을 보면 반응할 수 없죠. 한 숟가락 하시죠. 시원아, 밥 한 공기만 줄래.”

“아···괜찮은데···그럼, 반 공기만···.”


몇 년 만에 먹는 정식 아침 식사였다.


“이 생선은 뭐예요?”

“삼치입니다.”

“삼치가 이렇게 맛있는 생선이었구나···.”

“이사님, 왜 우세요?”

“아, 그게···눈에 후추가 들어가서.”


정말 맛있다.

이젠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가 생각났다.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생선구이는 처음이에요. 방송에서 보니까 해풍에 말리면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하던데 그런 건가요?”

“아니요.”

“그럼···?”

“생선 살에 미원을 바르고 구웠어요.”


그거였구나.

엄마는 미원을 바르셨던 거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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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오징어제육볶음 +10 23.12.23 1,018 57 11쪽
22 폭풍 전야 +3 23.12.22 916 47 11쪽
21 실력으로 +3 23.12.21 1,006 51 11쪽
20 차기작은 액션 +2 23.12.20 1,182 41 13쪽
» 데뷔 +7 23.12.19 1,378 66 12쪽
18 결심했어요 +7 23.12.18 1,633 57 12쪽
17 착각의 향연 +3 23.12.17 1,778 58 11쪽
16 꿈이라는 건 +4 23.12.16 1,902 73 12쪽
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10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4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3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0 96 12쪽
9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5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8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8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2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3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2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7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4,001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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