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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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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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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심했어요

DUMMY

「연 선생님, 신인배우인데요. 당장 다음 주에 크랭크인 되는 오재민 작가님 신작에 투입될 거예요. 역할은 ‘미치게 잘생겨서 그의 영혼을 빼앗아 먹으려 찾아온 서큐버스가 오히려 사랑에 빠지는 남학생’이에요. 대본은 이메일로 보내드렸고.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아직 서투르기는 하지만, 분명히 자질은 있는 사람이에요. 시간이 부족한 거는 아는데, 잘 부탁드려요^^. -조나혜 이사-」


기신은 시영을 만났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곧바로 수업에 들어갈까? 어디 연기 한번 볼까?”

-괜찮아? 많이 놀랐지.


‘어? 괜찮은데.’ 미리 받아본 카메라테스트 영상하고는 달랐다.


“다시.”

-나니아, 괜찮아? 많이 놀랐나?


‘어쭈? 라임까지. 조나혜 아직 죽지 않았군.’ 나혜의 눈은 정확했다. 분명히 자질이 있는 놈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카메라 앞에서 다시 해볼까. 큐-”

-괜.찮.아? 많.이.놀.랐.지.


‘응? 왜 갑자기 딱딱해졌지?’


“다시.”

-괜.찮.아? 많.이.놀.랐.지.


‘아차차- 이 친구도 그거구나! 카메라 울렁증!’


정식 병명은 카메라 인지장애(Camera Cognitive Disorder).

이건 무대공포증과는 또 다르다.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에 두려움 따위 없다.

단지, 카메라가 문제인 것이다.


기신은 카메라를 끄고 다시 시켜보았다.


“다시 해 봐.”

-괜찮아? 많이 놀랐지.


딱딱하지 않다.


게다가 이건 카메라 울렁증 중에서도 타입2 유형이다.

타입1 유형은 카메라 앞에서 아예 대사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거라면, 타입2 유형은 그렇지 않다. 우물쭈물하거나 대사를 절거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발동해 자신은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상한가요?”


연기경력 30년.

그동안 수많은 지망생을 가르쳤다.

멀쩡하다가도 연기만 시작하면 말을 더듬는 녀석부터 한 줄 이상은 외우지 못하는 녀석까지, 모두 ‘연기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해주었다.

연말 시상식에 오른 수상자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해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출연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그랬다. 연기 ‘일타강사 1호’였지만···


“아니. 좋아. 아주 좋아.”


그 역시, 카메라 인지장애 타입 2를 앓고 있었다.

그 순간, 기신은 결심했다.


‘이놈을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최고의 배우로 만들 거야!’


그래서, 지금은 칭찬밖에 할 게 없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촬영시작에 어쭙잖은 지적질을 해 봤자, 그건 독이 될 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마음을 꺾지 않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해. 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겠어. 너무 똑바로 발음하려고만 하지 마. 집에 가. 그리고 이 배역이 끝나면 우리 보자고.”



【018화 – 결심했어요】



띠리링- 띠리링-


-하이, 반 클리프 앤드 티파니, 미스터 게이로드의 오피스입니다.

“하이, 마이 네임 이즈 조나혜. 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판타지냐의 이사입니다. 시영 뱅에 관해서 미스터 게이로드와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계약서를 쓰고 나서 들었다.

세계적인 쥬얼리 회사 <반 클리프 앤드 티파니>에서 모델 제의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라는 것을.

‘뭐라고?’

믿을 수 없었다.

물론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비주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데뷔도 안 한 마포 시장 뒤편에서 횟집 사장이 어떻게 <반 클리프 앤드 티파니>와 모델 계약을 했단 말인가.


“오, 리얼리? 노, 노, 노 프라블럼. 나는 시영의 매니저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보조하고 지원할 생각이에요. 문제없어요. 그럼, 다음에 한국에 들어오면 연락해 주세요, 미스터 게이로드. 자세한 것들은 그때 얘기해요.”


딸깍!


콩닥콩닥콩닥-

통화를 마친 나혜는 심장이 뛰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런 느낌.


‘대어를 물었어!’


CJ ENM 센터에서 열린 ‘Subway배 랍스터 롤 챌린지’에 갔다.

조만간 현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이 만료되는 차은우 배우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차은우는 나혜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고 나오던 길에 보게 되었다, 챌린지 우승자의 가족으로서 무대 위로 올라가는 시영을.

시간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전, 한 행사장에서 정우성 배우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했다.

그의 등 뒤로 오라가 보였다.


‘이런 뉴페이스를 발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반 클리프 앤드 티파니>의 광고가 예약되어 있다니.’


까톡.


「조 이사, 조 이사 말이 맞았어. 이 친구 아주 자질이 훌륭한 친구야. 아직 신인이래서 숙련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차츰 좋아질 거야. 장담해. 앞으로 내가 노력해 볼 테니까, 조 이사 잘 부탁해. -기신-」


‘연 선생님이, 노력? 노력해 보시겠다고?’

절대 그런 말씀은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부탁이라니.


그 순간, 나혜는 어쩌면 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커리어에 방점을 만들어 줄 사람.


띠리링- 띠리링-


-네, 이사님.

“시영 씨, 도대체 무슨 매직을 쓴 거예요? 연 선생님께서 이렇게나 칭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아, 그래요?

“네에!”



---*---



며칠 뒤,

<슬기로운 괴담생활> 촬영장.


“자, 가자.”

“올 스탠바이—!”

“돌았습니다.”

“액션!”


>“귀신도 신이야! 왜 귀신에게 기도하면 안 되는 건데!”

>“귀신은 언제나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대가로 원하니까.”

>“내가 소중히······.”

>“그래, 너한테 가장 소중한 것을 말이야!”


“컷! 아, 연기 좋다! 세희야.”

“좋아요?”

“와- 찢었는데.”

“고맙습니다.”


···


“씬 이, 컷 삼 테이크 일!”

“카메라—!”

“롤!”

“액션!”


>“우리 중 한 명은 진짜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종근아. 우리 중 한 명은 진짜가 아니라니?”

>“여기 가짜가 있어.”

>“야, 왕종근! 너 자꾸 이상한 말 할래?”

>“예로부터 귀신은 그림자가 없다고 했지. 이무영, 너!”

>“왜 그래··· 종근아···?”

>“너 그림자 어디 갔어?”


“컷!”


짝짝짝짝짝!


“철수야, 연기 왜 이렇게 늘었어? 나 소름 돋았어.”

“고맙습니다.”

“영수도 장난 아닌데. 동공 연기를 하네! 그거 어려운 건데. 와- 진짜 케미 너무 좋다. 그렇지 않니, 선아야?”


진심이었다.

비록 이번이 총연출 두 번째 작품이지만, 조연출 생활도 오래 했고 공동연출까지 따지면 다섯 번째 작품째였다.

연기자들 그 불꽃 튀는 연기가 카메라 밖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무조건 된다.


그들의 연기가 불타오른다는 말은 일단 각본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이 공감하고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뜻이니까.

이제 연출만 잘하면 됐다.

석훈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씬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액션!”


>“괜.찮.아? 많.이.놀.랐.지.”


“컷! 다시, 너무 긴장하지 말고요. 레디— 액션!”


>“괜.찮.아? 많이.놀랐.지.”


‘하아아— 이걸 어쩌지?’


“···. ···. ··· ···.”

“감독님?”

“응?”

“컷 사인을 안 해주셔서···.”

“아, 컷.”

“한 번 더 갈까요?”

“응? 아···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알겠습니다.”


석훈은 앞이 캄캄해졌다.


“선아야, 오재민 작가님한테 연락해서 오늘 밤에 회의 좀 하자고 해줄래. 급하다고.”

“네.”


이상했다.

분명 대본 리딩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카메라가 돌자, 연기가 딱딱해졌다.

몇 번을 했다. 그런데, 바뀌지 않았다.


다른 연출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난리를 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장석훈 PD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연기자들을 편하게 해줘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아무 소리하지 않고 촬영을 멈췄다.

그리고 회의를 소집했다.


“작가님, 어쩌죠.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데.”

“그래? 심각해? 그 정도야?”

“네.”

“연출로도 커버하기 힘든?”


석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심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리딩 때는 안 그랬는데···.”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그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카메라 울렁증?”

“그런 거 같은데, 또 대사를 버벅대는 건 아니라서···.”


카메라 인지장애 타입 2는 이 업계에서 흔한 증상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신인이라서 그런가 보네. 윤 PD는 어때? 장 PD랑 같은 생각이요.”

“음- 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응? 진짜? 모르겠어, 윤 PD? 지금 저 연기가 괜찮다는 거야?”

“뭐, 약간 딱딱하기는 한데, 그게 저 애초 캐릭터하고 어울리기도 하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건 좀 심하잖아.”

“그래도, 저는 여전히 저 얼굴이 이테오 역에 최적이라고 봐요. 솔직히 대사도 별로 필요 없어요. 아까 못 보셨어요. 서큐버스를 바라보는 그 눈빛? 아, 진짜 그 연민과 증오와 호기심과 거북감을 동시에 표현하는 그 눈빛. 그리고 요새 어린애들 사이에는 AI 연기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그건 4, 5분짜리 숏 드라마에서나 인기인 거지, 30분을 끌고 가야 하는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는 아직 아니지.”

“근데, 이 작품의 주된 소비층이 10대잖아요. 그래서 30분짜리 롱 드라마이지만, 5분짜리 숏 드라마처럼 연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동연출을 맡은 윤선아는 확고했다.

어리지만 감이 좋은 후배였다.

사실 그래서 그녀를 공동연출로 제안한 것이었다.

젊은 타켓층을 공략하려고.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석훈은 다시 마음이 시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원래는 지금이라도 차선책이었던 공유준 배우에게 연락할지 말지 논의하려고 회의를 하자고 한 것이었는데.


“그래, 장 PD. 이제 와서 유준이에게 연락한다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촬영 시작했는데, 아무리 신인배우지만 배우 교체됐다고 하면 또 기자들이 헐뜯을지 모르니까. 그냥 원래 결정대로 가는 게 어때? 내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신기하게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약간 좋은 기분이 들어. 왠지 잘될 것 같은 그런··· 문제가 생겨도 해결될 것 같고, 당장은 고난이 좀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내는 해피엔딩이 될 것 같은 느낌. 동료가 되고 싶은 그런.”

“맞아요!”

“윤 PD도 느꼈어?”

“네!”

“장 PD,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장 PD 남자 배우 멋이게 보이는 거 주특기잖아. 한번 보여주라고. 빈이, 인성이, 지섭이 누구에게든 다 신인 시절이라는 건 있는 거잖아. 그 시절의 그 풋풋한 매력을 캡쳐할 수 있는 기회는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장 PD?”


이상했다.

윤 PD야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오재민 작가는 이 바닥에서 십 년 이상 탑을 찍고 있는 드라마 작가였다.

그런 그가 저런 순수한 소년지 감성의 말을 하다니···

장석훈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제 믿고 가겠습니다.”


자기가 가진 모든 연출력을 방시영 장면에 쏟아붓기로.


.

.

.


“가자.”

“올 스탠바이—!”

“돌았습니다.”

“액션!”


>“괜.찮.아? 많.이.놀.랐.지.”


“컷! 와우! 방시영 씨, 좋아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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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데뷔 +7 23.12.19 1,378 66 12쪽
» 결심했어요 +7 23.12.18 1,633 57 12쪽
17 착각의 향연 +3 23.12.17 1,778 58 11쪽
16 꿈이라는 건 +4 23.12.16 1,902 73 12쪽
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09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4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2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0 96 12쪽
9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5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8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8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2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2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1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5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3,999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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