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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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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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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DUMMY

커다란 국그릇에 적당히 식은 밥을 담고 온갖 푸성귀를 넣는다.

상추, 들깻잎, 무순, 기호대로 다 넣어도 된다.

그 위로 한주먹 크기 정도 되는 양의 간재미회를 올린다.

그리곤 적당한 묽기의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뿌린다.

나는 ‘살짝 많은가?’ 생각이 들 정도가 좋다.

이제 비벼 먹기만 하면 완성이다.


있다면, 멍게를 좀 넣어도 좋지만, 안 넣어도 상관없다.

아니, 어떨 때는 없는 게 무난해서 더 좋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올리면 더 고급스러워 보이고요.

-오늘의 시크릿 비법! 다진 마늘 한 티스푼을 넣으시면···

-제가 더 맛있게 드시는 먹을 알려드릴까유? 설탕. 흰설탕을 반 스푼 정도 넣으시면 초장의 맛이 확 살아납니다. 조금 넣으시면 안 됩니다. 과감하게 넣으셔야 해요. 그래야 가게에서 드시는 맛이 납니다.


다 필요 없다.

가게에서 파는 거 쓰면 된다.

하지만, 회! 회는 중요하다.


간재미회는 생선 맛 자체로도 준수하지만, 회덮밥에 넣어 먹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식감이다.

물기를 확실히 빼고 비스듬히 썰어내야 한다.

그래야, 졸깃졸깃한 살점들을 씹는 동안 푸성귀와 밥알들의 맛이 초장의 강렬함을 견디고 우러나온다.


“큰아빠 울어요?”

“응.”

“맛있어서?”

“응.”


동생이 만들어 준 간재미 회덮밥은 기가 막혔다. 음식을 내는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환상적이었다.

신선한 날생선과 초장의 마리아주.

그리웠다.


“맛있죠, 큰아빠?”

“응. 너무.”

“우리 아빠 요리 잘해요.”

“그러네. 진짜 잘하네. 근데, 채리야, 너도 이거 먹어봤어? 회덮밥도 먹을 줄 알아? 맵지 않아?”

“아니요. 회덮밥은 안 먹어봤어요. 일곱 살 되면 먹어보려고요. 제가 아직은 애기 위장이라서···.”


가끔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는데, 대부분 제 아빠나 제 아빠 요리와 관련해서였다. 무조건 아빠 편, 아빠 요리 짱이었다.


“그래, 꼭 먹어봐. 진짜 맛있다야.”

“알아요.”


채리랑 이야기를 나누며 회덮밥 한 그릇을 게눈감추듯 먹고 있는 사이, 주방에 있던 동생이 나왔다.


“어때? 괜찮아?”

“정말 맛있는데. 야, 너 언제부터 음식을 이렇게 잘했냐.”

“형 쓰러지고 나서부터.”

“아, 얘가 또 아픈 데를 찌르네.”

“한 그릇 더 줘?”

“남는 재료 있어?”

“있어.”

“돈 낼게.”

“됐습니다. 돈은 무슨···.”

“야, 근데 이렇게 맛있는데 왜 손님이 없냐?”


마치 누군가가 그 질문을 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채리는 손을 들었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그랬단다, 어른들이 대화하고 있을 때는 손을 들고 말하라고.


“네, 방채리 학생.”

“가게 자리가 안 좋아서요.”


정확했다. 아마도 가게 세 때문인 듯한데, 번화가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채리는 또 손을 들었다.


“네, 방채리 학생.”

“술을 안 팔아서요.”

“응? 술을 안 팔아? 횟집에서?”

“네.”

“야, 시원아, 진짜야? 여기 술 안 팔아?”

“응.”

“왜?”

“저 때문에요.”


동생 시원이는 술을 팔지 않았다.

술을 팔지 않는 횟집이라니.

사연이 있었다. 처음부터 안 팔려고 했던 건 아니었단다. 가게 초기에는 팔았는데, 이혼하고 홀로 채리를 키우면서 술을 팔지 않기 시작했다고 했다.

술을 팔면 일이 많아져, 아무리 돌보미를 고용해도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횟집에서 술을 안 팔면···흠···쉽지는 않겠네.”

“그렇죠?”

“방채리, 근데 너는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아는 게 왜 이렇게 많니?”

“세상이 좋아져서요.”

“뭐?”

“괜찮은 시사상식 유튜브 채널을 한두 시간 정도 시청하면 여섯 살짜리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이해할 수 있어요.”

“IQ 151짜리 여섯 살한테나 해당하는 얘기겠지.”

“아니요. 한 115 정도만 돼도 가능해요. 관심을 갖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다시 한번 올라가는 손.

이유가 하나 더 남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요새는 회를 잘 안 먹어요.”


그랬다. 요새 사람들은 회를 잘 안 먹었다.


“왜?”

“방사능 때문에요.”


내가 시스테마에 있던 동안, 지구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올해 종합방사능 수치 더 오른다...자연산 해산물 먹을 수 있는 날들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BBC 사이언스-」


「마리아나해구에서 “거대 괴생명체 흔적 발견”...美, 심상치 않은 조짐 -CNN-」


「정부, 공장형 해산물 양식장 수 늘린다...내년부터 예산 대폭 지원, 최대 수혜자는? -MBS-」



【004화 – 쓸모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시원아, 같이 가자.”

“벌써 일어났어? 피곤할 텐데. 저번에도 같이 가자고 해놓고 차에서 졸아놓고서는.”

“그때는 오랜만에 운동을 좀 하고 와서 그런 거고. 내가 할까, 운전?”

“됐어. 길도 잘 모르잖아.”

“알아. 노량진이잖아? 네비 찍으면 되지.”


최후의 문에 다다르기 전, 무조건 지나가야만 하는 라쿠시네에는 방사능을 내뿜는 괴물들이 득실거렸다.

방사능 감지 능력은 라쿠시네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었다.


사실 시스테마 세계 전체가 방사능으로 찌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방사능 감지 능력은 게임 초기 때부터 갖춰야 하는 필수적 능력이었다.

다만, 라쿠시네 지역 내 방사능 수치는 상상을 초월했기에 감지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상상도 못 했다.

지구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줄이야.


-23만 원~~~ 172번 24만 원, 173번 25만 원~~~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은 시각,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에서는 갑각류 경매가 벌어지고 있었다.

TV에서 보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한쪽 옆에 거대한 기계가 있고, 경매에 올리기 전 직원들이 수산물이 담긴 노란 상자를 기계 앞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있었다.


“저게 그거야? 방사능 수치 측정검사 기계?”

“응.”


마치 공항 검색대처럼 수산물을 담은 상자들이 들어가면, 중앙 디스플레이에 상자 번호별로 방사능 수치들이 주르륵 표시된다.

나름 체계적이다.


“그러니까 저기서 검증을 받은 것들이 ‘방사능 프리’라고 해서 경매에 나온다는 거지?”

“응.”

“그럼, 저기 저것들은 뭐야?”

“저것들은 통과하지 못한 것들.”


상자마다 한 개체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이즈에 따라 적게는 한 개체에 많게는 수십 개체가 담겨있다.

이때 같은 상자 안에 있는 한 마리라도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상으로 기록되면 ‘방사능 프리’ 인증 마크를 받지 못하고 경매에서 제외된다.


“그러면 버리는 거야?”

“버리기도 하고. 저런 거만 사는 사람들도 있고. 가격이 훨씬 싸니까.”


‘방사능 프리’ 인증 마크의 가격은 비쌌다.

처음에는 원가의 10% 정도였던 비용이 몇 년 사이에 100%가 됐단다.


방사능 걱정에 소비량이 주니, 반대로 수확량은 늘었다.

경제원리대로라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방사능 프리’만 찾으니 수확 중 대부분이 버려진다.

잡을 때 확인할 방법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방사능 프리’ 수산물의 가격만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방사능 프리’ 인증 마크 관련 업체에 돌아가고 있는 실정인 듯했다.


“야, 저기로 가보자.”

“안 돼.”

“가 봐.”

“안 된다고. 우리 가게는 방사능-프리 수산물만 취급해.”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 봐.”


방사능 감지 능력.

하필이면 이런 쓸모없는 능력이 걸렸냐고 화를 냈는데.



“여기 있는 거 골라 구매해도 되죠?”

“그럼요. 맘대로 고르세요.”

“뭐해, 형?”

“너 뭐 산다고 했지? 광어랑 농어, 도미, 간재미랑 또 뭐? 아, 킹크랩은 필요 없어? 와- 싸네. 경매 가격에 1/10도 안 되는데.”


방시리 대신 선택한 능력이 이렇게 쓸모 있게 될 줄이야.


“이거랑 이거, 그리고 저거 주세요. 아, 그거 말고, 고 옆에 있는 거요.”


내 눈에는 보인다, 방사능 수치가.



---*---



뭐하는 거냐고 성질을 내는 동생을 겨우 달래서 데리고 왔다.

가게로 돌아와 간이 측정기로 방사능 수치를 재서 확인시켜 주었다.


「방사능물질: 불검출」


흠칫 놀라는 듯했으나, 믿지 못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따라가 같은 짓을 반복했다.

장사가 잘 안되는 횟집이었어도 자기 음식에 프라이드가 있는 놈이었다.


“형, 형이 어떻게 계속 골라내는지 모르겠지만···.”

“보인다니까. 내 눈에는 방사능이 보여.”

“아니··· 그게 말이···.”

“자, 몇 번을 더하면 믿겠니?”

“···열 번.”

“열 번? 좋아. 그러면 내 말대로 하는 거다.”

“대신 간이 검사기로 말고, 저기 저 RX5 슈퍼 디텍터 V. 202로.”


녀석은 수산시장에 있는 대형 기계를 가리켰다.

결국 경매가 끝나고 기계 업체에 제법 큰 뒷돈을 지급한 뒤 열 번을 테스트했다. 원래는 그렇게 안 해준단다.

당연히 결과는 모두 「0Bq/kg」.


“이제 믿냐?”

“어떻게···?”

“믿냐고?”

“···응.”

“자, 이제 내 말대로 할 거지. 생선은 내가 고른다. 오케이?”

“형, 근데 이게···.”

“야! 아직도 못 믿는 거야? 저기 인증 통과한 수산물보다 내가 고른 것들이 더 안전한 거 너도 봤잖아. 저것들은 식품 안전 기준치인 100Bq/kg만 안 넘으면 다 통과되지만, 내가 고른 것들은 전부 0Bq/kg인 거. 어떻게 열 번 더해? 아니, 백 번도 더해, 네가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믿어.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형 말 믿는다고.”

“그런데 뭐가 문제야?”

“나야 형을 믿지만 손님들까지 믿어줄까? 사람들은 저 ‘방사능-프리’ 인증 마크를 믿고 오는 거야. 저 인증 마크가 없으면 안 올 거야. 그래서 비싼 돈을 주더라도 다들 ‘방사능 프리’ 마크가 붙어있는 식당을 찾는 거고. 내 말 알겠어?”


안다. 성능이 좀 떨어지기는 해도 방사능 물질 검출/불검출 검사가 가능한 간이 테스트기가 있음에도 ‘방사능 프리’ 인증 마크가 붙은 수산물만 선호하는 것을.


“네가 그랬잖아.”

“응?”

“예전처럼 사람들이 편하게 해산물을 먹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돈 없는 사람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술이 빨리 개발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냥 한 말이었니?”

“아니, 진심이었어.”

“목숨을 걸 수도 있어. 내가 고른 해산물에서 방사능이 0.1Bq/kg라도 나오면 방사능 오염수로 목욕을 할 수도 있어.”


인증 마크와 경쟁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돈이 없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통과하지 못한 수산물들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횟집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형,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그래, 어차피 손님도 안 와서 망해가는 횟집이었는데··· 그래, 우리 그런 사람들을 위한 횟집을 차리자, 형!”

“그래, 시원아! 그러자!”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추억 속 여수의 그 횟집처럼.


“아, 그런데, 진짜 아쉽다. 사실 형이 고른 해산물들이 진정한 방사능-프리 생물들이잖아. 근데 쓸 수가 없어서···.”

“그래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 이건 어떠냐?”

“뭐?”

“방사능-제로 횟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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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착각의 향연 +3 23.12.17 1,778 5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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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09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4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2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0 96 12쪽
9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5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8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8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2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3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1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5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4,000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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