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2,826
추천수 :
1,819
글자수 :
121,683

작성
23.12.02 12:20
조회
3,455
추천
91
글자
11쪽

방구쟁이 다섯 가족

DUMMY

십 년이 지나있었다.

세본 적은 없지만 그곳에서도 그 정도 살았던 것 같은데.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내게 여섯 살짜리 조카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아저씨.”

“왜?”

“아저씨는 어색하지 않으세요?”

“뭐가?”

“제가요.”

“솔직히?”

“네.”

“어색해. 너도 그러니?”

“아니요. 나는 안 어색해요.”

“안 어색하다면서 왜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큰아빠가 불편해할까 봐요.”


특별한 아이였다.

돌 때부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언어 능력이 탁월했다.

단순히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들도 두루 뛰어나서 영재 검사를 받았는데,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천재라고 했단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저 천재 아니에요. IQ 160 정도는 돼야 천재죠. 저는 151이거든요. 벨 커브에서 상위 한 0.1% 정도?”


라고 말하는 아이였다.


“그럼, 큰아빠라고 불러줘. 그러면, 좀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요. 근데, 큰아빠가 큰아빠인 것은 맞아요?”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큰아빠가 아빠보다 두 살이 더 많은데 왜 더 어려 보이죠?”

“아, 그건 음···.”

“그리고 왜 잘생겨졌죠? 큰아빠 어렸을 적 사진들을 보면 지금처럼 생기지 않았던데. 의식불명일 동안 성형수술을 받은 건 아니실 거고.”


잠시 고민하다 솔직하게 대답해 줬다.

이세계 소환, 세 가지 선물, 방시리 이야기까지.


“흠··· 큰아빠, 방금 나한테 해준 이야기는 비밀로 할게요.”

“그래,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했어. 근데 왜?”

“난 큰아빠가 집에 와서 좋거든요.”

“나도.”

“다시 병원으로 안 갔으면 좋겠어요.”


IQ151의 아주 영리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영리한 아이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야, 방구체리.

-체리체리 방구체리.

-방채리의 방구 냄새는 체리 냄새래요- 체리 냄새래요-


유치원에서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002화 – 방구쟁이 다섯 가족】



조카 채리는 강남에 있는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딸이 언어 천재라는데 어느 아빠가 그러지 않겠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데”라 들었다.


어느 날은 가게 일 때문에 바빠, 내가 한번 데리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봤다.

아이들에게 놀림당하는 조카를.

나도 해봤고 당해도 봤지만, 썩 기분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채리야, 애들이 이름 가지고 자꾸 놀리니?”

“큰아빠.”

“응?”

“큰아빠는 어렸을 때 별명이 뭐였어요?”

“방구쟁이.”

“아빠도 방구쟁이였대요. 삼촌도 방구쟁이였고. 방씨 성을 가진 아이들의 숙명 같은 거죠. 그래도 저는 이름이 채리라서 분산돼요. 방 씨라서 방구라고 놀려야 하는데, 채리라서 체리라고 놀려야 하기도 하고. 내 또래 아이들은 원래 좀 단순하거든요. 그래도 난 내 이름이 좋아요. 방채리. 상큼하잖아요. 방울체리토마토처럼,”


어린 나이에 죽음, 이혼 등 큰 사건들을 겪은 아이라 그런지 성숙했다.

하지만, 채리가 성숙해진 이유에는 그것 외에 다른 것도 있었다.


“그래도 자꾸 그러면 화나잖아. 큰아빠는 한 녀석이 초등학교 내내 따라다니면 방구쟁이라고 놀려서, 참다, 참다 못 참고 가서 때려 준 적이 있는데. 채리는 그러기 전에 큰아빠한테 말해. 그러면 큰아빠가 가서 혼내줄게.”

“그러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걔는 내가 걔보다 영어를 잘해서 그러는 거예요. 미국에서 태어났고, 방학마다 미국에 있는 친척한테 가는 데도 나보다 영어를 못하거든요. 자기 엄마한테 받는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 거예요.”


걔?


“와- 채리는 큰아빠보다 더 어른이네. 멋지다, 우리 채리.”

“그러면 채리는 이 큰아빠가 해줬으면 하는 것 없어?”

“이제 아프지 말고 우리랑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와- 이거 너무 감동이잖아. 알았어. 절대 아프지도, 어디 가지도 않고 우리 채리 결혼할 때까지 큰아빠가 같이 살게.”

“아니요. 그렇게까지는 좀···.”

“왜? 부담스러워?”

“네.”

“큰아빠도 결혼해야죠. 다만, 결혼해도 근처에 살았으면 좋겠어요.”

“결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나이에 집도, 직업도 없는데.”

“할 수 있어요. 큰아빠 정도의 외모면 집, 직업 없어도 쌉- 아니 가능해요.”

“크하하 그래?”

“네. 나는 아니지만, 세상에는 남자 외모만 보는 여자들도 많거든요.”

“하하하. 이 꼬맹이가 못 하는 말이 없네. 하하하. 좋아. 그건 당연히 약속하고. 그런 거 말고 진짜 채리가 원하는 거 없어? 큰아빠가 들어줄게. 너도 알잖아, 우리 둘 만에 비밀. 큰아빠가 마법사인 거.”

“음··· 채리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응?”

“아빠는 늘 힘들었거든요. 아픈 할머니를 돌보느라. 엄마를 설득하느라. 혼자 나를 키우느라. 돈 버느라···.”


꼬맹이 녀석이 나를 울린다.

녀석은 내 앞이라고 내 얘기를 하지 않았다.

고작 여섯 살밖에 되지 않는 놈이.


“걱정 마, 채리야. 이제 큰아빠가 아빠를 도와줄 거야.”

“아빠는 내가 도울 거예요.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커서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일해서 돈도 벌고 저축도 하고 주식하고 부동산도 하고 해서 우리 아빠 좋은 차도 사줄 거예요.”

“이야- 시원이는 좋겠네. 이런 효녀가 있었어. 아 부럽다.”

“그래서, 큰아빠한테 부탁이 하나 있기는 있어요.”


아이 표정이 너무 진지해, 순간 돈이라도 빌려달라는 줄 알았다.


“뭔데?”

“큰아빠가 아빠를 좀 설득해 주세요.”

“뭘?”

“채리는 영어유치원 다닐 필요 없다고.”

“왜?”

“진짜예요. 나 이제 문법은 다 배워서 유튜브 보고 혼자 해도 되니까, 괜히 무리해서 강남에 있는 영어유치원 다닐 필요 없다고.”

“너 며칠 전에 큰아빠한테는 유치원 선생님이 노래도 잘하시고 재미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잖아.”

“그건 그런데···.”


꼬맹이가 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알았어. 그건 큰아빠가 아빠하고 얘기해 볼게.”

“진짜요? 휴우-”

“그건 그렇고, 아까 걔는 누구야?”

“걔요?”

“방학마다 미국에 간다는 애. 자기 엄마한테 받는 스트레스 너한테 푼다는 애.”

“아- 이썬이요?”

“이썬? 이름이 이썬이야?”

“한국 이름은 이선인데, 영어 이름이 E-T-H-A-N이라서 그 애 엄마도 그렇게 불러요.”

“그래서, 이썬인가 하는 걔가 너를 괴롭혀.”

“뭐, 좀···그렇죠.”

“괜찮아. 큰아빠한테는 얘기해도 돼.”

“유치해요. 이름 가지고 놀리고···옷 같은 걸로 놀리고··· 그냥 유치해요. 난 괜찮아요. 어차피 이제 1년 더 같이 다니면 끝인데요, 뭐.”


‘옷? 1년?’

그 후로 한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 물어서 겨우 알아냈다.

이선인지, 이썬인지 하는 놈이 단순히 채리의 이름만 가지고 놀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야, 방구체리,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니네 엄마 집 나갔다며?

-야, 너는 옷도 없냐? 맨날 같은 옷만 입고 오냐? 엄마가 없어서 그런가. 크크큭-


여섯 살밖에 안 되는 녀석은 벌써부터 채리를 돈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짜증 나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알고 보니, 작년에 이미 그 이썬이라는 놈이 우리 채리의 바지를 벗긴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건이 제법 컸는데, 그 집 엄마가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나타나서 유치원 원장을 협박하는 바람에 동생과 조카는 사실상 사과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것들이 진짜···.’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 집을 찾아가 아작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는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나였다.

나야 그래도 별 상관없지만, 동생과 조카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


“큰아빠, 어디 가세요?”

“응? 아, 상자에서 뭐 좀 꺼낼 게 있어서. 그리고, 채리야, 아빠가 오함마 어디 두는지 아니?”

“오함마면 슬레지해머요?”

“응, 슬레지해머. 우리 채리 영어 진짜 잘하네. 슬레지해머도 알고.”

“알아요. 지하에 복도 옆 창고에 있을 거예요. 근데, 슬레지해머는 왜요?”

“쓸 데가 좀 있어서.”



--*--



다음 날 아침,

이썬이네 아파트.


“이썬, 웨이크 업. 유치원 Go 해야지.”

“엄마, 조금만 더 자면 안 돼요.”

“댓츠 노노. Wake up 해야 해. 지금 가야 안 late 해.”

“히잉-”


새벽부터 일어나 풀메이크업을 한 영숙은 아들은 깨웠다.

매일 있는 일이지만, 남편은 아내의 부산스러움이 오늘따라 거슬린다.


“거, 애 좀 작작 잡아. 일찍 깨우려면 일찍 재우든가.”

“여보, 자기가 자꾸 그러니까 이썬이 더 응석받이가 되는 거야. 재민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유치원 가기 전에 CNN 뉴스 보고 간대. 저러니까, 그 채리인지 토마토인지 횟집 애한테도 영어 웅변대회에서 지는 거라고. 이썬, 커먼요. 브렉퍼스트 is 준비됐어요. 어서.”


대꾸하려던 남편은 그만둔다.

벌써부터 피곤하다.


“나는 모르겠다.”

“돕지 않으려거든 당신은 상관하지 마. 요새 강남 엄마들 다 이래. 나는 약과야. 이썬이는 편한 거라고. 제2외국어 하는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탁자에 앉았다.

바로 그때,


띵동딩- 띵동딩-


울리는 벨 소리.

경비실이다.


“아, 뭐야, 아침부터. 당신이 좀 받아봐.”

“당신이 받아. 또 차 때문이겠지.”

“그니까 당신이 받아.”

“당신 차잖아. 당신이 받아. 왜 나한테 그래.”

“아이, 진짜!”


간혹 아침에 주차 관련해서 경비실에서 전화 올 때가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해서 그런 거였다.


“이 아파트는 경비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게 문제야. 이거 또 경비가 바뀌어서 이러는 거라니까. 지난 경비에 설명 다 했는데. 여보세요!”

-사모님, 경비실인데요.

“아저씨,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해요. 거기는 제가 매달 과태료를 내고 대는 공간이에요. 돈 낸다고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요?”

-사모님 차가 개박살이 나 있어서···

“네? 뭐라고요?”

-잠시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사모님. 누가 밤사이에 사모님 차를 아작을 내놨는데요.

“네에?!”



---*---



묵혀뒀던 보물 상자를 열었다.

치열한 전투에서 가지고 돌아온 훈장 같아서 열어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클로킹 마법을 제일 먼저 쓰게 될 줄이야.


「클로킹 마법(Cloaking spell): 마법이 지속되는 동안, 투명 인간 효과를 볼 수 있음.」


뭐가 됐든 이제 시작했다.

뭐든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은 어렵지 않다.


“형?”

“일어났니?”

“이 새벽에 어딜 다녀와?”

“몸이 찌뿌둥해서 조깅 좀 다녀오는 길이야. 아- 오랜만에 조오타.”

“오함마를 들고?”

“응? 아- 이거? 이런 거 하나 정도는 들고 뛰어야 그나마 좀 땀이 나서. 나가는 길이니?”

“응, 생선 사러.”

“같이 갈까?”


우리 가족을 위해 살겠다.


야옹~


“시리 데리고 가도 되냐?”


방시원, 방시하, 방채리, 그리고 방시리, 우리 ‘방구쟁이’ 다섯 가족.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오징어제육볶음 +10 23.12.23 1,018 57 11쪽
22 폭풍 전야 +3 23.12.22 915 47 11쪽
21 실력으로 +3 23.12.21 1,006 51 11쪽
20 차기작은 액션 +2 23.12.20 1,182 41 13쪽
19 데뷔 +7 23.12.19 1,378 66 12쪽
18 결심했어요 +7 23.12.18 1,633 57 12쪽
17 착각의 향연 +3 23.12.17 1,778 58 11쪽
16 꿈이라는 건 +4 23.12.16 1,902 73 12쪽
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09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4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3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0 96 12쪽
9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5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8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8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2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3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1 95 12쪽
»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6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4,001 9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