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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2,818
추천수 :
1,819
글자수 :
121,683

작성
23.12.09 08:20
조회
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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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
12쪽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DUMMY

“큰아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물론이지.”

“조금 민감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 채리가 묻는 것에는 그런 거 없어. 채리 질문에 큰아빠는 무엇이든 솔직하게 대답해 줄 거야.”

“그럼 물을게요.”

“응.”

“큰아빠는 어떻게 잘생겨졌어요?”


내가 어떻게 잘생겨졌냐고?


“그건 말이지. 큰아빠가 남쪽 마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Lv. 99 강화 잘생김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Lv. 99 강화 잘생김?”

“이 큰아빠가 남쪽의 마녀를 무찌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래?”

“네!”

“큰아빠가 저번에 시스테마라는 세계에 대해서는 얘기해준 적이 있지. 이건 그 시스테마 세계의 가장 남쪽에 사는 마녀에 관한 이야기야. 옛날 옛적에 한 못생긴 소녀가 살았어···.”



【009화 – Lv. 99 강화 잘생김에 관하여】



‘Lv. 1 강화 잘생김? 뭐야? 이런 웃긴 아이템은?’


듣도 보도 못한 웃긴 아이템은 게임 초창기부터 존재했다.

당연히 무시했다. 몬스터와 도적 떼와 미치광이 마법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도 바빠 죽겠는데, 고생해서 얻은 포인트로 잘생김 강화에 쓸 이유가 없었다.


아둔했다.

일찍부터 잘생김을 강화했다면 좀 더 수월했을 것을.

나중에 알았다. 잘생기면 어렵게 실력을 증명할 필요도 없고 일도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솔직히 내 원판이 그렇게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

훤칠한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한테서 크고 뚜렷한 이목구비들을 물려받았다. 다만, 비율이 조금 안 맞고 수평계가 살짝 기울었었을 뿐.

게다가 시스테마의 실력 있는 용병이나 기사들이 좀 심하게 잘생기다 보니 비교가 되었다.


그런데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마법 능력을 얻으려면 남쪽 사자성(獅子星)의 세례가 필요했는데, 사자성으로 가는 길목에는 악명높은 마녀를 살고 있었고,

살아서 그녀를 통과하려면 잘생겨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못생긴 용사가 지나가려고 하면 그 마녀가 죽여버리는 거예요?”

“‘못생긴 것들은 살 자격이 없어’라고 하면서 얼굴을 뜯어 먹었지.”

“무서워요, 큰아빠.”

“걱정하지 마. 이 큰아빠가 그 마녀를 해치웠으니까.”

“진짜요?”


마녀로 인해 실력은 있으나 외모가 미흡한 훌륭한 용사들이 죽어 나갔다.

보다 못한 칼한드릴의 왕은 마녀를 없애기 위해 많은 기사와 용병을 보냈다.

하나, 마녀는 강력했다.

그녀는 어떤 칼로도 찌를 수 없었고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한 마녀를 큰아빠는 어떻게 해치웠어요?”

“어떻게 이겼냐고? 후훗, 바로 잘생김으로.”


그 어떤 무기도, 그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는 마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도대체 이 강한 존재를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답은 잘생김 강화에 있었다.

왜 이 이상한 아이템이 게임 초기부터 존재했는지가 힌트였다.


마녀를 통과하는 데에 필요한 잘생김 레벨은 90이었다.

Lv. 90 정도면 그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Lv. 90이면 통과할 수 있는데, 왜 Lv. 99 강화까지 존재하는 거지?’


허술해 보여도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세계가 바로 시스테마였다.


‘Lv. 99까지 있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Lv. 90부터 레벨 하나씩 올리는 데에는 정말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트롤 수백 마리, 와이번 수백 마리, 악령 수백 마리···

끝없이 노력했다. Lv. 99 강화 잘생김을 위해서.

결국, 나는 지독한 노력 끝에 마녀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능력이 뭔데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

“응. 마녀의 약점은 잘생김이었던 거야.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니라, 극한으로 끌어올린 강렬한 잘생김.”


수고스러운 임무였다.

하지만 보상은 달콤했다.

칼한드릴의 왕은 내게 ‘칼한드릴의 최고 미남 기사’ 작위를 내려주었고, 쇼파드 불가리 경이 세공한 금화들과 애뮬릿들을 부상으로 내려받았다.


“크크큭-”

“왜 웃어?”

“큰아빠의 이야기는 언제나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

“네. 잘생김에 약한 마녀라니, 너무 웃겨요.”

“언제는 무섭다며.”

“무서운데 웃겨요. 큰아빠.”

“응?”

“그럼, 그거 한 번만 보여줄 수 있어요?”

“뭐?”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이요.”

“안 돼.”

“왜요?”

“너무 강렬해서.”

“한번만요.”

“안 되는데···.”

“한번만요, 네?”

“알았어. 딱 한 번만이다.”

“네.”

“자, 간다. 준비됐지?”

“네.”

“자!”

“네!”

“···.”


조용—


“자!”

“네!”

“···.”


조용—


“아무렇지도 않니?”

“······아! 아니요. 너무 강렬해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너 지금 큰아빠 놀리니?”

“죄송해요. 한 번만 다시 해볼까요?”


조카 덕에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은 외모지상주의자들에게만 통한다는 것이었다.



---*---



공현시장 상가번영회 긴급회의.


“회장님, 그 공터가 사유지이기는 해도 오랫동안 시장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그 횟집이 들어오고부터는 그쪽 손님들 전용 주차장이 되어버렸어요. 뭔가 조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러고, 거기가 시장은 아니지만, 뒷길에 있으면 거기도 다 시장으로 볼 수도 있는 건데, 상가번영회도 참석해야 하고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번영회 회원님들이 다 같은 뜻인 거 같은데, 그럼, 이번에 제가 직접 그 횟집에 찾아가서 사장하고 얘기해서 담판을 짓겠습니다. 주차장을 나눠 사용하든지, 아니면 더 사용할 거면 돈을 내든지 하게 하고. 이번에 얘기 나누면서 상가번영회에도 가입시키겠습니다.”

“올소!”

“그럼, 저희는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네, 이 문제는 제가 확실히 매듭지겠습니다.”

“와- 우리 회장님 최고!”


짝짝짝



---*---



며칠 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할 수 없죠.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차도가 있으시면 저한테 전화 좀 주시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들어가세요.”


딸깍.


“차도? 공인 중개사 아주머니랑 통화하는 것 같더니. 누가 아파?”

“채리는 잘 들어갔어?”

“응.”

“아, 다른 게 아니고, 왜 우리 가게 옆에 공터 있잖아. 우리가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공간.”

“응.”

“며칠 전에 공현시장 상가번영회에서 찾아왔었는데, 그 공터가 시장 상가들이 나눠 쓰는 공간이라고 전용 주차장으로 쓸 거면 상가번영회에 가입해서 회비를 더 내든지 하라고 하더라고.”

“뭐야? 그때는 다 같이 자기네도 그냥 쓰는 거라고 하더니만.”


사실 처음 이쪽으로 이사 와서 먼저 알아본 것 중 하나였다.

공인 중개사 아주머니의 말씀이 사유지기는 한데 예전부터 시장 사람들이 공용 주차장처럼 써서 상관없이 쓰라고 들었다.

상가번영회하고도 확인했었다.


그런데, 횟집에 손님이 많아지자, 시장 상가 사람들이 찾아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같이 쓰는 공간인데, 횟집 손님이 너무 많다나 뭐라나.

한번은 아주머니들이 찾아와서 따지려고 하길래 내가 상대한 적도 있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건 사실이니까, 공터가 상가번영회의 소유라면 회비를 더 내고 쓸 마음도 있는데, 부동산 사장님 말씀이 사유지라니까.”

“그랬잖아.”

“응. 그래서 그렇다면 그분한테 우리가 사용료를 내는 게 좀 더 확실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겠네. 어차피, 시장 손님 대부분은 입구 쪽에 있는 주차장에 대잖아.”

“응.”


그래서, 동생이 찾아본 것이었다, 공터의 주인을.


“그런데? 누가 아프다는 거야? 공터 주인이?”

“응. 왜 우리 아파트 앞에 교회 있잖아. 그 건물 주인이신데, 그 건물이랑 여기 주차장이랑 그냥 사용하게 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신가 봐.”

“아, 그래?”

“연세가 좀 있으신 할머니이신데, 며칠 전에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대.”

“저런.”

“그 뒤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대. 이런 상황에서 상가번영회는 오늘 저녁까지 확답을 달라고 종용하고 있고··· 어쩌지? 그냥 상가번영회에서 요구한 대로 할까?”

“아니.”

“그러면?”

“혹시 어디 병원인지 알아? 그 할머님이 입원하신.”

“연제대학병원이라는 것 같던데. 근데, 왜?”

“알았어. 기다려 봐. 내가 한번 다녀와 볼게.”

“형이? 뭐 하려고?”


동생 말대로 그 공터가 상가번영회의 땅이라면 상가번영회와 합의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 공터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아무리 시장 상가들이 오랫동안 무료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들에게 그러한 권리는 없었다.

근처에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끼리 좋게 좋게 해결하는 것과 텃세를 부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

할머님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힐링 포션 몇 개를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



“여기 김말숙 할머님이 입원하신 병실이 어디인가요?”

“아, 304호실 제일 끝 침대요. 근데, 누구···?”

“손자입니다.”

“아, 네- 들어가세요.”


교회 빌딩을 포함해 부동산 몇 개를 소유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중개사 아주머니한테서 들었다.

그래서 VIP 병실에 입원해 계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4인실에 입원 중이셨다.


힐링 포션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다.

모든 상태를 치유할 수는 없지만 자연치유 능력을 극도로 향상해 주고 일시적 각성의 효과도 있다.

아프신 분을 깨워서 부동산 계약을 하려는 게 내심 의도이기는 해도, 선한 일을 하시는 분을 도와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할머님. 김말숙 할머님.”

“···여기가 어디···?”


힐링 포션을 하나 깨 할머님의 입에 넣어드렸다.

그러자, 예상대로 할머님의 의식이 돌아왔다.


“할머님, 의식이 돌아오시나요?”

“당신은 누구···헙!!!”


콩닥콩닥콩닥콩닥-


“왜 그러세요, 할머님? 어디 불편하세요?”

“심장이···내 심장이···총 맞은 것처럼···.”


···


삐- 삐- 삐-


“윤지 씨!”

“네,”

“김말숙 환자분 의식이 돌아왔어! 장기원 선생님 좀 호출해 줘!”

“진짜요? 네, 알겠습니다!”

“심박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까 빨리.”

“네!”


혹시나 해서 힐링 포션을 많이 챙겨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김말숙 할머니께서는 외모지상주의자, 아니,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셔서 인간의 외모에 지독히 심미적인 분이셨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심박수가 올라가 버렸다. (아닌가, 나도 모르게 사용했나? 가끔 나도 모르게 나올 때가 있긴 하니까.)

아무튼 다행히 잠시 후 적응이 된 다음에는 자연적으로 심장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적이네요. 심박수가 계속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김말숙 할머님, 괜찮으세요. 기분은 좀 어떠세요?”

“그 어느 때보다 좋아. 이런 기분은 환갑 이후로 처음이야.”

“다행이네요.”

“할머니께서 손자분이 오셔서 너무 기뻐서 깨셨나 보다.”

“응? 나 손자 없는데.”

“네? 그럼, 이분은···.”


콩닥콩닥콩닥-


“안녕하십니까. 용사횟집 소속 방시영 인사드립니다.”


쿵쾅쿵쾅쿵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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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09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4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2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0 96 12쪽
»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5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8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7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2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2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1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5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3,999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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