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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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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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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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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착각의 향연

DUMMY

이 업계에는 그런 말이 있다.

「잘생김이 곧 개연성」

하지만, 그렇다고 잘생김이 만능키는 아니다.


“대사 한번 해볼까요? 자, 큐!”

-괜.찮.아? 많.이.놀.랐.지.

“음, 좀 긴장한 거 같은데. 연기는 처음이죠? 그냥 말하듯이 하면 돼요.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갈게요. 자- 큐!”

-괜.찮.아? 많이. 놀랐. 지.

“·········.”


많이 놀랐다.

그렇게 딱딱한 연기는 평생 처음 봤다.

석훈은 혼란스러웠다.



【017화 – 착각의 향연】



방시영 카메라테스트 후, 석훈은 오재민 작가 그리고 공동연출 윤선아 PD와 회의를 열었다.


“어쩌지?”

“얼굴은 정말 환상적인데.”

“그렇죠?”

“응.”


석훈과 재민은 같은 생각이었다.

외모로는 이보다 더 나은 배우를 찾기 힘들다는걸 둘 다 인정한다.


“아- 연기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연기한 지는 얼마 안 됐나 봐?”

“네, 쌩 신인이라고 하네요. 판타지냐하고 아직 계약서도 안 썼대요. 구두계약만 했을 뿐이지.”

“누가 채갈까 봐 급했나 보네, 계약서도 안 쓴 신인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든 거 보면. 판타지냐면 연 선생님도 계시고 체계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킬 것 같기는 한데, 시간이 없어서···.”

“그러니까요. 그래서, 작가님은 어떠세요? 그래도 방시영 씨에 모험을 걸어보시겠어요? 아니면,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기력이 탄탄한 유준이로 갈까요?”

“하아- 어렵네. 정말 조금만 연기를 잘했어도··· 근데 이게 또 외모가 진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니까··· 아, 진짜, 저는 잘 모르겠어. 이번에 난 조용히 하고 장 PD의 감을 믿고 따를게. 캐스팅은 장 PD 감이 더 좋으니까.”


쉬운 결정이 아니다.

연기도 연기지만, 막상 진짜 나이를 알고 나니 생각보다 더 걱정된다.

‘어쩌지?’


“저기···.”

“어, 그래, 선아야, 너는 어때? 누가 나은 거 같냐?”

“저는 방시영 씨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에 비해 공동연출을 받은 후배 윤선아는 단호했다. 그녀의 마음속엔 이미 방시영이다.


“그래? 왜?”

“<슬기로운 괴담활동>에서 ‘이테오’라는 캐릭터는 미치게 잘생겨서 그의 영혼을 빼앗아 먹으려 찾아온 서큐버스가 오히려 사랑에 빠지는 남학생이잖아요. 분명 대사 전달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테오라는 캐릭터는 눈빛 자체가 연기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유준 씨가 연기를 오래 해서 확실히 대사나 표정은 훨씬 능숙하기는 했는데, 그 보자마자 압도되는 그런 얼굴이 아니라서, 저는 방시영 씨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석훈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이테오라는 인물은 그만큼 얼굴이 중요했기에.

선아의 단호함에 추가 기울기 시작한다.


“과연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해 줄까?”

“저는 99% 확신해요.”

“그래?”

“음··· 나도 사실 확신이 없어서 장 PD에게 결정권을 넘기기는 했는데, 오롯이 내 결정이라면 60:40으로 선아 씨랑 비슷할 것 같아. 유준이가 연기는 잘하지만, 유준이 같은 경우는 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빛을 내는 연기자라서, 이번 역할은 시작부터 완성형 캐릭터이고··· 그래서, 막 떠오른 건데, 대사를 좀 줄여볼까?”

“가능하시겠어요?”

“뭐, 장 PD가 그 훌륭한 연출로 커버를 해준다면 대사를 좀 줄여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치명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같은 지문이 많아지겠지만···.”

“흠-”


연기는 최악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커버하고도 충분히 모험을 걸어볼 만한 외모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결정할게요. 방시영 씨로 가죠. 선아야, 조 이사한테는 네가 연락해. 방시영 씨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대신, 준비 좀 잘 시켜달라고. 오늘처럼 하면 곤란하다고.”

“네, PD님!”


선아는 회의실을 나가며 조나혜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띠리링- 띠리링-


판타지냐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조나혜는 기다리고 있던 전화를 받았다. 초록드래곤 스튜디오의 윤선아 PD.


“네, 고맙습니다, 윤 PD님. 제가 촬영 날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지만, 장 PD님이랑 오 작가님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네, 물론이죠. 확실하게 준비시킬게요. 깜짝 놀라실 겁니다. 네, 네, 그럼, 들어가세요.”


딸깍.


전화기를 끊은 조나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굴만 봤을 때는 당연히 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나이를 듣고는 한 번 흠칫했고, 연기를 보고는 또 한 번 흠칫했다.

그래도, 가능성이 높다고 믿었다.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모두 뛰어넘는 치명적인 얼굴이었기에.


「“대사 한번 해볼까요? 자, 큐!”

-괜.찮.아? 많.이.놀.랐.지.

“음, 좀 긴장한 거 같은데. 연기는 처음이죠? 그냥 말하듯이 하면 돼요.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갈게요. 자- 큐!”

-괜.찮.아? 많이. 놀랐. 지.

“·········.”」


윤선아 PD가 보내준 방시영 카메라테스트 영상을 보던 조나혜는 성 대리를 불렀다.


“부르셨어요?”

“연 선생님 요새 스케줄 어떻게 되는지 좀 알아봐.”

“네.”

“진짜 급하니까, 무조건 빼시라고 해.”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성인철 대리가 나가고 문이 닫히기 전,

판타지냐 엔터테인먼트 대주주의 아들 왕영락이 혜나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혜나의 얼굴이 김치 먹다가 생강이라도 씹은 표정이다.

그녀는 영락을 안 좋아했다.


“조 이사, 그건 어떻게 됐어?”

“뭐?”

“오재민 작가 신작. 슬기로운 괴담생활인가?”

“슬기로운 괴담활동.”

“그래, 그거.”

“그거 뭐?”

“그거, 김빈이 학폭 터져서 못 하게 됐다며? 그럼, 역할 빌 거 아니야? 아직 캐스팅 못 했을 거고. 우리 회사 이세희가 할리우드 영화 출연 제의도 거절하고 출연하는데, 그 자리에 민규 끼워팔기하면 어때?”


삼마이도 이런 삼마이가 없다.

사실 연예계에 이런 놈들 많다고는 하지만, 재벌가 아들로 유학까지 다녀왔다면서, 아무리 본성이 저질 쓰레기라도 회사 내에서는 아닌 척 연기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 새끼는 지 꼴리는대로 하려고 엔터 회사에 들어온 것 같다.

‘그러니 승계 경쟁에서도 밀렸지.’

소문도 개판이다.


“그거 캐스팅 끝났어.”

“그래? 누구로? 에이, 그거 우리 회사에서 넣어야지, 기회가 생겼을 때. 오재민 작가 작품인데. 조 이사, 실망이야.”

“우리 회사 배우야.”

“진짜?”

“누구?”

“말하면 알아?”

“참나- 내가 뭐 회사 놀러 오는 줄 알아? 당연히 알지.”

“찬승이. 알아?”

“아, 찬승이. 알지.”

“누군데?”

“찬승이 알아. 그 키 크고, 응? 잘생긴 애잖아. 피부 하얗고.”


병신. 요새 키 안 크고 못생긴 애도 배우 하니?

회사 들어온 6개월이 됐는데 소속 배우로 누가 있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그런 애 없어.”

“응?”

“그런 애 없다고, 우리 회사에.”

“조 이사, 지금 나랑 장난해?”


대표를 포함해 회사 사람들이 다 왕영락을 어려워한다.

그렇겠지, 대주주의 아들인데다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재벌가 손주니.

조혜나는 아니다. 까짓것 수틀리면 배우들 데리고 나가면 그만이다.


“아무튼 캐스팅 도어 닫혔으니까, 왕 전무님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럼, 저는 그 빈자리에 들어간 신인 배우에게 소식을 전해야 해서. 문 좀 닫고 나가주시겠어요?”


망나니기는 해도 회사의 실세가 누군지 정도는 안다.

조혜나가 나가면 회사 배우의 1/3이 그녀를 따라 나갈 것이고, 1/3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거다.

왕영락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혜나를 꼬나본 뒤 방문을 닫고 나갔다.


“병신.”


왕영락의 뒷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며 조혜나는 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네, 이사님. 방시영입니다.

“시영 씨, 좋은 소식이에요!”


대학교 중퇴하고 13년이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연출부로 들어갔다가 글 잘 쓴다고 대필도 해봤고, 일어와 영어 좀 한다고 통역도 해봤고, 다짜고짜 마케팅팀에서 일해봤다.

그러다 한 해외영화제 출장에서 한류스타 장승헌의 개인 통역을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매니지먼트 일로 빠지게 되었다.


매니지먼트 경력만 해도 10년이다.

5만 명 규모의 팬미팅 행사를 열 수 있는 톱스타와도 일해봤고, 아무도 모르던 신인을 1년 만에 스타로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동시에 친구 같았던 배우를 우울증으로 떠나보낸 일도 있었고, 정말 밝았던 아이가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마약에 손대는 일도 경험했다.


그녀에겐 철칙이 있다.

「무조건 칭찬」

어차피 밖에 나가면 비평이라는 허울 아래 수많은 지적질을 받는 것이 배우의 운명.

물론 인기가 많아져서 팬들의 응원이 커지면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기는 하지만, 신인배우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그래서, 13년 경력의 그녀는 철칙을 만들었다.


“감독님하고 작가님하고 시영 씨 연기 너무 좋다고 어디서 이런 인재가 나타났다고 난리예요. 역시 제 눈이 맞았다고 했죠. 그럼, 이따가 저녁에 계약서 들고 그쪽으로 갈게요.”


무한칭찬.

그리고, 신인에게는 더욱더.


좋은 전략이었다. 그래서 많은 배우가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일하고 싶어 한다.

다만, 시스테마 최후의 문을 열고 들어간 칼한드릴 최고의 기사 방시영에게는···



---*---



마포,

용사횟집.


“잘 다녀왔어?”

“응.”

“그렇게 하고 가니 정말 무슨 학생 같기는 하네. 그렇지, 정우야?”

“네. 근데, 뭐, 큰 사장님 본판이 워낙 잘생기고, 동안이라서, 키가 작았으면 정말 고등학생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구정우는 주방에서 시원의 일을 도와주는 용사횟집의 정직원이다.


“그래서? 오디션은 잘 봤어? 안 얼었어?”

“응. 잘했어.”

“진짜?”

“응. 살짝 긴장이 되기는 하더라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처음 연기를 하는 거니까.”

“낯선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처음 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처음 하는 거겠지. 안 떨었어? 잘했다고?”

“잘했다니까. 대사도 또박또박 전달력 있게 내뱉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어.”

“정말인지 모르겠네.”

“정말이라니까. 분위기 아주 좋았어. 다들 충격을 좀 먹은 거 같더라고.”

“뭐야? 그 정도였다고?”

“내가 또 진짜로 하면 잘한다니까.”


시영에게는 한가지 습관이 있었다.


징징- 징징-


“판타지냐 매니지먼트 조 이사님이다. 잠깐만, 통화하고 올게.”


칼한드릴의 모르나가 아카데미에 있을 때 생긴 버릇인데,


“응, 갔다 와.”


생소한 검술이나 전법, 마법 등을 처음 배울 때는 무조건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난 잘한다. 난 최고다.」

자신감 없이는 자신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 생긴 습관이었다.

처음에는 일부러 최면을 걸었지만, 이제는 무언가 새롭고 긴장되는 일을 시작할 때면 마치 기계의 메커니즘처럼 자동 트리거가 됐다.


“시원아.”

“벌써 끊었어? 짧게 통화했네. 어떻게 됐대? 잘 됐대?”

“짜식- 내가 말했잖아. 잘했다고.”

“그럼 된 거야? 진짜?”

“됐어. 좀 있다가 계약서 가지고 오실 거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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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오징어제육볶음 +10 23.12.23 1,018 57 11쪽
22 폭풍 전야 +3 23.12.22 917 47 11쪽
21 실력으로 +3 23.12.21 1,007 51 11쪽
20 차기작은 액션 +2 23.12.20 1,182 41 13쪽
19 데뷔 +7 23.12.19 1,379 66 12쪽
18 결심했어요 +7 23.12.18 1,633 57 12쪽
» 착각의 향연 +3 23.12.17 1,779 58 11쪽
16 꿈이라는 건 +4 23.12.16 1,902 73 12쪽
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10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5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1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3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1 96 12쪽
9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5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9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8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3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20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3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2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7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4,001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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