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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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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최근연재일 :
2023.12.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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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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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꿈이라는 건

DUMMY

활 잘 쏘는 남자 세 명이 사냥을 떠나 봤자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건 끽해야 사슴 한 마리와 토끼 몇 마리뿐이다.

하지만 실력 좋은 무두장이와 힘센 짐꾼을 데리고 가면 사슴 가죽 열 장과 한 달 치 고기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방 사장, 그때 가게 안에 큰 수조 놓을 자리가 없다고 했잖아? 용사횟집으로 가깝게 내가 수산물 가게를 하나 차리면 어떨까?”


도균이는 발이 빨랐다.

가끔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기는 했어도, 결정이 내려지면 재빨리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녀석이 운영하는 반찬가게에 방사능-제로 해산물을 구매해 주면서 공현시장 전체를 ‘방사능-제로 해산물’ 시장으로 마케팅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슬쩍 비췄더니, 이틀 만에 자기가 수산물 가게를 차리겠다고 나섰다.

아, 내가 말했던가, 우리 친구 먹기로 했다고.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이왕 할 거면, 시장 입구에 차리는 게 어때?”

“오- 그러면 우리야 더 좋지.”


녀석이 상가번영회 회장이다 보니 일은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일주일 만에 시장 내에 ‘방사능-제로 해산물’ 가게가 꾸려졌다.

덕분에 매일 새벽마다 보던 장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시장 사람들과 친해져서 음식 재료들을 좀 더 손쉽게 구할 수 있게도 되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됐다.

결과적으로 여유시간이 많아졌다.


“형, 이제 가게 안 나와도 돼. 배달도 안정됐고 익숙해져서 괜찮아.”

“내가 재미있어서 나가는 거야.”

“그러면 와도 되는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도 된다고. 아, 그리고, 채리도 이모님이 언제든 등하교 해주실 수 있다고 했으니까, 바쁜 일이 있으면 얘기해.”

“내가 바쁜 일이 뭐가 있겠냐. 난 채리랑 등하교하는 거 좋다.”


반복되는 일상이 가끔 무료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있어도 불만은 없었다.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저 모퉁이 뒤에서 또 다른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시영 씨?”

“네. 제가 방시영인데요.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판타지냐 엔터테인먼트 조나혜 이사라고 해요. 괜찮으면, 우리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016화 – 꿈이라는 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데뷔작을 멋지게 성공시킨 장석훈 PD는 고민이 많아졌다.

어렵사리 구한 역대급 대본에 중요한 캐스팅이 난항에 빠진 것이었다.

원래 내정되었던 배우의 학폭 과거가 터져버렸다.


“내가 찾는 얼굴은 이런 얼굴이 아니야. 풋풋하면서도 차분하면서도 개구지면서도 애수가 있는 그런, 그런 얼굴이야!”


차기작은 10대들이 주연인 초자연적 공포 미스터리물.

30~40대가 청춘인 것처럼 등장하는 드라마는 만들고 싶지 않다.

진짜 10대들, 그게 정말 힘들다면 최소 20대 초중반의 풋풋한 신인배우들로 꾸려진 캐릭터들로 드라마를 찍고 싶다.


그래서 수백 번의 회의와 카메라테스트, 오디션에 걸쳐 모든 배역을 다 캐스팅했는데···

드라마의 첫 에피소드를 장식할 ‘재수 없는 존잘남’역이 비게 되었다.


크랭크인 날짜가 당장 다음 주.

그런데, 아직도 대타를 구하지 못한 상황.

촬영 스케줄을 미루면 다른 배우들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

판이 어그러진다.


“하아-”


장석훈의 입에서 한숨만 터져 나왔다.

그러고 있던 그에게 판타지냐 엔터테인먼트 조나혜 이사가 찾아왔다.

이번 작품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이세희가 판타지냐 소속이었기에, 석훈은 조나혜 이사가 그녀의 스케줄에 관해 이야기하러 온 줄 알았다.

아니었다.


“피디님.”

“네, 조 이사님.”

“아직이죠, 테오 역할 캐스팅?”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맞힐 겁니다.”

“아니요. 세희는 피디님 작품 꼭 할 거예요.”

“조 이사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마음이 조금은 놓이네요. 아무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신인배우 한번 보시지 않을래요?”

“다 봤잖아요. 제가 찾는 배우는···.”

“풋풋하면서도 차분하면서도 개구지면서도 애수가 있는 얼굴. 거기에 퇴폐함 한 꼬집. 맞죠?”

“?”

“저희가 어제 신인배우 한 명을 계약했는데요. 정말 보시면 탐내하실 거예요.”

“그냥 하시는 말씀이면 곤란한···.”

“키 187cm, 몸무게는··· 안 물어봤는데, 덩치가 좀 있는 부분인데 그건 조절할 수 있고. 얼굴은 여태까지 대한민국 방송 사상 없었던 얼굴이에요. 굳이 비교하자면··· 아, 진짜 없어요. 진짜 없는데,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을 느낌적으로만 따지자면, <로미오와 줄리엣> 수족관 씬 디카프리오 느낌?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가 활 쏘면 등장했을 때 느낌? <늑대의 유혹> 우산 짤, <비트> 때 정 배우? 아무튼 충격적인 그 느낌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피디님?”

“하하하. 너무 하시네. 조 이사님 세일즈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요.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그런 신인이 있었으면 진작에 누가 데뷔시켰겠죠.”

“사실 저도 신기해요. 이런 분이 아직도 연예계 데뷔를 안 했다는 사실이.”

“알았어요. 프로필이나 한번 보내주세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연락···.”

“여기요.”


판타지냐 조나혜 이사는 언제나 준비된 사람이었다. 백에서 방시영의 프로필을 꺼내 장석훈에게 내밀었다.


“스튜디오 사진도 아니네.”

“말씀드렸잖아요. 어제 막 계약했다고.”

“용사횟집?”

“알바생?”

“음···알바생이라기보다는···.”

“몇 살이에요? 여기 나이가 없네요.”


조나혜는 고민했다.

과연 장석훈에게 방시영의 나이를 솔직하게 공개하는 게 좋은 것인지. 일부러 숨기려는 것은 아니고 카메라테스트 전에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나이는 좀 있어요. 근데, 얼굴이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몇 살인데요? 아시잖아요. 저는 이번 작품 될 수 있으면 십 대 배우들로만 꾸리고 싶은 거.”



---*---



“큰아빠, 큰아빠는 꿈이 뭐예요?”

“꿈?”


내 꿈이 뭐였지?


“채리는 언어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그래, 어울린다. 우리 채리는 언어 천재잖아.”

“어울려서 언어학자가 되고 싶은 거는 아니에요.”

“그렇기는 하지.”

“언어학자가 돼서 언젠가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 거예요.”

“응?”

“반지의 제왕을 집필하신 J. R. R. 톨킨 작가님은 작품을 위해서 퀘냐라는 요정의 언어를 만들었대요. 저도 언젠가는 저만의 인공어를 만들 거예요.”

“멋진 꿈 같은데, 이유가 뭐야?”

“음··· 하고 싶은데 구체적인 이유 같은 게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내 꿈은 뭐였을까?

시스테마로 소환되기 전, 나는 뭘 하고 있었지?

그래, 방구석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딱히 가고 싶지도 않은 회사로부터 입사 합격 통지를 받고 마치 인생의 꿈이 이뤄진 것처럼 살고 있었지.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랬던 내가 칼한드릴 모르가나 아카데미의 최우수 졸업생이 되다니.

자랑스럽다.


토닥토닥-


“큰아빠 어깨 아프세요? 파스 가져다드릴까요?”

“응, 아니. 괜찮아.”

“큰아빠는 그래서 꿈이 뭐예요?”

“꿈? 채리랑 채리 아빠랑 시하 삼촌이랑 시리랑 행복하게 사는 거.”

“에이- 그건 꿈이 아니에요.”

“왜?”

“꿈은 실현하고 싶은 간절한 희망이나 이상이에요. 설사 그게 정말 큰아빠의 꿈이었다고 해도 그건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큰아빠는 다른 꿈을 가져야 해요.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서 채리 동생을 만들어 주는 거 같은 거?”

“뭐라고? 하하하.”

“예를 들면요.”

“하하하. 그런데, 이걸 어쩌지? 큰아빠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이해해요. 십 년 동안 의식을 잃고, 아니 시스테마에 있다가 오셨으니까, 청춘을 좀 더 즐기고 싶으신 거.”

“하하하. 요 꼬맹이가 못 하는 말이 없어.”

“그냥 제 작은 바람이에요. 우리 집에는 여자가 너무 없어서.”

“왜? 시리 있잖아.”

“시리 여자였어요?”

“응.”

“몰랐어요. 너무 잘생겨서.”

“암컷이야.”


야옹~


“아, 맞다. 채리야, 모레는 큰아빠가 못 데리러 갈 것 같아.”

“괜찮아요. 그럼, 아빠가 오시는 거예요?”

“아빠가 갈 수도 있는데, 어쩌면 이모님이 가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네. 알았어요. 괜찮아요. 근데, 왜요? 약속 있으세요?”

“응.”

“무슨 약속이요?”

“카메라테스트.”


나도 꿈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잊어버렸다.

늘 목표만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대학에 가기, 좋은 직장에 가기,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머니, 아버지가 그렇게 강압적인 분들도 아니셨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았다.


시스테마에 소환되고 나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훨씬 더 절박해졌을 뿐이었다.

더 강한 몬스터를 잡기, 더 강한 아이템을 구하기, 더 강한 팀원들을 꾸리기···


그래, 기억났다.

아주 어렸을 적, 나도 꿈이 있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게 내 꿈이었다.


“시원아, 혹시 판타지냐 엔터테인먼트라고 들어봤어?”

“판타지냐? 못 들어봤는데.”

“찾아보니까 제법 큰 엔터테인먼트 회사더라고. 오늘 거기 조 이사라는 사람을 만났어.”

“그랬어?”

“응. 나한테 연예인 해보고 싶은 생각 없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있다고 했어.”

“······.”

“왜?”

“아니. ···형이 연예인?”

“응.”

“진짜야?”

“응. Subway배 랍스터 롤 챌린지에서 봤다고 하더라고. 혹시 걱정되는 게 있으면 말해 봐.”

“아니야, 아니야. 걱정되는 게 어디 있어. 형이 하고 싶으면 당연히 하는 거지. 그냥 좀 의외여서.”

“왜?”

“형 카메라 울렁증 있잖아.”

“응?”


내가 그렇게 있었던가?


“기억 안 나? 우리 어렸을 때, 엄마가 우리 데리고 TV 유치원인가 딩동댕 유치원인가 오디션 보러 갔었는데, 형이 카메라 앞에서 얼어버렸던 거?”

“그랬던가?”

“왜, 그래서 엄마가 그냥 안 해도 된다고 그냥 가자고 했는데, 형이 그러기는 싫다고 해서 엄마가 되게 곤란해했었는데.”


그래, 기억난다.

춤추며 노래하며 예쁜 내 얼굴 하라고 했는데, 긴장해서 울먹거리기만 했던 내 모습.

그래도 굳이 끝까지 하겠다고 버팅겼던 어린 시절 나.


“그래, 맞네. 기억나네. 근데, 너는 몇 살이었는데 그걸 기억하냐.”

“내가 여섯 살 때인가 그럴걸. 지금 채리 나이. 형이 이제 여덟 살 막 됐든가 아니면 아직 일곱 살이든가 했고. 언제나 차분했던 엄마가 당황하는 걸 그때 처음 본 거 같아. 그래서 기억에 남아.”


그래, 기억난다. 이제 다 기억난다.

보고 싶다··· 엄마.


“그나저나 엄마는 왜 우리를 거기 데리고 가셨을까?”


엄마도 우리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보고 싶으신 게 아니었을까?



---*---



초록드래곤 스튜디오.


“시간 됐는데. 판타지냐 조 이사가 말한 신인배우는 아직이야?”

“막 주차장에 도착했답니다.”

“그래? 오늘은 결정해야 하니까. 그 배우만 보고 바로 회의 들어가자고. 작가님도 들어오시라고 해.”

“네.”


솔직히 큰 기대하지 않았다.

계속 물어도 나이를 정확하게 얘기해주지 않길래, 나이를 말 안 해주면 카메라테스트도 안 보겠다고 했더니, 서른이 넘었다고 했다.

그래서 안 보려고 했다. 잘 생기기는 했지만, 의도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조 이사가 사정사정했다. 이세희 캐스팅의 보답으로 카메라테스트는 하기로 했다.


“방시영 씨 올라왔는데요. 작가님 오실 때까지 기다릴까요?”

“됐어. 그냥 들어오라고 해. 크게 뭐 기대를 하고···.”

“여기가 카메라테스트 보는 데인가요?”

“방시영 씨, 아직 들어오시면 안 돼요. 밖에서 기다리···.”

“잠깐! 방시영 씨?”

“네, 제가 방시영입니다.”


쿵쾅쿵쾅쿵쾅-


‘그래! 바로 이 얼굴이었어! 내가 찾던 얼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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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차기작은 액션 +2 23.12.20 1,182 41 13쪽
19 데뷔 +7 23.12.19 1,378 66 12쪽
18 결심했어요 +7 23.12.18 1,632 57 12쪽
17 착각의 향연 +3 23.12.17 1,778 58 11쪽
» 꿈이라는 건 +4 23.12.16 1,902 73 12쪽
15 기사의 오라 +3 23.12.15 2,009 67 12쪽
14 용사의 랍스터 롤 +5 23.12.14 2,194 83 13쪽
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11 얼굴 천재와 언어 천재 그리고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8 23.12.11 2,512 97 11쪽
10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일들 +13 23.12.10 2,640 96 12쪽
9 Lv. 99 잘생김에 관하여 +7 23.12.09 2,694 94 12쪽
8 정의로운 저주 +7 23.12.08 2,708 98 13쪽
7 횟집을 차렸더니 여배우들이 좋아해 +4 23.12.07 2,867 96 11쪽
6 세계적인 보석 다자이너 오드리 반 클리프와의 만남 +4 23.12.06 2,912 97 12쪽
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2 94 11쪽
3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1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5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3,999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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