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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삼촌은 방사능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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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2.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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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3 08:2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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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83

작성
23.12.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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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2쪽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DUMMY

보물 상자 안에는 마법들뿐만 아니라 고가의 아이템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사실 오자마자 그것들을 팔아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는 그것들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남는 공간에 쑤셔 넣어 가지고 온 금화들을 팔았다.


“시원아, 앉아봐. 형이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응.”


그 금화도 그냥 금화가 아니라 칼한드릴 왕국 최고의 세공사 잘만 파네 경이 한 땀, 한 땀 직접 세공한 거였다.

여기서는 금값만 쳐줬다.

그것도 보증서가 없어서 시세보다 10% 싸게 팔아야 했다.

그것들을 얻으려고 내가 트롤을 몇 마리나 잡았는데···

미련 없었다. 아니, 미련을 버렸다.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세상.

이 세상에 집중하리라.


“자, 이거 받아.”

“이게 뭔데. 어? 돈 이잖아.”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이 형이 책임질게.”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억! 칠억!”

“넌 행복해져라.”

“형, 이 돈 어디서 났어?”

“걱정하지 마. 훔친 거 아니니까.”

“그러니까 형이 이 돈이 어디서 났는데.”

“정당하게 번 돈이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써.”

“출처를 알아야 쓰지. 10년간 누워있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겨?”

“내가 10년간 그냥 누워만 있었던 게 아니야. 사실은···.”

“형, 설마··· 혹시 그 시절에··· 비트코인 모아둔 거 있었어?”

“응?”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쩌면 동생들은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사실 몇 번 말했었다. ‘내 몸은 여기 있었지만, 정신은 시스테마라는 세계에 가 있었다.’

그때마다 동생들의 표정은 안 좋아졌다.

두마음정신병원에 있으면서 깨달았다.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만 해야 하는 것을.


“그래, 맞아. 의식을 잃기 전에 이건 뭔가 해서 장난삼아 좀 모아둔 것이 있었어. 장난이 현실이 되었더라.”

“진짜? 얼마나?”

“좀 돼. 그러니까 너는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고 네 인생 살아.”

“이거 근데 정말 나 다 주는 거야.”

“응. 더 필요하면 얘기해. 좀 더 내다 팔면 되니까.”

“아니야. 이거면 차고 넘쳐. 일단 급한 것만 좀 해결하고 남은 건 형 돌려줄게.”

“돌려주기는 무슨··· 야, 너 가져. 이게 어디 형한테.”

“알았어. 일단은 그럼···.”

“시원아, 우리 이제 유유자적하며 살자. 넌 뭐가 하고 싶니?”



【003화 –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누가 차를 개박살 내놨다.

타이어 네 짝만 멀쩡할 뿐, 그 외는 프레스로 누르다 만 것처럼 완전히 찌그러졌다.

망치 같은 거로 수천 번을 내려친 것 같다는데, 목격자는커녕 CCTV에 찍힌 것도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왜 안 찍혔대?”

“몰라. 누가 범행 전에 주차장 CCTV 방향을 죄다 틀어놨대. 아예 작정한 거야.”

“Why?”

“우리가 그 장애인 주차구역을 쓰는 게 못마땅한 입주민들이 몇몇 있어. 그중에 하나겠지. 흥!”


그래도 이상하다.

망치로 수천 번을 내려쳤다면 분명 한 명이 한 짓은 아닐 텐데, 주차장 CCTV 말고도 분명 다른 CCTV에 찍히지 않았을까? 설사 한 명이라고 해도 큰 망치를 들고 가는 사람이 어딘 가에는 찍히지 않았을까?


“없대. 오전 내내 찾아봤는데, 아무 데도 없대. 망치 들고 가는 사람이. 그러니까 우리 아파트 사람이야.”

“에이- 설마 같은 아파트 사는 사람이 그랬을라고.”

“왜? Why?”

“생각해 봐. 그런 큰 망치를 들었으면 엘리베이터든, 길거리 CCTV에 찍혔어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니까. 그러니까, 우리 차를 부수고 자기 차에 망치를 숨기고 올라간 거야.”

“아! 그렇겠네.”

“그렇다니까. 내 말이 correct!”

“그럼, 새벽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간 사람들 확인해 보면 되겠네.”

“경찰 말로는 그 시간대에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수상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데, 내가 나 보여달라고 했어. 내가 또 딱 보면 알잖아.”

“어떻게?”

“알아. 내가 그런 촉이 좀 좋아.”

“그나저나 차는 이제 어떻게? 벤틀리 그거 오래 기다려서 받은 거잖아. 3억인가? 3억 5천?”

“그건 보험처리 하면 돼지.”

“아, 몰라! 보험처리 안 된대.”

“Why? Why?”

“범죄인 것이 증명돼야 보험처리가 되는데, 증거가 없어서 안 된대! 완전 짜증 나.”


동네 엄마들에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열심히 설명하는 영숙의 코에서 뜨거운 콧바람이 나왔다.

아침부터 난 열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그럼, 이썬 엄마 3억 5천 날린 거야?”

“뭐라고? 이 여편네가 진짜.”



---*---



서초경찰서,

관할 내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형사2팀은 이른 아침부터 CCTV 영상들을 보고 있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다.


“아무리 봐도 없어요. 아니, 근데 2.5미터나 되는 천정에 달린 카메라들을 어떻게 다 돌려놨지. 참 모르겠네.”

“키가 큰 사람이 아닐까요? 아니면 농구선수? 배구선수?”

“아, 좋다. 이거야. 근데, 이건 사람이 혼자 몇 시간 만에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수준의 파괴가 아니야. 마동석이 와도 이렇게 못해.”

“공범이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왜?”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가는 범죄다.

차를 훔쳐 달아난 것도 아니고, 그냥 부셔놓은 것도 아니고,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아작을 내놨다.


“역시나 보복?”

“보복 범죄인 거 같기는 한데···.”

“거기 경비원 아저씨 말을 들어보니까, 그 집 아주머니가 유별났다고 하더라고요. 과태료까지 내 가면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서 몇몇 주민들이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했답니다.”

“그건 그 아주머니가 인성 파탄이네. 돈 있다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되나. 아무리 법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한번은 같은 동 사는 아저씨가 그 앞에 길막하고 심하게 싸움이 붙었는데, 결국 고소해서 이겼다네요. 그 아주머니 남편이 변호사.”

“아무튼 참 씁쓸하구먼. 그래서 그 아저씨는 조사해 봤어?”

“안 그래도, 경비 아저씨 말을 듣고 연락해 봤는데···.”

“봤는데?”

“외국 출장 중이더라고요.”

“그래? 그럼 아니겠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봤는데?”

“외국 출장 가기 전에 사주한 거는 아닐까요?”

“응? 사주?”


후배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던진 추리. 선배는 심각해진다. 커피가 부족하다. 아침부터 너무 고되다.


“에이- 아닐 거야. 누가 주차 시비에 사람들까지 고용해서··· 아냐.”

“그렇겠죠?”

“아니야.”

“네. 아, 근데, 그 벤틀리 차주 아주머니가 CCTV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안 돼. 그거를 왜 일반인에게 보여줘. 의심이 될 만한 용의자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안 된다고 해.”

“알겠습니다.”

“아, 근데 차를 어떻게 하면 저렇게 만들 수 있지. 프레스 기계를 가지고 와서 찍었나?”



---*---



“큰아빠.”

“응.”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아세요?”

“무슨 일?”

“누가 이썬이네 차를 망치로 부쉈대요.”

“진짜?”

“네에. 그 차가 3억 5천만 원짜리라고 무지 자랑했는데. 히힛-”

“좋아?”

“아니요. 근데···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와요.”

“채리야, 웃어도 돼.”

“안 돼요.”

“나를 무시한 사람의 불행은 인과응보이기 때문에 괜찮아. 웃어. 하하하- 음하하하하-”

“큰아빠.”

“응?”

“큰아빠는 좀 이상한 어른 같아요.”

“당연하지.”


그럼, 제정신이겠니 그런 곳에서 살다 왔는데.


“채리야, 세상에는 말이야,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단다.”


괴물보다도 더 괴물 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우리 채리는 걱정하지 마. 이제부터 이 큰아빠가 우리 채리랑 채리 아빠랑, 시하 삼촌이랑 다 보호해 줄 거니까.”

“시리도.”

“아, 그렇지, 우리 방시리. 근데 우리 방시리 어디 갔냐? 시리야- 시리야-”


「네.」


“너 말고 우리 방시리.”


「방실이를 찾고 계시나요? 방실이는 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은 여가수로 시원한 목소리가 특징인···.」


“까르르르- 아, 웃겨. 시리를 찾으니까, 시리가 대답했어요, 큰아빠. 크크크큭-”

“큰아빠가 왜 삼성을 쓰는지 알겠지?”

“아, 웃겨. 방시리를 찾았는데, 방실이래. 크크큭-”


중학생 같던 녀석이 이제 좀 여섯 살 같아진다.


“채리.”

“왜요?”

“너 말고 체리. 먹는 체리.”

“크크큭-”

“채리야, 우리 쇼핑하러 갈까?”

“체리 사러?”

“응. 체리도 사고, 토마토도 사고, 한우도 사고.”

“좋아요.”

“우리 채리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채리 아빠 차도 사고.”


다 사러 가자.



---*---



그날 저녁,


“시원아, 형이랑 술이나 한잔하자.”

“술은 됐고, 차 어때?”

“야,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 술 마셔도 돼.”

“내가 안 돼서 그래. 새벽에 생선 사러 가야 해.”


궁금했다.

이 녀석은 왜 횟집을 차렸으며, 왜 잘 되지도 않는 횟집을 붙들고 있는지.

다만,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게 있었다.


“나 때문에 이혼까지 했다면서, 그냥 보내지 왜 그렇게 붙들고 있었냐.”

“누가 그래? 형 때문에 이혼했다고.”

“다 듣는 데가 있다.”

“아니야, 형 때문이. 누구 때문에 이혼한 것도···.”


우연히 들었다.

깨어나고 다음 날인가 간호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그래도 다행이라고 의식불명의 형 때문에 이혼까지 했는데 안 깨어났으면 얼마나 억울했겠냐고.

그와 관련해서 얼마 전 채리에게 슬쩍 물어봤다. 엄마랑 아빠는 어떻게 된 거냐고.

영리한 아이라 두루뭉술 돌려 말했지만, 짐작이 간다. 내가 얼마나 짐이 되었는지.


“됐고. 뭐,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니까 어쩔 수 없고. 이제 그 횟집 팔고 너 하고 싶은 거 해.”

“왜 그래? 나 횟집 하고 싶어.”

“언제부터? 야, 너 작가 되고 싶어 했잖아. 그거 해.”

“하하하- 뭐 형이 하라고 하면, 다 되는 거야?”

“응. 뭐가 문제야? 돈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골드코인, 아니 비트코인 아직 많아.”

“정말이야. 나 횟집 하고 싶어. 작가는··· 나중에. 좀 더 나이 들어서.”

“얘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너 보니까 회도 잘 못 썰더구먼. 손가락도 베고.”

“아버지 닮아서 그래. 손가락이 뚱뚱해서.”

“그러니까. 왜 횟집이냐고.”

“형, 기억나?”

“응?”

“아버지 돌아 가시 전에 우리 가족 전부 다 해서 여수에 내려갔던 거? 거기서 진짜 맛있는 회랑 해산물이랑 배 터지게 먹었던 거?”

“기억나. 거기 섬에 있는 횟집 말하는 거지?”

“응.”

“그때 아버지가 참 회를 맛있게 드셨어.”

“아버지가 회를 좋아했으니까. ”

“응. 그래서.”

“···.”

“···.”

“그래서 뭐?”

“그래서라고.”

“아버지가 회를 좋아했어서?”

“응.”

“야, 그게 무슨 이유가 돼.”

“안 될 것도 없잖아.”

“어?”

“아들이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거를 하는 게 이유가 못 될 것도 없잖아.”

“그렇···지. 그렇기는 한데···.”

“형도 좋아하잖아, 회.”

“없어 못 먹지.”

“우리 집 식구들 다 좋아해. 채리 그 쪼그마한 게 방어회랑 부시리회 맛도 구분한다니까.”

“그렇더라.”

“그래서 하는 거야.”


더 묻지 않았다.

녀석의 ‘그래서 하는 거야’라는 말이 마치 ‘횟집을 해서 버틸 수 있었어.’ ‘횟집을 하면 행복해질 거 같아서’처럼 들렸다.


‘참나- 용사가 횟집이라니. 그래, 좋다. 그래서 하자, 횟집.’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형, 이제, 그만 마시고 자자. 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

“그래.”

“쉬어.”

“잠깐만. 이거 마셔.”

“이건 또 뭐야?”

“마셔. 마시면 내일 아침에 기분이 좋아질 거야.”

“뭔데?”


힐링 포션.


“형이 마시라면 마셔, 새끼야.”


내일 아침에 손가락에 다 나아 있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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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초에 핫둘셋넷다섯여섯일고여덜아호열열하나열둘 +6 23.12.13 2,250 82 11쪽
12 샌 안드레아스 서울 +6 23.12.12 2,346 8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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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식구, 방돌 +4 23.12.05 3,019 100 13쪽
4 쓸데없는 능력에서 쓸모있는 능력으로 +3 23.12.04 3,143 94 11쪽
»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방사능-FREE 횟집 +3 23.12.03 3,262 95 12쪽
2 방구쟁이 다섯 가족 +5 23.12.02 3,457 91 11쪽
1 방시리 +9 23.12.01 4,001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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