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맘세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짧은 군대생활 긴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맘세하루
작품등록일 :
2015.07.16 12:01
최근연재일 :
2015.07.28 14: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1,863
추천수 :
403
글자수 :
47,259

작성
15.07.23 07:04
조회
963
추천
8
글자
11쪽

8. 유격 올빼미 (2)

DUMMY

8. 유격 올빼미 (2)



인솔장교와 훈련대 교관의 짧은 인수인계가 끝나고, 연단에 선 교관의 메가폰 지시에 따라 연단 좌우에, 부대별로 배낭을 벗어 소총을 세워 모은 다음, 철모 쓴 채로 부대구분 없이 연병장에 집합했다.


양팔을 벌려 좌우로 정열, 좌향좌 우향우 좌우로 정열, 좌우 당간에 위치한 나는 침착하자 마음 먹으며 지시에 잽싸게 따른다.


“여러분은 행군해 오느라 근육이 극도로 수축해있다. 피로한 근육을 PT체조로 이완시킨다. 조교들 앞으로! PT 1번 ‘높이 뛰기’ 2회 실시!”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약간 굽힌다. 양손 펴서 허벅지 뒤쪽에 둔다. 시선은 전방 15도. 이것이 준비동작이다. 실시!”


조교들의 시범을 보며 모두들 엉거주춤한 준비동작 자세를 취한다.


“하나에 점프하며 양손을 앞으로 나란히 하고, 착지하며 준비동작 자세로 원위치하고 둘이다. 실시!”


“하나 둘.”

애들 장난도 아니고 식은 죽 먹기이다.


“셋에 점프하며 양손을 머리위로 쭉 뻗어 어깨가 귀에 닿게 한다. 착지하며 준비동작 자세로 넷이다. 실시!”


“셋 넷.”

PT체조 힘들다고 겁먹었는데, 사격장 PRI 체조보다 덜 한 것 같다.


“연속으로 2회 실시한다. 실시!”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넷 동작에서만 숫자를 헤아린다. 복창소리 크게, 5회 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절도 있고 구령소리도 일치되어 듣기 좋다.


“이번에는 10회 실시하는데, 틀리는 병사가 있으면 10회씩 연장한다. 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일곱!”


조교가 달려가 잘못한 병사를 원산폭격 시킨다.

철모를 벗어 땅에 놓고 열중쉬어 자세로 정수리를 철모에 박는다.


전에 연습 삼아서 해봤는데 둥근 철모에 중심 맞춰 머리 박기도 힘들거니와, 체중이 실린 정수리의 통증은 여간 고통이 아니다.

거기서 한쪽 발이라도 들게 하면 3분도 못 버티고 고꾸라진다.


고문관 네 명을 배출하고 나서야 구호는 일치되었고 몸풀기 체조도 멈췄다.



생각보다는 일찍 끝나서 조별 편성이 된 다음, 얼룩무늬 없는 국방색 CS복을 받아 들고, 교육대 막사 주변 산기슭 숙영장에 개인용 삼각텐트를 쳤다.


북한 인민군 군복 같은 훈련 복으로 갈아입고, 올빼미(훈련병) 번호가 새겨진 철모를 쓰고 연병장에 다시 집합하여 ‘입소식’을 가졌다.


“장병 여러분의 훈련입소를 환영합니다. 유격훈련은 담력과 인내력을 배양하여 유사시, 특히 소대 이하 단독작전 능력을...”


겁먹은 올빼미들 모아놓고 교육대장의 짧지만 무게 있는 환영사가 끝나고, 이어서 교관의 훈련일정 설명과 정신 바짝 차려 조교들 지시에 잘 따라서, 한 명의 불상사도 없이 무사히 귀대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산속의 짧은 해는 벌써 그늘을 드리우고 간이 샤워장에서 간단히 땀을 씻은 우리는, 개인 텐트 속에서 꼬불쳐간 풋고추 된장 곁들인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유시간의 휴식과 함께 유격 첫날밤을 맞이했다.


다행히 모기도 없고 서늘한 바람마저 간간히 불어와, 나른해진 육신은 모포자락을 당겨 덮고 한여름 밤의 꿈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기상나팔 소리에 단잠을 깼다.

난리라도 난 듯이 왁자지껄하게 부산 들 떤다.

후다닥 훈련복을 챙겨 입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신참이 신경 써야 할 첫 번째 순서인데, 벌써 들 줄을 서서 기다린다.

기상시간 30분 전에는 깨워주던 생체리듬이 산악행군에 지쳐서 깜빡 했나 보다.


“빨리 좀 나와요! 급해 죽겠네..”


그런다고 볼 일도 덜 보고 나와주실 분들이 아닐 텐데, 알면서도 노크하고 법석 들 떤다.

이 순서만큼 은 계급장도 안 통한다.


늦잠 잔 덕분에 세수는커녕 아침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헐레벌떡 연병장에 집합했다.



20명 정도씩 분대조로 편성되어, 두 명의 빨간 모자 쓴 조교로부터 유격체조를 교육 받는다.


“PT 2번 ‘굽혀 닿기’ 준비동작이다. 다리는 어깨만큼 벌려 무릎 펴고, 손바닥 마주보게 만세 자세로 시선은 팔 끝을 향한다.”


각진 모자에 공수부대 같은 문양을 붙인 조교의 절도 있는 시범을 따라 긴장된 시선으로 준비동작을 취한다.


“하나에 무릎을 90도 굽히고 허리 숙여, 양손을 다리 사이로 넣고 발뒤꿈치를 잡는다. 둘에 일어서며 준비동작으로 원위치! 셋은 하나 반복, 넷은 둘의 반복이다.”


준비운동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따라 한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무릎에서 뽀드득 소리 나게 50여 회 실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 간다.



“PT 3번 ‘쪼그려 뻗치기’다. 준비동작은 유격체조 기본자세로서, 차려 자세에서 주먹 쥔 손등이 전방을 향하고 무릎과 발끝을 모은다.”


차려 자세가 쉬운 것 같아 보여도, 발끝을 모아 곧게 선 다리는 무게중심을 잡기 힘들어 조금만 서있어도 상체가 좌우로 흔들린다.


“하나에 땅에 양손을 짚고 앉는다. 둘에 발을 일자로 모아 뒤로 쭉 빼고 시선은 전방이다. 셋에 다리 모아 앉고, 넷에 일어선다. 실시!”


유격체조도 체력단련 운동이니까 제대로 해서 나쁠 건 없다.

훈련시작 단계라서 복창소라도 우렁차고 모두들 열심히 따라 한다.

고문관 후보는 섞여있지 않아야 할 텐데..



엎드려 뻗쳐가 준비동작인 PT 4번 ‘엉덩이 올리기’가 이어졌다.


“하나에 다리를 모으고 발이 최대한 앞쪽으로 오게 한다. 시선은 발끝을 보고, 무릎이 벌려지면 안 된다. 둘에 다리 뻗어 뒤로 차고 시선은 전방이다. 셋은 하나 반복, 넷은 둘 반복이다. 실시!”


무릎을 펼친 채, 붙은 양다리를 앞쪽으로 끌어 오는 게 쉽지가 않다.

고개가 전방 주시로 복귀가 안되고 땅바닥만 내려다 본다.


“제대로 못합니까? 20회 실시! 복창소리 더 크게 못합니까?”


말은 존대로 변했는데 강도는 더 기합수준이다.

너무 힘차게 발을 끌어와서 높이 솟은 엉덩이 무게로 픽 고꾸라지는 병사도 있다.

웃음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느라 힘 든다.



10분간 휴식시간에 연병장 가장자리 소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구름과자 깊게 빨아 내뿜으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아직도 못 쉬고 기합 받는 분대를 보며 다행한 안도감을 느낀다.


“우리 분대는 모두 정신 차려서 잘해 봅시다.”


누군가 한마디 하자, 그럼 그래요 하면서 여기 저기서 대꾸해준다.

짧은 휴식을 마친 분대원들은 다시 집합하여 PT 1번부터 4번까지를 오전 내내 반복하여 실시하고, 땀 범벅에 흙먼지까지 뒤집어 쓴 얼굴로 점심배식 받으러 달려들 간다.


개인 텐트에 누워 배부른 휴식을 취하고 오후 훈련 집합에 동참했다.



담당 조교가 바뀌고, 우리 분대는 열을 맞춰 언덕 넘어 장애물 교육장에 도착했다.


“식사들 많이 했습니까? 소화도 시킬 겸 PT체조 5번 ‘쪼그려 굽히기’ 합니다. 준비동작은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양손을 옆구리에 놓는다. 하나에 상체를 곧게 편 채로 무릎을 90도로 굽히고 손을 앞으로 뻗는다. 시선은 손 끝! 둘에 무릎 펴고 양손을 다시 옆구리에..”


점심 잘 먹어 기분이 좋은지 조교가 존대 반 반말 반이다.


“셋에 무릎 편 상태로 상체를 숙여 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넷에 몸을 펴서 양손 옆구리로 원위치 한다. 쉽지요?”


아무래도 조교 애인에게서 편지라도 온 모양이다.

하사관 출신일 텐데,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별도의 분대로 구성되어, 일반병들 뿐인 올빼미 분대에 존댓말을 쓰다니..


“자~10회 실시하고 외나무다리 건너 갑니다.”


웅덩이 위에 5미터쯤 걸쳐진 통나무 위로 양팔 벌려 중심 잡으며 건너는 것인데 1미터 아래 웅덩이는 가뭄에 말라서 떨어져 봤자 먼지만 털면 되겠다.

운 좋은 조교 만나서, 외나무다리를 시키지도 않은 횟수까지 열 번도 넘게 건너며 시간을 때웠다.



다른 분대에 밀려서 다음 코스로 이동했고, PT 6번 ‘팔 벌려 뛰기’도 배웠다.

기본자세 준비동작에서 하나에 다리를 옆으로 벌려 뛰면서, 양팔 펴서 원을 그리듯 올려 머리 위 ‘만세’ 자세에서 손뼉을 치고, 착지하여 다리 모으면 둘. 셋과 넷은 반복이다.


“자~’철봉잡고 건너기’. 한 팔씩 교대로 잡고 건너갑니다.”


뛰면 잡히는 높이에 가로로 열 개쯤 놓여있는 철봉에 매달려, 50 센티쯤의 간격을 양손 번갈아 잡으며 건너가는 것이다.

조교 따라서 기분 좋아진 올빼미 원숭이들이 잘도 건너간다.



코스를 옮겨 굵은 밧줄로 그물을 만들어 60 센티쯤의 높이로 펼쳐놓은 장애물 건너기를 하는데, 진흙바닥 이어야 할 아랫부분이 조교들이 물을 부었는데도 보송보송하여 줄넘기 하듯이 건너간다.

날씨는 더워서 땀은 흘려도 진흙구덩이 빠지며 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다.



“손을 깍지 끼고 위로 번쩍 듭니다. 하나에서 왼쪽으로 옆구리만 45도 기울고, 둘에 원위치. 셋에 오른쪽 45도 기울고, 넷에 원위치. 20회 실시 후 10분간 휴식!”


PT 7번 ‘옆구리 운동’을 가볍게 해치우고, 오후 3번째 달콤한 휴식을 맞았다.


이제 한 시간 교육만 더 받으면 오늘 훈련은 끝이다.

조교 잘 만나서 수월하다 싶다.




“자~오늘 마지막 코스에서 몸 좀 제대로 풀어 볼까요?”


자리를 옮겨 1.5미터쯤 높이로 그만큼 간격으로 가로놓여 걸쳐있는, 6개쯤의 통나무를 넘어가는 장애물 코스 앞에서, 제일 힘들다는 PT 8번 ‘몸통 받쳐 온몸 비틀기`가 시작되었다.


“바닥에 누워 양손 옆으로 펼쳐 짚는다. 실시!”


모두들 편안하게 땅바닥에 큰 대자로 드러누웠다.

하늘에 먹구름이 깔려 오는 게 보인다.


“양다리 붙이고 쭉 편 상태로 지면에서 45도 들어 올린다. 고개를 들고 배꼽을 쳐다 봅니다! 이 준비동작에서, 하나에 양다리를 좌로 15도 기운다. 머리는 반대로 우측으로 들고, 둘에 양다리 좌로 30도. 머리는 더 들고. 셋에 양다리 좌로 45도, 머리 더 들고! 힘들지요? 넷에 준비동작 자세로~ 자, 자. 아직 다리 내리면 안되고, 고개도 들고!”


진짜 힘 든다.

다리 들어 꺾는 건 별로인데, 고개 들고 있는 게 장난이 아니다.


“둘둘 셋 넷은 우측으로, 실시!”


4회 정도 하는데 여기저기서 끙끙 신음소리가 들린다.


이거 열 번 만 했다가는 요절 나겠다 싶은데, 후두 둑 툭툭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꽈르릉 뇌성과 함께 쏴~아 소나기가 쏟아진다.


“전원, 일어~서!”


땅바닥에 드러누워 소나기를 맞으면서도 냉큼 일어나지들 않는다.

얼마나 기다리던 빗줄기 이던가?

마침 때맞춰 유격훈련 PT 8번에서 내리다니!

몸통 비틀기.png


작가의말

  - 유격훈련 PT 체조 순서별 명칭 -

 

1번. 높이(쪼글) 뛰기    2번. 굽혀 닿기    3번. 쪼그려 뻗치기 (4번)

4번. 엉덩이 올리기 (3번)       5번. 쪼그려 굽히기

6번. 팔 벌려 뛰기  7번. 옆구리 운동   8번. 몸통 받쳐 온몸 비틀기

9번. 몸통 뒤로 젖히기     10번. 쪼그려 (앉아 뛰며)  돌기

11번. 쪼그려 뛰기 (13번)      12번. 몸통 비틀기  

13번. 팔 벌려 발에 닿기 (11번)     14번. 팔 동작 몸통 받쳐

15번. 노젓기 (배젓기)

 

(괄호) 속은 유격장에 따라 순번과 명칭이 바뀔 수 있습니다.

유격대 조교의 블로그에서 옮긴 것임을 참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정복(禎福)
    작성일
    15.07.23 15:17
    No. 1

    꿀잼입니다!!!
    자까님에게 새 힘을!!!
    아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5 맘세하루
    작성일
    15.07.23 17:04
    No. 2

    오호, 이런! 정복 작가님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검은별 무툼바"를 쓰신 대작가님께서
    격려의 댓글까지 써 주셔서 불끈 힘이 돋습니다.
    방문 감사드리고요, 승승장구 하시길 기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이리강
    작성일
    15.07.23 22:17
    No. 3

    유격. 하루 일과가 다 끝나고 마지막에 하는 폭풍구보라는 것도 있었죠.
    아~ 옛날이여. 하하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5 맘세하루
    작성일
    15.07.23 23:06
    No. 4

    네, 이리강 님 감사합니다.
    폭풍구보라는 것도 있었군요. 발이 안보이게 뛰는 건가요? ㅎㅎ
    겪을 때는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다 그리운 추억이 되나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sk******..
    작성일
    20.10.24 17:15
    No. 5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짧은 군대생활 긴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 꽃다발 (최종회) +13 15.07.28 1,097 23 11쪽
10 10. 유격 올빼미 (4) +5 15.07.27 833 11 10쪽
9 9. 유격 올빼미 (3) +5 15.07.25 767 9 11쪽
» 8. 유격 올빼미 (2) +5 15.07.23 964 8 11쪽
7 7. 유격 올빼미 (1) +7 15.07.22 909 22 9쪽
6 6. 승자와 패자 +10 15.07.21 976 35 10쪽
5 5. 쿼바디스 +10 15.07.20 847 41 9쪽
4 4. 군인의 길 +12 15.07.19 1,074 50 7쪽
3 3. 달밤에 체조 +10 15.07.18 1,043 61 12쪽
2 2. 새끼 발가락 +12 15.07.17 1,265 60 6쪽
1 1. 논 산 +34 15.07.16 2,074 8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