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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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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14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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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3화 커플지옥 솔로천국.(1)

DUMMY

축제의 도시, 키란 왕국에 도착한 레안 일행은 도시 입구에 보이는 플랜카드에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저게 뭐라고?

순간 불량해진 레안은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좀 쉬려고 했더니, 키란 왕국의 도움 요청이 있다면 출장 좀 다녀오라는 유라인의 말에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레안이었기에 저 플랜카드에 적혀 있는 문구는 더더욱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진짜 단순한 착각인지, 저 세녀석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유난히 출장이니 사고니 별 잡다한 게 늘어난 것 같은 것이.

그보다 커플만 받습니다, 라.

정말 진심으로 커플만 받고 있는 지 몇몇 입구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이 보였다.

“커플이십니까?”

“제이로 제국에서 지원 나왔는데?”

“그래서 커플이십니까?”

하아.

레안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며 서서히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저희는 제이로 제국의 황실 기사단입니다. 긴급 지원 요청으로 왔습니다만, 들어가지 못하면 마물들에 의해 많은 피해를 받게 될지 모릅니다.”

이미 많은 피해를 해서 니들이 지원 요청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입구에서 싸움이 일어나서 안 좋은 상황으로 이끌 필요는 없었기에 제일 만만한 위치의 어찌 보면 제일 상식적인 하륜이 나서며 정중히 말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은 거절당했다.

결국 열 받아 레안이 슬슬 위협하듯 살기를 뿌렸지만 규칙이 그러하다는데 그들이 어찌하겠는가.

덕분에 입구에서 거절당해 구석으로 빠진 레안 일행은 잠깐 회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땅히 대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닌 지라 그들은 멀뚱히 있을 뿐이었다.

그때 하륜이 다시 경비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혹시 여기서 커플은 오직 남녀 커플만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커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륜의 정중한 인사에 경비대 기사는 정말 감동 받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더욱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레안의 살벌한 기운을 정통으로 맞았던 기사로서는 무서워 달달 떨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그를 하륜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말 엎으려고 하다시피 하는 레안을 오직 일행 중 하륜만 나서서 말렸으니 그 고마움이 얼마나 깊겠는가.

“커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저희가 커플로 위장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물론 그런 간단한 방법이 있긴 했다. 그들이 그 생각을 못해서 안 꺼낸 것은 아니었다. 우선 레안을 포함하여 하고 싶지 않았기에 꺼내지 않은 것이고, 나머지는 차마 꺼낼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미묘하게 레안에게 대담한 하륜이었다.

“저와 레안 님, 그리고 라이너 님과 카렌 님, 카엘과 리엔. 이렇게 둘로 묶어 커플인 척 하기로 하는게 어떨까 합니다만.”

“미쳤어? 누가 누구와 커플이야? 나보고 쟤랑 커플을 하라고? 아무리 친하고 좋아한다지만 그건 친구로서 라고!”

역시나 즉각적인 반응은 리엔에게서 나왔다. 불을 내뿜듯 격하게 반발하는 리엔은 결국 안 그래도 아니꼬운 레안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저와 라이너 님은 남자입니다만.”

제대로 된 소리를 하라는 불만과 까칠함을 담아 카렌이 띠껍게 말했다.

“그저 커플이면 된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싫다면?”

툭 내뱉는 말이었지만 강한 포스를 담은 레안의 말에 다른 일행들이 강한 긍정을 담아 눈빛으로 끄덕였다.

“그럼 방법이..없습니다.”

이제는 거의 익숙해진 살기를 받으며 하륜이 담담히 내뱉었다. 이 정도 살기로 포기하기엔 레안과 커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가지는 매력이 너무 컸다. 물론 그 외에도 임무 수행을 위해서, 라는 이유도 크게 존재하고 있고.

“좋아. 가지. 들키거나, 제대로 수행 못 하면 죽인다.”

몰래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이 그녀의 예상대로 그 빌어먹을 커플들의 날이라면 안에 들어가고 나서도 커플이 아니라는 이유로 꽤나 애를 먹게 될 터였다.

하여간 커플의 날따위 왜 있어가지고.

커플이니 솔로니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레안이었지만 솔로라는 이유로 임무 수행에 지장이 생기니 자연스레 커플들에 대한 짜증이 와락 솟았다.


“커플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대답하기 싫다는 듯 뚱하니 있는 레안을 위해 하륜이 정중히 대답했다. 그의 답에 경비대 기사는 잠시 맞는 지 확인하듯 둘을 훑어보다 반지 두 개를 건넸다.

“커플링입니다. 이게 출입을 허락한다는 뜻이니 항상 끼고 다니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반지에는 특별한 주문이 걸려 있어 두분이 장시간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합니다. 반지를 끼고 있지 않으면 바로 추방될 수 있으니 명심해주세요.”

하다하다 이런 것 까지 해야 되나, 하는 생각에 레안의 표정이 더욱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또다시 슬금슬금 새어나오는 살기에 기사는 서둘러 레안을 들여보냈다. 뒤이어 이 말을 듣게 된 나머지 일행들도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특히나 결혼도 해서 멀쩡한 아내까지 있는 라이너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겉은 무뚝뚝하고 겁나게 차갑고, 무심한 주제에 애처가이다 못해 공처가에 팔불출이기까지 한 그였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위기는 또다시 시작되었다.

“그래서 너랑 내가 같은 방을 써야 한다고?”

물론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인식하지 있지 못한 것과 이렇게 제대로 듣게 된 것의 차이는 컸다. 카엘과 리엔은 원래부터 룸메이트였던 지라 같은 방에서 잔다는 게 어색하진 않았지만 레안은 완전히 달랐다.

“네. 그리고.. 침대도 하나라고 합니다.”

이 말까지 하면 분위기가 장난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숨기고 있다 이따 들어가서 핵폭탄을 맞느니 차라리 지금 아예 드러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거칠게 살기를 흩뿌리며 욕설은 내뱉었지만, 그녀가 도시 전체를 뜯어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었다.

“내일 아침 일찍 바로 근위 기사단인지 뭔지 만나러 갈 거니까 제대로 일어나. 늦으면, 뭐, 늦는 거지, 그렇지?”

마치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그럴 수 있다는 듯 말했지만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저 속에 숨겨진 엄청난 저의를.


종업원의 안내로 친절히 방에 도착한 레안은 방안의 꼬라지를 확인하고선 실소를 내뱉었다.

지금 이곳에 자라고?

너 미쳤냐, 하는 레안의 적나라한 시선이 하륜을 향했지만 하륜이라도 뭘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생각지도 못한 방안의 모습에 다소 놀란 상태였다.

설마 이 하늘하늘하고도 분홍틱한 방안의 분위기라니.

방 안 가운데에는 이인용 탁자가 놓여있었는데, 그곳엔 붉은 빛의 하트 모양 촛불이 자리 잡고 있었고, 옆에는 붉은 색 장미꽃이 들어있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벽지를 포함해서 방안 전체가 파스텔 톤의 은은한 분홍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침대 역시도 이건 그냥 누가 봐도 신혼부부를 위한 침대야, 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상큼하게 꾸며져 있었다. 특히나 천장에 달린 분홍색의 하늘하늘한 캐노피는 그런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느끼게 했다.

거기다 저 애매한 욕실이라니. 기이하게도 욕실의 벽은 투명했다. 그래서 욕실 안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야말로 씻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욕실이었다.

그래, 커플을 위한 방이니 그럴 수도 있게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적어도 레안과 하륜이 넘어갈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보는 순간 느껴진 이만한 충격과 공포라니.

레안의 표정은 마치 눈 떠보니 내 아버지가 리엔이었다, 라는 꿈을 꾼 것 마냥 살벌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물론 하륜 역시도 마치 눈 떠보니 내 아들이 리엔이었다, 라는 상황을 겪은 것 마냥 미묘한 표정이었다.

“우선 난 씻는다. 알아서 나가 있어.”

레안의 말에 알았다는 듯 하륜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들어오거나, 내 허락 없이 들어왔다간 그냥 창밖에 알몸으로 내던져질 각오해.”

“네, 그럼 나가있겠습니다.”

저게 유리가 아니라 실제 안이 안 보이는 벽이라고 해도 차마 같은 방 안에 있을 뻔뻔함은 없었기에 하륜은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침대에 앉은 레안은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뭐지. 이 미묘한 상황은?

정말 미치도록 애매했다.

자신은 침대에 앉아있고, 하륜은 씻고 나와 젖은 몸을 닦고 있는 모양새라니.

아직 자신의 머리도 젖어있고, 하륜의 몸도 젖어있는 상태라 뭔가 참 그랬다. 방안 꼬라지가 이 모양이라 더더욱 묘했다. 그렇다고 딱히 무슨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던가, 하륜이 이성으로 느껴져서 어떻게 하고 싶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이사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보통이라면 그렇든 말든 별 신경을 안 쓸 그녀였겠지만, 상대가 하륜이라 그런 것일까. 참 애매했다.

“제가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됐어. 소파라면 모를까. 그냥 침대 위 끝에 붙어서 자.”

뚱한 레안의 말에 하륜이 작게 미소 지었다. 까칠하긴 해도 그를 배려해주는 그녀의 행동이 뿌듯했기 때문이었다. 실상 바닥에서 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지저분할뿐더러 이불도 하나인지라 결국 이불도 없이 베개만 배고 자야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상황이니 저런 말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바닥에서 잘 용의가 있었던 하륜에게는 충분히 감사한 배려였다.

그렇게 레안의 배려로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된 하륜은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아무래도 레안과 같이 잔다는 사실이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몇 번 잔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땐 폭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고, 마찬가지로 최근 역시도 마약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그러니 그의 기준으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안 역시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듯 뒤척이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언제나 혼자의 생활을 해오던 그녀니 누군가와 같이 자는 것이 많이 불편할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하륜은 이 상황이 꽤 만족스러웠다.

기쁘고 설레인달까.



작가의말

 

 

그것이 그들이 커플이 된 이유!

과연 훌륭한 조합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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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커플지옥 솔로천국.(2) +4 14.03.13 795 9 10쪽
» 23화 커플지옥 솔로천국.(1) +4 14.03.13 499 5 10쪽
23 22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2) +4 14.03.12 527 10 11쪽
22 21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1) +4 14.03.12 748 6 10쪽
21 20화 당신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6 14.03.11 637 7 10쪽
20 19화 신입은 위대했다. +4 14.03.11 675 14 9쪽
19 18화 인어공주 편. +6 14.03.10 881 6 8쪽
18 17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 +4 14.03.10 762 9 5쪽
17 16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3) +5 14.03.07 862 8 10쪽
16 15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2) +8 14.03.06 1,103 10 7쪽
15 14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1) +6 14.03.05 1,667 9 8쪽
14 13화 원래 세상이 그래. +6 14.03.04 2,023 26 10쪽
13 12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돌려차기 하기. +6 14.03.03 1,221 10 13쪽
12 11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3) +6 14.02.28 1,430 13 10쪽
11 10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2) +6 14.02.26 1,349 12 11쪽
10 9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1) +4 14.02.24 1,551 10 11쪽
9 8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3) +6 14.02.21 993 11 13쪽
8 7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2) +6 14.02.19 823 9 10쪽
7 6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1) +6 14.02.17 1,417 11 9쪽
6 5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4 14.02.13 1,281 11 15쪽
5 4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2) +4 14.02.10 1,319 14 9쪽
4 3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1) +6 14.02.06 1,854 14 12쪽
3 2화 하늘은 언제나 맑고 맑은데.. +6 14.02.03 2,908 29 10쪽
2 1화 그들이 돌아왔다. +6 14.01.30 2,717 16 11쪽
1 설정 및 세계관. +3 14.01.30 2,526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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