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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393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12 16:05
조회
526
추천
10
글자
11쪽

22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2)

DUMMY

오늘도 역시나 청룡단의 기사들은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나름 레안의 완화된 지도 아래 훌륭히 훈련을 하고 있던 청룡단의 기사들은 류를 흘낏 보며 괴롭힐 방법들을 떠올렸다.

“류, 저희 대련을 하게 목검 좀 가져와주시겠어요?”

당당하게 부려 먹는 가륜의 행동에 류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레안을 확인하곤 조용히 목검을 가지고 왔다.

“이거 불량품이잖아, 다른 거 가져와.”

헤에?

류가 삐딱하게 웃으며 쥬이렌을 바라보았다 결국 다시 목검을 가져왔다.

“거기, 오면서 나 물도 좀! 얼음 동동 띄워서! 얼음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각가 2cm여야 돼.”

확실히 류 옆에서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 탓일까. 리엔의 요구는 아주 세심했다. 거기다 제대로 귀찮게 구는 요구였고. 하지만 류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알았어, 자기♥ 내가 사랑 듬뿍 담아 떠올게~”

이대로 얌전히 당하기엔 억울하다 싶어 류가 리엔이 질색할 애교를 부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 애교 덕에 기분이 나빠진 것은 리엔 뿐만이 아니었으니.

“다른 거.”

“다른 거.”

“이거 말고.”

등등.

몇 번의 똥개 훈련에 류는 슬슬 인내심이 바닥이 되는 것을 느꼈다.

“그럼 나는 모르겠으니까, 니가 가져오던가.”

이젠 나도 몰라.

류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기다 미묘한 살기까지 품고 있는 것이 더 시키면 죽일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우리의 히로인, 레안이 있었으니.

“할 거면 제대로 해.”

너무 얌전한 청룡단 기사들의 행각에 레안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류가 갔고 온 목검들을 쓰윽 줍더니 힘을 담아 던졌다. 얼마나 찰지게 날아갔는지 아주 사방에 퍼졌다.

“총 10개야. 주워 와.”

그랬다. 진정한 똥개 훈련은 던지고 주워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올 때 더러우면 좀 닦고. 그리고 하나씩 주워와. 검은 귀중히 다뤄야지.”

이런 젠장.

욕을 하지 않는 류였건만 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레안이 시키면 할 수 밖에 없잖아!

얼마나 멀리 던졌는지 하나는 아예 훈련장을 넘어 황성 뒤 정원에까지 날려진 듯 했다.


역시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그들은 훌륭히도 옆 기사단 백호단의 훈련법 하나를 배워와 이렇게 재연하고 있었다.

그래도 원래의 방법은 좀 거칠고 험난하니까 약간 난이도를 낮춰서, 나무에 묶은 줄의 높이를 낮췄고, 특별히 좀 폭이 넓은 천으로다가 두줄로 묶었다. 즉 외줄타기가 아니라 두줄타기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매너 있게 그들은 류를 맨 끝에 놓았고, 다른 기사들은 류와 멀찍이 떨어뜨려놓았다. 그래야 넘어질 때 류만 다치지.

“그럼 시작하죠.”

가장 먼저 가륜이 첫 시범을 보였다. 아슬한 척 열심히 걷던 가륜은 딱 류가 있는 자리에서 떨어졌다. 푹신한 쿠션을 향해 달려가던 가륜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았다. 류가 미묘하게 몸을 피해 바닥에 닿았기 때문.

그 뿐만 아니었다. 다음 순서인 제하인은 일부러 세운 류의 무릎에 찍혀야 했다.

이쯤 되자 오히려 당하는 대상인 류가 더 재밌어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아, 짜증나게.”

역시나 멍청한 청룡단 덕에 레안이 직접 나섰다. 류의 몸을 친절히 줄로 꽁꽁 묶은 레안은 다시 또 팔과 다리를 다른 줄로 묶어 바닥에 못으로 박아 고정시켰다. 이 정도면 꼼짝도 할 수 없을 터였다. 혹시나 움직일 수도 있으니, 레안은 줄 위에다가 특제 모기독을 담은 컵을 올려놓았다. 움직이면 줄이 흔들릴 테고, 줄이 흔들리면 컵에 들어있는 모기독이 쏟아질 터였다. 그럼 그 독은 줄을 타고 내려가 류의 몸에 묻을 테고.

더불어 류는 애들이 떨어져 몸에 부딪혀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할 터였다.

정말 완벽한 구성이었다.

“아악!”

결국 다섯명째 되자 더 이상 몸을 버티지 못하고 움찔했고, 그 덕에 모기독이 류의 몸에 묻었다. 모기독이 몸에 닿은 그 순간, 류는 끔찍한 가려움을 느꼈다. 미치도록 가려워 긁고 싶어도 긁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깐 움찔한 순간, 또다시 모기독이 흘려졌고, 류는 더한 가려움을 느껴야했다.

정말 미치도록 고통스러워 하는 그 모습에 레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꽤 재밌네.”

그랬다. 알게 모르게 레안도 류에게 쌓인 것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더 많이 살고, 더 위에 있는 상관이라고 대충 참고 있던 것이지 류의 행동 덕분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레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외에도 지금 레안 자체가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다. 원래 짜증날 때는 남을 괴롭혀야 제대로 풀리지 않겠는가?


훌륭한 부하들을 둔 죄로 느긋하게 밖에 나와 독서를 하며 밀린 일을 해결하던 레안은 청룡단의 행태를 보며 혀를 찼다. 하긴, 괴롭히는 것도 타고나는 거라고 했던가.

번번히 실패만 하는 덕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나서야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레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껏 멍석까지 깔아줬건만.

이번에도 나서야 되는 건가.

참 뭣 같은 모습을 하고도 당당히 돌아다니는 류를 보며 레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모습을 보니, 쟤를 괴롭히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참 힘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얘가 왜 이러고 있어?”

정신 사납게 뿔뿔 거리는 류의 목덜미를 잡아 고정시키며 레안이 짜증스레 물었다.

“빨래가 밀려 있어 부탁을 드렸는데, 옷을 저 모양 저 꼴로 만들어놓으셨더군요. 그래서 너나 입으라고 했더니.”

정말 입고서 이리 저리 뿔뿔 거리며 답지 않은 짓을 하고 있다는 이 말이지?

그래, 확실히 이런 옷을 입은 녀석이 아는 척 하며 달라붙는다면 충분히 도망 다닐 만 했다. 상의는 한쪽 어깨 쪽이 통째로 뜯어져 있는 상태라, 간당간당 속을 보이고 있었고, 아랫단 역시도 뜯어져 있어 가슴 부근만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뭐, 가리고는 있다고 하지만 위쪽에서 달랑거리며 속을 보여주고 있는 터라 별로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바지는 엉덩이 부분이 뚫려 있어 속옷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쪽 다리는 엉덩이 바로 아래부터 앞면 부분의 바지가 죄다 뜯겨 있었다. 옆다리는 쫄쫄이 마냥 다리에 쫙 달라붙어 있었고, 아래쪽은 살짝 잘려져 바지 길이가 발목 위에 올라와 있었다.

정말 왠만한 사이코가 아니라면 절대 제정신으로 입고 다닐 수 없는 옷이었다. 그래서 그럼 네가 입으라고 말했을 기사들이었겠지만 여장도 한 류건만. 하긴, 여장은 그래도 예쁘기라도 했으니 그나마 낫지.

“제대로 입어.”

어차피 소용도 없을뿐더러, 이 몰골로 돌아다녀봤자 얼굴 팔려서 민망한 건 그들이었고, 레안이었다. 이런 애가 황실 기사단의 단장이라니. 레안은 힘들게 키운 기사단이 이상한 취급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에에, 꼭 그래야 되요? 이 옷 나름 괜찮은데~”

아쉬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레안은 강제로 옷을 쥐어 류를 구석으로 보냈다. 그리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청룡단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 단장들의 숙소에서 한바탕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엄청난 충격과 서글픔을 담은 비명소리의 주인은 믿을 수 없게도 류였다.


다음날,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던 청룡단의 기사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저렇게 심하게 흥분한 류의 모습이라니. 거의 분위기로 보면 레안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레안 님이 어떻게 제게 이러실 수 있으세요!”

정말 눈물이라도 뚝뚝 흘릴 듯한 류의 표정에 기사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어설프게 상처 받은 척 지어보였던 표정과 질적으로 다른 진심을 담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하면 저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거지?

“뭐가?”

류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 모습이 얼마나 충격적이든 담담한 레안이었다.

“어떻게, 제 방을..!!”

심하게 충격을 받은 듯 류는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류는 어젯밤 잠도 자지 못했다. 자려고 했으나 잘 수가 없었다.

“더러워서 정리 좀 해줬지. 혹시나 다시 또 더럽히면 곤란하니 아예 물건들도 치우고.”

그랬다. 그의 산만한 성격만큼 더러운 방을 레안이 특별히 청소를 해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봤자 그냥 침대와 책상만 빼고 모든 것을 내다 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물건이든 가구든 뭐든 싹 다. 심지어 이불과 베개도 내다버려 류는 침대에 그냥 누워서 자야 했다. 책상 위에 있던 그 수많은 물건들과 사진과 책도,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들도 싹다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알고 흥분했지만 그 원흉이 레안이란 것을 알고 류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힘들게 모은 것들인데. 얼마나 힘들게 꾸민 것들인데.

태생적으로 엄청나게 심한 장난기와 산만함을 가진 류는 정리되어 있는 것을 싫어했다. 좀 지저분해야 마음이 놓인 달까.

그리고 그 사진들, 얼마나 힘들게 모은 건데. 지금은 다시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굴욕 사진인데!

다시 더럽힐 수도 없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가 된 지라 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일그러져야 마음이 정리가 될 것 같은데 구길 시트도 없었다.

거기다 방이 하얘졌다. 낙서까지 지우겠다는 듯 바닥과 벽, 천장 모두가 하얀 페인트로 아주 꼼꼼히 칠해져 있었다. 나중엔 어쩔 수 없지, 옷이라도 던져놓아야지 했건만 그 옷도 방에서 내쫓겨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가 되어서야 받아서 입고 올 수가 있었다.

그것은 류에겐 엄청난 패닉이었다.

“어, 어떻게..그럴 수가..”

류가 흔들리는 눈으로 레안을 바라보며 허무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니 다시 원 상태로 만들고 싶으면 적당히 해. 오늘부로 다시 단장 일하고. 하는 거 보고 가져간 것들은 다시 줄지 말지 결정하지.”

훌쩍, 네.

류가 고개를 끄덕이며 풀 죽은 모습으로 터덜터덜 되돌아갔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청룡단 기사들은 새삼 깨달았다. 역시 레안 님이 진리다!

신 따위, 그냥 레안 님이 신이다.

그러나 기사들이 뭐라고 생각하던 말던 관심없는 레안은 드디어 자유다, 라는 생각에 집무실로 돌아가 그동안 못 읽은 책들을 와장창 읽었다.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류, 괴롭히는 거 꽤 쏠쏠했는데.



작가의말

 

나쁜 것 배운 레안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자업자득이라죠?

그러게 평소에 좀 착하게 살지 그랬어..

 

 

 

+참고로 다음화는 무려 커플이 된 하륜과 레안이?! 과연 무슨 일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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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4.03.12 17:04
    No. 1

    역시 우리들의 신은 레안님이고, 레안님이며, 레안님이십니다. (청룡단 생각)
    조금더 괴롭혔으면 싶지만 ㅋㅋㅋ 단지 정리만으로도 저정도 패닉이라니..
    류의 머릿속을 뜯어보고 싶네요ㅋ
    (다음화는 안봐야겠다... 하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12 22:04
    No. 2

    그들에게 있어 레안 님은 절대신입니다. 그리고 다음화도 봐주세요오오오오. 그래뵈도 제목이 커플지옥 솔로천국이라구요. 이건 정말 진리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4.03.12 23:45
    No. 3

    류의 보물은 힘들게 모은 '굴욕사진'!! 누구의 사진일까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13 19:53
    No. 4

    여러가지 사진이 있지요. 과연 그들의 굴욕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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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커플지옥 솔로천국.(2) +4 14.03.13 795 9 10쪽
24 23화 커플지옥 솔로천국.(1) +4 14.03.13 498 5 10쪽
» 22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2) +4 14.03.12 527 10 11쪽
22 21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1) +4 14.03.12 748 6 10쪽
21 20화 당신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6 14.03.11 637 7 10쪽
20 19화 신입은 위대했다. +4 14.03.11 674 14 9쪽
19 18화 인어공주 편. +6 14.03.10 880 6 8쪽
18 17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 +4 14.03.10 762 9 5쪽
17 16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3) +5 14.03.07 861 8 10쪽
16 15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2) +8 14.03.06 1,102 10 7쪽
15 14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1) +6 14.03.05 1,666 9 8쪽
14 13화 원래 세상이 그래. +6 14.03.04 2,022 26 10쪽
13 12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돌려차기 하기. +6 14.03.03 1,221 10 13쪽
12 11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3) +6 14.02.28 1,430 13 10쪽
11 10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2) +6 14.02.26 1,349 12 11쪽
10 9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1) +4 14.02.24 1,551 10 11쪽
9 8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3) +6 14.02.21 992 11 13쪽
8 7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2) +6 14.02.19 823 9 10쪽
7 6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1) +6 14.02.17 1,417 11 9쪽
6 5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4 14.02.13 1,280 11 15쪽
5 4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2) +4 14.02.10 1,319 14 9쪽
4 3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1) +6 14.02.06 1,853 14 12쪽
3 2화 하늘은 언제나 맑고 맑은데.. +6 14.02.03 2,908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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