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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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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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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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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9쪽

19화 신입은 위대했다.

DUMMY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루, 간 크게도 황실 기사단 견습 기사를 지원한 기사들이 황실 기사단의 훈련장에 옹기종기 모여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각자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그들은 곧 전설이라 불리는 황실 기사단의 총단장, 레이시안을 본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슬프게도 이번 신입 기사들은 한번도 레안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만큼은 워낙 레안이 바쁘기도 했고.

우오오.

저마다 각 단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제복을 입고서 등장하는 단장들의 위엄에 탄성을 내질렀다. 특히나 미인 단장, 유란을 보는 표정은 참, 멍청해보였다. 그리고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질투심 많은 라이너가 기어코 그들의 시야를 가리며 유란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이제는 드디어 총단장의 등장인가.

그들의 대부분은 전설처럼 들려오는 총단장의 소문에 반해 황실 기사단의 견습 기사를 지원한 것이었기에 그 무엇보다 기대가 컸다. 그냥 단장들도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총단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왠 15, 6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의 등장에 뭔가, 하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거기다 기묘하게도 사방신인 주작, 청룡, 현무, 백호 모두가 그려진 문양이 있는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단장들이 그녀를 보고 인사를 하는 것이 뭔가 수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그녀가 총단장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총단장 딸이거나, 뭐 그런 거겠지?

“반갑진 않은데, 우선 레이시안, 줄여서 대충 레안이라고 부르면 돼.”

물론 절대 반말하듯 그냥 레안이라고 부르진 않겠지?

싸늘한 의미를 담아 레안이 쓰윽 입꼬리를 올리며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레이시안, 이라는 이름에 기사들은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저게 총단장일 줄이야.

“이게 무슨. 저딴 꼬맹이가 총단장이라니.. 괜히 왔어.”

본인 나름대로 아주 작게 말한 것이었다. 실제 옆사람만 겨우 들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레안의 청력은 범인들과 달랐다. 한마디로 레안의 귀에는 정확히 들렸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를 들은 것은 레안 뿐만 아니라 다른 단장들도 마찬가지였기에, 다들 연민을 담아 그 기사를 바라보았다. 안그래도 예민한 레안인데. 무슨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쭉쭉 늘어나는 일에 참 까칠한 상태의 레안이건만.

“방금 지껄인 놈 앞으로 나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레안이 위협하듯 말했다. 순식간에 변화된 분위기에 기사들은 혹시나 자신들의 생각이 입밖으로 내뱉어진건가 하며 움찔했다. 그러나 정작 그 헛소리를 내뱉은 기사는 당당했다. 니까짓게 내 말을 들었겠냐, 였다.

그에 레안이 피식 웃으며 그 기사를 아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간 크게도 기사는 뻔뻔하게 레안을 마주 보며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때 참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견습 기사 중 은발의 기사 한명이 갑자기 그 기사에게 다가가더니 기사를 발로 찬 것이었다. 덕분에 그 기사는 의도치 않게 앞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기사를 내보낸 은발의 기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내가 일이 참 많아. 그러니까 너 한명 안 오면 매우 고맙다는 말이지. 네가 와서 짜증이 난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얼마나 짜증이 났으면 말이 저렇게 길어질까.

나름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 레안은 피식 웃으며 앞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검 뽑아.”

그래도 매너 있게 검은 사용할 수 있게 해줄게.

무시하듯 내뱉어진 말에 기사는 기어코 검을 뽑았고, 기사는 참. 훌륭했다. 아주 훌륭하게 제대로 얻어 터졌달까. 애초 기사는 검을 뽑고, 레안은 검을 뽑지 않았다고 상대가 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4명의 단장 모두가 덤벼도 검 없이 이길 수 있을 만한 실력의 레안이건만, 고작 신입 기사 따위야.

그러나 그 정도로 레안의 분은 절대 풀릴 수가 없었다. 기어코 고통을 호소하며 누워있는 기사를 강제로 일으키더니 다시 검을 쥐어줬다. 그리고 다시 레안은 쿨하게 기사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충 안마가 끝났다 싶은 레안은 슬쩍 기사를 주워 들었다. 그러나 미처 기사를 완전히 주워 들기 전, 은발의 기사 하나가 척척 레안에게 다가가더니 기사를 자기가 대신 들었다.

“제가 들겠습니다.”

이건 뭐지.

아까도 묘하다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정말 묘했다. 하지만 굳이 지가 들겠다는데 뺏어 들 의향은 없었으므로 순순히 은발의 기사에게 기사를 맡겼다. 그리고 은발의 기사는 레안의 지시에 미련 없이 줄로 기사의 몸을 칭칭 감아 묶었다.

“이왕이면 거꾸로 매다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던가.”

레안의 허락에 너 아주 잘 걸렸다는 듯 은발의 기사가 기사를 나무에 그것도 아주 높고 튼튼한 나무의 가지에 제대로 매달았다. 뿐만 아니라 레안의 지시가 미처 내려오기도 전, 알아서 어느새 준비되어 있는 마물, 뱀을 바구니에 담아 매달려 있는 기사의 밑에 놓아두었다. 그러면서 은발의 기사는 정말 대단하다는 듯 레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이 개념 없는 기사를 배려해 무려 독 없는 뱀을 설치하다니, 정말 성격이 좋으십니다,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어쨌든 그렇게 신입 기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한 놈을 처리한 후 레안은 정식으로 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시험 내용은 그냥 훈련을 얼마나 잘 따라오냐, 였다.

우선 시작은 만만하게 훈련장 뛰기였다. 물론 그냥 뛰면 심심하니, 머리와 어깨에 돌을 얹고서.

그에 기사들이 이걸 어떻게 하냐며 항의하려 했지만 시선을 돌린 그들의 눈에 아직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기사가 보였다. 결국 그들은 뛸 수 밖에 없었다.

“이걸 언제까지 하라는 거야! 지가 총단장이면 다야. 씨x, 이럴 바엔 안 하고 말지.”

어디 완전 초보나 할 법한 훈련을 시키는 건지. 기사 한명이 짜증스레 말했다. 그와 동시에 은발의 기사의 고개가 휙하니 기사를 향했다. 그리고 레안이 저 새끼, 하고 응징을 하기도 전, 기사에게 다가가 슬쩍 다리를 걸었다. 거기다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기사에게 실수인 척 어깨를 부딪혔다.

그 덕에 기사는 돌을 떨어뜨리며 그 돌 위에 정확히 넘어졌다. 기사가 손을 짚으려고도 했지만 그 손이 은발의 기사의 발에 차여 그대로 넘어져야 했다.

그런 은발의 기사의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묘하게도 레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말을 하려고만 치면 잘도 다가와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왜 황실 기사단의 기사가 되고 싶은 지 말해봐.”

이제부턴 인성도 같이 판단해야겠다며 면접을 마련하게 된 레안이 성의 없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10명으로 줄었다지만 그것도 레안에게는 많았다.

그리고 너무 뻔한 대답들에 레안은 매우 지루했다. 죄다 하는 말이 훌륭하신 단장님들 본받아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다는 등, 제이로 제국의 뛰어난 기사가 되고 싶다는 등. 참 재미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은발의 기사의 차례였다.

“저는 레안 님을 처음 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 운명은 제이로 제국의 황실 기사단의 기사가 되는 것이구나. 저의 꿈은 하나입니다. 마음이 넓으시고, 기사들을 배려할 줄 아시고, 자신보다 수하들을 생각하는 하해와도 같은 마음씨를 지니신 레안 님의 훌륭한 수하가 되어야겠다고. 그리고 이 험한 세계를 홀로 견디시는 레안 님의 훌륭한 버팀목이 되어야겠다고. 저는 레안 님이 있는 기사단의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 목표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래, 묘하다 했다. 이건 신개념 레안 빠돌이인 건가.

참 미묘한 말에 레안을 포함한 다른 단장들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듯 변했다.. 솔직히 말해 레안은 좋은 성격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마음이 넓지도 않고. 능력 있는 상관이고, 부하들 생각할 줄 아는 레안이긴 했지만 저 신입 기사가 말한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특히나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괴한 말을 하는 신입에 쟤 뭔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좋다는 듯 신입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보다 뭔가 익숙하기도 한 것이. 뭐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작가의말

 

 

무려 신입의 등장입니다!

신입이다, 신입!

그것도 레안 빠돌이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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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커플지옥 솔로천국.(1) +4 14.03.13 498 5 10쪽
23 22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2) +4 14.03.12 527 10 11쪽
22 21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1) +4 14.03.12 748 6 10쪽
21 20화 당신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6 14.03.11 637 7 10쪽
» 19화 신입은 위대했다. +4 14.03.11 675 14 9쪽
19 18화 인어공주 편. +6 14.03.10 880 6 8쪽
18 17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 +4 14.03.10 762 9 5쪽
17 16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3) +5 14.03.07 862 8 10쪽
16 15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2) +8 14.03.06 1,103 10 7쪽
15 14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1) +6 14.03.05 1,667 9 8쪽
14 13화 원래 세상이 그래. +6 14.03.04 2,022 26 10쪽
13 12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돌려차기 하기. +6 14.03.03 1,221 10 13쪽
12 11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3) +6 14.02.28 1,430 13 10쪽
11 10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2) +6 14.02.26 1,349 12 11쪽
10 9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1) +4 14.02.24 1,551 10 11쪽
9 8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3) +6 14.02.21 993 11 13쪽
8 7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2) +6 14.02.19 823 9 10쪽
7 6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1) +6 14.02.17 1,417 11 9쪽
6 5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4 14.02.13 1,281 11 15쪽
5 4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2) +4 14.02.10 1,319 14 9쪽
4 3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1) +6 14.02.06 1,854 14 12쪽
3 2화 하늘은 언제나 맑고 맑은데.. +6 14.02.03 2,908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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