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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448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2.19 16:00
조회
823
추천
9
글자
10쪽

7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2)

DUMMY

레안은 잠깐 고민했다. 이 문만 열고 들어가면 되는 일이긴 한데 영 달갑지가 않았다. 거기다 무도회니 귀족들만 잔뜩 있을 테고. 기사는 자신 하나 뿐일 테고.

낯가림이고 뭐고를 떠나, 애초 아버지한테도 까칠한 레안인지라 상관없는 얘기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도회는 참 싫었다. 유일하게 레안과 유라인이 통하는 한 가지가 그 무도회를 싫어한다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가기 싫어 고민하는 레안의 어깨 위로 누군가의 손이 얹어졌다. 그와 동시에 레안의 화려한 어깨에 올린 손목 꺾어 돌리기가 시전됐다.

“나야. 아프니까 손 좀.”

짜증나게. 얘니까 더 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레안이 뚱하니 손목을 놓았다.

“이래 뵈도 내 정혼자로, 예비 황후로 가는 건데, 에스코트 정도는 받아줘야지.”

아. 그렇네.

그동안이야 황실 기사단 총단장으로 가는 것이니 다른 이의 에스코트가 필요 없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레안이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안가?”

짜증스레 유라인이 건넨 손 위에 손을 얹은 레안이 재촉하듯 말했다. 그러나 정작 유라인은 레안의 말투보다는 이 상황이 신선하다는 듯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얄미워 레안이 슬쩍 유라인의 발목 쪽에 발을 가져다대며 넘어뜨리려 했지만 여전히 유라인은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황제 폐하의 등장을 알린 시종장의 외침과 함께 무도회를 가득 채운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황제와 황제의 옆에 있는 레안에게로 향했다. 난생 처음 황제가 직접 데려온 여자의 존재에 귀족들은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레안에게도 옷발이 있던 것인지, 그 여자가 레안이라는 것을 다들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그랬으니 그냥 놀라는 정도로 끝이 나지.

“왜 부끄러워?”

“미쳤냐?”

이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자니 기분 참 드러워 엎어버릴까 싶었던 레안은 말도 안되는 유라인의 헛소리에 뭐냐, 넌 하는 눈초리로 유라인을 바라보았다.

그런 레안의 눈초리를 가볍게 무시한 유라인은 당당한 모습으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오늘 내가 그대들을 모두 부른 것이 공표할 것이 있어서네. 소개하지, 이 여인은 나의 정혼자이자, 곧 황후가 될 레이시안이네.”

황후가 될 사람이라는 사실에 모두 드디어, 하는 기쁨과 또는 아쉬워하는 눈길을 보내다, 이어지는 이름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시안? 그, 황실 기사단 총단장이자, 성격 개더럽기로 유명한 레이시안? 설마 저게?

아니, 황제가 미쳤나?

모든 이들에게 대부분 공통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며, 황제와 레안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들 불만이 가득가득한 것이 당장이라도 반대일세 하며 들고 있는 잔을 던질 기세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정도의 무개념은 아니었다.

당당히 레안을 소개한 유라인은 이내 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내려오며 아주 친근하게 레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아주 행복해죽겠다는 듯, 사랑스럽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그들에게 몇몇의 귀족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라르엔 후르세 공작입니다. 이렇게 레안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지랄. 표정부터 관리 하지?

레안이 가소롭다는 듯 작게 조소를 지었다.

“그래서?”

역시나 어딜 가든 절대 변하지 않는 레안이었다. 당당한 레안의 반말에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계급 상 그녀가 공작보다 위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는 공작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기사들은 대체적으로 그에게 존대는 해주고 있었다. 거기다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것이 반말이라니.

대번 기분이 상한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저 인사를 드리려고 왔습니다만.”

그래도 차마 여기서 막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애써 존대를 유지하며 공작이 차분하게 답했다. 그러나 공작의 말에 레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덕에 둘 사이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하하. 미안하네. 우리 파랑새가 낯을 좀 가려서 말이네.”

아주 사랑스러운 연인을 보듯 레안을 바라보며 유라인이 변명하듯 말했다. 황제가 직접 감싸고 도니 뭐라 말할 수도 없고. 공작은 불편한 심기를 속으로 삼킬 뿐이었다.

애초 좋아서 온 거라기보다는 대충 네가 얼마나 잘났는지 보자, 라는 마인드로 온 거라 원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저 콧대 높은 모습을 보니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보다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기사 출신이시라, 황후로서 잘 적응해나갈지..”

겉으로는 나는 그냥 당신을 생각해서 걱정하는 거야, 라고 말하듯 호감 어린 말투로 걱정스레 말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결국. 기사 출신인 너 따위가 황후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너보단 능력 있어.”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력이든, 서류 처리 능력이든 레안은 공작보다 잘났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용족이었으니까. 하지만 레안의 능력에 대해 모르는 공작에게 있어 그 말은 싸우자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그녀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어도 직접적인 그 말은 결국 무시였다.

“크흠. 아무리 황후가 되실 분이라고는 하지만 말이 너무..심하시군요.”

그래도 확실히 공작은 공작인지, 쉽게 흥분하지는 않았다.

“그쪽이 걱정해야 할 건, 내가 황후로서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이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제국에 도움이 될까, 야. 황후로서의 자질을 판단한 건 네 몫이 아니라 황제의 몫이고.”

정확히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네 일이나 신경 써,를 나름대로 순화시킨 말이었다. 틀린 말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염려되어 드린 말씀입니다. 총단장이라고는 하지만 정치나 황족과 귀족들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니, 잘 아는 제가 도움이 되어 드리고자. 그 역시 제국의 귀족으로서 당연한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그래도 말은 뻔지르르 하게 잘 하네.

“미안한데 이래 뵈도 귀족 출신이라서. 쓸데없는 참견이야.”

친절히 답해준 레안이 우습다는 듯 피식 거렸다.

“그리고 내가 무도회가 처음이라 좀 불편해서 그러는데 이만 좀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나 좀 쉬게.”

맘 같아선 꺼져,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애써 문장 순화도 하면서 돌려 말한 레안이 전혀 정중하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대놓고 내린 축객령에 공작은 입술을 깨물며 다른 귀족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런데 귀족 출신이었어?”

“어머니가 귀족이었어. 꽤 잘 나가는.”

이제야 알게 된 과거 한 조각에 유라인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역시 공작을 가볍게 물리친 레안의 행동이고.

“대충 소개도 했고, 이젠 가도 되지?”

“말리면 안 갈거야? 난 레안이랑 더 있고 싶은데.”

정말 날 버리고 갈거야, 라며 초롱초롱 공격을 해대는 유라인의 행동에 한심하단 눈빛을 보내던 레안은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더불어 어찌나 찰지게 어깨에 올려진 손을 내팽겨치는지. 유라인이 상처 받았어, 하는 표정으로 레안을 바라보았다. 그에 레안은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라며, 미소를 지으며 작별인사를 하듯 유라인에게 다가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각도로 유라인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딱 얼핏 보면 사랑하는 연인의 포옹 정도로 보이게.


후우. 레안은 잠깐 짜증 조절을 위해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 상쾌한 기분으로 집무실 왔더니 보이는 게 저런 거라니. 어째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또 왜 왔는데?”

“사랑에 빠진 황제라서.”

뭔 말인지도 알겠고, 무슨 의도인지도 알겠는데. 역시 짜증난다. 레안은 그냥 말없이 유라인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거하게 때렸다.

“이거 황제 폭행죄로 감찰단한테 이르면 바로 감옥행일 것 같지 않아?”

“일러 보던가.”

알바냐며 당당한 레안의 모습에 유라인이 쳇, 하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그냥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 황성의 가장 중요한 세력인 황실 기사단이 레안의 말은 전적으로 따르고, 걔네 다 덤벼도 이기는 레안이니. 레안이 마음먹고 잡혀주지 않는다면야 반역을 해서 죽인다고 해도 불가능할 터였다.

“어쨌든 결과 보고 하자면, 레안 아니면 황후를 맞이하지 않겠다고 회의에서 공식으로 말했고, 그 덕에 귀족들은 기껏 가지고 온 상소문을 모두 버리게 되었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왔는지, 아주 들고 가기가 힘들 정도였다니까? 유라인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거기다 그 덕에 충격 받은 귀족들이 잠시 일을 안 하고 쉬고 있어 일거리도 줄어 아주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 결국 귀찮아진 것은 자신 혼자 인가.

새삼스러운 레안이 공격이 또다시 유라인의 머리카락에 향했다. 왠만한 곳은 다 때려봐서, 그나마 남은 곳이 머리카락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확히 머리카락을 돌돌 말 듯 움켜진 레안이 심술을 가득 담아 잡아 당겼다.

자신이 하겠다고 했으니, 무를 수도 없고 이런 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여야 했다.

“그보다 나의 사랑스러운 파랑새, 너무 과격하네.”

저 미친 파랑새!

입을 아주 비틀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레안이 살벌하게 유라인을 노려보았다. 그런 레안의 반응이 재밌는지 유라인은 씨익 웃고 있을 뿐이었다.

무도회에서도 저런 헛소리를 하더니.

“이 정도는 해야 정말 좋아해서 황후로 맞으려고 하는 구나, 하지.”

진짜 엎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드는 충동을 느끼며 레안은 그냥 쿨하게 귀를 막기로 했다.


작가의말

 

후훗, 레안 황후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과연 귀족들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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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1) +4 14.03.12 748 6 10쪽
21 20화 당신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6 14.03.11 637 7 10쪽
20 19화 신입은 위대했다. +4 14.03.11 676 14 9쪽
19 18화 인어공주 편. +6 14.03.10 881 6 8쪽
18 17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 +4 14.03.10 762 9 5쪽
17 16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3) +5 14.03.07 863 8 10쪽
16 15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2) +8 14.03.06 1,104 10 7쪽
15 14화 무릇 놀 줄 알아야 잘 사는 법!(1) +6 14.03.05 1,668 9 8쪽
14 13화 원래 세상이 그래. +6 14.03.04 2,023 26 10쪽
13 12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돌려차기 하기. +6 14.03.03 1,222 10 13쪽
12 11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3) +6 14.02.28 1,430 13 10쪽
11 10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2) +6 14.02.26 1,351 12 11쪽
10 9화 여기엔 없을 줄 알았지?(1) +4 14.02.24 1,551 10 11쪽
9 8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3) +6 14.02.21 993 11 13쪽
» 7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2) +6 14.02.19 824 9 10쪽
7 6화 그녀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1) +6 14.02.17 1,417 11 9쪽
6 5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4 14.02.13 1,282 11 15쪽
5 4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2) +4 14.02.10 1,319 14 9쪽
4 3화 트러블 메이커 소환술.(1) +6 14.02.06 1,856 14 12쪽
3 2화 하늘은 언제나 맑고 맑은데.. +6 14.02.03 2,909 29 10쪽
2 1화 그들이 돌아왔다. +6 14.01.30 2,718 16 11쪽
1 설정 및 세계관. +3 14.01.30 2,528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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