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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988 님의 서재입니다

제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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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즈988
작품등록일 :
2018.06.01 22:23
최근연재일 :
2018.07.03 11:3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303
추천수 :
29
글자수 :
170,468

작성
18.06.29 15:39
조회
85
추천
1
글자
10쪽

느린 밤 4

DUMMY

오팔이 초조한듯 앞에서 왔다갔다 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등잔불에 그의 그림자가 커졌다가 작아졌다. 제스퍼는 생각에 잠겼다. 커다랗고 값어치있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거. 여자가 기네비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라면 답은 뻔했다. 그림 속의 용이 포효하는듯 했다.


호루스는 암시와 마음조종술의 달인이다. 기네비어가 제 아무리 경계를 주의깊게 한들, 그는 어느 한순간 여자에게 빈틈을 내보였을 것이다. 링곤족의 수장으로 앉아있는 아브네얀은 그 욕심의 깊이가 남다른 사내였다. 용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면, 반푼이 손자 따위 변이마법의 희생양으로 삼아도 아무렇지 않을것이다. 오히려 큰 이득을 봤다고 좋아할지도 몰랐다.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큰일이야."


엘레멘탈이 안고있던 낡은 두루마리를 탁자 위에 와르르 내려놨다. 용에 관련되서 그가 모을 수 있는 정보들이란 정보는 죄 모은것 같았다.


"그럼 리자드는 왜 데려간거죠?"


오팔이 물었다. 용은- 제스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용은 파괴밖에 모르는 생물이야. 용을 조종하기 위해선 필시 리지가 필요했겠지. 과거에 애착이 있는 것들로 주의를 끄는 거야."


리지··· 제스퍼가 집으로 찾아갔을 때, 수탉 풍향계 저택의 문은 얼마쯤 열려있는 상태였다. 리자드는 어떤 소식을 듣고 급히 집에서 나간것같았다. 탁자 위에 제스퍼를 위한 쪽지를 써놓은걸 보면 그녀가 제 발로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라파옐 장터에서 그녀의 울것같은 얼굴이 떠올랐다. 최근 리자드의 고민은 기네비어 밖에 없었고, 호루스는 필시 그 문제로 리자드를 꾀어냈음이라. 호루스는 용에 대해 잘 알고있는것 같았다. 변이 마법으로 용이 된 사람을 다스리는 법은 더더욱. 하지만 기네비어가 완벽하게 용으로 탈피한다면 리자드 또한 무사하진 못할것이다. 호루스는 아마 그렇게 되기 전에 링곤들에게 기네비어를 넘길 생각인것 같았다. 멍청하게 여자가 아무런 의심 없이 기네비어 옆에 붙어있었을 때부터 알아차려야 했는데!


그 때, 이성을 잃은 기네비어에게서 제스퍼와 엘레멘탈이 살아남을 수 있던건 기네비어가 용의 모습과 완벽히 동화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오팔은 이 모든 상황들이 정신없는 눈치였다. 병석에서 일어나기 무섭게 납치니, 용이니, 한꺼번에 문제가 터졌고 그는 호루스가 그 모든 일의 주모자일지도 모른다는데 큰 타격을 받았다. 손가락이 거의 돌아왔다곤 하지만 오팔은 아직 환자였다.


"기네비어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해."


용은 길들일수도 없고 방치해서도 안되는 생물이다. 더군다나 정신이 불안정한 기네비어가 그대로 용으로 변이한다면, 다음 일어날 상황은 말그대로 끔찍한 것이었다.


"일단 아도라에게 전언을 보내야겠지. 그녀도 링곤이니까 말야."


엘레멘탈이 탁자 한편에 놓여있던 모형 파랑새를 양 손으로 감쌌다. 손 틈으로 마기를 불어넣자 파랑새가 살아나 종종거리며 그의 손 위를 오갔다. 엘레멘탈은 창문을 열어 새를 날려보냈다. 이르건 늦건 앞으로 몇시간 안에 아도라는 아들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될 터였다. 엘레멘탈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계기사는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제 원군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스승님."


제스퍼가 나서자 엘레멘탈이 단호히 손을 들었다.


"당장 기네비어의 집으로 처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들킬거야. 제스퍼 네 말이 맞다면 기네비어는 지금 거의 용으로 변한 상태야. 기네비어의 집과 그 주변으론 왜곡마법이 걸려있어. 결계의 주인이 용이 된 지금, 결계는 한층 교묘해지고 복잡해졌을거다. 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아도라와 합세하는 수밖에 없다."


"저라면 리지를 구할 수 있어요."


"그래 제스퍼, 너라면 리자드만 빼올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 용이 날뛸거야. 그렇게되면 겉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돼. 기네비어의 옆엔 사술가가 붙어있지. 아마 그 여자가 이제껏 기네비어의 변이 속도를 조종했을거야. 리자드를 데려간건, 이제 더 이상 사술가의 속삭임이 기네비어에게 통하지 않아서일거다. 아직까지 아무 일 없는걸 보면 리자드는 무사하단 얘기야. 섵불리 행동하지 말아라."


제스퍼는 뼛속까지 얼어붙는것같은 느낌이었다. 이성이 들며 그는 평정을 되찾았다. 스승의 말이 전부 옳다. 리자드는 일종의 둑이다. 그녀가 없다면 홍수와 같은 거대한 힘이 모든걸 휩쓸어버릴 것이었다.


게다가 장담은 했지만 기네비어의 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제스퍼 자신 또한 의문이었다. 기네비어의 성을 둘러싸고있는 거대한 숲엔 방향감각을 헷갈리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제스퍼는 한번 통로를 여닫은 곳은 오갈 수 있지만 기네비어의 공간만은 경우가 달랐다. 통로를 여는 이의 방향감각이 상실되는 곳에선 통로 또한 어디로 열릴 지 몰랐기 때문이다. 까딱했다간 처음 보는 장소로 튕겨나갈 수도 있다. 시간이 많은 때야 상관없었지만 리자드가 잡혀있는 지금 조금의 경솔함도 치명적이었다.


무력하다는게 이렇게 답답한 것인줄은 몰랐다. 다른 방법은 없는걸까? 하다못해 리자드가 무사히 있다는것만이라도 확인했으면···.


그 때 삐삐거리는 소릴 내며 자그마한 두드림이 사무소에 울려퍼졌다. 창 밖에 작은 지빠귀가 앉아있었다. 파랑새에게 실어보낸 전언의 답이 벌써 도착한걸까? 새가 날아간지 아직 십여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는건 다른 누군가가 엘레멘탈에게 또다른 전언을 보냈다는 것이다.


문을 열기 무섭게 새가 입을 벌렸다.


"엘레멘탈 도와줘. 내 아들에 관한 일이야. 큰 일이 벌어지고 있어···."


절박한 아도라의 목소리가 새나왔다.


*


아도라 시어도어. 마학모의 전 수장이고 링곤족의 공주인 그녀는 한때 마법계에 화제를 몰고다니던 여자였다. 우아한 은발과 아름다운 외모, 능력까지 겸비한 그녀는 뭇 마법사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빛 뒤에는 짙은 그늘이 자리했다.


아도라의 집에 도착했을 때, 회의는 이미 진행되는 중이었다. 거대한 그루터기를 깎아 만든 원탁 위로 마법사들이 둥글게 모여있었다. 뿔잔의 아르고, 거대한 그럼벨, 빈센트와 균등한 마법사 이사벨라까지, 아도라가 마학모의 수장일 시적 다들 한가닥 하던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도라의 옆에서 수발을 들었던 인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엘레멘탈의 등장에 아도라가 단번에 뛰어나왔다.


"와줘서 고마워 엘레멘탈."


반짝이는 은발은 늘 단정하게 틀어올리고 항상 자신만만했던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지치고 파리한 얼굴이었다. 제스퍼는 그녀가 달갑지 않았다. 한때 엘레멘탈은 그녀를 연모했었다. 아도라는 뻔히 알면서도 모른척 무시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엘레멘탈이 마학회에서 나가며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오랜 과거의 일이다. 엘레멘탈은 자리의 모든 마법사들과 인사했다. 다들 나이가 들고 작아졌지만 지혜와 품위는 한층 더 견고해졌다. 엘레멘탈이 보냈던 파랑새는 횃대 위에 앉아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내 조부 짓이야. 그 미친 늙은이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내 아들을 죽이려 하고있어. 항상 그랬어."


아도라가 격분해 말했다. 아브네얀의 명성은 한 때 마학모에서도 자자했다. 그는 아도라를 통해 마학회에 제 입지를 넓혔으며 아도라는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아브네얀이 혼혈아인 기네비어를 눈감아 주기로 한 대가였다. 물론 아브네얀의 도가 넘는 간섭은 수장이 바뀌기 무섭게 끊겨버렸다. 기네비어는 제 지위에 누가 간섭 하는것을 용납치 않았다.


한숨을 내쉬며 아도라가 쪼글쪼글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평생을 늙지 않을것 같던 링곤인이었지만, 그녀도 나이를 먹긴 먹는 모양이었다.


"혹시나 조부의 축복을 바랐던 내가 잘못이었어. 그 애를 링곤에 가게 해선 안됐는데. 기네비어는 나 때문에 링곤에 간거야. 조부는 그 애를 혈족으로 받아들이는 척 했던거고. 거기서 모든게 시작된거야. 결국 이 모든게 그 애를-"


아도라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용으로 만들기 위해서였어."


"네가 보낸 전언은 들었어 엘레멘탈. 그래서 마학모의 현 수장은 지금 어떤 상태야?"


묵묵히 얘기를 듣고있던 아르고가 엘레멘탈에게 물었다.


"그게···."


눈치를 보던 오팔이 나섰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사술가의 세뇌와 현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을 때, 아도라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아브네얀이 그 애를 데려가기 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해. 할 수 있을까?"


"아직 완전하진 않더라도 상대는 용이야. 최악의 상황도 염두해놔야 해."


갈색 머리의 이자벨라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우리끼리만으론 안 돼. 일단 상황을 인정하고 다른 곳에 알리는 수밖에 없어."


마법사들의 회의가 시작됐다. 아도라는 기네비어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마침내 결정이 내려지자 새벽하늘 위로 다섯마리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동이 틀 무렵 새들이 하나 둘 씩 아도라의 집으로 날아들었다. 새들의 발엔 마학회를 비롯 각지 마법 단체들의 문장이 걸려있었다.


제스퍼는 밖으로 나왔다. 오팔이 자연스레 그를 따라 나섰다.


"뭐하게?"


"찾을 사람이 있어."


상대는 용이다. 마법사들은 신중히 움직이려 할 것이다. 제스퍼는 가만히 앉아 시간만 허비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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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야 18.06.19 102 1 17쪽
12 일렁임 18.06.18 67 1 13쪽
11 불쾌한 만남 18.06.17 103 1 15쪽
10 정체성 18.06.16 80 1 14쪽
9 역류 18.06.16 210 1 13쪽
8 움틈 18.06.13 93 1 16쪽
7 교수의 제안 18.06.12 119 1 11쪽
6 움직임 18.06.09 130 2 17쪽
5 어떤 사실 18.06.08 95 2 17쪽
4 첫걸음 18.06.06 90 2 22쪽
3 진의 18.06.03 114 2 19쪽
2 만남 18.06.02 84 2 9쪽
1 방문 18.06.01 16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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