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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988 님의 서재입니다

제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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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즈988
작품등록일 :
2018.06.01 22:23
최근연재일 :
2018.07.03 11:3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300
추천수 :
29
글자수 :
170,468

작성
18.06.19 23:33
조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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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7쪽

전야

DUMMY

몬드 1거리 20번지, 광대한 야외 정원을 소유한 개인 저택에 도착했을 때, 이미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잊혀진 방계의 귀족이라지만 드레노어 가문의 축하식은 그 규모가 타 가문과는 수준부터가 달랐다. 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흰 옷을 입은 고용인들이며 요리사들이 분주히 오갔고, 한쪽에서는 실외 악단이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틈바구니에서도 사람들은 아는 얼굴을 찾으며 쉴새없이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와."


리자드가 제스퍼에게 붙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의 그녀는 고모가 물려준 크림색 드레스를 입고 그와 한 세트인 반장갑을 끼고있었다. 반짝이는 천이 덧대진 양산이라던지, 작은 사슬줄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이라던지는 죄 놓고오고 붙잡을 거라곤 제스퍼의 팔 밖에 없는 지금 리자드는 심히 불안해보였다.


제스퍼는 남색의 수수한 정복을 입었다. 다년간 이런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본 바, 들러리는 들러리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게 그의 지론이었다. 더군다나 보는 눈이 많은 이런 자리에선 조금이라도 튀는 행색은 금물이었다. 지금도 그를 보고 쑥덕이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제스퍼는 차분하고 익숙하게 그런 시선들을 무시로 일관했다.


트래비스 부부는 주황색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아치 아래 손님들을 응대하는 중이었다. 너무 입어 후줄근해진 셔츠와 바지 차림만 내내 보다가 좋은 옷을 입은 그를 보니 위화감이 들 지경이다.


교편의 모습과 드레노어 가의 장남의 위치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그는 유연하고도 능숙하게 손님들을 응대했다. 그의 옆에 있는 부인은 온화한 햇살 아래 핀 장미같은 사람이었다. 상대적으로 가무잡잡하고 덩치가 큰 교수에 비해 부인은 여리여리하고 희었다. 반바지에 자켓 차림을 한 소년이 부부의 아래 의젓하게 서있었다. 본인을 위해 열린 행사이니만큼, 다리가 아파도 시끄러워도 내색치 않는게 대단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아서경 아닌가? 못찾겠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어."


리자드가 수줍게 인사하자 트래비스가 과장스레 눈을 떴다. 제스퍼 또한 한명의 초대객으로서 부부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부부에게 축사를 전하기 위해 줄선 사람들이 많은지라 리자드는 최대한 간소하게 인사를 끝냈다. 리자드가 소년과 눈을 맞췄다.


"아홉살이 된거 축하해요. 작은 드레노어 경."


"작은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진 않지만, 감사합니다. 부디 즐겁게 즐기다 가시길."


소년이 깍듯하게 대답했다. 북적이는 대기줄에서 빠져나와 행사장으로 향하는 동안 제스퍼와 리자드는 소년이 누굴 더 닮았는지에 대해 작은 논쟁을 펼쳤다.


정원에 차려진 손님들의 공간엔 축사를 끝내고 온 이들끼리 떠들썩한 장이 형성돼 있었다. 다들 한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인지라 서로 소개해주고 소개받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제스퍼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는데, 아마 마학모의 예전 인사인듯 싶었다.


절임 과일과 커스터드 크림이 든 타르트를 집어먹으며 리자드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교수님의 명성이 대단하긴 한가 보네요. 다들 하나같이 엄청 유명한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이 웅성이는 쪽에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흑발은 깔끔히 빗어넘겼고 시종 미소를 짓고있는 폼새가 무척 여유로워보였다.


"저 사람은 셋째 왕자를 빼닮았는데 아니겠죠?"


아마 맞을거다. 리자드는 금세 음식으로 관심을 돌렸고 제스퍼는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레몬 껍질을 올린 송어 스테이크과 겨자씨를 바른 소고기, 꿀에 재운 견과류 치즈 샌드위치와 술로만든 젤리, 각종 와인과 샴페인 등, 준비된 음식들만 해도 가짓수가 무척 많았다. 축제에 온 것마냥 두 사람은 인파를 따라 여기저기 흘러다녔다. 종종 리자드가 뭐라 말하면 제스퍼가 무어라 맞장구쳤다.


나긋나긋한 햇살 아래 리자드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제스퍼도 어쩐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본래 제스퍼는 이런 자리를 싫어했다. 시끄러운 곳을 안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이 불쾌하고 안좋은 기억들만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자드와 있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외려 팔을 통해 전해지는 작은 압박이 기분이 좋을 정도였다.


"이제 돌아갈까요?"


오후가 되자 리자드가 더워 발그레해진 얼굴로 물었다. 아직 몇몇 행사가 남아있었지만 외부인은 슬슬 빠질 때다. 두 사람은 어렵사리 인파를 헤치며 출구 쪽으로 향했다. 손님들의 발길도 거의 끊겼고, 간간히 마차만이 한대씩 저택 앞에 멈춰설 따름이었다.


"그래도 아드님은 부인을 더 닮았어요."


리자드가 키득대며 제스퍼에게 말했다. 교수와 판박이라는게 제스퍼의 주장이었지만, 제스퍼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순조롭게 넘어가지만은 않았다. 분수대 아래, 두 사람은 익히 아는 얼굴과 맞닥트렸다. 기네비어가 웬 여인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왕자도 오는데 그가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더욱이 수많은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 자신의 위신을 위해서라도 기네비어는 싫더라도 참석할 수밖에 없으리라. 기네비어가 리자드를 발견했다. 일순 주변의 온도가 몇도 낮아진것 같았다. 제스퍼는 얼른 리자드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기네비어가 양해를 구하고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왔다. 서서히 거리가 가까워지고, 흘러다니는 인파 속 세 사람이 있는 공간만 시간이 멎은듯 했다.


뒤늦게 따라온 여인이 기네비어의 옆에 나란히 섰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여자는 단정한 정복 차림새였지만 목에 매단 사슬 모양의 목걸이는 여자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려줬다. 사슬에 걸린 뿔고동과 육각별의 모양은 이교도의 힘을 뜻한다. 그녀는 아까부터 골똘히 제스퍼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기네비어가 서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다만."


그의 눈이 제스퍼를 위아래로 훑었다. 제스퍼는 그의 시선을 지지않고 마주했다.


"저희는 이제 막 가는 참이에요. 스승님은요?"


"보다시피 방금 막 도착한 참이야."


"네드는, 네드도 같이 왔나요?"


기네비어의 눈썹이 꿈틀했다. 기껏 찾는다는게 네드라니, 그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다. 못마땅한듯 지팡이가 땅을 긁었다.


"오지않은걸 보니 초청장을 못 받았는지도 모르겠군. 아니면 그냥 오지 않았던가. 실없는 소리 하려거들랑 난 이만 가보마. 오늘 일정이 바쁘거든."


아카데미에서 만났던 것과는 달리, 기네비어는 오늘 기분이 저조해보였다. 흰 얼굴은 오늘따라 창백했고 두통이라도 이는 것인지 눈은 날카로웠다. 내마법의 부작용에라도 걸린 것인가? 그는 성큼성큼 여자와 함께 리자드를 스쳐 지나갔다. 제스퍼의 팔을 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 스승님께 할 말이 있어요. 죄송하지만 마학모는 네드와 가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스승님을 생각하는건 그래도 네드밖에 없을테니까요."


오. 여자가 놀란 얼굴로 기네비어와 리자드를 번갈아 쳐다봤다. 일순이지만 기네비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음대로 해."


그는 고개를 까딱이고선 그대로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여자는 이 상황이 못내 재미있는지 흥미진진한 얼굴이었다. 가려다 말고 여자가 제스퍼에게 고갤 돌렸다.


"그런데 우리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아요? 무척 낯이 익은데."


"아뇨. 본 적 없습니다만."


"그래요? 난 아닌것 같은데. 그럼 내 착각일까요?"


실없는 얘기를 나눌 만큼 속이 좋진 않았다. 제스퍼의 속내를 읽었는지 여자가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이내 기네비어를 따라 인파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이다. 기네비어가 사라지기 무섭게 긴장이 풀린 리자드가 몸을 휘청했다. 제스퍼는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리자드가 힘겹게 웃었다.


"난 괜찮아요."


어쩐지 감이 좋지 않았다. 기네비어도 그렇고, 그를 따라다니는 사술가도 그렇고 뭔가 걸리는게 있는것 같은 느낌이다. 리자드또한 스승이 사라진 자리에서 눈을떼지 못했다.


*


마학모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은 이틀, 공교롭게도 그 이틀은 휴일이라 제스퍼는 꼼짝없이 사무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문제는 리자드였다.


기네비어와 마주치고서 리자드의 표정이 별로 안 좋았다. 그녀가 생각이 많아보이는 통에, 제스퍼는 제대로 된 인사같은것도 건넬 수도 없었다. 리자드와 기네비어의 관계는 옛 사제지간이다.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신경이 쓰이는건 왤까.


사무소로 돌아왔을 땐 뭔가 좀 이상했다. 불이란 불은 죄다 꺼져있었고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제스퍼는 그제사 상념에서 깨어났다.


"스승님?"


엘레멘탈이 어딘가 나가는 일은 무척 드물다. 원래도 폐쇄적인 편이긴 했지만 기계기사에 탄 이후 스승의 특성은 더욱 두드러졌다. 으으··· 어디선가 앓는 신음이 들려왔다. 소리는 스승의 방에서 나는 것이었다. 문을 열자 넓은 방 한가운데 엘레멘탈의 기계기사가 쓰러져있었다. 뭔가 일이 생긴것이리라. 제스퍼가 스승의 상태를 살피러 움직이는 순간 방 안의 불이 일제히 켜졌다.


머리 위로 날카로운 소릴 내며 작은 철갑옷이 제스퍼에게 뛰어들었다. 그렇게 징징대더니 또다른 기계기사를 결국 완성한 모양이었다. 기계기사2와 뒤엉켜 넘어지기 무섭게 제스퍼는 얼른 등 뒤로 통로를 열어 공간을 도약했다.


순식간에 기계기사2의 등 뒤로 빠져나온 제스퍼는 근처의 횃대를 들어 기계기사의 약점인 허리부근을 세게 후려쳤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기계기사2가 분리돼 바닥을 나뒹굴었다. 기다렸다는 듯 탄식이 터져나왔다.


"너무하네 진짜. 애써 만든걸 부수니까 재밌냐?"


오팔이 투덜거렸다. 제스퍼는 대수롭지 않게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났다. 이게 두 사람의 장난이란건 진작 예측하고 있던 바다. 오팔과 엘레멘탈은 예전에도 종종 이런 장난을 쳤었고, 제스퍼는 넘어가지 않았다. 기계기사2의 핵심에 손을 뻗어 얌전히 가동중지 시킬 수도 있던걸 굳이 부숴버린덴 제스퍼가 장단에 놀아줄 만큼 기분이 좋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다시 맞추면 되지않나? 그렇지않나요 스승님?"


"이미 맞춰놨어."


엘레멘탈의 손 아래 고개를 흔들며 부활한 기계기사2가 제스퍼를 매섭게 노려봤다. 어차피 투구 안엔 시커먼 어둠 뿐이라 별 위협은 되지 않았다. 제스퍼는 심드렁해져 방에서 나갔다. 그가 웃옷을 벗어 정리하는 동안 오팔과 엘레멘탈이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삐졌어?"


그의 형제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제스퍼는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에이 화 풀어. 저녁이나 먹자. 너 기다리느라 우리 둘다 배고파 죽는줄 알았다고."


그나마 오팔과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 입맛이 비슷하다는 거였다. 식탁에 제스퍼가 차린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요리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사과주에 재운 오리고기, 롤빵, 베이컨과 버섯요리등이 그것이었다. 의자를 빼며 오팔이 과장스레 말했다.


"돌아온 김에 간만에 솜씨좀 부려봤어."


어느새 앞치마를 두른 기계기사2가 분주히 식기와 필요한 접시들을 날랐다. 제스퍼와 눈이 마주치자 투구 너머로 작게 으르렁거리는 소릴냈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스승님한텐 보조가 필요해. 이제 너나 나나 집에 붙어있는 시간보단 나가있는 시간이 더 많잖아?"


오팔이 먹기 좋게 오리고기를 썰며 대답했다.


"하지만 저건-"


"뭐 괜찮다. 새 몸이야 나중에 다시 만들면 되니까 말야."


엘레멘탈이 답하자 오팔이 거 보란듯 입을 삐죽였다. 제스퍼는 한마디 하려다 참았다.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솔직히 무얼 만들든 상관은없었다. 문제는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뒤치닥거리는 항상 제스퍼가 다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흉폭한것 같아도 말은 잘 듣는다고."


오팔이 기계기사2를 건들자 기계기사가 공격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손에 쥔 냅킨이며 잔은 내려놓지 않았다. 그 꼴을 보자 제스퍼는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여기서 발끈하면 오팔에게 휘둘리게된다. 말다툼을 이어갈 만큼 오늘 제스퍼는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식후 제스퍼는 곧장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의 원수같은 형제는 단 한시라도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제스퍼가 방에 들어온지 얼마 안 돼, 창문에 똑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인내심이 다하도록 두드림이 멎지 않자 제스퍼는 벌컥 창문을 열었다. 처마 위에 아슬아슬 걸친 오팔이 쭉 고갤 내밀고 있었다. 어릴때도 그랬다. 제스퍼가 조용한 곳을 찾아 숨으면 여지없이 오팔이 그를 찾아내 못살게 굴었다.


"얘기 좀 하자고."


여기서 문을 닫고 들어가면 더 귀찮아지게 된다. 제스퍼는 별수없이 밖으로 나섰다. 훌쩍 처마를 딛고 지붕 위로 올라섰다.


엘레멘탈의 사무소는 미로 골목에서도 꼭대기에 위치한덕에 조망권이 좋은 편이었다. 금방이라도 별들이 쏟아질것 같은 밤하늘 아래, 도시의 정경은 한눈에 펼쳐졌다. 집집마다 주홍빛의 가물거리는 불빛들이 땅에 내려앉은 별들같았다. 오팔이 비교적 평평한 자리를 손으로 두드렸다. 와 앉으라는 뜻이다.


"뭔데?"


"쌀쌀맞기는. 넌 오랜만에 돌아온 형한테 궁금한 것도 없어?"


"전대륙을 다 돌아볼 것처럼 굴더니 왜 벌써 돌아온건데? 팔은 어떻게 된거고? 설마 팔 때문에 문제가 생겨 일찍 돌아왔다는 얘긴 안하겠지."


안경 너머 오팔이 앗하고 들켰단 표정을 지었다. 형의 이런 점이 싫은거다. 인정하긴 싫지만, 오팔이 제스퍼보다 몇분 일찍 태어났다고 들었다. 제스퍼는 그거나 그거나라고 생각했지만 오팔에겐 무척 중요한 사실이었다.


"앉아, 앉아. 팔은 보다시피 멀쩡해. 사정을 말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작은 문제니 신경쓸 필욘 없고."


"이상한 문제에 휘말렸다면 이번엔 안 도와줘."


"넌 대체 나를 뭘로 보는거야? 걱정마. 이래뵈도 다 끝나가는 중이니까. 그건 그렇고, 네 얘기나 좀 들어보자. 마학모에 나가기로 했다며? 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


"의뢰인의 부탁이야."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팔이 흠 소리를 내며 한 손으로 슬슬 턱을 쓸었다.


"공교롭게도 만난 사람이 마법사라 이거지? 어떤 위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뿐인 동행석을 양도하고 그 제스퍼가 마학모에 갈 마음이 들게 했다는건··· 너야말로 무슨 문제에 휘말린건 아니고?"


엘레멘탈같은 대마법사나 마학모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고위급이 아닌 이상, 마학모의 초대받은 마법사의 동행은 한명이 최대였다. 동행의 자리는 보조, 혹은 마법사에게 명성을 쌓는걸 도와준 은인의 자리로 그런 자리를 만난지 얼마 안된 제스퍼에게 양도하다니, 오팔이 의심하는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오팔은 제스퍼의 힘을 알고있는 몇 안되는 이들 중 하나다. 아주 오래전, 제스퍼의 힘이 들켜 문제가 인 적이 있었다. 엘레멘탈이 기억 소거 마법을 써 얼렁뚱땅 넘길 수 있었지만, 그 때 제스퍼는 크게 다쳤었고 오팔 또한 상처를 입었었다. 힘을 들킨건 아니지? 빙빙돌려 말했지만 결국 오팔이 걱정하는건 그거였다. 제스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아냐. 차라리 그런거라면 좋겠네."


오팔이 이상하단 표정으로 유심히 동생의 얼굴을 살폈다. 제스퍼가 짜증스레 손을 휘두르자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문제는 없다고 제 나름대로 확신한 모양이었다.


"나도 이번 마학모에 나가."


뜻밖의 소식에 제스퍼는 내색치 않지만 조금 놀랐다. 마학모에 초대받는건 한해 명성을 떨친 마법사들이나 공적을 쌓은 이들로 오팔이 그 자리에 꼈다는건 이제 그 또한 어엿한 외마법사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조금 느낌이 이상했다.


"잘됐네."


"마주쳐도 놀라기 없기다."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제스퍼는 다짐했다. 리자드를 보면 오팔은 놀랄게 분명했고 제스퍼를 골려주려 할 것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건 그야말로 사양이다.


"어쨌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말해. 도와줄테니까."


"너도."


제스퍼의 문제는 오팔이 도와줄 수 없을것 같았지만, 제스퍼는 그냥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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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느린 밤 1 18.06.24 123 1 23쪽
15 느린 밤 18.06.23 82 1 19쪽
14 마학모 18.06.20 96 1 25쪽
» 전야 18.06.19 10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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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역류 18.06.16 210 1 13쪽
8 움틈 18.06.13 93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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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의 18.06.03 114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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