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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988 님의 서재입니다

제스퍼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로즈988
작품등록일 :
2018.06.01 22:23
최근연재일 :
2018.07.03 11:3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298
추천수 :
29
글자수 :
170,468

작성
18.06.12 20:48
조회
118
추천
1
글자
11쪽

교수의 제안

DUMMY

"저기 제스퍼 너무 가깝지 않아요?"


"원래 연인이라함은 이 정도 거리가 기본 아닌가요?"


"그···래요?"


리자드는 신뢰 없는 얼굴이었다. 제스퍼는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전차안에서 오늘 두 사람의 거리는 평소보다 가까웠다.


"마음을 고쳐먹은 이상 본격적인 행동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네비어라면 끈질긴 작자니까요."


리자드가 알쏭해 있는 사이 제스퍼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리자드 아서 오펜하이머. 통칭 리지. 26세의 내마법사이고 오펜하이머 가의 마지막 일원은 그녀는 현 마학모의 수장 기네비어 링어에게 지독한 미움을 사고있는 중이었다. 원인은 기네비어의 계획방해. 하지만 자세한 것은 따로 있을듯 싶었다. 제스퍼는 일개 돈벌이로 봤던 이 일을 진심으로 승화시켜 기네비어에게 엿을 먹일 작정이었다.


"그- 스승님은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육체를 잃으셨습니다. 다행히 혼은 소멸 안된 탓에 기계기사에 의지해서 지내고있는 실정이죠."


사실 엘레멘탈은 기계기사를 탔을 뿐 그 나름대로 잘 지내고있는 상태였다. 힐끗 보니 리자드의 얼굴이 새파랬다.


"내 입으로 말하기에도 지겹지만, 기네비어는 원래 지독히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설마하니 그런 짓까지 했을 줄이야."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신경쓸건 없습니다. 다만 그런 일이있었다는 것 뿐이니까요. 어쨌든 나는 같은 피해자로서 리지 당신이 기네비어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알아요.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한거니까요. 제스퍼 말마따나 피해서 해결될 일은 없어요."


제스퍼는 답대신 짧게 고갤 끄덕였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건 제스퍼의 입장에선 잘된 일이었다. 기네비어의 신경을 긁으려면 리자드가 수월하게 움직여줄 필요가 있었다.


어느새 전차가 아카데미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나름의 각오화 함께 아카데미로 발길을 옮겼다. 제스퍼의 충고를 곱씹어봤는지 일전 만드라고라를 잡을 때와는 달리 오늘 리자드는 퍽 얌전한 차림새였다. 머리에 꽂은 공작 깃털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만하면 양호한 편이다. 제스퍼 또한 신경을 썼기에 두 사람이 부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들이 몰렸다.


트래비스 교수는 제 1강의실에서 수업중이었다. 제 2의 트래비스를 꿈꾸는 마학도들의 눈이 천장의 별처럼 반짝였다. 그들을 보는 리자드의 표정 또한 밝았다. 아마 한때의 리자드 또한 저랬으리라.


오늘의 오닉스 천장은 약간 푸른 빛을 띄고있었고 중앙엔 구름같은 은하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교수가 강연을 끝마치길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은 가만히 천장의 변화를 관찰했다.


"예쁘죠? 저 천장을 만드는데 유명한 마법사인 오즐과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조제프가 투입됐대요. 당연히 결과물은 좋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 이 천장은 교내의 명물이나 다름없어요. 외부에서 건물을 보려고 오기도 하니까요."


재잘거리는 리자드의 말투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뒤늦게 이상한 점을 깨달은 그녀가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뭐 한때는 나도 여기서 배움을 받았으니까요. 음··· 제스퍼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요."


"물어볼 거라는건?"


"아녜요. 아, 저기 교수님 나오시네!"


아무래도 오늘 리자드는 뭔가 좀 이상했다. 리자드가 호들갑을 떨며 손으로 반대편을 가르켰다.


"아서! 왔군?"


수업이 끝난 트래비스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거구에 걸맞게 그는 목소리 성량도 큰 편이었다. 교수실로 이동하며 리자드는 제가 여기 온 목적을 조목모족 얘기했다. 아직 아카데미에 미련이 있다는 것, 그래서 도움이 될 길이 있다면 기쁘겠다는 것, 등이 주된 얘기였다. 그냥 좋은 직장에 대한 미련이려니 생각했던 제스퍼는 리자드의 의외의 면에 조금 놀랐다.


"그래요 그럼, 그래서 내가 오라고 한거잖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경청하던 트래비스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한 것이었다.


내심 빈말이 아닌지 걱정했던 리자드의 얼굴에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트래비스의 개인 연구실은 타 공간에 비해 정말 그 규모가 남달랐다. 볕이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에 처음보는 장치들이 가득했다. 마기의 흐름을 표현한 천구부터 술식을 유지시켜주는 장치까지. 신식이고 좋은 것들은 다 그 쪽으로 빠진것 같았다. 다른 교수가 보면 통탄할 노릇이다. 어쩌면 이미 그랬을지도. 와 리자드가 탄성을 터뜨렸다.


"여긴 처음 왔을 때보다 더 좋아졌네요."


"장비 증원을 요청했지. 나도 좀 놀랐어. 한번 찔러본건데 왕가에서 그리 쉽게 들어줄 줄은 몰랐거든. 그런데 연인은 굳이 데려올 필요가 있나?"


"아, 제스퍼는 연인이기도 하지만-"


동의를 구하듯 리자드가 힐긋 제스퍼를 쳐다봤다. 그녀의 행동엔 아직 작위적인 부분이 남아있었다. 대체 어느 연인이 저렇게 뻣뻣하게 행동하겠는가. 아무래도 따로 교육이 필요할것 같았다.


"제 보조이기도 해요. 급여는 저한테서 따로 나가는거니까 교수님이 제스퍼까지 신경쓰실 필요는 없어요."


"아하 보조라. 그렇게해서 만난거둔? 아무리 생각해도 난 경이 남자를 만나는 그림은 안그려져서 말야. 그거라면 설명이 되지."


납득하는 트래비스의 모습에 리자드는 어쩐지 민망한 얼굴이 됐다. 일전에도 그렇고 짐작하긴 했지만 리자드는 이성에 관한 경험이 별로 없는듯 했다. 하긴, 기네비어의 제자로 있었을 정도면 누굴 만날 시간 자체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제명당하고 나선 밖으로 나가는걸 기피했을터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이라 하심은?"


"음."


방금전까지 가벼웠던 분위기가 조금 진지해였다.


"내가 하는 일이 뭔지 경이라면 잘 알거야."


트래비스는 내 마법계의 차원연구가이다. 여러 논문으로 상을 받았고 학회에서도 그의 이론 중심으로 사고가 돌아가는 중이었다. 트래비스에 대해서라면 제스퍼는 조금 알아놨었다. 제스퍼는 그가 왕가의 피가 섞인 방계의 귀족이란것 또한 알고있었다.


"통계를 조사한 결과, 한해 넘어오는 이주 생물들의 마기 크기를 합산하면 특정 수가 나와. 몇 퍼센트의 오차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정한 값을 띄고있지. 즉 심계가 매년 배출해야하는 마기 크기가 정해져 있다는 얘기야. 한해 이주생물로 인해 일어나는 피해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야. 만약 심계가 배출해야하는 마기를 이쪽에서 한번에, 미리 배출 시킬 수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 생길지 모를 통로의 생성을 막을 수 있겠죠. 그럴듯한 이론이에요. 하지만 배출량에 맞추려면 이주 생물을 끊임없이 빼거나 1급 생물을 소환해야할텐데요.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이주 생물이 오지 않을거란 보장은 없고요. 이상적인 제안이지만 불가능한 얘기에요."


트래비스가 기다렸다는 듯 미소지었다.


"심계는 마기로 이뤄진 다른 차원이야. 이주생물 대신 마기를 흡수한다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트래비스 교수의 말대로만 된다면, 이 곳의 내마법사는 전부 없어질지도 모른다. 상당히 그럴듯한 얘기다. 하지만 과연 그리 간단할까?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한건 너무나 이상적인 얘기고, 우선 내가 시도해보고자 하는건, 심계의 마기를 이 쪽으로 끌어올 수 있는지야. 시작이 반이라고 아주 작은 양의 마기라도 끌어올 수만 있다면, 기나긴 연구의 서막이 열리는거지."


연구실의 한가운데로 간 트래비스가 어느 장치의 덮개를 걷자, 두 쌍의 거대한 맞물린 태엽이 나타났다. 제스퍼는 처음 보는 장치다. 리자드가 입을 딱 벌렸다.


"저거 마기수집기 아녜요?"


"마기수집기지."


"그게 뭡니까?"


제스퍼가 묻자 리자드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만지기만 해도 닳기라도하듯 리자드가 조심조심 기기의 표면을 더듬거렸다.


"예를들어 돌이나 흙, 나무같은 자연물이 마기에 오래, 아주 오랫동안 노출돼 있으면 마기와 동질되는 특성을 지니게돼요. 아주 오랜 시간 마기가 자연물에 축적돼 만들어진게 마석이고요. 하지만 양질의 마기냐 음질의 마기냐에 따라 마석의 성질 또한 달라지게 되는데···."


요약하자면 이랬다. 자석의 양극처럼 마기수집기의 각 태엽에는 성질이 상반되는 각각의 마석들이 달려있었다. 마석의 특징은 마기를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장치를 가동시키면 마기가 모이게되고, 모인 마기는 엇도는 마석의 밀어내는 힘에 의해 고스란히 장치의 아래 부분에 자리한 특정한 방으로 떨어졌다.


내마법사인 리자드가 해줄 일이란 교수가 공수해온 이주생물을 심계로 돌려보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심계의 문이 열리는 그 짧은 틈을 타 트래비스가 마기수집기를 가동한다. 강한 힘을 지닌 마석은 마기를 불러들일 것이고,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심계의 문이 열릴수도있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마기수집기가 아카데미에 있을 줄이야!"


"그게 그 정도로 엄청난 겁니까?"


리자드의 호들갑에 지나가던 학생들이 두 사람을 흘끗거리며 쳐다봤다. 리자드는 지금 과장 보태서 건들면 펑 하고 터질것 같았다.


"마석은 구하기 엄청 어려운 물건이에요. 더군다나 성질이 상반되는걸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죠. 카밀에도 세대가 전부라고 들었어요. 하나는 왕가에, 하나는 북부의 천문관에 귀속돼있죠. 대체 교수님은 어떻게 저걸 구한걸까요?"


트래비스가 왕의 총애를 받는 사생아일수도 있다는 얘기는 아무래도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오늘은 설명을 들었고 교수의 실험은 내일부터 시작되기로 했다. 리자드는 월요일엔 개인 업무를, 나머지 요일들은 트래비스의 연구실에서 보내게됐다.


물론 귀찮게 된건 제스퍼 또한 마찬가지였다. 리자드를 못믿는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아직 기네비어의 수중 하에 있다는걸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제스퍼는 재잘거리는 리자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여자의 어떤 부분이 기네비어를 자극한걸까? 스승이 제자에게 품을 수 있는 감정이란 뭐가 있을까? 특히 기네비어라면. 어긋난 기대감에 따른 분노? 혹은 잘못된 유대감에 따른 질나쁜 소유욕일지도 모르겠다.


제스퍼가 거슬린다면 기네비어가 행차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스퍼는 그의 행동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가 리자드를 추락시키려 한다면 제스퍼는 그녀를 위로 올릴것이다. 모든건 기네비어의 패배감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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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역류 18.06.16 210 1 13쪽
8 움틈 18.06.13 93 1 16쪽
» 교수의 제안 18.06.12 1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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