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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988 님의 서재입니다

제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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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즈988
작품등록일 :
2018.06.01 22:23
최근연재일 :
2018.07.03 11:3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295
추천수 :
29
글자수 :
170,468

작성
18.06.16 00:31
조회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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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역류

DUMMY

"차라리 이주생물들의 급수를 올리는게 낫지 않을까요?"


리자드가 말했다. 이주 생물의 마기 질량에 따라 열리는 통로 또한 넓어진다는 점에서 착안한 제안이었다. 트래비스는 고심하는 중이었다. 심계의 마기를 끌어오기 위해 동원되고있는 이주생물들은 작은 개, 고양이만한 크기의 3급들로 문은 순식간에 여닫혔고 마기수집기는 시동이 걸리는 즉시 꺼져버렸다. 그러기를 400여 차례 잠시 실험이 멈춘 틈을 타 회의가 열렸다.


"반급수 높은 것들을 데려올 생각도 했지만, 절차도 절차이거니와 그렇게 하자면 자네 부담이 너무 클텐데.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어. 내 실험의 목적은 심계의 아주 자그마한 마기라도 이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 증명하는 것이니까."


"그러기 위해서 확실한 방법이 필요해요. 2급 생물은 구하기 어렵지만 못해도 3급에서 반급수 이상 높은 것들은 구할 수 있잖아요?"


으음. 트래비스는 고민에 쌓인 눈치였다. 그는 왜 이렇게 리자드가 열정적으로 구는지 이해 못하는것 같았다. 심계의 마기를 끌어오는것. 제스퍼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통로는 여닫을 수 있었다. 트래비스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실험은 한층 수월해지겠지만, 그러면 리자드의 쓸모가 없어진다. 지금으로썬 제스퍼에게 그녀를 도울 방법은 없었다.


좋아. 트래비스가 박수를 쳤다.


"확실히 해볼만한 일이긴 해. 생각했던 것보다 좀 빠르긴 하지만 안되면 급수를 높여볼 생각도 하고 있었으니까. 일단은 하던 대로 마무리 짓자고."


리자드가 다시 마기수집기 앞에 섰다. 오늘의 일정은 막바지에 달했고 리자드는 꽤나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별 말 않고 이주생물을 돌려보낼 준비에 착수했다. 마기수집기가 웅웅거리는 소릴 내며 엇돌기 시작하자 리자드가 이주생물이 앉은 진 위로 양 손을 얹었다.


그 순간이었다. 이주생물이 집으로 돌아가는 찰나의 순간 제스퍼는 얼른 문을 여닫았다. 이주생물이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지고 리자드가 진에서 손을 떼는 짧은 시간 일은 전부 끝났다.


직접적으로 통로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며칠 전부터 제스퍼가 리자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었다. 리자드가 마기를 방류하는 순간 제스퍼가 끼어든다. 아주 날카로운 감을 가지진 않고선 아무도 알지 못할 개입이었다. 리자드는 요즘 왜 그렇게 몸이 가뿐한지 의아스런 눈치였지만 그 원인에 제스퍼가 끼어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하는듯 했다.


30번의 실험이 막을 내리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치지도 않는지 재잘재잘 수다를 떨던 그녀는 전차에 앉기 무섭게 곯아떨어졌다. 레일을 달리는 전차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던 고개가 이내 제스퍼의 어깨에 안착했다. 어차피 시드거리까지 거리는 얼마 안된다. 제스퍼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먼저 탄 이들이 말을 주고받는 소리로 내부는 부산스러웠지만 제스퍼에겐 리자드의 노곤한 숨소리뿐이 들리지 않았다.


며칠 전에 느꼈던 그 감각이 무엇인지에 관해 그는 내내 고심했었다. 리자드를 관찰하고 지켜봤지만 그 전과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가지 달라진게 있다면 누군가 그녀의 윤곽을 덧칠한 양 리자드가 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미안해요 많이 무거웠죠. 깨우지 그랬어요."


시드거리에 도착하자마자 리자드가 싹싹 빌었다. 그녀는 제가 제스퍼의 어깨를 베고 잤다는걸 알자 식겁했다.


"괜찮습니다. 팔이 좀 저린것 외에는요."


"앗, 그러면 어떻게 해드릴까요?"


"농담입니다."


제스퍼가 미소짓자 리자드가 놀란 얼굴이 됐다. 흠, 그는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구태여 혼자 가겠다는걸 제스퍼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한 터다. 며칠전 소나기가 지나간 탓인지 하늘은 맑았고 달빛에 오솔길 위로 은은한 불이 켜진것 같았다. 밤길을 둘이 걷고있으려니 어색한 정적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리자드가 얼른 입을 열었다.


"마학모가 열리기까지 앞으로도 이주일하고도 며칠밖에 안남았네요."


"그렇네요."


제스퍼는 내심 충격받았다. 마학모의 기간이 그것밖에 안남았다는 것도, 아니 그는 애초 마학모 자체를 까맣게 잊고있었다. 리자드가 추임새를 넣었다.


"뭐, 막상 가봐야 알겠지만. 정말 고마워요 제스퍼. 나 혼자였다면 아카데미에 갈 생각도 못했을거예요. 갔더라도 지레 겁먹고 트래비스 교수님의 일을 도와드리는건 엄두도 못 냈겠죠."


"해야 할 일은 완수해내자는 주의니까요."


"맞아요 그랬지."


이내 발에 돌 채이는 소리밖에 안들리게 됐다. 옆에서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강해졌는데 리자드는 아무래도 긴장하고 있는듯 했다. 뭔가··· 그러고 있자니 제스퍼 또한 일전 리자드의 침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어쨌든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었어요. 그래, 제스퍼도 뭐 고민같은거 있으면 털어놓는게 어때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진 모르겠지만 힘들거나 고민되는게 있다면 털어놓도록 해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도 성심성의껏 도와줄테니까요."


"그런건 없습니다만 있다면 말하도록 할게요."


그래요 그럼. 리자드가 환하게 웃었다. 말을 주고받는 새 어느덧 저택까지 도착했고 제스퍼는 어쩐지 아쉽다고 생각했다. 리자드가 평소처럼 온 김에 식사를 하고가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제스퍼는 급한 일이 생긴 사람처럼 얼른 발길을 돌렸다.


'대체 뭐가 아쉬운거지?'


갑작스런 의문이 발길을 잡아챘다. 제스퍼는 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수탉 풍향계가 달린 저택에 환한 빛이 들어와있었다. 대체 뭐가? 그는 이내 혼란스러워졌다.


*


트래비스는 결심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게 빠른 사람이었다. 인부들 몇이 암막에 가려진 우리를 옮겨왔고 구경하러 온 학생들로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지팡이를 짚은 내마법사 하나가 긴장한 얼굴로 우리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내 우리는 마법관 연구동인 물푸레나무 관까지 운반됐다.


"트래비스, 오랜만이네. 여전히 기상천외한 짓거릴 하고있구만."


친한 사이인듯 트래비스가 남자와 포옹했다. 자신을 에드가라 소개한 내마법사는 동부 이주생물 관리부의 소속 직원으로, 이주생물을 증원해주는 대신 트래비스의 실험에 참관하기위해 직접 행차한 참이었다.


"엄청나네요."


들뜬 분위기에 나서지는 못하고 리자드가 제스퍼에게 작게 말했다. 확실히 엄청난 광경이긴 했다. 우리 안에 잠들어있는건 2급 이주생물인 뿔미늘 갑각고기였다. 날이 맑은 호수 위에서 나타나는 은색 빛깔의 거대한 물고기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환상을 심어주며 예로부터 설화나 신화의 주재료로 쓰였었다. 물론 이주생물 이라는게 밝혀지며 신비성은 사라졌지만 맨눈으로 보기에 어려운 종이라는건 여전했다.


당연하게도 리자드는 엄청나게 흥분했다. 리자드가 요청한건 3급수에서 반급 높은 이주생물체였지 2급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급수간의 차이는 엄청나다. 1급 이주생물체가 역사서에서나 나올법한 것이라면, 2급 생물체는 내마법사가 십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생물체였다. 2급 생물체는 연구 자료로도 귀하게 여겨진다. 귀한 몸인 뿔미늘 갑각고기가 오늘 트래비스의 실험에 동원되게 된 데는 다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2급의 생물체는 족히 10년간을 연구소에 갇혀 지냈다.


왕실 법령에 따라 기관이나 개인은 이주생물체를 개인적인 용도에 이용, 소유할 수 없다. 허가를 받은 연구 기관에는 최대 3년간의 귀속 기간이 주어지는데, 귀속기간은 엄격한 심사에 따라 3번은 더 연장할 수 있었다. 뿔미늘 고기는 만료일이 지남에 따라 돌려보내야 할 시기가 가까워진 것이다. 그걸 트래비스가 가로챈 것이고.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에드가는 결국 감시자 역할인 셈이었다.


트래비스는 실험 방법을 바꿨다. 귀한 재료가 수중에 들어온 만큼 그는 공들여 실험을 진행하고 싶어했다. 뿔미늘 갑각고기는 이주생물 관리부의 조심스러운 관리로 양호한 상태를 띄고있었다. 생김새와는 달리 뿔미늘 갑각고기의 성질은 비교적 온화했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외에 공격 의지는 별로 없었으며 행동거지 또한 느린 편이었다.


리자드가 마법진을 열면 반대편에 트래비스가 또다른 작은 마법진을 생성한다.


두개의 마법진이 발동했을 때 이주생물이 심계로 전송되는 속도는 더 빠른가? 그건 마법진이 겹쳐서 생성됐을 때의 이야기고, 거리가 있는 각각의 지점에 서로 다른 마법진을 발동했을 시에는 이주생물이 돌아가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1초에서 3초로 불과 2초가 더 늘어나는 셈이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차이인 셈이다.


이주생물은 결국 심계 마기의 형상화, 좀 더 마기를 많이 배출시키고자 양측 마법진이 줄다리기를 하는 통에 벌어지는 결과였다. 물론 이주 생물은 붙잡혀있는 시간만 길어질 뿐 해를 입진 않는다.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트래비스는 마기수집기가 심계의 마기를 끌어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 최대한 심계의 통로를 길게 잇고자 했다.


될까? 제스퍼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리자드는 자신있는 모습이었지만 대상은 2급 이주생물체. 더군다나 등 뒤에선 마기수집기가 끝없이 가동되고있는 상태로 생각보다 기운 소모율이 엄청날 것이다. 제스퍼가 관찰한 트래비스는 유능한 자이긴 했지만 그에 비해 마기 운용량이 턱없이 적다. 그야말로 책상머리에 어울리는 자였던 것이다.


트래비스의 신호에 기다리고 있던 조수가 마기수집기를 가동했다. 리자드가 먼저 마법진을 가동시켰고, 그 뒤를 이어 트래비스가 마법진에 손을 올렸다. 마기수집기가 돌아가며 리자드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몇초간 버틴 뒤 트래비스가 손을 뗐고 리자드 또한 마기를 거뒀다. 이주생물을 보내기 직전의 연습인 것이다.


"준비는 다 된것 같은데요?"


리자드가 쾌활하게 외쳤다.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내마법사 에드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이 시작됐다. 마법진이 다시 가동되고, 팽팽한 공기 아래 2급 이주 생물체가 풀려났다. 넘실거리며 공중을 헤엄치던 미늘고기가 익숙한 감각을 느끼고 마법진 쪽으로 유유히 이동했다.


'불안하다.'


본능적으로 스친 생각이다. 이주생물이 마기의 격류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제스퍼는 리자드의 눈이 커지는걸 봤다. 기네비어에게서 이주생물을 빼돌렸을 때는 마기수집기가 없었다. 마기수집기가 시전자의 마기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지금 리자드의 부담은 평소보다 훨씬 큰 것이리라. 제스퍼는 언제라도 나설 수 있게 준비를 끝마쳤다.


트래비스의 마법진이 미늘고기를 끌어당겼지만 이주생물은 게의치않고 빠져나가기 좋은 통로를 향해 움직였다. 인사하듯 힘차게 지느러미를 흔들며 이주생물이 마침내 통로를 빠져나갔다.


티틱- 예상외의 소리가 방 안을 가른건 그 순간이었다. 모두의 눈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마기수집기가 이상했다. 일정한 속도로 느릿느릿하게 돌아가던 톱니가 웅웅거리는 소릴 내며 쳇바퀴 돌듯 빠르게 맡물리기 시작했다. 놀란 조수가 이것저것 장치를 만졌지만 마기수집기는 멈출 기미를 안보였다.


트래비스는 마법진에 신경을 쓰면서도 동시에 마기수집기의 이상함을 감지한 이였다.


"가동 중지시켜!"


그의 고함에 에드가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마법사야 마법진에서 손을 떼면 그만이다. 그러나 통로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트래비스의 얼굴이 터질듯 붉었다. 놀란건 리자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모두를 강타했다.


"리자드!"


제스퍼가 통로를 여는 순간 쩡하는 소리와 함께 방 한가운데 사나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에드가가 떠밀려 넘어지고 마법진을 붙들고있던 두 사람만 제외하곤 모두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제스퍼는 통로를 닫으려 했다. 그러나 무언가 그를 붙들어둔 것처럼 힘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새로이 형성된 통로에 갑자기 검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안개처럼 일렁이는 무언가가 그 틈에서 빼꼼 고갤 내밀었다. 탁한 마기덩어리로 빚어진 수십개의 팔이 탐사하듯 방 안을 더듬거렸다. 이내 리자드를 발견했다.


제스퍼는 또다른 통로를 열어 단번에 리자드가 있는 곳으로 도약했다. 그녀를 밀치기 무섭게 불청객의 팔이 제스퍼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제스퍼의 몸이 붕 떴다. 그는 꼼짝없이 심계의 통로로 빨려들어갈 판이었다.


"제스퍼!"


상황파악을 한 리자드가 잽싸게 그에게로 뛰어들었다. 트래비스가 장치의 마석을 분리하는 순간, 역풍이 불어 주위의 모든것을 휩쓸었다. 검은 폭풍이 제스퍼를 덮쳤고 사위가 흔들렸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됐다. 느릿느릿 통로를 흘러가는 동안 제스퍼는 제 몸을 단단히 붙든 양 팔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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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고모 1 18.07.03 96 1 23쪽
22 고모 18.07.03 80 1 24쪽
21 느린 밤 6 18.07.03 69 1 20쪽
20 느린 밤 5 18.06.30 64 1 15쪽
19 느린 밤 4 18.06.29 85 1 10쪽
18 느린 밤 3 18.06.27 66 1 10쪽
17 느린 밤 2 18.06.26 92 1 10쪽
16 느린 밤 1 18.06.24 123 1 23쪽
15 느린 밤 18.06.23 82 1 19쪽
14 마학모 18.06.20 95 1 25쪽
13 전야 18.06.19 101 1 17쪽
12 일렁임 18.06.18 67 1 13쪽
11 불쾌한 만남 18.06.17 102 1 15쪽
10 정체성 18.06.16 80 1 14쪽
» 역류 18.06.16 210 1 13쪽
8 움틈 18.06.13 93 1 16쪽
7 교수의 제안 18.06.12 118 1 11쪽
6 움직임 18.06.09 129 2 17쪽
5 어떤 사실 18.06.08 95 2 17쪽
4 첫걸음 18.06.06 90 2 22쪽
3 진의 18.06.03 114 2 19쪽
2 만남 18.06.02 84 2 9쪽
1 방문 18.06.01 15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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