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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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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7.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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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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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새로운 도전과 공연의 법칙

DUMMY

작업실로 돌아온 나는 오늘의 격겜 방송을 시작했다.

아니지, 방송 장비가 없으니까 격겜 공연?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대본이나 약속된 행동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전부 애드리브였다.

이제는 일과가 되어 항상 하는 공연이었지만, 오래 하다 보니 색다른 모습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관중이 좀 줄었다.

도시라서 정령들 수가 좀 빠진 것도 있지만, 다른 정령들을 줘 패는 장면만 연출된 것이 가장 컸다.

그래서 오늘은 집 나간 정령들이 다시 돌아오게 할만한 재미난 컨텐츠를 준비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여러분들의 도전을 받아서 정령권을 해볼 건데요.”

=와아아! 내가 일착!

=이착!

=오늘도 하루 일과 시작. 이게 나한텐 일과라고!

=오늘 처음 놀러 왔어요.

=이건 여기서밖에 못 본다고.

=한 판 붙어보자, 권황!


시작부터 많은 정령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령들도 있었다.


=우우우. 신겜은 언제 나오냐!

=신캐를 보고 싶다!

=정령 수뇌부와 토마스는 각성하라!

=우리도 신겜을 즐기고 싶다!


많지는 않았지만, 시위를 하는 정령들도 있었다.

일부는 재미로 일부는 진심으로.

수뇌부들은 신캐와 센게임의 공개 시기를 조절하는 부분에 대해 납득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령이 공개 지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라도 그럴 거다.


=야 저 새끼들 쳐내!

=초 치지 마!

=쟤 화나면 무서워!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여긴 내 팬들이 찾아오는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정령들은 성난 팬덤에 의해 커트.


=아 왜 그래. 장난이야.

=니들도 보고 싶잖아. 그냥 장난으로 말한 거야. 토마스 사랑해!


시위하는 정령들은 빠르게 진압되거나 태세를 전환했다.

이게 다 최근에 도시로 오고 타성에 물들어서 그렇다.

그나저나 신캐나 신겜 공개 시기는 조금 조정이 필요하겠군.


“내보낼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 의견?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 부분은 상의가 필요하니 조금 기다려 주시면, 나중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오오오! 진짜 신겜 공개하나?

=신캐만 공개하는 거 아닐까?

=난 스킨이나 새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환호와 함께 정령들이 수군거림도 잦아들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할 생각입니다. 그 주제는 바로...”


아무튼 이어서 오늘 공연의 새로운 컨셉 발표의 시간이었다.


“오늘 산 바로 이 매직 아이템. 감각이 예민해지는 헬름을 쓰고 눈을 감고 여러분을 상대해 보겠습니다! 그정도는 해야 권황 아니겠습니까?”

=음?

=감각이 예민해지는 헬름? 저게 뭐야?

=저거 오늘 사 온 건가?

=아, 저거. 아까 사 온 건데 저걸 쓰고 있으면...

=감각이 예민해진다고?

=아까 얘기 보니까 거리는 좀 짧지만, 우리 정령들보다 더 주변 감지를 잘한다던데?

=어라? 그럼, 이거 정령 대 인간 자존심 싸움인데?


관중들이 들썩였다.

시작부터 나랑 상대하게 된 드론만 해도 팔짱을 끼고 가슴을 부풀리며, 나부터 이기고 그런 말을 해라! 라는 듯이 들이대 왔다.


“컴온!”

=주인! 봐주는 거 없어! 오늘 아주 빨개벗겨 버릴 거야!


드론은 가장 처음으로 골랐던 푸마를 선택했다.

나는 혹시 몰라 깡 성능만으로도 중수급을 상대하기 쉬운 에디이를 골랐다.

헬름을 쓰자.


“흡...”


구역질이 밀려왔지만, 입가를 살살 잡아당기며 미소를 짓자 이내 속이 편안해졌다.


“나. 눈 감는다.”

=감고 그게 되나 보자고. 흥!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나무의 향기와 촉감이 조이스틱과 책상, 모니터의 위치를 알려주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경계가 그려졌다.

정령을 감지하는 능력도 전보다 강해졌다.

옆에 있는 드론뿐만 아니라 모니터 속 캐릭터 정령들, 체력바 정령들, 뿐만 아니라 모니터 밑에서 열 일을 하고 있는 효과음 정령들이나 뒤에서 대기하는 캐릭터들.

이곳에 모인 수많은 정령들의 기척까지도 모두 하나하나 감각에 새겨졌다.

이거... 너무 산만한데?

너무 정보가 많아서 한 번에 다룰 수가 없었다.


=레디이이.

=고우!


그때 체력바 정령들의 외침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보였다.

심지어 상대 조이스틱의 움직임까지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 본능적으로 방어부터 시작했다.


커오오오! 커오오오! 크왁!

쿵! 쿵! 쿵!


평소보다 효과음의 소리가 크게 느껴져 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효과음은 구분되기 시작했다.

웃었다.



=헤헷! 안보이지? 방어만 할 거야? 아래다! 위다! 아래다! 위다!


옆에서 겐세이를 넣는 드론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크고 시끄럽게 들렸고 화도 몇 배로 났다.

하지만 드론의 목소리도 구분되기 시작했다.

웃었다.


=방어밖에 못 하는데?


동쪽에서.


=내 말이, 백퍼 진다니까?


서쪽에서.


=솔직히 눈 감고 하는 건 오바지. 우리 정령같이 선천적으로 공간감을 가지고 오래 수행한 것도 아닌데.

=할 수 있어. 해봐! 넌 권황이잖아!


남쪽과 북쪽에서도.

정령 관중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의 목소리가 하나씩 구분되기 시작했다.

웃었다.

계속해서 웃었다.

한 번에 모든 정보가 머리를 파고드는 것도 괴로웠지만, 그런 가운데 하나씩을 구분하려고 집중할 때마다 미소가 풀려서.

강제로 웃으며 통증을 억제하고 미소가 짙어질수록 정보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콰앙! 쿠웅!

큭! 끄악!


방향을 잘못 읽어 피격당한 에디이가 공중에 떴다가 초붕신을 맞고 날아갔다.


타탁.


착지하자마자 일어나는 커맨드를 입력했다.

이제는 푸마의 움직임이 구분됐다.

화면 속 푸마는 중단을 노리고 하단, 하단. 중단을 노리고 또 하단, 하단. 중단, 하단, 하단.

계속해서 같은 코스를 노리고 있었다.

두 번의 하단 치기는 모두 띄우는 기술.

중단을 노리는 척하다가 하단을 쳐서 띄우고 콤보로 연결하려고 시도하는 거다.

이거 초붕신 콤보를 치려는 거다.


“하? 피하고, 피하고, 막고. 막고, 막고, 반격기. 피.피.막. 막.피.반.”


입으로 미리 내가 할 동작을 설명하며 드론의 공격 시도를 말하는 대로 막아냈다.

전부 다 성공했다.


=하아? 뭐야? 실눈 떴나?


조금씩 조금씩 피해를 보자 드론이 불평을 했다.

하지만 나도 생소한 감각 때문에 잠시 까먹고 있었는데.

애초에 격겜은 보고 피하는 게 아니라 맞아본 경험으로 피하는 거다.

짬밥이 몇 년인데, 너한테 질 순 없지.


“너무 초붕신 콤보만 노리는 거 아니야?”

=으, 응? 뭔 소리?


노림수가 드러난 드론이 당황했다.

이제 와 공격 패턴을 바꿔보려고 시도한다.

차라리 준비한 패턴에서 조금만 바꿨으면 오히려 괜찮았을 텐데.

익숙하지 않은 콤보를 시도하는 건 마구 누르기나 다를 바 없었다.


“그거 알아?”

=왜! 말 걸지 마!

“넌 아직 덜 맞았어.”


드론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더 진하게 씨익 웃었다.

눈은 감고 있는데도 마치 내려다보는 것처럼 하며.

그렇게 옆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로 에디이의 카포에라 콤보가 연속으로 쏟아졌다.


=아 씨! 말 걸지 마! 쳐다보지 마! 방해하지 말라고!

“너도 말 걸고 고개 돌리든가? 난 눈 감고 하고 있거든?”


여유가 돌아오자 입딜이 살아났다.

나는 조이스틱을 보고 감지해서 누르는 게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기계적으로 습관대로 누르고 있었다.

그런 경지에 오르지 않은 드론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내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적응을 위한 손 풀기 연습 상대 정도?


=케이. 오.

=위너! 에디이!


결국 초반 몇 대 피격당한 이후로는 일방적인 플레이로 승리했다.


=오오 이겼어!

=쩐다?

=안 보는 것도 모자라서 웃으면서 상대를 도발하면서 이겼어!


관중들이 환호했다.


=감각이 예민해지는 거면 초감각 계열 매직 아이템 아니야?

=그거 고유 스킬로 확정 보조 아니면, 자기 게 아니라 이렇게 빨리 적응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이제 갓 천 년도 못 산 정령들만 해도 공간감각을 제어하지 못 해서 자연계에 못 나오는데.

=에이, 어떻게 매직 아이템으로 보조하는 게 정령의 공간감각이랑 똑같냐? 적당하니까 적응하는 거야. 애초에 감지 거리가 우리랑 다를 텐데.

=그래도 아까 얘기 들으니까, 좁은 거리에선 우리보다 감각 적응이 빠르다는 거 같은데?

=그건 응용력이 아닐까? 우리도 개체별로 반응 차이가 있잖아? 높은 등급인데도 낮은 등급보다 힘만 강하지 둔한 경우도 있고.


분석하길 좋아하는 정령들은 헬름으로 보조한 새로운 감각을 자신들의 공간감각에 빗대며 뭐가 더 좋다 나쁘다, 다르다 틀리다 해가며 자기들끼리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나는 정령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공간감각이라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이 그러나 더 멀리 주변의 공간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로도.

그것을 통제해서 눈과 귀 같은 감각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래서 천 년이 걸리는 건가?


=주인! 반칙했지? 실눈 뜨고 있었지?

“야. 널 이기는 데 실눈까지 뜰 필요가 있겠냐? 네가 정령들 중에 제일 못하는 거 같아.”

=크윽! 한 번 꼭... 한 번은 꼭 이긴다 내가!


드론이 이빨을 드러내며 반역을 다짐했지만, 어깨를 으쓱 해주고 다음 상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어와 물주먹.”

=후훗. 권왕 출격하겠습니다.


다음 상대는 나를 상대로 실력으로 몇 판을 따낸, 현재까지 최대의 라이벌인 권왕 물주먹이었다.

지금 과연 이 상태로 이길 수 있을지.

딱 나의 상태를 시험해 보기 가장 좋은 상대였다.

드론은 제대로 노릴 수 있는 기술이 초붕신 하나밖에 없는 놈인데, 무슨 상대나 되겠나?


“선픽할 테니까. 후픽으로 카운터 쳐.”


나는 상대에게 후픽을 양보했다.

그리고 이빌을 골랐다.

현재까지 업데이트 한 캐릭터들 중 가장 사기캐는 아니지만, 강캐 중 하나로 다양한 대응이 가능한 캐릭터였다.


=양보... 맞죠?


좋은 캐릭 골라놓고 왜 후픽을 양보하는 척하냐고?

꼬우면 너도 선픽하고 입딜 넣으렴.


“미러전 하든가.”


웃으면서 물주먹을 도발했다.


* * *


같은 캐릭터를 골라 이빌 미러전을 하게 됐다가, 물주먹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아... 씨... 쪽팔려.”


괜히 미러전 하라고 했다가 발려서, 더 쪽팔렸다.


=후후후. 확실히 눈 뜨고 하시는 것보다 너무 둔해서 패는 맛이 없네요. 전 이만 다음 상대에게 양보하겠습니다.


물주먹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자, 강제로 웃었다.


=캬아! 졌어도 저렇게 웃는 거 봐!

=저게 일류지!

=역시 권황이야. 도전 자체가 아름다운 거라고 봐.


그 모습에 내 팬들이 환호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벗어야지?

=오랜만에 벗는 거 아닌가?

=10일 전에 물주먹 한테 져서 한 번 벗고 난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긴 하네.

=벗어라! 벗어라!


벌칙을 까먹지 않고 벗으라고 성화인 관중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뭐, 이제 혼자 사는데 상체 정도야.

웃옷을 훌러덩 벗어 던졌다.


=오오오!

=또 벗기자!

=다음 선수 드가자!


관중들이 환호했고 다음 대기자가 도전을 해왔다.

옷을 벗자 오히려 열기가 해소되고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들이 예민해지며, 좀 더 전보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주변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쾅쾅쾅!

=오 몰아친다! 또 지겠다!


옷을 벗고 감각이 또 바뀌어서 첫판은 고전했다.


=케이! 오!

=오오오! 대역전극!


하지만 이겼죠?

다음 판도 그다음 판도.

점점 감각이 익숙해지면서 뒤로 갈수록 피격당하는 것도 줄었다.

아아.

게임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게 수행의 비법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기억할 때까지 때려넣고 새로운 감각에 빠르게 적응하게 하는 거.

그러고 보니 엘리나의 설명 없는 무식한 구타도 이것과 같은 맥락의 수행법이었다.

아니면 실버급을 내가 어떻게 이길 생각을 하겠어?

물주먹에게 지고 난 뒤, 평소의 게임 근육으로 내리 12판을 이겼다.


=케이! 오!

=어?

=졌네? 또?


그리고 13판째 지고 말았다.


“하... 참나, 바지는 정말 오랜만에 벗네...”


별일 아닌 것처럼 웃고 있었지만, 살짝 당황했다.

오늘 처음 보는 정령한테 졌다.

간간이 정령계에서 한 명씩 도전하러 오는 녀석인가 본데...


=후후. 멀리서 찾아온 보람이 있군요. 줄만 3일을 섰습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전 이만, 정령계로 가보겠습니다.

“뭐야? 가게? 따고 배짱이야? 나 이거 본 실력 아니야. 조금 있다가 본 실력 보여줄 테니까 남지 그래?”

=네. 네. 아니요. 권황하고 전적 100퍼센트 승리. 평생 간직하고 살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놈은 승리를 차지해 놓고 황당하게도 바로 정령계로 도주해 버렸다.


=푸푸푸풋! 도망친 거야? 푸풉!

=와! 대박이다! 권황에게 전.승.한 정령이라니!

=진짜 딱 1판 붙어서 1승 하면, 우리도 권황한테 전승되는 거 아니야?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 만 판만 더 연습하고!


그는 한순간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거기다 일부 정령들에게는 새로운 롤모델이 되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를 벙찌게 할 정도로 현대인 같은 마인드.

‘응 너 나한테 게임 졌잖아. 다시 안 붙어줘.’를 하고 튀는 정령이라니.


“하하. 재미난 정령들 많다니까.”


이번에도 프로답게 미소 지으면서 넘어갔지만.

웃음으로 도는 엔돌핀을 뚫고 나오는 깊은 빡침이 느껴졌다.


“드론, 아까 정령 등급하고 속성이 어떻게 돼?”

=응. 중급이고 바람이야.

“아하.”


넌 내가 중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게 되면, 무조건 1순위로 계약한다.

이름은 이미 정했다.

넌 이제 먹튀새다.

훌러덩 바지를 벗고 팬티 바람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들어와!”


이후로 또 바뀐 감각에 적응하면서, 다음 도전자들을 사정없이 때려주었다.

복수, 절대 복수, 오로지 복수!

먹튀 새, 넌 나중에 죽었다.


* * *


바지를 벗은 뒤, 다섯 판 만에 다시 졌다.


“하아... 4강 시치들 정령계 안 돌아가나...”


이번에 날 이긴 정령은 지난번 대회에서 4강에 든 또 다른 강자였다.


=벗어라! 벗어라!

=토마스가 좋아하는 알몸 게임!

=크큭, 이거 오랜만인데?

=츄르릅.


이제 팬티 한 장 남았는데, 정령들은 벗으라고 성화를 부렸다.

근데 자세하게 생각해 봐?

벗을 건 하나 더 있잖아?

슬쩍, 머리에 쓰고 있는 헬름에 손이 갔다.


“자. 오늘 이벤트는 여기서...”

=나라면 벗었다. 시원하게.

=설마! 옷 안 벗고 그거 벗은 다음에 이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 헬름을 벗지 마!

=우우우우우!


야유가 쏟아졌다.

젠장 눈치는 빨라가지고.


“... 이 헬름을 벗길 때까지 하는 겁니다. 다음 들어오세요.”


결국 한 장 남은 내 마지막 자존심을 벗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으로 돌아가 두 다리를 쩍 벌리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와. 몸 되게 좋아졌다.

=옛날에 볼 때보다 많이 자랐네?

=오 진짜 많이 커졌네?

=옛날엔 진짜 작았는데. 일 년 사이에 많이 컸네?

=인간의 성장기는 확실히 다르네.


당당해진 내 모습에 정령들이 웅성거렸다.

뭐... 내가 생각해도 근 1년간 정말 많이 컸다.

단련으로 붙은 근육이며 키가 자란 것하고, 이곳저곳 길고 두꺼워지고... 물론 팔뚝 허벅지 이런 곳 말이야.


=그래도 작년보다 크긴 했지만, 저 정도면 평범한 거 아니야?


아무튼.

난 이제 남들에게 크게 꿀릴 건 없었다.

와...

근데 완전하게 알몸으로 돌아가자, 전신의 감각이 더 날카로워지고 감지되는 범위도 크게 늘어났다.

주변 100미터 정도의 범위 안에 들어오는 것들은 작업실 밖인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처음엔 감각의 범위가 더 넓어지자, 옷이 억제기였다고 더 자유로움을 느꼈지만.

옷들을 다 벗기 전에는 작업실 안과 정령들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는 8, 90미터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마차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결국 남은 한 명의 4강 시치를 일찍 만난 탓에 팬티를 벗은 지 3판 만에 오늘의 도전이 마감되었다.


짝!

“자! 헬름 쓴 토마스를 이겨라! 오늘의 도전, 여기서 마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저의 옷을 다 벗기는 데까지 23판이 걸렸죠? 하지만 내일의 저는 다를 것입니다. 과연 내일 이 23판의 벽을 깨는 것은 제가 될까요? 여러분이 될까요? 이상! 토마스였습니다.”

=와아!

=재밌었다!

=내일은 나도 도전할게! 나같이 아래에 깔아주는 애들도 필요하다고!

=그래! 도전들 많이 해라! 토마스 좀 많이 이기게!

=우린 오래 관람하고 싶다고!

=그래 내일은 30판 갑시다!

=아니? 내일은 더 빨리 끝날걸? 내가 도전할 거거든?


정령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번 내가 이기는 엔딩, 자주 보던 그림이 연출되며 관객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었는데.

오늘은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온 정령들로 어제의 서너 배 이상 바글바글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림이 너무 같아서 질려 있었나 보다.

마침 일 끝나고 정령왕 면담을 신청했으니까, 신겜 공개나 신캐 공개도 상의해야겠네.


“그럼, 이후로는 옷을 입고 지금 줄 서 있는 분들과 100판 정도 더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하실 분들은 남아주세요.”


옷을 입고서 게임을 다시 진행한다고 하자, 정령들이 절반 정도 사라졌다.

음...

이쯤 되면 나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거 새로운 도전에 수요가 있는 게 아니라, 내 벗은 몸에 수요가 있는 건가?


* * *


오늘의 경기를 마치고 정령왕에게 면담 신청하러 갔었던 파이어배틀과 따로 만났다.


“정령왕님은? 못 오시겠데?”

=네. 도시 안에 정령사가 너무 많아서, 귀찮게 될 것 같아 오시지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 보면 된다고, 던전으로 오셔서 바로 불러달라고 하십니다.

“던전 안?”


작가의말

거긴 정령사가 더 많지 않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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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정화의 불길이 솟아오르다 +15 24.06.20 3,732 9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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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한가지 채웠다 +10 24.06.11 4,347 111 16쪽
15 015. 흔들다리 효과 +6 24.06.10 4,458 108 13쪽
14 014. 쩌는 활 있습니다(못당김) +3 24.06.09 4,581 108 12쪽
13 013. Spring goes where?(용수철은 어디로 가는가?) +29 24.06.09 4,687 126 12쪽
12 012. 정령들의 취직희망 1순위 +10 24.06.08 4,983 133 13쪽
11 011. 정령이 머물다간 거리 +7 24.06.07 5,117 124 12쪽
10 010. 정령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좋은 이유 +9 24.06.06 5,412 127 14쪽
9 009. 내가 이 마을을 싫어하는, 강해지려는 이유 +2 24.06.05 5,696 143 18쪽
8 008. 이름의 특별함 +5 24.06.05 6,099 155 16쪽
7 007. 정령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다 +9 24.06.04 6,992 148 18쪽
6 006. 즐거운 막대기를 배워보자 +8 24.06.03 7,592 159 16쪽
5 005. 정령사, 정령과 계약한 사람이라는 뜻 +4 24.06.02 7,926 185 12쪽
4 004. 나만 목소리가 들려 +10 24.06.01 8,436 139 13쪽
3 003. 4가지 결핍 +11 24.05.31 9,190 195 12쪽
2 002. 촌놈과 폐인 하프 +7 24.05.31 10,837 213 13쪽
1 001. 전생이 기억나버렸다 +17 24.05.30 12,469 2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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