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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7.04 00: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88,953
추천수 :
4,507
글자수 :
280,248

작성
24.07.01 08:35
조회
2,969
추천
102
글자
17쪽

037. 낭만의 시대, 동네 형들이 칼을 차고 돌아다님

DUMMY

헬름 덕분에 감각이 예민해지며 머릿속으로 다양한 정보가 들어왔다.

주변 사람 하나하나가 정령사 느껴지듯 존재감이 뚜렷해져서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눈을 감으면 색은 보이지 않지만, 레이더에 표시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건물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문제는 눈을 뜨고 있어도 중복으로 머릿속에 모습이 그려진다는 거였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정보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웠지만, 작업실로 가는 사이에 조금씩 적응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


조금 걷다 보니 누군가가 나를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40미터쯤 밖?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는지, 코끝까지 진한 마늘 냄새가 전해지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다급히 뛰며 거리를 좁히는 게 느껴졌다.

이거 무조건 미행이다.


“야, 니들 일 안 하냐?”

=무슨 소리야? 주인?

=저희에게 시킬 거라도 있으십니까.


정령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다.

주변 감시하는 건 평상시 정령들의 일거리 중 하나였다.

물론 감시는 정령력이 드는 것도 아니고 계약을 한 정령들이 아니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다른 정령들이 직접 나서서 주변을 확인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매번 먼저 알려주었다.

하지만 지금 정령들은 작업실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모험가 길드 주변에는 정령사가 많아서, 납치를 당할 것 같아 거기에 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다고 해도 계약한 정령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행자가 생기면 그들이 먼저 알아내고 보고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이 많으니, 미행자를 파악하는 게 늦은 것 같았다.

이거, 그냥 내 감각이 더 날카로워져서 먼저 느낀 건가?


=경비병 주머니 털기라면 지금은 프루브 차례... 아? 이거 말하는 거였어?


총명한 드론은 말하다 말고 내 의도가 뭔지를 파악했다.


=왜?

=누군가가 주인을 따라오고 있어. 주인이 골목으로 들어가니까 방향이 바뀌잖아.

=음...

=아아?


드론의 말에 주위를 살피던 정령들도 미행하는 자를 눈치챘다.


=헐? 주인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 헬름 덕분인가? 매직 아이템이라 돈값 하는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온과 질로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불렀다.

그러고는 두 손가락으로 내 눈을 가리켰다.


=좋아! 찌르고 올게!

“야 이 바보야! 가까이 가서 뭐 하는 놈인지 파악하고 오라고.”


질로트의 오해에 살짝 식겁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수신호에 대해 따로 약속을 해둬야 할 것 같았다.


* * *


미행자를 감시하러 갔던 두 정령들 중 피온만 돌아왔다.


=미행자가 한 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질로트님이 다른 이들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그 말은... 여럿이서 나를 덮치려고 한다는 소린가?

내가 덮쳐질 이유가 있었나?

포슈토 포프 상회? 아니면... 한 달 내내 지갑을 털렸을 경비병이나, 모험가 길드에서 내게 맨손으로 털린 삼인방?

가구전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을 거고, 내 이름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해 놨으니 포슈토 포프 상회에서 당분간 나를 덮칠 일은 없었다.

그러면 경비병 아니면 모험가 길드에서 내게 털린 삼인방인데...

경비병이 눈치를 챘다면 정령사를 대동하고 왔을 텐데.

경비병에게 가는 정령들에게는 다른 정령사의 기척이 느껴지면 정령계 한번 찍고 우회해서 돌아오라고 해뒀고.

정령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니, 경비병 쪽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남은 건 모험가 길드에서 내게 털린 삼인방인가?


=나 돌아왔어. 그 뒤로 세 명이 더 따라붙었어. 4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바닥에 신호를 남겨서 따라오게 하나 봐. 신호를 지우거나 가서 죽일까? 킬킬킬...


하지만 멀리 떨어진 모험가들을 감시하고 돌아온 질로트의 보고에 의하면 상대는 삼인방이 아니라 사인조였다.

일단 누군진 모르겠지만, 작업실로 가기 전에 끌어들여서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이 회복초 얼마에요?”


일단 가까이에 보이는 아무 약초 가게로 들어갔다.


“한 묶음에 10 실버입니다.”


헉? 뭐야? 가격이 왜 이래?

회복초는 숲에서 얼마든 공짜로 채취할 수 있잖아?

개비싼데?


“한 묶음만 주세요.”


역시 도시 물가구나 실감하면서도 돈을 내고 회복초를 샀다.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가진 회복초를 거의 다 써서 혹시 몰라서 구매하는 것도 있었다.

내가 가게에 묶여 있는 사이.

가까운 곳까지 나를 따라오던 사람이 황급히 뒤로 뛰어가는 게 느껴졌다.

동료들을 부르러 가는 것 같았다.


“잔돈 여기 있습니다.”


골드 코인을 실버 코인으로 거슬러 받고 약초 가게에서 나왔다.

뒤에서 허겁지겁 동료들과 함께 뒤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드론, 가서 주변에 인적 뜸하고 막다른 골목이 있나 좀 찾아줘.”


드론에게 미리 자리를 봐두라고 하고 주변의 지리를 모르는 척 골목을 헤매다가.

드론이 기다리고 있는 막다른 골목으로 다가갔다.


“어? 여기가 어디지?”


웃으면서 태연하게 연기하고 있자, 뒤에서 모험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거기 있는 모험가.”

“너 조금 전에 아메스에서 나온 놈이지?”

“신인인 것 같은데 돈이 생각보다 많네?”

“나눔 같은 거 좋아해?”


그들은 골목을 막고 미소를 띠며 가까이 다가왔다.

가게 얘기하는 걸 보니, 최소한 거기에서부터 나를 따라왔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따라온 건지는 확실하게 밝혀졌다.

그러고 보니 아메스 던전 무기점 앞 벽에 피가 많이 묻어있던 것이 떠올랐다.

물건을 들고 튀는 놈들도 많지만, 물건을 뺏어가는 놈들도 많다는 뜻이었던가?


“그 숫자로 괜찮겠어?”

“우리도 오늘 온 신입 하나가 아이언급 모험가 셋을 박살 냈다는 소리는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언이고. 우린 실버급이라고.”


실버급 모험가가 넷?

그 숫자면 골드급 한 명은 커버할 수 있다고 했던가?

엘리나는 내 검술 실력을 냉정하게 실버를 갓 단 애송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네 명의 실버급은 버거운 숫자라는 소리였다.


“조용한 걸 보니, 너도 큰 소란은 싫어하는 것 같구나.”

“가지고 있는 매직 아이템을 모두 주면 무사하게 돌려보내는 줄게.”

“우리도 그냥 달라는 게 아니야. 빌려달라 이거야. 너보다 등급 높은 우리들이 던전에 가서 벌어서 나중에 꼭 갚아줄 테니까.”

“그래. 그런 비싼 아이템은 실버급인 우리가 써주는 게 효율도 좋고 서로에게도 좋은 거라고. 투자한다고 생각하라고. 투자. 후후훗.”


잠시 내가 그들의 실력에 대해 예상하느라 멈칫해 있는 사이에 실버급 사인조는 깡패들이나 할 것 같은 말을 하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이게 뭔 개소리야 싶어서 인상을 찌푸리다가, 살짝 두통이 밀려오는 걸 느끼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그들에게는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을까?


“그래. 사실 반항하면 네가 가진 돈하고 조금 전에 산 회복초까지 털어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니 회복초는 남겨 줄게. 회복초도 돈 주고 사려면 비싸거든. 후훗.”


헛소리를 하며 의기양양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요즘 개새끼들은 두 발로 걸어 다니나? 존나 신기하네...”


작게 중얼거렸지만 조용한 골목이었기 때문에 다들 들을 수 있었다.

네 모험가들 중 한 명이 두리번거리며 개가 있나 찾아봤지만, 나머지 세 명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은 것 같았다.


“뭐?”

“이 새끼가, 봐주려고 했더니?”


어이가 없었다.


“봐주긴 뭘 봐줘? 이거나 봐라.”


주먹 감자를 날려주고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들어오라고 도발했다.

하지만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마침 골목 바깥쪽을 순찰하고 있던 위병들이 우범지대인 골목 안쪽으로 들어왔다.

모험가 한 명을 둘러싼 네 명의 모험가들.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그림 아닌가?


“무기를 든 모험가들이 다섯이나 있잖아?”

“그럼 여긴 순찰을 하지 않아도 괜찮겠네.”


하지만 위병들은 오히려 이 거리가 안전하다는 식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들어왔던 길을 서둘러 돌아나가 다른 거리로 사라졌다.

모험가들끼리의 분쟁은 사람이 죽고 죽이거나 팔다리가 날아가지 않는 한 도시에서도 노터치 한다더니...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무기를 든 모험가들에게 둘러싸였다면 단속을 했겠지만.

나도 내 앞에 있는 이들도 전부 무기를 찬 모험가니까 철수한 거겠지?

... 맞지?

오늘도 내 속에서 위병 혐오가 1 스택 적립되었다.


“하하하. 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너 또한 무기를 찬 모험가라면, 모험가의 법을 따라야지.”


위병들이 돌아가자 네 모험가는 무기를 꺼내 들며 전방의 네 방향을 차지하고 서서히 조여왔다.

스승의 말대로라면 버거운 상대긴 하겠지만.

내가 가진 능력은 검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거친 힘과 끊임없는 기운이여 내 몸에 깃들어 강해져라. 스트렝스!

=바람의 발걸음, 윈드포스


마법과 정령마법으로 보조마법을 걸고 오늘 산 롱소드를 뽑아 들고 상대방을 노려봤다.

보통 실버급부터는 4에서 5인으로 정식 파티를 하면서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고.

4인 파티는 2명의 어태커와 한 명씩의 서포터, 탱커로 나뉜다고 들었다.

전투를 쉽게 하기 위해선 서포터, 어태커, 탱커 순으로 싸우는 게 정석인데.

이 네 사람은 모두 두 자루의 단도를 허리춤에 차고 있어서, 누가 어태커고 서포터인가 같은 것들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또 다 전투 스킬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들 중 누가 어떤 고유스킬을 가졌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칠 수도 없었다.


“다들 준비해.”


정령들에게도 미리 대비하게 하고.


“뭐해 새끼들아! 들어와!”


상대를 도발했다.


“죽어! 이 새끼야!”


진짜 죽이려고?

사방을 조이고 있던 모험가들 중 셋이 앞과 좌우에서 공격을 해오고 한 놈이 뒤로 빠졌다.

저놈이 서포터구나.

그럼 앞에 얄상한 놈은 어태커고 거고, 오른쪽 뚱뚱한 놈이 탱커인가?

예리해진 감각으로 모두의 위치를 파악했다.

더 진한 미소를 지으며 통증을 억제하고.


“질로트! 저놈 풍권 먹여!”


정령에게 미리 약속된 풍권, 비살상용으로 개조한 윈드 블레이드를 지원가에게 먹이게 하며.

앞에 있는 얄상한 놈에게 달려들었다.

앞으로 거리가 좁혀지며 좌우 모험가들과 거리가 벌어지고 단숨에 1대 1 상황에 놓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상대의 어깨를 베어갔다.

하지만 회복초로 회복될 수 있을 정도로 얕게 칼을 휘둘렀다.

상대방이 웃으면서 나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훙! 훙!


내 검이 허공을 두 번 갈랐다.


“그게 다야?”


뭐야?

어태커가 아니라 회피탱이였어?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순간, 상대의 눈이 빛나고.

갑자기 이상하리만치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내 칼을 피했다.

이거 고유 스킬인가?


=우아아아! 죽어라!


그때 뒤에서.


펑!

“커억!”


뒤로 빠졌던 서포터가 배를 중심으로 반으로 접히며 뒤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뭐야?”

“이 새끼 정령사였어?”


내가 백지급인 건 들었어도 정령사라는 건 못 들었나?

소문이 너무 대충 도는 것 같아서 좀 서운한데?

나름 조사까지 하고 나를 타겟 잡아서 움직인 것 치곤 가진 정보가 너무 허술했다.

시작을 납치로 시작하는 정령사 놈들이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데...

내가 아니라 정령들에게 싸움을 하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우리 애들 중에서 죽이지 않고 힘 조절해서 때릴 수 있는 애가 살짝 맛이 간 질로트 한 놈뿐인 걸 다행으로 알아라.

일단 회피탱인 줄 알았으니 굳이 탱커와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질로트 바닥 쓸기 후 붕신!”


정면의 적은 질로트에게 상대하게 명령하고.

나는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덩치 큰 어태커의 앞쪽을 파고들었다.

상대도 거리를 좁히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거리가 좁혀졌다.

상대는 투구를 쪼갤 듯 양손에 든 단검을 휘둘러 내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예민해진 감각 덕에 눈으로 보지 않아도 칼날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였다.

살짝만 고개를 숙여 단검을 피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실버급 모험가였다.

순식간에 단검이 방향을 틀어 머리를 따라왔지만, 채 내 머리에 닿기도 전에.

내 어깨가 상대의 가슴팍에 먼저 닿았다.

기습적인 철산고!


퍽!


상대방은 차라리 가슴에 데미지를 받으면서 살을 주고 뼈를 깎을 생각이었나 보다.

통증을 참고 단검을 내리찍는데.


푹!


가시가 튀어나왔다.


“아악! 쿨럭!”


상대방이 가슴을 붙잡고 물러났다.

그의 가슴팍에 직경 5센티가량의 구멍을 뚫려 있었다.

식도 쪽을 다친 탓인지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올라왔다.


“쿨럭! 쿨럭! 쿨럭! 크윽...”


다급히 품속에서 회복초를 꺼내 씹어먹는 게 보였다.

깊게 찌르진 않아 회복초만 있으면 죽진 않을 거지만, 당분간은 전투 불능.

오히려 죽게 생긴 건 나였다.

왼쪽에 있던 어태커와 정면에 있던 회피탱, 두 사람이 가슴과 머리를 노리며 달려들었으니까.

하지만 정면의 회피탱이 질러오는 가슴팍은 신경 쓰지 않고 머리만 숙이며 왼쪽의 어태커에게 달려들었다.

회피탱의 단검이 내 가슴에 닿으려는 순간.


=바닥 쓸기!


질로트가 기습으로 회피탱의 다리를 걸었다.

이번에 그는 피하지 못했다.


“크윽! 대체 어디서?”


회피탱은 눈알을 굴려 질로트의 위치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령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는 정면에 있는 질로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이지 않으면 발동을 안 하는 류의 고유스킬인가?


=그리고 붕신! 캬캬캬! 죽어라!


질로트는 넘어지는 적의 턱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갈겼다.


퍼억!

“커러럭!”


입에 피를 물며 뒤로 날아가는 회피탱.

그는 뒤로 쭉 뻗어 날아가더니, 기절했는지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제 남은 적은 한 명이었다.


챙챙챙!


스승의 말대로 나는 검술만 놓고 보면 실버급이 맞나 보다.

상대방의 단검술과 내 검술, 몸놀림은 거의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나는 보조마법도 걸었고 내가 산 검은 준 미스릴 경도에 날카로움이 배가된 2,600골드짜리 검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단검은 고작 쓸만한 강철 단검이다.

차이를 느껴봐라!


챙챙! 채채챙!


칼이 부딪힐 때마다 불똥이 튀었다.

상대는 힘에서도 밀리는 데다가 부딪힐 때마다 단검이 조금씩 깎여 나갔다.

캬! 이 맛에 현질하는 거지.

엔돌핀에 취해 큰 희열을 느끼자, 나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다.


“이 치사한 새끼! 매직 아이템에 대체 얼마나 돈을 처바른 거야!”


뭐? 내가 돈을 처발라서 강한 거 같다고?


“뭐? 필요하면 줄까? 네가 쓰고 해볼래?”

“뭐?”


나는 쓰고 있던 헬름을 벗어 그에게 던지며 뒤로 물러났다.


“음?”


상대는 반신반의하더니.

바닥에 떨어진 헬름을 붙잡고 얼른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하? 자존심이 상했나 보지? 이왕이면 그 롱소드도 줬으면 좋겠는데.”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오히려 내 입장에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헬름을 쓰는 네가 더 바보 같아 보이는데?


“뭐, 윽! 이게 뭐야? 우, 우욱!”


헬름을 쓴 모험가가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나는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우웩! 웩! 왜! 이딴 저주 아이템을 돈을 주고...”

“응 저주템 아니야!”

퍽!


턱에 한 방.

주먹을 갈기자, 상대가 쓰러졌다.

상대가 기절한 걸 확인하고 다시 헬름을 쓰자.

뒤쪽에 있던 어태커가 회복초로 상처를 회복하고 조용히 일어나 등 뒤로 접근하는 게 느껴졌다.


“어딜?”

후웅!


그의 공격이 허공을 갈랐다.


“크윽... 이게 어떻게... 백지급이야!”


상대는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며 인상을 찌푸리고 단검을 휘둘렀다.

대충 실버급과의 능력 차이도 시험해 봤겠다.

굳이 내가 상대할 이유가?


“질로트. 머리에 내려찍기 한 방.”

=접수 완료! 죽어라 이 새끼야! 끼요오오옵!


바로 옆에서 질로트가 살기를 담아 공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는 끝까지 옆에 정령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애꿎은 허공만 칼로 갈랐다.


빡!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음과 함께, 마지막 남은 상대가 바닥에 뻗었다.

나는 네 모험가를 한 곳으로 끌고 와서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상처의 정도를 살폈다.

견갑에 찔렸던 사람 빼고는 전부 다 타격당해 기절한 상태였고, 견갑에 찔린 상대도 기적의 회복초 덕분에 상처는 이미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습격을 받게 되자, 내가 새삼 비정하고 비열한 자들로 가득한 모험가의 세계에 발붙였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왜 그토록 엘리나가 모험가 놈들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스킬도 있고 마법이나 정령이 있는 이 세상이 게임이라면.

아이템을 창고나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도둑질당할 일도 없고 힘이 없다고 해도 입고 있는 장비를 털리진 않을 거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곳에선 힘이 없으면 자신이 가진 장비조차 지키지 못한다.

그것은 모험가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이었다.

신분이 낮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험가가 아닌 같은 마을 사는 사람들 끼리도 뺏고 죽이려는 곳이고.

계속 강해져야 하고 항상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여기 뻗어있는 네명의 약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럼... 뭘 가지고 있나 좀 볼까?”


그래도 게임하고 비슷한 건 있었다.

루팅.

이렇게 습격당하는 것이 손해만 보는 건 아닐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98 결초보은
    작성일
    24.07.01 11:02
    No. 1

    상대가 죽일려해도 복수도못하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7.01 11:11
    No. 2

    때리고 패고 돈 뺏어가지만, 죽이려고 하진 않는다.
    마치 낭만의 시대라 불리던, 주먹이 앞서던 시대와 비슷한 배경이면서도...
    정당방위는 '폭 넓게' 인정합니다.(관련 내용은 언젠가 나올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새구리
    작성일
    24.07.01 11:06
    No. 3

    재밌어요.
    주인공이 적당히 선하면서 이기적인 성격인 것도 맘에 들고 이것저것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줘서 앞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7.01 11:11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jaeger
    작성일
    24.07.01 16:45
    No. 5

    일반 정령도 아니고 격투겜으로 단련된 전투정령이라굿~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41 자광대
    작성일
    24.07.01 22:59
    No. 6

    잘보고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2 제르미스
    작성일
    24.07.02 10:19
    No. 7

    신나는 잡템 파밍 시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0 아봉
    작성일
    24.07.02 11:02
    No. 8

    도랏... 제목: 철권 정령사 판타지평정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마스터조인
    작성일
    24.07.03 20:55
    No. 9

    세계관이나 정령등 소설의 소재를 감당 못하는한 좋은 조회수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7.03 21:14
    No. 10

    제가 재미있게 쓰고 봐주시는 분들과 같이 즐겁게 볼 수 있다면 조회수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먹고 살 정도는 나올 것 같아서 쓰는 거고.
    그 이상 나오면 오히려 좋은 거고, 그 미만으로 나오면 더 분발하면 되는거니까요.
    다양한 소재, 재미나고 새로운 세계관이라 혹여 컨트롤이 어려울까봐 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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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039. What is 던전? +7 24.07.02 2,054 80 18쪽
38 038. 새로운 도전과 공연의 법칙 +7 24.07.01 2,745 99 18쪽
» 037. 낭만의 시대, 동네 형들이 칼을 차고 돌아다님 +10 24.07.01 2,970 102 17쪽
36 036. 과학의 재발견 +8 24.06.29 3,074 90 11쪽
35 035. 성인이 되고 돈도 생겼는데 좋은 곳에 가보실까? +5 24.06.28 3,241 92 13쪽
34 034. 신입 괴롭히기 +8 24.06.27 3,271 88 14쪽
33 033. 성인식은 고유스킬 뽑는 날! +6 24.06.26 3,317 99 17쪽
32 032. 헤어짐이 있고 만남이 있다 늘 그렇듯 +9 24.06.26 3,254 84 13쪽
31 031. 도시 정착을 도와주다 +4 24.06.26 3,261 84 16쪽
30 030.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7 24.06.24 3,305 86 18쪽
29 029. 괜찮은 거래처를 찾았다 +2 24.06.23 3,283 80 13쪽
28 028. 첫인상은 중요하다. 나 말고 너. +8 24.06.22 3,434 86 17쪽
27 027. 도시의 첫인상 +11 24.06.22 3,577 81 16쪽
26 026. 정화의 불길이 솟아오르다 +15 24.06.20 3,732 93 19쪽
25 025. 인간이라는 이름의 지옥 +5 24.06.19 3,749 88 17쪽
24 024. 마을 회의 우리 가족만 없는 +11 24.06.18 3,762 88 14쪽
23 023. 내가 모르는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2 24.06.17 3,697 86 17쪽
22 022. 내 제자는 환생자? +5 24.06.16 3,935 103 16쪽
21 021. 합체하면 기쁨이 배가 된다. +4 24.06.15 3,911 102 20쪽
20 020. 수상한 제자 +8 24.06.14 4,014 90 14쪽
19 019. 엘프 궁술을 배우다 +8 24.06.13 4,114 96 25쪽
18 018. 사탕 두 알이면 괄목상대(刮目相對) +7 24.06.12 4,098 100 15쪽
17 017. 불청객 접대 +4 24.06.12 4,276 98 17쪽
16 016. 한가지 채웠다 +10 24.06.11 4,345 111 16쪽
15 015. 흔들다리 효과 +6 24.06.10 4,457 107 13쪽
14 014. 쩌는 활 있습니다(못당김) +3 24.06.09 4,581 108 12쪽
13 013. Spring goes where?(용수철은 어디로 가는가?) +29 24.06.09 4,687 126 12쪽
12 012. 정령들의 취직희망 1순위 +10 24.06.08 4,983 133 13쪽
11 011. 정령이 머물다간 거리 +7 24.06.07 5,117 124 12쪽
10 010. 정령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좋은 이유 +9 24.06.06 5,412 127 14쪽
9 009. 내가 이 마을을 싫어하는, 강해지려는 이유 +2 24.06.05 5,696 143 18쪽
8 008. 이름의 특별함 +5 24.06.05 6,099 155 16쪽
7 007. 정령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다 +9 24.06.04 6,992 148 18쪽
6 006. 즐거운 막대기를 배워보자 +8 24.06.03 7,592 159 16쪽
5 005. 정령사, 정령과 계약한 사람이라는 뜻 +4 24.06.02 7,925 185 12쪽
4 004. 나만 목소리가 들려 +10 24.06.01 8,435 139 13쪽
3 003. 4가지 결핍 +11 24.05.31 9,190 195 12쪽
2 002. 촌놈과 폐인 하프 +7 24.05.31 10,836 213 13쪽
1 001. 전생이 기억나버렸다 +17 24.05.30 12,467 2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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