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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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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6.26 22:4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551
추천수 :
1,529
글자수 :
219,744

작성
24.06.16 23:31
조회
1,240
추천
44
글자
17쪽

022. 너 환생했지?

DUMMY



토마스가 다급히 창고에서 뛰쳐나왔다.

이상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집까지 쫓아가 엘리나를 붙잡고 변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창고 밖으로 나온 그는 창고 앞에 서서 서럽게 울고 있는 스승 엘리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스승...”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엘리나를 불렀다.

울면서 그녀가 돌아봤다.


“왜 울어? 혹시... 슬퍼?”

“아니.”

“그럼... 안에서 본 게 너무 무서웠어?”

“그것도 아니야...”


코를 훌쩍거리며 고개를 젓던 엘리나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자신의 빈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저 안에서 봤던 즐거운 모습들이 내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야...”

“음...”


토마스의 얼굴이 굳었다.

엘리나가 그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자신의 얼굴을 숨기려고.

하지만 그녀가 접근하자 토마스가 뒤로 도망치듯 물러났다.


“...”


이건 타이밍상 남자가 우는 여자에게 가슴을 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하다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어 토마스를 쳐다보는데.


“스승...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잠깐만 안으로 들어와 볼래?”


토마스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창고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고.

울고 있는 엘리나만 밖에 혼자 남았다.


“... 뭐야... 이게...”


토마스의 반응이 너무 황당해서 엘리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뒤따라 창고로 다시 들어가자, 토마스는 구석에 깔린 카페트 위에 놓인 가구들을 들어서 한쪽 옆으로 옮기고 있었다.


“잠시만 거기서 기다려 봐.”


어느새 가구가 모두 옆으로 옮겨지자, 토마스는 바닥에 깔린 카페트를 걷어냈다.

그러자 지하로 통하는 나무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사람 대신 불의 정령들과 바람의 정령들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지하실 안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기압으로 귀가 먹먹해진다 싶더니, 지하실의 불이 밝혀지며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된 거 같네. 들어가자.”


토마스가 먼저 앞장서고 조심스럽게 엘리나가 그 뒤를 뒤따랐다.

지하실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제법 깊고 긴 통로였다.

긴 계단이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고 가는 길마다 횃불이 붙어 있었다.

정령으로 자주 공기를 순환시키는지 지하인데도 공기는 숲에 있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났다.


“여긴 가족들과 스승한테만 공개하려고 했던 지하 대피소야. 원래 나중에 공개할 예정이었어.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마을 사람들도 쓸 수 있겠지만, 비축된 물자가 많지 않으니까 일단 스승하고 우리 가족들만 쓰라고... 미리 이별 선물로 만들어 둔 곳이지.”


토마스는 이곳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앞장서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지하로 이어지는 길의 깊이와 길이에 놀란 엘리나는 아직도 토마스에게서 느껴지는 하급 정령사의 기운에 더욱 의문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실력이 최소한 자신보다 높은 상급 정령사일 거라고.

아니, 어린 시절부터 준비하던 게 아니라 최근에 막 정령과 계약한 뒤 이런 땅굴을 파놓은 거라면 최상급 정령사일 수도 있을 거라고.

느껴지는 토마스의 실력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땅굴을 판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고작 최하급 땅의 정령 혼자서 다 판 거라는 걸 알게 되면 그녀는 까무러치고 말 것이다.


“아무튼 안쪽에 대피 공간과 창고가 있는데, 여기에서 가기 전까지 내 작업실로 쓰고 있었어.”


토마스가 작업실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때쯤, 수십 미터가 넘는 통로가 끝나고 지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동굴이라 삭막할 것 같았지만, 바닥에는 반질반질한 벽돌들이 깔려있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가구들과 생활용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오히려 엘리나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넓고 쾌적해 보였다.

거기다 안쪽으로 여러 개의 문과 방이 있었고 안에는 침대나 사람이 살만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부엌에는 말린 과일과 육포, 곡물자루 등이 쌓여 있었고 다른 보관함들에선 말린 생선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쪽에선 지하수가 계속 흘러나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우물도 있었다.

그런데 지하수가 흐르는 걸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하는 습하지 않고 쾌적했다.


“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둔 거라고?”

“혹시 모르잖아. 자연재해 같은 게 날 수 있으니까...”

‘정확하게는 정령왕 중 누군가가 안 가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바람에 자연재해가 나면 어쩌나 해서 만들어 둔 곳이긴 하지만...’


놀라는 엘리나에게 정령왕까지 몇 번 왔다 갔다고 하면 더 놀랄까 봐 토마스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녀를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은 지하실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를 위한 선물이 이곳에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데리고 온 거다.


“잠깐만 기다려 봐. 스승한테 주려고 준비해 둔 선물이 있어.”


토마스는 한쪽의 작업실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쪽에서 뭔가를 들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팔이었다.

나무, 철, 가죽 등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스프링이나 베어링 등, 정밀한 부품이 들어가서 모든 관절 부위를 움직일 수 있는.


“의수?”

“어. 이거 스승 주려고 준비한 의수야.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윗옷만 좀 벗어서 어깨를 좀 보여줄 수 있을까? 최종 조정 때문이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토마스는 의수에 가죽 멜빵을 조립해 엘리나가 착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칼을 가져와 접합부를 조정하기 위해 엘리나를 재촉했다.

그의 배려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엘리나였다.

하지만 그녀도 한때 의수의 착용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토마스. 네 마음은 정말 고마워. 네가 만든 거니까 불편하거나 아프지도 않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지난번에 착용했던 의수가 너무 불편하기도 했고... 거기다 차라리 팔이 없는 게 의수를 하는 것보다 사람들한테 무시를 당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토마스의 마음이 고마웠기에 엘리나는 평소와 달리 조심스러운 말투로 빙빙 돌려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오히려 토마스는 그녀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스승, 이거 관절 다 움직이는 거거든?”

“그래. 이런 걸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관절이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혼자서 덜렁거릴 거기 때문에...”

“아니.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이거 다 움직이고 그 관절을 다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스승이라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말로 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더 빠르겠네. 프루브! 이리 와봐.”


토마스는 자신과 계약한 최하급 바람의 정령 프루브를 불렀다.


=뭐하면 될까?

“지난번에 내가 시범 기동하면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지?”

=응.

“그럼, 여기 빙의해 봐. 시범 한번 보여주자.”

=알았어.


프루브는 토마스가 시키는 대로 의수로 들어가 몸을 의수와 똑같은 크기로 만들었고 바람의 힘으로 의수를 감쌌다.

소위 말하는 빙의 상태가 되자, 힘없이 축 늘어져 꺾여있던 있던 팔이 빳빳하게 펴졌다.


“잘 봐봐. 이 의수랑 내 손가락이랑.”


왼손으로 의수의 어깨 부위를 붙잡아 자신의 어깨에 임시로 붙인 토마스는 엘리나를 향해 자신의 활짝 편 다섯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우선 엄지를 안으로 접은 상태로 토마스가 검지를 아래위로 움직이자.


기기깅... 기기깅...


펴져 있던 손바닥이 검지를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주먹을 쥐었다가, 검지를 위로 움직일 때마다 펴지면서 스프링이 늘었다 펴지며 나는 소리를 냈다.


“일단 엄지를 안쪽으로 접는다는 건 왼팔에 빙의한 정령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신호고, 검지로 손바닥을 폈다가 접었다가 할 수 있어. 거기다 검지를 먼저 접고서 나머지 세 손가락을 동시에 접으면 손가락에 집중하라는 뜻이야. 이렇게 하나씩 피면 의수가 오른손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지.”


말로 하며 엄지와 검지를 접어 정령에게 신호를 준 토마스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가 엄지만 따로 펴며 따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얼마나 기동이 잘되는지를 보여줬다가, 다시 엄지를 접고 검지를 접었다 펴면서 주먹의 명령을 해지했다.


“그리고 이번엔 팔뚝인데.”


이번엔 엄지를 접은 뒤 중지를 접었다 폈다.


그긍... 그긍...


그러자 의수가 팔꿈치를 중심으로 안으로 접혔다가 다시 매끄럽게 펴지며 살짝 거친 쇳소리를 냈다.


“이거 관절에 기름칠을 좀 더 하긴 해야겠네. 최종 조정 중이었어.”


팔꿈치의 기동을 확인시켜 준 토마스는 손바닥을 폈다가, 이번엔 엄지를 접은 다음 약지를 접었다 폈다.

그러자 어깨가 위쪽으로 들렸다가 다시 내려가며 움직였다.

이번엔 토마스가 검지를 접은 상태로 서서히 손가락을 깊은 곳에서부터 위쪽으로 들어 올리자, 옆으로 벌려졌던 팔이 앞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은 팔꿈치를 빙글빙글 돌릴 수 있어. 깊숙이 하면 좀 더 빠르게 돌고 위쪽으로 하면 천천히 도니까 기억해 두고.”


토마스는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까지 움직여서 어깨가 빙글빙글 도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처음에는 동작 외우느라 빡세겠지만, 익숙해지면 왼팔도 자기 팔처럼 쓸 수 있을 거야. 어떤 등급의 정령을 빙의하느냐에 힘의 세기도 달라질 거야. 지금은 이 정도지만...”


토마스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면서 스승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중에는 정령들과 약속을 바꿔서 다양한 패턴의 움직임을 만들 수도 있고 말로 명령할 수도 있으니까, 손으로 하는 조작이 필요 없을 수도 있어. 어때 다른 의수랑 다르지? 모험가 현역으로 복귀도 할 수 있을걸?”


자신감 넘치는 토마스의 설명이 끝나자, 설명하는 내내 입을 벌린 채로 의수가 움직이는 것만 지켜보던 엘리나는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훌쩍,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거의 찢어버릴 기세로 던져서 벗어버렸다.

그러고는 어깨 환부에 감겨있는 붕대까지 풀려고 시도했지만.


“워워. 기다려, 처음엔 좀 조정이 덜 돼서 따가울 수 있으니까. 붕대가 있는 게 좋을 거야.”


붕대까지 푸는 건 토마스의 제지로 막혔다.

토마스는 의수를 어깨에 가져다 대며 접합 부위를 칼로 깎고 그 위에 가죽을 대며 최종 조정을 마쳤다.

목과 반대편 겨드랑이 쪽을 멜빵으로 타이트하게 고정하는 사이 엘리나의 가슴이 고스란히 노출되었지만.

토마스는 흔들리지 않는 장인의 눈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결합된 부위의 거친 부분을 정령에게 깎게 시켜 마지막 조정을 마쳤다.


“이제... 스승이 계약한 정령들을 불러서 시험해 봐. 그들한텐 내가 말을 해뒀... 아니 내 정령들한테 말을 전달해 주라고 해뒀기 때문에...”


토마스는 말하다 아차 하며 급하게 말을 바꿨다.


“엘리다인. 이 팔에 빙의해 줘.”


엘리나는 자신의 계약 정령인 엘리다인을 불러 팔에 빙의를 시켰고 토마스가 알려준 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팔을 움직여 보더니.


“흑... 크흑...”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 스승? 괜찮아?”

“괘... 괜찮아. 너무... 고마워서 그래. 크흑...”


엘리나는 토마스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엘리나는 두 팔을 벌리더니 토마스의 허리를 양팔로 꼭 끌어안았다.


“어... 우니까 입막음하려고 선물을 준건데... 이렇게 계속 울면... 역시 의수보단 명품 수제 가방이라도 만들어줬어야 하나... 아무튼 유용하게 써.”


토마스는 어색하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상의를 입지 않았기에 엘리나의 윗몸은 완전히 맨몸이었다.

옷 안에 갇혀 있던 엘리나의 가슴은 상당히 컸고, 고개를 살짝만 숙여도 자신의 몸과 맞닿은 가슴의 실루엣이 드러났기 때문에.

매너를 지킨다고 그러고 있는 거였다.


“바보야. 이럴 땐 우는 여자의 등이라도 두들겨 주는 거라고.”

“그런가?”


토마스는 엘리나의 말대로 그녀의 맨 등을 어색하게 살짝살짝 두들겨 주었다.

그럴 때마다 엘리나는 등으로 그의 손이 얼마나 따듯한지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눈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바보같아... 너 진짜 가르쳐줄 게 많은 제자구나? 흡.”


엘리나는 코를 훌쩍이며 토마스의 옷깃으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뒤로 물러나 토마스가 보는 앞에서 다시 상의를 걸쳐 입었다.


“어... 음... 근데 엘리나. 오늘 창고에서 본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음... 정령들과 놀아주는 과정이었는데...”

“그래. 그런 거 같더라. 그리고 이제 완벽하게 알겠어. 너는 정령술의 천재야. 그리고... 정령들과 말이 통하는 거지?”

“어? 아... 아니? 그게...”


자신의 비밀을 들킨 토마스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화들짝 놀라며 말을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엘리나의 눈에 들어차 있는 확신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난 어디 가서도 이 비밀을 말하지 않을 거야. 그거 알아? 예전에 우리 조상이신 한 하이엘프 분께서도 너랑 똑같은 능력이 있다고 하셨어. -더 그레이트 토커.”


룬어로 조상의 이명을 말하며 엘리나는 토마스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넌 어쩌면... 그분의 환생일지도 몰라.”


토마스는 이 마을에 온 이후로 그동안 탁했기만 했던 엘리나의 눈이, 오늘따라 환하게 밝아져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의 눈에 담긴 감정이 살짝 읽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애정, 희열, 환호를 넘어선 광신(狂信)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내가?”

‘혹시 너네 엘프들 조상도 한국인이었니?’


토마스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이미 엘리나는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어쩐지. 네가 내 술을 훔쳐 가고 여러 일로 나를 괴롭혔을 때부터... 니가 밉지만은 않더라고.”


그녀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 토마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밉지 않아서 망할 좆같은 꼬맹이라고 부른 거야? 그럼 내가 미웠으면 대체 뭐라고 말하려고...”


엘리나의 추억 회상과 감정선이 와장창 붕괴되었다.


“야! 쫌생이처럼 뭘 그런 걸 기억하고 있냐?”

“쫌생이? 내가 쫌생이라고? 항상 그렇지.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도 못 하는 거야. 그냥 피해자만 기억하는 거지.”

“하? 참... 얘는 맨날 이런다니까? 맨날 자기만 피해자래?”

“그럼 내가 피해자지! 너 맨날 나 검술 수련 시켜준다는 핑계로 계속 패면서 니 스트레스 풀잖아? 내가 모를 거 같아? 나만 제자에 진심이었지. 안 그래?”


반쯤은 사실이라 살짝 뜨끔한 엘리나였지만, 지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반박했다.


“내가 언제? 실전은 진짜 그것보다 더 위험하다니까? 그리고 그건 외팔이라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던 거라고!”

“그건 모르겠고. 나한텐 그냥 스승 네가 더 위험하다니까?”

“네가 진짜, 몬스터랑 상대를 못 해 보고 던전에 안 들어가 봐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가면 얼마나 위험한 일들투성이인지 알아?”


엘리나는 지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토마스도 지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안 두 사람의 말싸움은 끊이지 않았고 때로는 고성도 오갔지만.

오늘따라 왠지 두 사람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 * *


엘리나가 의수를 착용하고 집으로 돌아간 이후.

엘리나는 검술을 배우러 온 나를 양팔로 쥐잡듯이 두들겨 패고.

양손으로 잡아 넘기거나 왼손에 찬 방패로 타격하는 등 새로운 패턴을 추가해, 그녀의 진짜 실력과 싸움이 어떤 건지를 제대로 알려주었다.

그나마도 과거의 절반 정도 실력이라고.

심지어 활도 직접 쏠 수 있게 되어서 가끔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가끔씩만으로 이제 막 궁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나는 그녀와의 절망스러운 실력 차를 알게 되었다.

엘븐보우를 2초 만에 3회 연사한다든가, 한 번에 2, 3개씩 화살을 쏴서 원하는 걸 다 맞춘다든가 하는 걸 어떻게 따라하라고...

덕분에 나는 내 궁술에 대한 자만을 버릴 수 있었고 더욱 연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궁술 수련이 끝나고 엘리나가 먼저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겪었던 모험과 모험가에 대해 진실되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의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그리고 내가 집에 돌아가 있으면.

저녁에 슬그머니 창고로 들어오더니.

다른 정령들과 함께 조이스틱 앞에 줄을 서서 게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엘리나는 엘리다인이나 다른 정령들에게 스틱의 조정을 맡기고 자신은 버튼을 두들기는.

이른바 쵸칼(네임드 투헤드 오우거)식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며칠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매길래.

그녀의 집에 오락기 한 대를 설치해 주고 다른 정령들한테 가서 놀아줄 사람은 놀아주라고 했더니.

다른 정령들과 상대를 한 덕분인지 쵸칼 플레이 실력이 매일매일 부쩍 늘어서 왔다.


“헤헹? 둘이서 한 명 못 이기죠?”


물론 그렇게 해봐야 나한텐 전혀 상대가 안 됐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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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5 초고수님
    작성일
    24.06.17 19:27
    No. 1

    제목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 나혼자만 이세계 스트리머, 정령왕도 구독하는 이세계...등등, 아무튼 재밌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24.06.17 19:48
    No. 2

    오?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고민 해볼게요 ㅋㅋ
    안그래도 조금 고민중이었어요 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루노드
    작성일
    24.06.23 15:02
    No. 3

    근데 풀이란 풀은 다 먹고 활의 민족인 동이족... 한국인이 엘프 조상일수도?!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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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나만 목소리가 들려 +1 24.06.02 2,778 73 12쪽
4 004. 4가지 없으면 마법을 못써 +7 24.06.01 3,027 77 16쪽
3 003. 막말하는 사제지간 +6 24.05.31 3,335 79 13쪽
2 002. 나보고 촌놈이라고? +6 24.05.31 4,182 85 14쪽
1 001. 전생이 기억나버렸다 +6 24.05.30 4,555 9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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