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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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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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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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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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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39. What is 던전?

DUMMY

=던전은 자연계와는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엘리나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던전에 대해서는 인간들 그러니까 휴먼, 엘프, 드워프, 수인 등 각 인간형 종족들마다 전승되는 이야기가 달랐다.

역사의 어느 시점부터 나타난 건지, 아니면 원래 거기에 있었다가 몬스터가 올라오면서 발견된 건지도 의견이 분분했고.

몬스터가 나왔기에 몬스터의 기원이라 불리는 것 말고는.

각 지역마다 있는 던전의 특징도 다르고 그 지역에서 가지는 의미도 달라서.

스승이 말해준 던전에 대한 이론들만 수십 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령왕들께서 그곳으로 넘어오신다고 해도 자연력이 축적되지 않죠. 또 자연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척을 숨기기도 용이하고요. 정령사가 있다 하더라도 귀찮은 일을 당하지 않을 겁니다.

“왜 던전에서 보자는 지는 알겠어. 근데... 정령들은 던전에 대해서 좀 아나?”

=좀 아는 편이죠. 다른 종족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수십만 수천만 년씩 살고 있으니까요. 정령왕님이나 정령신님은 던전의 기원과 처음 생기는 과정도 보셨을 겁니다.


아하. 확실히.

엘프가 모든 인종 중 가장 장수해서 장명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고작? 900년 정도 산다.

하지만 정령들은 태어나면 죽지 않는다고 했지.

던전의 기원을 알고 있을 만했다.

거기다 30만 년 전 하이엘프 말고는 말이 통하는 상대도 없었다고 했으니까.

그들이 알고 있는 던전에 대한 지식이 인류에 전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근데 혹시 파이어배틀은 던전은 왜 생긴 건지 알고 있어?”

=간단하게 말하면 외계에서 이곳을 오기 위한 통로죠. 말 그대로 이 차원, 자연계 바깥 경계에 있는 외계의 차원에서 이곳을 오기 위한 통로.

“외계의 통로?”

=정령들만 해도 정령계라는 다른 차원에서 이곳 자연계로 넘어온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저희야 집 밖으로 나가듯 자연계로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게 필요 없지만. 다른 차원에선 그게 어려우니 항상 드나들 수 있는 수단을 만들었고 그것이 최초의 던전이죠.


그 말은 즉, 던전이 사실은 게이트 같은 존재라는 소린가?


=처음 던전이 생겼을 때만 해도 그곳을 통해 이곳으로 이주해 온 종족들이 많았습니다. 인간과 엘프, 드워프 정도만 이곳의 원주민이고 다른 이종족들. 수인이나 드래곤, 흡혈귀 같은 언데드들도 던전을 통해 이주해 왔죠.

“그럼 지금 있는 던전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는 몬스터들도, 사실은 던전을 통해 우리 세계에 이주하기 위해 넘어오는 거라는 소리야?”

=물론 인종 취급 받지 못하고 몬스터 취급 받는 종족들도 있긴 했지만, 일반적인 몬스터들은 목적이 좀 다릅니다. 영혼석이 나오는 몬스터들 아시죠?

“응. 던전 안의 몬스터들과 던전 밖에 있는 몬스터들한테 보통 나오는 거 아니야?”

=그렇게 영혼석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은 이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인간들의 영혼을 수집해 자신들의 외계로 가지고 가기 위해 오는 겁니다.

“영혼을 수집한다고? 어떻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던전에 들어가서 죽으면 영혼이 외계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헐?”


그럼 던전에 들어가 모험가들이 죽으면, 몬스터들을 이 세상으로 보낸 외계 종족들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는 거 아닌가?


“근데 던전을 그냥 둔다고?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일단 던전은 자연계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무너트릴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막아도 안에서 몬스터로 밀고 나오니까, 영원히 막을 수도 없고요.

“그럼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뭔가 꿍꿍이가 있으니까 영혼을 가져가는 거겠지.”

=그 부분은 저희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매번 수집만 해가지, 따로 뭔가를 하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그런 던전을 일종의 인간과 타 차원의 교류 관계라고 정의하고 있어서...

“교류 관계?”

=인간들은 스스로 던전에서 영혼석과 각종 아이템을 통해 강함과 부, 명예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모험가 일부가 던전에서 죽어 외계에 영혼을 공급하는 건데, 방심하지만 않으면 영원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것을 암묵적으로 합의된 차원 간 상호이익이 되는 교류 관계라고 정의하고 있죠.

“흠...”


듣고 보니 서로 윈윈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가는 던전을 통해 무한히 강해지고 던전은 그것을 미끼로 모험가들을 불러들여, 방심시켜 죽이고 영혼을 가져간다.

왜 가져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하니까 가져가는 거겠지.

근데,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던전을 통해 계속 영혼이 다른 차원으로 흘러 들어가면, 안 좋은 거 아니야? 세계의 영혼 숫자가 줄어들 거 아냐.”

=영혼의 순환에 대해 아십니까?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와서 좋은 곳에 갔다가, 새것처럼 기억이 세탁돼서 다른 생명의 몸으로 들어간다는 개념... 아닐까?”


대충 윤회라는 개념과 비슷하게 보고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엘프는 몰라도 인간 중에 아는 사람은 적을텐데... 아! 역시 하프 엘프를 스승으로 두셔서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걸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계는 살아 있는 생명체보다 더 영혼의 숫자가 많습니다. 원래도 많았고 새로 탄생하는 영혼이나 다른 외계 차원에서 흘러오는 영혼도 있어서. 연결된 모든 차원들 중에서 가장 영혼이 충만하고 영혼의 순환 시스템도 잘 갖춰진 곳이죠. 매번 다른 외계로 영혼이 빠져나가도 그 이상으로 더 생깁니다.


잠깐, 그럼 나도 그런 식으로 외계에서 영혼이 흘러들어온 건가?

자세한 건 정령왕에게 물어볼 거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곳의 영혼 총량이나 영혼의 순환 시스템에 큰 변화가 없다?”

=네. 지금도 영혼 총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다 외계의 유입도 잘 받아주는 편이죠. 일부 스피릿 계열의 다른 종족들 중에서는 아예 이쪽 시스템에 편입돼서 영혼의 순환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흠...”


파이어배틀의 말을 듣다가 왠지 그의 얼굴에서 씁쓸함을 감지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나 생각해 보니, 새삼 그들이 죽지 않고 사는 종족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혹시 정령들도 이쪽 시스템에 편입되고 싶어 하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끊임없는 생명을 사는 모든 종족의 비원이기도 하죠. 그래서 정령들은 이곳의 영혼 순환에 편입될 수 있는 힌트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고 있죠.


왜 그들이 바람을 맞기 위해 빨가벗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왜 이렇게 많은 정령들이 자연계에 상주하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어? 근데...


“그럼 나한테 계약으로 묶여 있거나, 여기 와서 놀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하하. 아닙니다. 어차피 정령의 삶은 길고, 계약이라고 해도 인간으로 따지면 눈 깜빡일 정도의 한순간뿐입니다. 오히려 자극과 오락거리는 저희들의 삶에 큰 희망을 주는 요소입니다.


파이어배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치듯 작게 중얼거렸다.


=우울해서 죽을 것 같은데, 죽지는 않고... 항상 같은 행동만 반복하고 살다 보면 자극에 목말라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의 본심을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보니 정령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물 같겠지만, 그래서 제가 토마스님께 충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백 년 남짓이겠죠. 천년, 만년 아니 적어도 엘프만큼이라도 오래 사셨으면 좋겠는데...


천년만년은 좀 그렇고 엘프처럼 한 900년?

흠...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좀 오래 살고 싶긴 하지만.

나이가 들면 아프고 병이 든다는데, 아프고 병 든 상태로 길게 살기보다는 적당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새삼 인간의 비교적 짧은 삶이 어쩌면 축복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령들에 비해선...


“아무튼 유익한 정보 고마웠어. 그럼 내일 아침에 드디어 던전에나 가볼까?”


* * *


이번에 새로 산 매직 아이템에 내가 만들어 둔 방어구까지 착용하고 기세 좋게 작업실을 나와 처음으로 던전을 방문했다.

근데 여기도 던전 앞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있었다.

뭐지?

안에서 나올 때 세금이라도 뜯는 건가? 아니면 입장료를 받나?

근데 보통 모험가 길드나 모험가지구에서 물건을 팔면 알아서 도시로 세금이 빠져나가는 걸로 아는데?

하지만 들어가는 모험가들이 그냥 잠시 섰다가 모험가패만 보여주면 지나가는 걸 보니.

안으로 들어가는 건 별문제가 없나 보다.


“통과. 다음.”

“예. 수고하십시오.”


품속에서 백지급 모험가인 걸 증명하는 종이를 꺼내 보여주고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멈춰!”


갑자기 경비병들이 창을 들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네? 왜죠?”

“백지급은 들어갈 수 없다. 최소한 브론즈가 된 뒤 다시 와라.”

“어? 원래 입장 제한은 없는 거 아니었나요?”

“하아... 이래서 자살 희망자 놈들이 문제라니까... 모험가들이 안에서 죽으면, 그 시체는 누가 치운다고 생각하는 거야? 일거리 늘리기 싫으니까 빨리 꺼져!”


경비병들이 나를 거칠게 밀어냈다.


“큭, 겨우 백지급이야?”

“자살희망자 안 받은 지가 언제적 이야긴데.”

“그래도 장비는 화려해 보이는데? 집에 돈이 많은 도련님이 아무 정보도 없이 던전에 도전하러 온 건가? 하하하하!”

“야! 백지급은 가서 막일이나 심부름이나 하라고!”

“푸하하하하!”


뒤에 서 있던 모험가들과 다른 모험가들이 낄낄거리며 나를 비웃었다.

나름 많이 배우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엘리나가 모험가 등록을 한 시기가 오래된 베테랑이다 보니 모험가 입문 과정의 정보가 부족했던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나를 비웃는 모험가들이 짜증 났지만, 쓰고 있는 헬름 때문에라도 강제로 웃으면서 경비병들에게 인사하고 모험가지구로 향했다.

몇 놈이 삥을 뜯으려는 건지 몰래 따라왔지만, 정령 마법을 걸고 뛰어갔더니 한 놈도 내 뒤를 잡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져갔다.

가는 길에 아메스 던전 무기점에도 들렀다.

어제 역삥뜯기로 구한 단검들을 차고 있었는데, 물건 감정도 하고 비싸면 팔아볼까 해서였다.


딸랑! 딸랑! 딸랑!

“여기서 안 사는 물건이야. 대장장이 공방에 가면 팔릴 거야. 쇠 값은 나오겠지.”


들어가자마자 아메스가 고유스킬로 미래를 읽고는 순식간에 감정을 끝내고 나를 쫓아냈다.

그 말은 즉, 단검 중 매직 아이템인 게 하나도 없다는 소린데...

찝찝해서 입고 있던 방어구는 내버려 뒀는데, 그걸 챙겼어야 했나?

팔아봐야 얼마 나오지도 않을 것 같고, 아쉬운 대로 투척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모험가 길드에 가까이 다가가자, 건물 벽에서부터 온갖 토사물과 노상 방뇨 때문에 찌들어 버린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러왔다.

길드에서 술집도 같이 하고 있다 보니, 아침인 지금에도 벽을 짚고 서서 오줌을 싸는 사람들이 보였다.

감각이 예민해지는 헬름, 감. 예. 헬을 쓰고 있어서 더 그 냄새가 진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시골에서 똥을 푸고 똥을 뿌리고 다 했다고 해도, 이 냄새를 좋아할 리가 없지 않은가?

코를 막으며 감예헬을 벗어버렸다.

그때, 모험가 길드 접수대에서 봤던 주황색 머리 여직원이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저기요! 화장실 있으니까 화장실에 가서 싸시라고요! 공용어도 못 읽으세요?”


그녀는 벽에 붙어있는 표어를 가리키며 노상 방뇨를 하고 있는 취객들을 소리 질러 쫓아내려 했지만.


“알았어. 이것만 싸고 다음부터 잘할게.”

“낄낄낄.”


모험가들은 쪽팔림도 없는지 그대로 그녀 쪽을 향해 몸을 돌리며 당당하게 오줌을 갈겨댔다.

당황하며 얼굴을 가리는 여직원.

근데 손가락 사이로 다 보는 거 같은데?


“꺄악! 진짜 짤라버리는 수가 있어요?”

“낄낄. 그건 일단 내 숙소에 가서 상의해 보자고.”

“그거 알아? 이건 순수 살덩어리라 회복초로 다시 붙일 수 있다? 잘려봐서 잘 안다고! 크하하하하!”


지구 같았으면 도를 넘는 성희롱에 이상한 자폭 개그라고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실제로도 잡혀갔겠지만.

그 누구 하나 여직원을 도와주거나, 그들을 잡아가지 않았다.

나도 그녀를 도와줄 필요나 의리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말을 좋아한다.

나 하나쯤이야.

들고 있던 감예헬로 오줌을 싸고 있던 두 모험가의 뒤통수를 세게 갈겼다.


빡! 빡!

“아악!”

“악!”


두 사람은 격통에 머리를 감싸다가, 취기 때문에 발이 꼬였는지 자기가 싼 오줌 벽 위로 넘어져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야이씨! 어떤 새끼야!”


이내 사내들이 일어나 소리쳤다.

이럴 때 꼭 해보고 싶던 대사가 있었다.


“나다, 이 씹...”

“헉! 너, 너는 그때 그 정령사라던 백지급 강자?”

“헉? 어제 걔 대거 4인방 실버 파티를 혼자서 때려눕혔다던데? 걔네 네 명 다 모이면 거의 골드급이잖아?”


꼭 그렇게 내 말을 다 막아야 속이 후련했냐!

그래도 자기들이 먼저 알아봐 주고 꼬리를 내리는 건 기분이 살짝 좋았다.


“앞으로 하지 말라는 거 하지 마. 하지 말라는 거 하다가 던전에서 죽는 놈이 한둘인 것 같아?”


아무튼 일단 모험가를 팼으니, 던전을 붙여서 경고 한마디를 더 했다.


“백지급이라 던전도 안 들어가 본 놈이, 뻔뻔하게 어떻게 그런 말을...”

“아씨, 뭐 이런 힘만 쎈 무식한 백지급이 튀어나와서는...”


하지만 아무래도 등급이 백지급인 걸 알고 있다보니, 어제만큼 말이 잘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더 맞을래?”


하지만 감예헬을 들어 올리자, 두 사내는 움찔하며 물러나더니 눈치를 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직원이 다가왔다.


“아아... 고마워요. 이렇게 도와주시는 모험가분들이 얼마 없는데...”


여직원이 수줍은 모습으로 인사를 해왔다.

살짝 볼을 붉히며.

못 볼꼴을 봐서... 살짝 흥분한 건가?


“서로 돕고 사는 거죠. 토마스라고 합니다.”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자기소개를 했다.


“전 레위나라고 해요. 어제는 너무 무례해서 죄송했어요. 말 더듬은 것 하며, 시민인데 왜 등록하시냐고 했던 거나 제대로 알려드려야 할 것도 못 알려드리고 보낸 것 같아서...”


그게 무례한 건가?

궁금증이야 사람마다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아닙니다. 저 같은 실력자가 갑자기 새로 등록하러 왔다고 하면 놀라기 마련이죠. 도시 시민들 중에 모험가 지원자가 적은 것도 있고요.”


크으, 저 같은 실력자. 라고 했다.

하나도 반박을 안 하는 레위나를 보니, 아직 백지급이지만 모험가 길드 내에서 조금 인지도가 쌓였다는 생각에 살짝 뿌듯했다.


“이걸 어떻게 보답하면 되죠? 식사는 하셨어요?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네요. 해드릴 말도 있고....”

“괜찮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그래도 식사를 꼭 대접해 드리고 싶네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계속해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길래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저었다.

모험가 길드 급료가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돈도 내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얻어먹기도 좀 그렇고.

또.


=주인, 저 여자 주인한테 관심 있는 듯.


드론의 말대로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계속 거절하는 것도 있었다.

첫 만남에 고백?

너무 쉬운 여자는 매력이 없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서로 도울 일 있으면, 돕고 돕자고요.”

“아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꼭. 봬요.”


거듭되는 식사 제의 거절에 실망했는지, 레위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길드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나름 인간 기준에선 예쁜 편인 것 같은데, 주인은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 설마, 못 알아채서 그런 건 아니지?

“내가 바본 줄 아냐? 당연히 알지.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철벽 친 거야.”

=철벽을 쳐?


어깨를 으쓱이며 굳이 드론에게 설명을 해주진 않았다.

왜 이렇게 철벽 치냐고?

업무로 만나는 사이인데, 괜히 사귀거나 깨지거나 했다간 나중에 관계만 서먹해진다.

가볍게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의 피임은 좀 불안하다.

아직 애가 생겨서 모험가를 은퇴할 나이도 아니고.


“아무튼 나 그렇게 안 급하니까, 내 연애에 관심 꺼. 나 연애하면 니들하고 놀아줄 시간도 줄어드는 거라니까?”

=헉! 맞네?

=야 이 바보야! 주인이 관심 끄라잖아!


드론은 다른 정령들에게 불려 가 혼나기 시작했다.

피식 웃으며 모험가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감예헬을 벗고 있는데도 각종 인종이 섞여서 내는 땀내와 술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렀다.

아침부터 웬 술들을 저렇게 먹고 있는 건지...

취객들과 섞이지 않게 테이블을 피해 바로 오른편에 있는 의뢰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백지급 의뢰가 있나 둘러보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의뢰서가 보이지 않았다.


“얘들아. 게시판에 백지급 의뢰가 있나 좀 찾아볼래?”


정령들이 다가와 누구는 게시판 위부터, 누구는 아래부터 의뢰서를 읽었지만.

여기 붙어있는 의뢰는 최소 브론즈급 의뢰, 백지급 의뢰는 게시판에 붙어있지 않았다.

결국 접수창구로 가서 조금 전 어색하게 헤어진 레위나를 만나야 했다.


“다시 뵙네요. 좀... 도와주실래요?”


어색하게 웃으며 문의를 넣었더니, 레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15도 정도 돌린 상태로 나를 쳐다봤다.


“백지급 의뢰 때문에 도와달라고 하시는 거죠? 그래서 제가 식사하면서 알려드릴 게 있다고 했. 는. 데...”

“그땐 제가 그 말인지 몰라서...”


고개를 돌리고 드론을 힐끔 노려봤다.

아이, 저 새끼가 괜한 소릴 해가지고!


=나 보지 마. 주인이 알고 철벽 친 거라며?


드론이 내 눈을 피해 뒤로 달아났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였다.


=그리고 내가 말하기 전에 이미 두 번 거절했잖아!


씨이...

맞는 말이니까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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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합체하면 기쁨이 배가 된다. +4 24.06.15 4,992 128 20쪽
20 020. 수상한 제자 +9 24.06.14 5,094 115 14쪽
19 019. 엘프 궁술을 배우다 +7 24.06.13 5,263 11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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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정령들의 취직희망 1순위 +10 24.06.08 6,378 172 13쪽
11 011. 정령이 머물다간 거리 +10 24.06.07 6,516 160 12쪽
10 010. 정령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좋은 이유 +9 24.06.06 6,890 158 14쪽
9 009. 내가 이 마을을 싫어하는, 강해지려는 이유 +4 24.06.05 7,231 176 18쪽
8 008. 이름의 특별함 +5 24.06.05 7,736 194 16쪽
7 007. 정령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다 +10 24.06.04 8,858 183 18쪽
6 006. 즐거운 막대기를 배워보자 +9 24.06.03 9,588 191 16쪽
5 005. 정령사, 정령과 계약한 사람이라는 뜻 +4 24.06.02 10,000 222 12쪽
4 004. 나만 목소리가 들려 +12 24.06.01 10,617 181 13쪽
3 003. 4가지 결핍 +13 24.05.31 11,569 239 12쪽
2 002. 촌놈과 폐인 하프 +10 24.05.31 13,508 259 13쪽
1 001. 전생이 기억나버렸다 +17 24.05.30 15,924 29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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