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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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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6.28 23: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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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152

작성
24.06.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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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7쪽

024. 우리 가족만 모르는 마을회의

DUMMY

토마스의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졌다.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꼬셔? 스승이 되어 달라고 꼬시긴 했지...’


하지만 상대는 토씨 하나 오해하지 않도록 다시금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엘프는 어때? 얼굴이야 당연히 예쁘니까 피부는? 부드럽냐? 아니면 좀 땅땅하고 탄력 있어? 가슴도 생각보다 커 보이던데. 만지면 어떤 느낌이야? 여자는 몸에 탄력이 있어야 한다던데...”


이렇게 대놓고 음담패설을 걸어오는데 못 알아들을 리가 있는가?

이 촌 동네는 이래서 좋아할 수가 없다.

사람이 없는 데서 자기들끼리 떠들고.

뭐 하나 생기면 거기에 아홉이나 열을 더해서 억측하고 그것을 기정사실처럼 소문을 퍼트린다.

사람도 적고 변화가 적은 벽촌의 촌 동네에서 삶의 낙이라고 해봐야 그런 소문 얘기하는 것 정도밖에는 없다고 해도.

적당히 선을 지켜야지.

자신과 엘리나가 숲에 가는 것을 보고 사귀고 있고 숲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내가 정령술을 쓰고 마법을 쓴다는 걸 들킨 게 아니라... 차라리 나은 거라고 해야 하나?’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반응도 하기 싫었다.

토마스는 그냥 그만큼 자신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개인 정보를 잘 지킨 탓에 이렇게 억측이 생긴 거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관계를 정정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잭스의 이 말을 듣기 전까지.


“근데 걔... 외팔이에 모험가 출신이라 쉽지? 어때, 이 나도 가능성 있겠어? 얼마면 되는데?”


그가 스승인 엘리나를 싸구려 창녀 취급하며 말했다.


“아저씨, 왜 항상 그딴 식으로 말하세요? 짜증 나게. 씨발?”


토마스는 급히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며 짜증을 터트렸다.

손을 뒤로 뺀 이유는.

뒤에서 두 손끼리 서로 잡고 있지 않으면.

잭스의 면상에 한 방 꽂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 그딴 식? 씨발? 야이 새끼가! 오냐오냐해 줬더니. 뭐? 그년하고 진짜로 사귀는 거야? 돈 주고 그것만 하는 거 아니었냐고!”


잭스는 되려 적반하장으로 흥분했다.

토마스는 그냥 때리는 게 제일 시원하고 좋지 왜 참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하지만 이 마을을 나가면 더 이상 볼 일 없다고.

이 마을에 남을 가족들을 위해 참아야 한다고.

벌써 몇 년을 참아 왔는데 여기서 주먹이 나갈까?

주먹을 내지르자니 그간 참아 온 세월이 아까웠다.

힘이 생겼다고 해서 함부로 휘두르기도 싫었고.


“아저씨. 만약 내가 진지하게 사귀고 있었으면 내 앞에서 그딴 식으로 말하는 게 맞아? 사귀지 않는다고 쳐. 두 사람이 뭐 하는지 직접 확인해 봤어? 그런 적도 없는데 왜 그딴 말을 떠드는 건데?”


토마스는 꾹 참고 논리적으로 따졌다.


“야! 내가 없는 말 해? 그 여자가 맨날 밤마다 너네 창고로 들락날락하고, 넌 아침마다 그 여자 집 들러서 숲으로 들어간다고 하잖아? 그게 그거 아니면 대체 뭐야? 어? 우리가 없는 말 하냐고!”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자기가 들은 게 맞는다고 우기는 잭스였다.

비단 이것이 잭스만의 태도겠는가?

마을의 다른 사람들도 똑같다.

이렇게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과 14년 넘게 한마을에서 살았다니.

정말 끝까지 정을 붙이려고 해야 붙일 수 없는 마을이었다.


“나 요즘 그분 스승님으로 모시고 칼 배워. 지금 차고 있는 활 보여? 활도 배워. 그리고 스승님 골드 등급 모험가야. 당신 골드 등급 모험가 귀에 그딴 말 들어가도 괜찮겠어?”


더 이상한 소리가 나오기 전에 그의 앞에서 확실하게 둘이 만나 뭘 하는지 못 박아 주었다.

엘리나의 모험가 등급을 슬쩍 흘려서 협박을 했더니.

잭스가 움찔하며 눈치를 봤다.

하지만 이내 지기 싫다는 듯.


“뭐? 이... 이 새끼가 말하는 싸가지 더럽게 없네? 너 이씨... 나랑 나이 차가 얼만데, 받아줬더니 꼬박꼬박 싸가지 없이 말대꾸야?”


나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딴 멘트는 어디 단체로 학원에 가서 같이 배우나?’


내세울 건 나이밖에 없고 논리가 딸리니 메신저를 공격하다니.

딱 꼰대다.

아니, 이건 자존감 낮은 커뮤니티 망령들과 같은 등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상대를 하자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됐소. 난 갈라니까 아저씨나 나이 많이 드쇼.”


괜히 말 더 섞어서 같아지느니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야 이 등신아. 어떤 등신이 외팔이 병신한테 칼이랑 활을 배우냐? 니가 그렇게 등신같이 구니까 그런 팔 없는 불구하고 엮이는 거야! 알아?”


잭스의 말에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뚝 끊기는 게 느껴졌다.

토마스는 어깨에 메고 있던 활을 풀어서, 활대 끝을 잡고 아래에서 위로 빠르게 휘둘렀다.

쎅! 하는 소리와 함께 뚝! 하고 잭스의 허리띠가 잘렸다.


“아악!”


하지만 잭스는 허리춤이 아닌 자신의 입술을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검 대신 활로 허리띠부터 그의 입술까지 올려 베서 허리띠를 자르고 입술을 터트려 버린 거다.

그런 잭스에게 토마스가 다가갔다.

살기등등한 눈을 하고 활로 내려찍을 준비를 하고서.

피가 줄줄 흐르는 입술을 붙잡고 놀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바지가 흘러내리며 잭스가 바닥에 넘어졌다.


“하, 하지 마! 사, 살려줘!”


잭스가 두손을 들어 자신의 앞을 막았다.

하지만 드러누운 그의 몸 위로 활대 대신 회복초 뭉치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이걸로 피 닦고. 입 간수 잘하쇼. 진짜로 뒤지기 싫으면.”

“어어... 어어어... 어...”


잭스는 토마스의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회복초를 더듬더듬 입술에 가져다 댔다.


“아! 아앗... 윽...”


상처가 회복되며 느껴지는 통증에도 움찔거리는 잭스.


“그것도 못 참으면서, 누가 누굴 보고 병신이라는 거야?”


토마스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얼마지 않아 마을에 소문이 돌았다.

토마스가 외팔이 엘프를 스승으로 모시고 칼과 활을 배웠고 실력이 상당하다고.

이번 성년식이 끝나면 마을로 돌아오지 않고 모험가로 지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이슈는 새로운 이슈로 잊힌다고.

전에 돌던 토마스와 엘리나의 있지도 않은 추문은 그 소문에 확실하게 묻혔고.

잭스는 토마스에게 얻어터져 한심하게 눈물 콧물을 짜냈다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 * *


어느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왔다.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유난히 추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쌓인 눈이 녹을 정도로 따듯한 날이 있고 바람이 많이 불어오며 녹은 눈이 다시 얼음이 되는 등.

그야말로 날씨가 지랄 같아서 마을 사람들의 야외 활동도 최소한으로 제한되었다.

엘리나와 토마스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지난달 열었던 정령권 토너먼트 때문에 몰린 정령 인파 때문이라는 것을.

덕분에 다음 달 방문하기로 되어 있던 정령왕의 방문이 자연계에 쌓인 정령의 힘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밀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하루하루 날은 갔고.

나날이 토마스는 성장해 갔다.

겨울의 끝은 점점 다가왔고 토마스는 새로운 봄을 맞아 성년식을 하러 도시로 나가기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똑똑똑.


토마스는 이웃들의 집 앞으로 찾아가 그들의 문을 두들겼다.


끼이익...

“누구세요? 아아. 토마스구나. 키가 부쩍부쩍 많이 크네. 슬슬 너도 성년식을 하러 가야 하던가?”

“네. 아주머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는데요.”

“부탁? 무슨 부탁?”

“아시다시피 제가 창고에 만들어 둔 가구가 많잖아요? 이번에 성년식을 하러 도시로 갈 때, 마차에 가구들을 실어서 도시에다가 팔 생각인데요. 말이나 소를 좀 빌리려고...”


본론을 말하자 이웃집 아주머니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아. 그렇구나. 저런... 조금만 일찍 얘기하지. 봄 되면 바로 새로운 밭을 개간한다고 소를 써야 한다고 우리 남편이 그러던데...”

‘개간은 무슨, 지금 밭도 관리 못 하면서... 근데 여기도 이러네...’


아주머니의 대답에 토마스는 이번에도 퇴짜를 맞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시기를 늦추시죠? 제가 늦어지는 만큼 나무 쟁기나 가구 같은 거로 선물도 드리고... 같이 도시에 가는 가족들에게 먹을 거나 돈을 쥐어 보내서 사용료는 꼭 갚아 드릴게요. 선불로 어느 정도 드릴 수도 있고요.”

“그러면 고맙지. 근데 이걸 어쩌나? 집에 나 혼자뿐이라서 결정을 할 수가 없는데. 남편이 돌아오면 상의해서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은 돌아가 주지 않을래? 밖이 생각보다 추워서.”

“제가 땔감도 좀 나눠드릴까요? 그리고 요즘 목공 제품만 다루는 게 아니라 난로 같은 철제 제품도 다루고 건물 설비도 하거든요? 구들장이라고 겨울에 방바닥 전체를 따듯하게 하는 방식으로 집을 고쳐드릴 수도 있고...”

“어어. 그래. 나중에 보자. 추워서 이만 들어갈게. 나중에. 응?”


필사적인 설득에도 아주머니는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 버렸다.

벌써 몇 번째 거절일까?

이런 반응을 한 두 번 겪은 게 아니다.

토마스는 겨울 내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람들에게 말이나 소를 빌리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안 된다. 사용 예정이다. 말이나 소가 다쳤다 같은 것들뿐.

떼먹을 것도 아닌데 한두 집도 아니고 모든 집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입을 맞췄다는 거다.

물론 토마스의 집에도 말과 소는 있었다.

말은 암놈이고 소는 암수 한 쌍.

하지만 이번에 끌고 가려고 만들어 둔 마차는 보통의 짐마차가 아니라 가구들을 옮기기 위한 대형 판마차다.

큰 뗏목에 바퀴를 달아둔 형상으로 적어도 소나 말 두 마리가 달라붙어야 끌 수 있을 정도의 무게고 총 4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나마도 필요 없는 건 마을 사람들에게 뿌릴 걸 각오하고 추릴 것만 추렸는데도 그만큼이 나왔다.

최근 정령 공장을 가동하면서, 샘플만 하나 나오면 같은 물건을 여러 개씩 찍어냈기 때문이다.


“더럽게 치사하게 나오네 진짜...”


몇 군데를 더 돌아본 토마스는 창고로 돌아가 골머리를 앓았다.


“너희들이 마차를 끌고 가면 안 되려나?”

=주인 정령력을 생각해. 주인 좀 강해지긴 했지만... 그정도는 아니야.

=중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달라질 듯함.

=키히힛! 내가 다 잘라줄게! 다 잘라버리면 안 들고 가도 되잖아! 키힛! 키히힛!


드론이나 피온, 질로트 같은 정령들과 상담했지만, 그들도 별다른 해결책은 없었다.

중급 정령과 계약을 하려면 정령력이 성장해야 하는데.

지난번 정령권 준우승자인 물의 하급 정령, 권왕 물주먹(칭호, 이름)과 계약을 해서 하급 정령 세 명을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하급 네 명째의 계약까지는 한참은 남아 있었다.


‘그냥 마차를 하이엔드 급으로 만들어 버릴까?’


마지막 남은 방법이 있다면 마차의 구동부를 베어링이나 스프링 등을 써서 나무로만 만든 마차보다 더 잘, 빠르게 굴러갈 수 있게 해서 가축의 사용량을 절반으로 만드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최소한 한 마리 정도는 더 필요했는데.

빌리러 다닌지만 벌써 1주일째.

사실상 안 가본 집이 없었지만, 다들 가축을 안 빌려준다고 한다.

마치 담합을 한 것처럼.

이 마을에서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단속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결국... 그 인간을 만나러 가야 하나...’


촌장.

이 마을에서 토마스가 가장 싫어하고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었다.


* * *


겨울이라 해가 일찍 떨어졌다.

해가 떨어지자마자 주위는 빠르게 어두워졌고 마을은 모두가 일찍 잠에 든 것처럼 고요했다.

하지만 촌장은 항상 이 시간에 저녁 식사와 함께 반주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이 반주지, 상당한 애주가라 매일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술을 퍼먹다가 잠에 든다.

심지어 촌장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술을 만드는 양조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덕분에 가끔씩 마을 회의가 진행되면.

촌장의 집은 마을의 유일한 술집이 된다.

술을 마시고 싶은 자들은 모두 촌장에게 잘 보여야 했다.

거기다 전 모험가 출신이고 고유 스킬이 어떻다 하는 소문도 있고 사람이 좀 독하고 손속이 잔인해서.

촌장이자 이 마을의 보안관 행세를 하다 보니 다들 그의 말에는 껌뻑 죽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마스도 그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승과의 살벌한 실전을 겪으면서 가끔 마을에서 보여주었던 촌장의 실력이 얼마나 하찮은 실력인지를 알게 된 지금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와하하하!

깔깔깔깔!


촌장의 집 근처에 다가오자, 남자들과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자들 목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니 마을 회의가 소집돼서 제대로 술판이 벌어지고 있나 보다.

마침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촌장에게 허가만 받으면 따로 찾아가지 않고도 여기서 한 번에 말이나 소를 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아니, 내가 그때 딱 눈치를 챘다니까? 그 자식 사실 그 병신 엘프를 사모하고 있어. 근데 남자 새끼가 체면도 없지. 딱 자빠트리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하냐고? 안 그래?”

하하하하하!

호호호호!

깔깔깔!


그때 안에서 잭스의 목소리와 마을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자마자 토마스는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저 새끼가 덜 처맞아서 그런가? 확실히... 덜 맞긴 했지.’

으드득.


들어가서 멱살을 잡고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토마스는 이를 갈며 참기로 했다.

잭스는 촌장 부인의 여동생의 딸의 남편의 동생이다.

촌수가 사돈의 팔촌쯤?

촌장과 피가 섞인 건 아니지만, 나름 친인척 중 하나로 마을 회의에서 나름 큰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지난번 그를 위협했던 게 마을에 퍼져서 이러는 모양인데, 마을 회의 시간에 촌장과 모든 마을 사람이 보는 앞에서 줘팼다간.

가뜩이나 없는 이미지가 완전히 나락을 가서 마을 사람들의 협조는 물 건너갈 거다.


‘지난번에 촌장이 양조장 확장하고 제대로 된 술집을 짓고 싶다는 식으로 나한테 말을 하던데... 하나만 지어주면 나중에 부모님을 귀찮게 굴 것 같으니까, 두 건물 지어주는 거로 쇼부칠까?’


들어가기에 앞서 촌장과 협상할 내용에 대해 정리하던 토마스는 갑자기 뭔가 쎄함을 느꼈다.

그 정체는.


‘잠깐? 마을 회의 시간인데... 왜 우리 부모님은 다 집에 있지? 형이랑 형수 내외도 다 집에 있던데?’


마을 회의가 자신의 가족들만 모두 따돌린 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안쪽에서 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할게. 그러니까 일단 성년식에 보내지 않으면 도시에서 성주가 보낸 사람이 찾아올 테니까, 한 번 도시로 보내고. 너 노리스가 따라갔다가, 고유스킬로 그놈 부모가 위독하다는 걸 감지했다는 핑계를 대서 다시 마을로 데리고 와.”

“그다음에 성년 축하한다고 술을 멕여서 취하게 만든 다음, 다리를 잘라라 이거죠? 어차피 가구 같은 거 만드는 건 두 팔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그래. 근데 뭐 하러 취하게 만들어? 술 아까우니까 약 탄 술 한 잔만 먹이라고. 그리고 그 팔 병신 엘프년도 초대해서 나머지 팔 한쪽도 자르고 둘을 엮어줘. 사람이 일만 하고 살 수 없잖아? 나 정말 착하지? 안 그래?”

“맞습니다. 촌장님. 캬! 한쪽은 팔이 없고 한쪽은 다리가 없고. 완벽한 한 쌍이네요.”

“흐흐. 거기다 그놈 요즘 목공만 하는 게 아니더라고. 최근 대장장이 일을 배웠는지 철제 물건도 만들더라니까? 그런 놈이 나가서 모험가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우리가 키워준 은혜가 있는데. 태어난 마을에 도움이 되게 딱 붙어 있어야지.”

“맞습니다. 맞습니다.”

“아차, 엘프랑 엮어주니까 하프 엘프 새끼를 치면 노예상에 팔아서 마을 비용으로 쓰죠. 어차피 엘프들은 자신들 마을 밖에서 낳은 하프엘프에는 관심도 없다면서요.”

“그렇지. 아주 똑똑한걸? 다음 대 촌장을 해도 되겠어. 라고 할 것 같아? 내가?”

“아... 이건 좀 아닙니까?”

“야이 바보야. 할 거면 그놈 가족들도 노예로 판다고 해야지. 자식을 그렇게 부려 먹는데, 그 부모가 가만히 있겠어? 엥이. 아직 마을 경영하기에는 부족하구먼? 흐흣!”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깔깔깔깔깔!


안에서 들려오는 인두겁을 쓴 짐승들의 웃음소리.

그들이 모여 마을 회의를 한다며 작당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토마스, 엘리나 그리고 토마스의 가족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비인간적인 내용의 얘기들이었다.

시골이라고 다 민심 좋진 않다.

현대화 된 지구도 그럴진데.

여기라고 안그럴까?

그래도 이건 민심이라는 선을 완전히 넘어섰다.


“야 이 개 씨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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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시민 토마스 +4 24.06.26 1,189 53 15쪽
32 032. 회자정리(會者定離) 주적심허(做賊心虛) +8 24.06.26 1,274 46 15쪽
31 031. 기술제휴 계약을 맺다. +3 24.06.26 1,297 40 15쪽
30 030. 우리 토마스 이 시대 최고의 가구 장인 아닙니다. +5 24.06.24 1,342 42 16쪽
29 029. 입구부터 보인다. +1 24.06.23 1,328 38 13쪽
28 028. 도시, 수틀리면 돈주머니 베어가는 곳. +5 24.06.22 1,437 39 20쪽
27 027. 도시로 +10 24.06.22 1,489 40 14쪽
26 026. 엑소더스 +12 24.06.20 1,579 46 20쪽
25 025. 지옥은 멀리 있지 않다. +4 24.06.19 1,639 46 16쪽
» 024. 우리 가족만 모르는 마을회의 +7 24.06.18 1,679 45 17쪽
23 023. 1등도 잘한 거야! 24.06.17 1,628 42 17쪽
22 022. 너 환생했지? +5 24.06.16 1,748 52 17쪽
21 021. 천재의 스승이 되었습니다만? (2) +1 24.06.15 1,729 45 15쪽
20 020. 천재의 스승이 되었습니다만? (1) +5 24.06.14 1,791 42 13쪽
19 019. 청출어람? 하프엘프 제자가 엘프보다 잘하드라 +4 24.06.13 1,833 48 19쪽
18 018. 오늘도 난 숙명을 불사른다. +2 24.06.12 1,815 48 15쪽
17 017. 불청객 +2 24.06.12 1,933 4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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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정령들의 장래희망 1순위, 정령왕이 아니었다? +3 24.06.08 2,228 60 12쪽
11 011. 지금부터 서로 의심해라 +5 24.06.07 2,318 61 14쪽
10 010. 고딩 정령 참교육 +5 24.06.06 2,470 63 16쪽
9 009. 사제역전, 정령의 올바른 사용법. 24.06.05 2,618 6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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