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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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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글자수 :
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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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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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파스키은

DUMMY

적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손발이 결박되어 줄지어 묶여있었다. 한사내가 권총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철혈군의 얼굴을 강제로 들어올렸다. 사내는 울고있는 철혈군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내는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며 철혈군의 머리를 차례대로 쏘았다. 공포에 눈물을 흘리며 웃부짓는 병사도 있었고 바지에 오줌을 지린 군인도 있었다. 사내는 흐느껴 우는 마지막 병사를 살해하고 권총을 집어넣었다. 걸을 때마다 몸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고인 핏물이 출렁거렸다.


파스키은 피웅덩이에 비친 얼굴을 보았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이마에 검은 뿔이 나있었다. 파스키은은 사슴같은 뿔을 만져보았다. 뿔의 오돌토돌한 나이테가 느껴졌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군인들에 시선을 돌렸다. 두개골이 깨진 병사들이 파스키은을 향해 얼굴을 돌리며 웃으며 다가왔다.


시체들은 파스키은의 몸을 붙잡아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살점을 뜯어먹었다. 손으로 상처를 헤집고 뜯어내어 입에 가져갔다.


파스키은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보가 축축히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렸다. 파스키은은 뿔이 있던 머리를 만지고 없는 걸 확인하고 이마에 땀을 닦았다. 심한 피곤함에 깜빡 잠이든 모양이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했었다.


“파스키은 괜찮니?” 베이지색 체크무늬 드레스를 입은 베리칼라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응. 악몽을 꾼거 같아. 몇 시간이나 잔거지?” 베리칼라가 손목에 시계를 보았다.


“한 19시간 쯤?”


“그렇게나 많이 잤다고?” 파스키은은 창문을 가린 암막 커튼을 걷었다.


“열차를 탄 시각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온에서 출발한지 이틀 째가 다 되어 가는 것 같아. 물 좀 마실래?” 베리칼라는 침대옆 탁자에 앉아 유리컵에 물을 따랐다.


파스키은은 물을 받아들었다. 열차가 철로를 타고 좌측으로 틀자 강렬한 태양빛이 파스키은 얼굴을 쏟아졌다. 열차 차창 너머로 고래의 바다가 평온하게 너울거렸다. 하얀 포말이 모래사장을 적시며 천천히 밀려들어왔다가 짙은 바다속으로 되돌아갔다.


“철혈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황금을 모을 수 있었을까? 공증인의 정보가 잘못된 것까?” 파스키은은 까끌까끌하게 자란 턱수염을 만지며 고민해 빠졌다. 공증인은 신성 가온의 황금은행에서 견제와 감시 역할을 각 공장가에게 파견된 사제였다. 공증인들은 공장가에 지내면서 공장장들의 황금 쓰임새를 감시하고 벌어들인 황금 보유량을 황금은행에 보고했다.


“아마도. 철혈가에서 공증인의 환심을 단단히 얻을 모양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많은 황금을 보유했을리가 없잖아. 혹시 황금은행에서 황금을 빌린게 아닐까?”


“아니야. 대공장장 선거에서는 황금을 빌릴 수 없어. 공장가들의 황금 보유량만 계산되게끔 정해져 있어.” 파스키은인 입을 꽉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공증인을 매수해서 거짓으로 보고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철혈가가 중립적인 공증인을 완전하게 자기편으로 만들었다면 거짓으로 보고할 수도 있어. 아무래도 그편이 더 말이 되는 거 같아.” 베리칼라의 말에 파스키은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슐레이반 삼촌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없지?”


“응. 황금뉴스에서 아무론 이야기가 없었어. 예전 방송을 재방송하거나, 황무지 공장가 다큐 같은 것만 방송되고 있어. 철혈쪽에서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나봐.“ 베리칼라는 피곤함에 지친 듯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파스키은은 마른 베리칼라의 체중이 5kg는 빠진 것 같아 보였다. 통통했던 볼살 대신에 광대가 나와보였다. 몇 주 사이에 몇년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


“마천루와 통신이 닿는 다면 어머니와 연락을 우선적으로 해야겠어. 철혈에서 이렇게 나온 이상 전면전에 나서야 할거야. 나는 기관장에게 속도를 좀 더 높일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올게.” 전면전이란 말에 베리칼라는 흠칫 놀랐다.


“알았어. 나는 알도린이 잘 자는지 보러 갈게.”


파스키은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황토색 카펫이 깔린 바닥에 온기가 느껴졌다. 가지런히 놓인 신발에 발을 밀어넣고 탁자를 지나쳐 거울에 다가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잠든사이에 엉망이 된 옷대신에 말끔하게 다린 옷으로 갈아입었다.


특등칸의 창문은 마지막 칸을 기점으로 지그재그 방식으로 배치되어있었다. 까마귀 호가 왕복하는 동안에 침실에서 산과 바다의 경관을 누릴 수 있게 배치한 설계였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 지는 몰라도, 섬세하고 고객의 니즈를 잘 잡아내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까마귀 호가 일정을 무시하고 출발한 탓에 파스키은 일행을 제외하고는 탄 사람이 없었다. 값비싼 여행티켓을 구매한 고객들의 항의가 예상되었지만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파스키은은 생각했다.


환불해 주면 그만이었다. 특실을 가로 지르는 행위는 평소였으면 매우 무례한 행동이었을 터였지만 불만을 토로할 탑승객은 없었다. 파스키은은 까마귀호의 진동을 몸으로 느끼며 문을 열었다.


식당칸에서 요리사들이 식사준비로 분주했다. 파스키은은 복도를 지나며 조리대를 흘깃 보았다. 아스파라거스나 감자 없이 스테이크만 접시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거나, 파스타면에 소스만 뿌려져 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파스키은이 궁금해질 무렵에 검은 베스트를 입은 지배인이 정중하게 다가와 난처한 얼굴로로 파스키은에게 이야기했다.


“삼각곶 마을에 잠시 정차하여 필수품을 구비해야 합니다 급히 출발하여 식료품 재고가 거의 떨어졌고 식수와 소비재도 부족합니다. 보급하지 않으면 남은 8일 동안 굶어야 합니다.”


“알겠어.” 지배인의 말에 파스키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승락했다. 철혈에서 쫓아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인간은 허기짐은 참을 수 있겠지만 갈증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배인은 곧 안도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잠시 후 삼각곶 마을에서 정차할 예정입니다. 잠시 후 삼각곶 마을에 정차할 예정입니다.” 열차 내 인터폰으로 기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스키은은 까마귀호가 정차하자 열차 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나갔다. 삼각곶 마을은 수도 가온과, 황무지 공장, 해오름 공장의 영토 끝 부분이 만나는 지점의 마을로 그 반대쪽은 바다와 접하고 있었다.


승강장은 철제 지붕을 만들어 눈과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반대쪽에 철로를 따라 부채꼴 모양의 정비창 안에는 벌집 애벌래처럼 수리중인 열차들이 들어서있었다. 까마귀호가 정거장에 완전히 정지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상인들이 몰려왔다.


불현듯 나타낫 집게손이 석탄을 한 움큼 집어 까마귀호의 탄수차에 집어넣었다. 지게차들이 배기구에서 스팀을 뿜으며 식량과 식수를 나무박스채로 보급칸에 집어넣었다.


손목에 계산기를 찬 상인들이 돌아다니면서 호객을 했다. 지배인이 흥정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파스키은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인파 사이를 뚫고 정거장 반대편에 상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흑색 보도블럭 너머에는 상가들이 즐비해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부터, 여행자용 가방과 가죽 자켓을 걸어둔 의류상점, 맥주 판매상들 호두모양의 과자를 파는 가판대와 모형 소총들, 삼각곶 모양의 기념 주화들, 물건을 판매하는 도매상들이 여행객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파스키은은 콜라의 중앙에 주황색 네온글씨로 닉시라고 쓰인 닉시 콜라샵 앞에 섰다. 콜라병 내의 네온 글자가 깜빡였다. 일반적으로는 호리병 모양병에 콜라가 담겨있었다. 삼각곶의 닉시 콜라는 독특하게 피라미드 모양의 병에 담겨있었다.


파스키은이 병을 집어들자 탄산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파스키은은 상인의 상술에 닉시콜라 5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까마귀호의 기적소리가 정거장에 울렸다. 곧 출발한다는 소리였다. 파스키은은 기관실에 들러 기관장에 속도를 최대한 높이라고 주문했다. 고개를 숙이고 쪽잠을 자고있던 기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스키은은 까마귀호 객차 계단에 발을 올렸다. 까마귀호는 기적소리를 몇 번 내더니 부르르 떨며 앞으로 나아갔다. 기분좋은 떨림이 발끝에서 전해져왔다. 까마귀호의 속도가 붙으면서 점차 마을이 멀어졌다.


파스키은은 내려가면서 의료칸에 들렀다.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에서 의료용 침대에 누워있는 코잉밀을 바라보았다. 마천루의 병원에서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잉밀은 안정제를 맞았는 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파스키은은 소리가 나지않게 문을 열어 닉시콜라를 코잉밀의 머리맡 탁자에 올려두고 다시 빠져나왔다.


파스키은은 열차의 진동이 거칠어진 걸 느끼고 철로 한 두곳이 노후화로 불량이 있을 거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틀렸다. 까마귀호 차창 너머로 땅이 폭발하며 쏟구치는 걸 보았다. 폭발음에 귀가 먹먹햇다. 흙들이 비처럼 열차에 내렸다. 파스키은은 창문 바깥으로 상반실을 내밀어 열차 뒤를 보았다. 지평선 멀리서 붉은 함선이 보였다.


함선이 불을 뿜자, 매캐한 연기를 뒤로하고 포탄이 까마귀호로 쏟아졌다. 까마귀호의 적색 비상등이 켜지고 알람 방송이 나왔다.


“현재 까마귀호는 미확인 함선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탑승하신 분들은 몸은 낮추고 안전손잡이를 잡으십시오.” 까마귀호는 포식자를 피하는 물고기처럼 철로를 따라 유려하게 달렸다. 파스키은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폭발음 소리에 한쪽 귀를 막고 넘어질것처럼 흔들리며 객실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뒤로 나아갔다.


파스키은이 객실 문을 열고 다음칸으로 넘어가려고 할때, 강한 충격을 받고 뒤로 나뒹굴었다. 객실의 작은 창문들이 깨져 파편이 쏟아져 들어왔다. 객실 문은 경첩없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파스키은은 얼굴에 생채기가 생기는 지도 모르게 일어나 객실 문 밖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있어야할 특등실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객실을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만 바닥에 불똥을 튀었다.


저멀리에 부서진 열차객실이 철로를 이탈하여 바깥으로 구르는게 보였다. 검은 연기와 흙먼지가 섞여 잘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을 가져와!” 파스키은은 지배인이 급하게 책상을 뒤져 가져온 망원경을 눈에 대었다. 붉은 함선 함수에, 흰 바탕에 붉은색 망치 문양이 보였다.


파스키은은 이제서야 슐레이반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슬픔의 눈물인지 후회의 눈물인지 모를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낡은 대륙에 철혈이란 철혈은 진작에 없애버려야 되는 종자였다.


파스키은은 슬픔과 고통에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분노에 차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베리칼라! 알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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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베리칼라 23.11.29 9 0 10쪽
27 27. 스철케이드 23.11.28 11 0 11쪽
26 26. 파스키은 23.11.27 9 0 11쪽
25 25. 카트란 23.11.26 11 0 11쪽
24 24. 알도린 23.11.25 10 0 11쪽
23 23. 파스키은 23.11.24 12 0 11쪽
22 22. 팔라이네 23.11.23 12 0 12쪽
21 21. 스철케이드 23.11.22 11 0 14쪽
20 20. 유니스 알페렌 23.11.21 14 0 13쪽
19 19. 베리칼라 23.11.20 15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3 0 13쪽
17 17. 파스키은 23.11.18 16 0 11쪽
16 16. 스철케이드 23.11.17 14 0 11쪽
15 15. 팔라이네 23.11.16 16 0 10쪽
14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5 16 0 10쪽
13 13. 카트란 23.11.14 17 0 13쪽
12 12. 알도린 크래프터 23.11.13 19 0 21쪽
11 11. 스철케이드 23.11.12 24 0 10쪽
10 10. 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11 23 0 11쪽
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21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5 0 13쪽
7 7.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8 26 0 15쪽
6 6.카트란 깁슨 23.11.07 42 0 12쪽
5 5.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06 45 0 12쪽
4 4.알도린 크래프터 23.11.05 74 1 14쪽
3 3. 유니스 알페렌 23.11.04 114 1 17쪽
2 2.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4 2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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