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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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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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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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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스철케이드

DUMMY

첨예하게 부서진 쉐브론 습곡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일정한 무늬를 이룬 습곡의 적토층은 원주민의 피로 물든 것 같았다. 스철케이드는 이틀째 라라미 마을로 향하는 산악 행군을 하고 있었다.


뒤틀린 습곡을 따라 협곡에서 부서진 자갈돌이 밟혔다. 옆위에서 자갈돌 부스러기가 내려오는걸 느꼈다. 사람 머리만한 바위가 부서져 굴러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스철케이드는 몸을 던져 바위를 피했다. 바위가 산악로 앞에 떨어졌다.


“뭐야 왜 그래? 바위에 맞은 건가?” 스철케이드가 뒤를 보자 들로가 쓰러져 있었다.


“아니 그냥 쓰러지던데?” 스철케이드의 물음에 이졸브가 말했다.


“고산병 증세야 고도를 낮춰서 잠시 쉬어가야겠어.” 레빌리스가 들로를 살폈다.


들로의 얼굴이 군게군데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스철케이드는 이마에 땀을 닦았다.내색은 안 했지만 스철케이드도 숨이차 폐가 터질 것 같았다.


들로는 두 배나 많은 짐을 지고 올라왔으니 더욱 지칠만 했다. 이졸브와 레빌리스가 들로를 부축해 경사면을 되돌아 내려갔다.


“산을 조금만 내려가도 나아질 거야. 혈관 속에 산소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야.”


“레빌리스 너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나는 고산족이니까. 고향과 습도나 온도가 좀 달라서 힘든면이 있지만, 그래도 견딜 만해.” 레빌리스는 이마에 땀이 맺힐뿐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거참 좋은 혈통을 가졌네. 그러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 괜찮은 건가?” 이졸브가 헌팅캡을 고쳐 쓰며 물었다.


“아니지. 우리도 5300m 이상 고지대로 올라가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도 해.” 레빌리스는 터무니없는 물음이라는 어투였다.


“들로가 기운을 차릴 동안에 요기를 하고 가지.”


“그래 좀 쉬어야 겠어.” 철케이드는 이졸브가 배낭을 뒤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 허리춤에서 물통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레빌리스 너희 부족은 그런 산속에서 먹고살기가 가능한 거야?”


“우리 마을은 봄에는 5000m 고원에서 약재를 캐내서 팔아. 애벌레에게 기생하다가 봄이 되면 흙 위로 포자를 퍼트리려고 올라오거든. 이 약재는 구하기 매우 귀하고 효능이 뛰어나서 약재로 비싼값에 팔려. 여름과 겨울에는 유목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지.” 이졸브가 수통을 넘겨받아 한 모금하고 레빌리스에게 건넸다.


“인간이 척박한 고지대에서 생존 가능할 줄이야.”


“나는 우리부족에서 약한 편이야 그래서 군에 입대하지 못하고 약초꾼이 되었지.” 레빌리스는 들로의 상의를 열어 숨 쉬기가 편하게 해주었다.


“마을에서 강한 사람은, 레이스라고 25kg의 돌을 바구니에 매고 산속을 달려야 해. 30분 만에 6km를 주파해야 특수대에 입대할 수 있어. 영광스러운 자리이지.”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이졸브는 부싯길을 모아 휴대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입김을 몇 번 불자 잔가지에 불이 붙어 점차 커졌다.


“그래 들어 본 적이 있어. 용병으로 활약한다고 뉴스에 나왔어. 광맥가에서 이 용병들을 장교가 무시하자 하룻밤사이에 20명의 철혈군의 귀를 잘라 왔어. 용병 한 명이 한 개 소대를 몰살 시켰다는 소리야,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야.” 스철케이드는 타오르는 불꽃을 보았다. 이졸브가 통조림 뚜껑을 살짝 열어 모닥불에 던져넣었다.


“맞아. 용맹하기로 소문나 있지” 레빌리스는 자부심이 드는 말투였다. 스철케이드는 지도를 꺼냈다. 바닥에 두고 목탄으로 지점을 표시했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선을 그었다.


“산세를 보면 지금. 이 지점에 와 있어 앞으로 한 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라라미 마을에 도착할 거 같아. 거기는 교역마을이니까. 동부의 동향을 알 수 있을 거야.” 이졸브가 끓어오르는 통조림을 막대기로 꺼냈다.


“뜨거울 테니까 손이 데이지 않게 조심해.” 스철케이드는 나뭇가지를 주워 칼로 몇 번 다듬어 간이 스푼을 만들었다.


“벌써 지치기 시작하는군.”


“낯선 지형이니까. 신경 쓸게 많아서 일지도 몰라.” 들로가 기운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안색이 한결 좋아 보였다.


“몸은 좀 어때?” 레빌리스가 물었다.


“뭐가?” 들로가 되물었다.


“너 쓰러졌었어”


“내가?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들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렴 몸은 어때?”


“좀 저리는 거 빼고는 괜찮아”


“먹을 거야?”


“아니. 먹자마자 토할 거 같아. 난 물을 마실래.” 들로가 수통물을 마시는 동안에 일행은 통초림 한 캔을 비웠다.


가문비 나무 숲 너머로 비밀스러운 산봉우리가 보였다. 1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니 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스철케이드는 흠뻑 젖은 것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켜 가죽 지도를 다시 챙겼다.


이졸브와 레빌리스가 다시 짐을 챙기는 사이에 스철케이드는 잔불을 발로 비벼껐다. 스철케이드는 들로의 짐을 나눠 들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고산병에 도움이 되니까. 미리좀 마셔둬 무리하면 또 고산병 증세가 도질거야.” 산악로는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이어지다가 점차 좁아졌다.


아래로는 숲에 나무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거친 숨소리만 들리기를 한시간쯤 지났을까. 습곡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고원이 나타났다.


이졸브가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지를 팔로 재끼고 앞섰다. 라라미 마을이 눈이 보였다.


“마을에 인기척이 없어. 굴뚝에 연기도 나지 않고, 주변에 부서진 나무통들과 도로에 풀이 자라있는 거로 보아 마을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아.”


“갈수록 태산이네.” 스철케이드는 성큼성큼 사면을 뛰어 내려갔다.


작은 관목들을 지나 라라미 마을로 향했다. 교역소란 간판이 달린 콘크리트 건물을 제외하고는 주변의 주택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인구 100여명 정도의 크기의 마을로 보였다. 스철케이드는 이졸브와 들로에게 수신호를 해 주변을 둘러보라고 시켰다. 스철케이드는 가까운 목조주택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악취가 새어 나왔다. 레빌리스는 스철케이드를 팔로 막아섰다.


“전염병이 돌았을 수도 있어. 방독면을 꺼내 써.” 스철케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짐에서 방독면을 찾아썼다. 검은색 마스크에 새부리가 달린 마스크는 두 눈에 편광렌즈가 씌여 밖안에서 착용자의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코부분을 허브로 채워 넣어 병균이 들어오는걸 막아줄 거야.” 스철케이드는 레빌리스에게 허브를 받아 새부리의 콧구멍에 쑤셔 넣었다.


숨을 들이쉬자 신선한 허브향이 느껴졌다. 스철케이드는 레빌레스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체는 부츠를 신은 발목을 제외하고는 이미 백골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발목에 남은 부패한 살점에 구더기들이 바글바글 움직였다. 스철케이드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뼈만 남은 해골 주위로 부화한 번데기 잔해와 알을 낳으려는 파리가 소란스럽게 웽웽 거렸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곰팡이가 쓴 나무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바닥 위에 자욱하게 깔린 흙먼지가 아지랑이 처럼 피어올랐다. 레빌리스는 반대편 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건물 거실에는 작은 원형 탁자 위에 먹다 남은 음식 그릇과 상한 치즈 덩이들 불 꺼진 촛농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 걸터앉은 백골 뒤에는 총알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사람은 총에 맞아 숨진 채로 버려졌다는 걸 가늠케 했다.


“돈이 될 만한 건 없어. 그렇다는 건 강도라도 들었다는 건데.” 스철케이드는 찬장을 훑어보는 레빌리스를 향해 말했다.


“여기 생필품들은 쓸 만한 게 좀 있어. 여행길에 필요한 것들은 챙겨야 될 거 같아.”


“그렇게 하지.” 스철케이드는 죽은 사람의 물건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들었다. 밖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스철케이드는 커튼을 열어 깨진 창문으로 밖을 보았다. 들로가 재갈이 있는 말 한필을 타고 왔다.


“밖에서 부서진 마차를 찾았어. 보수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걸어가는 것보다는 빠를 거야. 짐도 뒷칸에 많이 챙길 수 있고.” 들로가 멋지게 말에서 내렸다. 스철케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를 치우고 여기서 야영할 준비하자. 들로와 나는 밖에 나가 무덤을 팔게 레빌리스가 장작을 맡아줘.” 레빌리스는 흥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들로. 이졸브는 어디로 갔어?”


“금방 돌아올 거야. 주변을 살펴보고 온다고 했거든” 때마침 이졸브가 창너머로 얼굴이 비췄다.


“이졸브. 마을에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사막의 신기루처럼 한순가에 증발한 것처럼 말이야. 오늘 밤은 편하게 잘 수 있겠지만 정보를 얻기는 글렀어.” 스철케이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편함에 편지가 있는 걸 가져 왔어.” 이졸브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읽어봐.” 스철케이드는 건물 밖에서 삽질을 하다가 멈췄다.


“친애하는 마르틴. 우리는 하얀 별로 떠날거야. 마을 모든 사람이 황금을 찾아 떴났어. 금광을 찾으면 대박이 터진다는 소문이 돌았어. 주먹만 한 황금을 찾은 사람도 있데.


우리도 조만간 떠날 거야. 힘들기만한 저임금은 이제 지긋지긋해. 이 일을 청산할 시기가 되었어. 너도 거기서 만났으면 좋겠다. 황금을 찾으면 다시 연락할게. 너의 사랑하는 형이.”


“황금?”


“하얀 별에 금맥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군.”


“공장지대 대부분이 평지 일 텐데 말이야. 하얀 별은 디젤유와 가죽제품이 주요 생산품이야. 광산이 있는지역은 동북쪽에 끝에 가면 아주 적은 산악 지형이 나오지.” 스철케이드가 삽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지리를 잘 모르니 그 산맥으로 간다는 걸 하얀 별로 잘못 이야기했을 수도 있어.”


“편지에는 하얀 별 공장으로 간다고 하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그럼 마을 사람들 몇 명도 하얀 별로 떠난 건가?” 들로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였다.


“어차피 우리는 하얀 별로 갈 거니까. 곧 어떻게 됬 는지 알기 싫어도 알게 될거야." 이졸브가 끼어들었다.


“마을 사람 일부가 떠났고 남은 사람은 살해 당한 게 마음에 걸려. 이 사태를 물어볼 사람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지. 마을에 남은 이들은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약탈을 당했다는 거야.”


“공격한 사람들은 옆 마을 사람이거나 약탈자들이겠지.” 이졸브가 덧붙였다. 스철케이드는 무덤을 덮으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는 동안에, 레빌리스가 집주변을 돌아 장작을 한아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슬슬 불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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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베리칼라 23.11.20 14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0 0 13쪽
17 17. 파스키은 23.11.18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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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5 13 0 10쪽
13 13. 카트란 23.11.14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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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19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3 0 13쪽
7 7.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8 22 0 15쪽
6 6.카트란 깁슨 23.11.07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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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유니스 알페렌 23.11.04 98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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